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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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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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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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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9

DUMMY

-선-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바늘도둑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 오는 거 아냐?”


“혹시 이 혹이 도둑이 노릴만한 가치가 없는 건 아닐까요?”


“야, 너는 돌아다니면서 상황파악 좀 해봐.”


“네. 알겠어요.”


“정말로 이게 가치가 없어서 훔치지 않을 수도 있겠군.”


“혹이 도깨비나 환장하지 나머지한테는 그리 쓸모있는건 아니잖소?”


화가 풀린 주인이 심심했는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그런데···.”


“그 도둑놈이 도깨비가 아닌 모양이지. 허허허!”


아직 바늘도둑이 훔쳤다는 걸 모르는구나.


하긴, 알려지면 괴물이 날뛴다고 혼란만 발생할 테니 알리지 않는 게 더 좋겠네.


“그러게요. 일단 도깨비는 아니네요.”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 그냥 돌아가는 게 어떻소?”


도둑이 시간이 늦었다고 안 오는 건 아닌데.


그런데 좀 지치기는 하네.


“어쩌지 그냥 돌아갈까?”


“피곤하긴 하군.”


저건 거의 돌아가자는 소린데.


“조금만 더 있어 볼까? 아직 안 왔잖아.”


“이놈이 올 때까지만 기다려봅시다.”


얼마나 지났을까?


짐승이 문을 열고 나타난다.


“밖에 상황은 어때?

온종일 여기에만 있었더니 밖에 상황을 모르겠네.”


“지, 지금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족장님이 급하게 찾으세요.”


“족장님이? 우릴 왜?”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서 빨리 복귀하라고 하셨어요.”


무슨 일이지?


천을 한번 쳐다보니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우리를 급히 찾는 이유가 있겠지.

한번 가봅시다.

어차피 가려고 하지 않았소?”


“알았어. 주인장 우린 가볼게요.”


“으, 응? 그런데 자네들 족장님의 손님이었소?”


“네, 뭐. 그렇게 됐네요.”


“이런, 진작 말하지 그랬소.

그랬다면 돌려주었을 텐데.”


“혹 말하는 거예요?”


“돌려줄 테니 어서 족장님께 가보시오.”


아까까진 완강하던 주인이 족장의 손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내게 혹을 돌려주었다.


“꼭 족장님을 도와드리게.”


족장에 대한 부족원의 믿음이 대단하네.


“네. 그럴게요.”


문을 열고 나서려는 순간.


짐승이 우리에게 한가지 당부를 한다.


“밖에 나가면 놀라시지 마세요.”


“왜?”


“집이 없어졌거든요.”


무슨 말이야?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내 눈앞에 탁 트인 시야가 보였다.


탁 트인?


트인···.


“지금 바늘도둑 새끼가 집을 훔쳐간 거야!?”


“네··· 집에 아무도 없는 곳만 훔쳐갔다고 하더라고요.”


“미친, 그게 말이 돼!? 집을 어떻게 훔쳐가는 거야!?”


“이놈이 진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군.”


천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혼잣말을 했다.


“바늘도둑이란 소문이 쫙 퍼졌어요.”


“족장이 입단속 시켰잖아?”


“어디선가 말이 샜나 봐요.

그리고 집까지 훔쳐갔으니 더더욱 빨리 퍼졌고요.”


“부족원들이 동요하진 않고?”


“다행히 족장에 대한 신뢰가 큰 것인지 불안에 떨지 않는 것 같아요.”


글쎄.


집까지 훔쳐갈 놈이면 불안해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변종인가?”


“네. 제 생각도 그래요.

집을 훔쳐가는 바늘도둑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바늘도둑이 아닐 가능성은?”


“이렇게 물건을 훔쳐가는 괴물이 바늘도둑이 아니고서는···.

혹시라도 미발견 괴물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바늘도둑이 가장 가능성이 커요.”


“미치겠군. 이러다가 정말 목숨이라도 훔쳐가겠어.”


“그러면? 그러면 다 죽는 거야?”


“나한테 묻지 말고 당신이 말해보시오.

양성소에서 배웠지 않소?”


배운 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지금이라도 여기서 도망쳐버릴까?”


“죽는다는 말이군.”


얘기를 나누면서 걸으니 어느새 족장의 집에 도착했다.


“일단 들어가서 왜 불러들였는지 들어봅시다.”



///



“오면서 봤겠군.

그놈이 집까지 훔쳐가는 걸 말이야.”


족장도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반드시 그 새끼를 잡아내어 족쳐야 합니다!”


누가 족장의 앞에서 저리 과격한 발언을 했는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기사 대장이었다.


집까지 털렸나? 킥킥.


“자자, 내 대장의 심경을 이해하네.

여기 있는 모두의 생각이 자네와 같을걸세.

집이 없어졌어도 잡기만 하면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게.”


킥킥킥. 진짜 털렸나 보네.


족장의 다독임에 대장이 콧김을 씩씩거리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다.


“기사 대장, 원래 바늘도둑이 집까지 훔쳐가는 건가?”


“저도··· 처음 봅니다.”


“흠. 그렇다면 바늘도둑이 아닐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아닙니다. 괴물 중에서 이렇게 훔쳐가는 놈은 바늘도둑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집을 훔쳐가는 건 처음 본다?”


“변종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천의 말에 모든 시선이 모여든다.


“변종?”


“그렇습니다.”


“그렇군. 그래, 그건 일단 넘어가고.

대장, 내가 분명히 잡기 수월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건가?

지금 나는 물론이고 부족민들 살림이 다 털리게 생겼어.”


“그게··· 죄송합니다.

제 능력이 부족하여 잡지 못했습니다.”


“어허, 자네가 이렇게 나오면 내가 큰소리칠 수가 없지 않은가?”


이게 쌍욕보다 더 무서운걸?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양성소에 연락해서···.”


“아닐세. 그건 너무 늦어.

내 자네들의 노고를 모르는 건 아니네만, 좀 더 힘을 써주게.

이러다가 정말 목숨까지 훔쳐가겠어.”


“알, 알겠습니다.”


대장이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정황상 족장에 대한 분노로 인한 떨림보단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분노인 것 같다.


족장도 그걸 알고 있는지 굳이 지적하지 않는다.


“미안하네만 계속 수고해주게.”


“네.”


“나가보게.”


대장이 나가자 나머지 기사들 모두가 따라나선다.


온 또한 따라나서는 걸 보니 파벌에 속하지 않아서 남은 게 아니었나 보다.


하긴, 사이가 안 좋았으면 대장의 칼이 털렸을 때 말을 걸지 않았겠지.


기사가 모두 나가자 알현실이 정적이 휩싸인다.


“이 개새끼들아! 빨리 가서 바늘도둑을 찾아내란 말이야!

너희들이 그러고도 기사야!? 이 쓸모없는 밥벌레 새끼들!

빨리 나가서 찾아! 찾기 전까지 들어오지 마!”


분노에 찬 기사 대장의 고함이 알현실까지 들렸다.


그러나 아무도 들은 척 하지 않고 입을 닫고 있다.


“그래, 노예기사.”


“네.”


“바늘도둑에 대해 자세히 말해보게.

대장에게 들으려고 했건만 그러지 못했어.”


“저보단 이놈이 더 잘 압니다.”


천이 짐승을 보며 말했다.


“자네 종이 그렇게나 잘 안다고?”


“그렇습니다. 말씀해드려라.”


“네? 네. 이, 일단···.”


천이 짐승의 어깨를 살짝 잡고 놓는다.


그 행동이 안심되었던 모양인지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바늘도둑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전부 훔쳐야 직성이 풀리는 놈입니다.”


“그렇군. 그 마음에 든다는 물건은 순전히 그놈 마음인가?”


“그게··· 작은 물건으로써 반짝이는 것과 값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만···.”


“집을 훔쳐갔지. 이것 참 지금 생각해도 터무니없기 짝이 없어.

집을 훔쳐가? 내 평생 이렇게 어이없는 일은 처음 겪는군!

왜 하필 내 마을에 그런 악독한 것이 나타난단 말인가!”


짐승은 아무 말 없이 족장의 화가 가라앉길 기다린다.


“그래, 전에 대장이 물건을 전부 훔치기 전에 잡아내지 못한다면 소도둑이 된다고 말했는데 그건 맞는 건가?”


“일반적으로 맞습니다만 변종인지라···.

최악을 가정하면 소도둑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짐승의 말에 족장이 이마를 짚고 눈을 감는다.


한동안 그렇게 있더니 눈을 뜨고 다시 입을 연다.


“그놈을 잡기만 하면 모든 게 원래대로···.

변종이니 이것도 아닐 수 있겠어.

이보게.”


“네, 족장님.”


족장의 부름에 측근들이 대답했다.


“부족민들과 방문한 인간들을 전부 한곳으로 모으게.”


“하, 하오나 천 명이 넘습니다.

그만한 인구를 수용할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마을 바깥으로 보내면 될 거 아닌가?”


“족장님의 말씀을 순순히 들을지···.”


“바늘도둑이 나타났고 소도둑이 되기 일보 직전이라고 말하게.

소도둑에게 목숨을 강탈당하고 싶지 않으면 움직이겠지.

대피할 곳을 정하고 그곳에 임시천막과 음식을 준비해 최소한의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하게.”


“아, 알겠습니다.”


족장의 극단적인 처방에 난색을 보였지만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뭐하나? 시작 안 하고?”


“지, 지금 말씀입니까?”


“그래. 지금 당장.”


우와.


저게 되나?


대피도 터무니없는데 그것도 지금 당장 하라고?


내 생각이 측근들과 딱히 다르지 않는 듯 표정이 좋지 못하다.


“알아들었으면 나가보게.”


족장의 말이 끝나자 대신들이 알현실을 나가버린다.


“자, 마을을 전부 비웠네.

우리밖에 없으니 소도둑이 되었다면 여길 찾아오겠지.”



///



“생각보다 극단적이군.”


극단적이라도 너무 극단적인데.


“겉으로만 봐선 온화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


“바늘도둑을 잡기 위해서라고 좋게 생각해야지.”


“그래. 방법은 옳지 않아도 문제만 해결하면 그건 옳게 된 방법인 거지.”


“뭐요?”


“어?”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아무것도 아니오.

그나저나, 너.

소도둑을 공략할 방법 같은 건 모르는 건가?”


“없어요. 죄송해요.”


“계속 여기에 있어야 하나?”


“무슨 소리요?”


“밖에 나가서 둘러보는 게 좋지 않을까?”


“지금 한창 대피하는 중이라 혼란스러울 수도 있소.

그리고 정황상 소도둑이 여기로 올 가능성이 크니 움직이지 않는 게 좋소.”


“아, 맞네.”


“하지만 밖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


천이 짐승을 쳐다본다.


“네, 제가 갔다 올게요.”


“항상 말하지만 조심해.”


짐승의 얼굴을 가리킨다.


“방황하는 분노가 너에게 향할 수 있다.”


“네, 명심할게요.”


짐승이 몇 가지 물건을 챙겨 문을 나섰다.


천은 짐승이 나가는 걸 보고 무언갈 생각하는 듯 눈을 감고 꼼짝하지 않는다.


장난칠까 했지만, 심상치 않아 보여 살그머니 문을 열고 나와 집안을 돌아다녔다.


여기도 대피 준비로 바쁜 듯 종들이 정신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어후, 그냥 들어갈까?


나까지 정신없네.


“선 씨!”


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불러 돌아보니 온 이였다.


“온 씨, 통제하러 안 가셨나 보네요.”


“저는 여길 통제하는 일을 맡아서요.”


“그렇군요. 많이 힘드시죠?”


“아닙니다. 늘 하던 일···은 아니구나. 하하.”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요. 대피는 잘되고 있나요?”


“네. 생각보다 부족원과 방문객이 협조를 잘해주어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달받았습니다.”


“다행이네요.”


“중요한 건 천명을 수용할 천막과 음식인데 그게 문제네요.

그나마 그것들은 훔쳐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렇군요.”


“아, 저기···.”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온은 애가 타는 듯 쭈뼛거린다.


“네, 말씀하세요.”


“혹시 이 일이 마무리되면 떠나실 건가요?”


“네. 저는 떠납니다.”


“아···. 혹시 정착하실 생각은···.”


단호하게 나갈 필요가 있겠어.


“없습니다.”


“그, 그러시군요.”


내가 말을 자르고 대답하니 더욱 어줍게 행동을 한다.


나랑 같이 있으면 당신은 죽어.


죽는단 말이야.


“할 말은 이게 전부인가요?”


“네, 네···. 저는 이만 대피를 도우러 가보겠습니다.”


“네.”


내가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하지 쫓겨나듯이 부리나케 자리를 피해버린다.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눈을 감고 심호흡하는데 천의 목소리가 들린다.


“받아주지 그랬소? 당신도 호감이 있어 보이는데.”


“내가 받아주면 저 사람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거같아?”


“감당못할게 뭐가 있소?

아가씨를 만나고 주비를 데려오면 끝 아니오?

그리 대단한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오만.”


아, 그래.


“혹시 아가씨와 나를 끝까지 쫓아올 생각은 아니겠지?”


“뭐래, 나도 내 일 다 끝나면 네가 같이 있어달라고 해도 떠날거야!”


“선, 언젠가 내가 말했지만 당신을 겨울개천에서 끄집어 데리고 온건 미안하게 생각하오.

또한, 당신이 언제라도 떠난다고 말하면 나는 아무 조건없이 보내주겠소.”


···내 목숨에 위협을 받을지언정 나는 나의 사명을 끝내기 전까지 어디에도 안가.


“갑자기 왜 이렇게 똥폼을 잡는거야?

나한테 뭐 잘못한거라도 있어?”


“말을 맙시다.”


천이 날 한심하게 쳐다보고 발걸음을 옮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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