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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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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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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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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6

DUMMY

-선-



“난 매운 음식 싫어하오.

다른 걸 주문하시오.”


천이 날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매운 거 못 먹어?

보기보다 아이 입맛인가 봐?”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는 거요.”


“왜? 먹으면 배 아파서 그래?”


“매운 음식은 질 낮은 식재료와 요리 솜씨를 가리기 위해 만든 거니까.”


“웃겨, 못 먹으니까 깎아내리는 거 봐.

그러면 매운 음식 먹는 사람은 질 낮은 식재료를 즐기고 입맛이 싸구려라는 거네?”


“다시 말하지만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는 거요.

그리고 뒤에 말은 부정하지 않겠소.”


“뭐야!? 그럼 내 입맛이 싸구려라는 거야!?”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천에게 소리를 지르니 주막에 있는 인간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모여든다.


“입맛뿐만 아니라 행동도 싸구려군.”


태연하게 메뉴판을 보며 말하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얄미워 보인다.


“나는 먹을 거야. 야! 너도 먹을 거지?”


“저, 저는 아무거나 괜찮아요. 헤헤.”


짐승에게 빼앗은 탈을 이용해 우리와 같이 주막에 들어와 있는 짐승이 대답했다.


“조심해라. 매운 거 많이 먹으면 저 여자처럼 된다.”


날 보며 피식 웃는다.


나는 반응하지 않고 주인을 부른다.


“여기! 아주 매우 육개장 2개하고요! 저 사람은 국밥 주세요!

아! 저 사람은 매운 거 아-주 못 먹으니까 양념장은 필요 없어요!”


주인이 천을 쳐다보지만 아무 말이 없자 고개를 끄덕이고 가는데.


“저, 저도 국밥이요···.”


내가 째려보자 짐승이 고개를 푹 숙이고 천은 피식하고 웃는다.


한마디 하려는 순간.


“어, 없다고!? 자세히 찾아봐! 빨리!”


누군가 다급히 큰소리쳤고 아까 나한테 시선이 모였던 것처럼 이번엔 모든 시선이 저쪽으로 향한다.


도깨비 2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옷과 짐을 뒤지고 있다.


“없는데, 어디 갔지···?”


보아하니 돈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도깨비의 소란에 주인이 밖으로 나와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심기가 불편한 것인지 줄무늬가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도깨비들은 그런 주인의 모습을 보고 더욱 안달이 나 돈주머니를 찾기 시작한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온 것인지 주방 안으로 들어가 육개장과 국밥을 들고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무전취식을 정말 싫어하는 것인지 가까이 왔을 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잠깐 들렸다.


밥이 나오자 천과 짐승은 먹기 바빴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저들에게 시선이 자꾸 갔다.


“안 먹소? 역시 당신도 매운걸 못 먹나 보군. 그러게 왜 객기를 부리시오?”


“으, 응? 먹어야지.”


천의 말에 한 숟갈 뜨자 주인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돈 없으시오?”


“저 그게, 분명히 돈을 가져왔거든요?

여기 제 품 안에 넣어뒀어요!”


“그런데?”


“그, 그런데 이게 발이 달렸는지 지금은 없네요···. 하하···.”


도깨비는 멋쩍은 것인지 자신의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심기가 불편해진 주인의 줄무늬가 아까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 그래서 제가 어떡하면 될까요?”


“돈. 내놔. 지금. 당장.”


“아, 아까 말했다시피···.”


“그럼 네가 입고 있는 옷이라도 벗어.”


“네? 그, 그럼 저는 뭘 입고···.”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당장 벗어. 아니면 내가 벗기지.”


“소, 속옷도요?”


“아니.”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도깨비들은 옷을 벗어 주인에게 건네준다.


“그럼 이제 꺼져.”


축객령이 떨어지자 후다닥 가게를 나가버린다.


주인은 그 모습을 보고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입을 연다.


“혹시라도 저놈들처럼 돈을 잃어버린 분이 있으면 옷을 벗어두고 가는 게 좋을 거요.”


“하하! 그래야겠군! 하하하!”


주인의 말에 가게에 있는 인간들이 크게 웃는다.


“재밌네. 하하.”


나도 주변을 따라 웃으며 겨우 소유권을 이전받은 돈주머니를 확인하기 위해 품속에 손을 넣었다.


“잘 있네, 하하. 하, 하, 하.”


어, 없네?


부, 분명히 내 품속에 뒀는데.


내가 다른데 놔뒀나?


“여기 있나? 하, 하···.”


어디 갔지?


“뭐하시오?”


어색한 웃음에 천이 날 보며 묻는다.


“아, 아냐. 돈은 잘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짐승의 지게를 풀어헤친다.


“지금 밥 먹다 말고 뭐 하는 거요?”


“도, 돈은 있으니까 넌 밥이나 먹어.”


“조금 전에도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돈 타령을 하는 걸 보니 잃어버린 모양이군.

난 옷 벗을 생각 없으니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


천이 매몰차게 말하며 내게 등을 돌린다.


이야기를 들었던 건지 주인이 또 팔짱을 끼고 우리를 쳐다본다.


“도, 돈 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보지 말아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짐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찾았소?”


“어, 어?”


“찾았냐고 물었소.”


“어, 어. 있어. 걱정하지 마.”


천이 미심쩍은 눈길로 날 한번 쳐다보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한다.


최대한 시간을 늦추고자 깨작깨작 먹으면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생각해보지만.


생각이 안 나!


알고 있으면 애초에 그때 찾았겠지!


미치겠네, 정말!


밥을 다 먹은 천과 짐승이 날 쳐다본다.


“매우시오?”


“응?”


“역시 매운가 보군. 그러지 않고서야 당신이 늦게 먹을 리가 없지.”


“어, 어! 매, 맵네! 아이고 맵다! 쓰읍-.”


“그러게 내 말을 듣지 왜 고집을 부리시오?”


“그, 그래 네 말을 들을 걸 잘못했네. 나 천천히 먹어도 되지?”


“맵다면 할 수 없지. 천천히 드시오.”


“도, 돈이 없어!”


천천히 밥을 먹고 있으니 누군가가 다급한 어투로 말했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연신 돈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하아···. 오늘 마가 꼈나?

돈 없이 처먹으러 오는 것들이 왜 이렇게 많지?”


주인이 돈이 없는 사람에게 가며 위협적인 말을 했다.


“부, 분명히 있었어! 아까 도깨비들이 돈이 없다고 말하는걸 보고 분명히 확인했다고!”


“근데 지금 값을 치르려고 하니 없어졌다?”


“마, 맞아!”


“손님.”


“으, 응?”


“맞을래요?”

돈이 없어진 사람은 정말 억울한 것인지 울상이 되어 연신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자신의 돈이 없어졌다는 소리가 빗발친다.


“나, 나도 없어졌어!”


“어머! 저도 없어졌어요!”


“이것들이!”


머리끝까지 화가 난 주인이 고함치자 일순간에 조용해진다.


주인의 분노를 대변하듯 줄무늬가 요동치고 있다.


“돈이 없으면 전부 옷 벗고 나가!”


주인의 말에 허둥지둥하며 자신의 옷을 벗어두고 나가버린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옷을 수거하고 안으로 돌아가 가버린다.


“여기는 좀 이상하군.”


“그, 그러게요.”


“이 마을의 문화인가?”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음.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그나저나 선. 아무리 음식이 매워도 그렇지 너무 천천히 먹는 거 아니오?”


“어, 어?”


“너무 늦게 먹는 거 아니냐고 했소.”


“매, 매운 데다 뜨거워서 그래. 뜨거워서.”


천이 목을 빼서 내 육개장을 쳐다본다.


“다 식은 거 아니오?”


“아, 아니야. 보채지 말고 좀 기다려봐.

너 때문에 체하겠다.”


“그럼 당신은 여기서 먹고 있으시오 나는 이놈과 같이 가서 필요한 물품을 사 올 테니.”


“아, 알았어.”


“마을 입구 밖에 있는 큰 나무 앞에서 봅시다.”


“응, 어서 가봐.”


내 허락이 있자 천과 짐승이 가게를 나선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은 따라가려 했지만 내가 남은 걸 보자 다시 되돌아온다.


그리곤 날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한다.


체하겠네!


정말···.


그런데.


돈은 내가 전부 들고 있는데 어떻게 물건을 산다는 거지?


이상하네.


흐음···.


설마!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주인이 순식간에 내 어깨를 잡는다.


“손님, 어디 가시려고요?”


“네, 네? 그, 그러니까?”


“손님도 돈이 없나요?”


“그러니까요···.”


“당신, 돈 통에 있는 돈 전부 어쨌어?”


내가 우물쭈물하는 순간.


주방에서 아내로 보이는 범이 나타나 묻는다


“돈? 거기 있잖아.”


“무슨 소리야? 텅텅 비었던데.”


“당신이야말로 무슨 소리야?

여기서 꼼짝하지 말고 있으시오.”


나에게 경고하고 황급히 주방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천, 이 나쁜 놈!


내가 돈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고 내뺀 거야!


이 나쁜 자식!


천을 저주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주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표정을 보니 아까와 달리 넋이 나간듯한 모습이다.


“당신이 훔쳤어?”


“뭐, 뭐를요?”


“돈 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저는 여기에 계속 있었어요.”


“그럼 당신이랑 같이 있던 사람들이 훔친 건가?”


“왜요? 돈이 없어졌어요?”


“통에 있던 돈이 전부 사라졌어.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주인이 망연자실하며 의자에 털썩 앉는다.


“저, 저기 저도 돈을 잃어버려서 그런데요.

제가 옷은 못 드리고 이 혹을 맡길 테니 조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돈 반드시 가져올게요.”


주인이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시겠지만 이거 귀한 거니까 절대 파시면 안 돼요.”


탁자에 혹을 조심스럽게 두고 주막을 빠져나온다.


이것들이!


당장 천을 찾아야겠어.


약속된 장소로 걸어가는데 몇몇 인간이 자신의 돈이 없어졌다며 소란을 피운다.


나는 무슨 경우인가 싶어 그들을 흘끗 쳐다보니 한결같이 방금까지 있었는데 사라졌다고 한다.


이상함을 안고 서둘러 약속된 장소로 돌아가 기다리니 저 멀리서 오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야! 너 내가 돈 없는 거 알고 있었지!?” 라고 말한다.


“무슨 소리요?”


“어, 어?”


“당신, 돈 잃어버렸소?”


모, 몰랐나?


“아,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잃어버렸나 보군. 그래서 어색하게 행동했던 거야.

당신은 어쩌자고 돈을 받자마자 잃어버린 거요?

생각이란 게 있는 거요?”


“그러니까···. 그럼 너는 어떻게 물건을 산 거야!?”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다.


“나도 돈을 가지고 있었소.”


“나한테 다 준거 아니었어?”


“이렇게 덜렁대는데 내가 어떻게 전부 주겠소?”


“그, 그건···. 근데 정말 실망이다! 나를 못 믿었던 거야!?”


“급하게 화제를 돌리려는 티가 많이 나니 그러지 마시오.

정말 추해 보이는군.”


“마, 많이 났어?”


“이 짐승도 알아챘을 거요.”


내가 쳐다보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네 돈 좀 빌려줘. 나 거기에 혹 맡겨두고 왔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속옷 차림이 아니군.”


“그러니까 좀 빌려달라니까.

가서 찾아오게.”


“알았소.”


“그나저나 오면서 뭐 본 거 없어?”


“그러고 보니 가게 주인이 돈이 없어졌다며 난리를 피우더군.”


거기도?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내 알 바 아니니 값을 치르고 이리로 왔지.”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하네요. 여기러 오면서 자신의 돈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인간이 종종 있었어요.”


“칠칠하지 못한 것들이나 잃어버리지.

그래, 우리가 먹은 밥값만 주면 되겠소?”


“응.”


내 대답을 듣고 천이 품에 손을 집어넣는데 표정이 굳는다.


품속을 이리저리 휘젓더니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짐승을 쳐다본다.


“네가 내 돈을 가지고 있나?”


“저, 저는 안 가지고 있는데요. 주인님이 가지고 계셨잖아요.”


천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없어.”


“뭐라고?”


“분명히 품속에 단단히 묶어두었는데 없어졌어.”


“그, 그게 말이 돼!?”


“일단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 봅시다.”


천의 제안을 따라 마을로 돌아가니 아까와달리 많은 인간이 자신의 돈이 없어졌다며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보통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천을 쳐다보니 천 또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괴물이군.”


“맞아.”


나는 천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이 마을에서 나가서 숨어있어라.”


“네, 네?”


“우리 짐을 들고 나가있어.”


“저, 저도 도울래요!”


천이 아무말없이 짐승을 쳐다본다.


그러자 짐승이 눈을 피하며 “알았어요.”라고 대답한다.


“둘 보단 셋이 낫잖아? 그리고 탈 남은시간도 넉넉하니까 괜찮지 않겠어?”


“음. 좋아. 허락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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