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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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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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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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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DUMMY

-자귀추적자-



성큼성큼 걸어가 우리로 다가간다.


벌레가 날아다니고 바닥엔 똥오줌이 가득하다.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리며 안에 있는 것들을 면면히 살펴본다.


“가능성없제?”


“네.”


“그럼 우짜노?”


“구덩이에 넣고 묻어버리세요.”


“어, 어?”


“어, 언니···.”


나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산어르신과 불개를 쳐다본다.


“왜요?”


아닌척하지 마.


너희들도 나랑 같은 생각이잖아.


“그래도 괜찮아요? 아직 살아있는데요.”


“죽여서 묻던가.

그리고 이 마을엔 다시 사람이 살아가야 하니까 멀리 떨어진 곳에 하는 게 좋겠네.”


“네, 네. 알았어요.”


산어르신과 불개에게 말하고 눈앞에 보이는 빈집이 들어가 의자에 앉는다.


기척이 느껴지지만, 짐승은 아니라 무시하고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누군가가 내게로 살금살금 다가온다.


산어르신이나 불개인가 싶어 집중해보니 그 둘은 아니다.


내게로 손을 뻗다 벌떡 일어나 움켜쥐었다.


“히에엑!”


여자아이가 내게 손을 붙잡힌 것도 잊은 채 도망가려 한다.


힘을 주어 여자아이를 내 쪽으로 당긴다.


“이, 이거 놔요!”


“무슨 짓을 하려고 했지?”


“이거 놓으라고요! 이 괴물!”


손을 놔버리자 아이가 바닥에 쿵 하고 넘어진다.


까진 무릎을 만지며 날 째려본다.


제법 아팠는지 눈물이 맺혀있다.


“놔줬어. 됐지?”


아이가 입을 움찔하더니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조금 열리더니 틈 사이로 날 쳐다본다.


나는 짐짓 모른척하며 반응하지 않았다.


꼬르륵-


“네가 냈니?”


“아, 아니거든요!”


아이가 소리를 빽 지르고 문을 쾅 하고 닫아버린다.


잠시 후


또다시 문을 살짝 열며 날 쳐다본다.


“너 안 잡아먹으니까 하고 싶은 거 해.

나는 좀 있다가 갈 거니까.”


“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귀엽네.


“그래. 가만히 있을 테니까 네 마음대로 해.”


“지, 짐승은 없죠?”


“그래. 죽였어. 내가 전부.”


“진짜죠?”


“너도 비명 들었을 거 아냐?”


아이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부엌을 뒤지기 시작한다.


먹을만한걸 찾지 못했는지 이내 다른 곳도 뒤진다.


“밥 못 먹었어?”


“괴물이랑은 말 안 해요.”


“아까까진 나하고 잘도 얘기했잖아?”


“혼잣말이에요.”


“지금은?”


아이가 내 말에 생각하는척하더니 귀를 막고는 “못 들었다, 못 들었다.”라고 반복한다.


“듣고 있잖아?”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주머니에서 엿을 하나 꺼내 아이에게 보여준다.


아이는 유치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는 눈이 초롱초롱해져 날 쳐다본다.


“먹고 싶어?”


“아, 아, 안 먹고 싶어요.

괴물이 주는 건 안 먹을 거예요.”


“그래? 그럼 내가 먹어야겠다.”


엿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자 아이가 입을 아-하고 연 채 목을 쭉 빼고 애처롭게 쳐다본다.


“언니보고 괴물이라고 말한 거 취소하면 하나 줄게.”


“취, 취소!”


“응? 이번엔 내가 안 들리는데?”


“괴물이라고 말한 거 취소요!”


“이상하네? 왜 이렇게 안 들리지?”


“취소!”


아이가 소리를 빽 하고 질렀다.


“좋아. 여기.”


엿을 하나 건네주었고 아이는 낚아채고 구석으로 가 엿을 우물거린다.


“헤헤, 괴물이 엿도 가지고 있네? 헤헤헤.”


“뭐라고?”


“괴물이라고요, 괴물. 헤헤헤.”


엿을 쪽쪽 빨면서 말하는 모습을 모니 퍽 얄미워 보인다.


“나 사람인데?”


“응- 괴물. 안 들린다, 안 들린다.”


하나 남은 엿을 다시 꺼내 보여준다.


“죄, 죄송해요. 언니는 사람 맞아요!”


“한 번만 더 괴물이라고 말하면 언니한테 혼난다?”


“알았어요. 빨리 줘요!”


맡겨놨나?


엿을 건네주니 이번엔 괴물이라고 말하지 않고 먹기만 한다.


품을 뒤져 먹을 게 더 있나 살펴보니 산어르신때문에 먹지 못했던 곶감 주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곶감을 꺼내 아이에게 보여준다.


“언니가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해주면 하나씩 줄게.”


“음··· 알았어요. 근데 대답하기 싫은 건 안 할래요.”


“그러면 곶감도 없는 거지 뭐.”


“으, 으- 뭔데요? 빨리 물어봐요.”


“좋아. 여기 있는 의자에 앉아서 얘기해보자. 어서 앉아.”


맞은 편에 있는 의자를 탁탁 두드리고 아이를 쳐다보니 재빨리 걸어와 얌전히 의자에 앉는다.


곶감을 하나 건네준다.


“물어볼게. 다 먹고 대답해도 돼.”


“네.”


“네 엄마, 아빠는 어디 있니?”


아이가 먹던 건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먹었으니까 답을 해야지?”


“우, 우리에 있어요.”


“우리? 광장에 있는 우리 말하는 거야?”


“봐, 봤어요!? 그럼 우리 엄마 봤어요?”


“아쉽지만 못 봤어.”


“그렇군요···.”


곶감을 하나 더 꺼내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여기는 원래부터 짐승이 살던 곳이었어?”


“아뇨. 원래는 사람만 살고 있었어요.”


“언제 짐승이 온 거야?”


아이가 손을 내민다.


당돌하네.


곶감을 건네주자 아이가 입을 연다.


“한 달쯤 됐어요.”


“너는 어떻게 우리에 있지 않았던 거니?”


2개 남은 곶감을 하나 건네주며 물었다.


“이 집을 빼앗은 짐승이 절 애완동물로 기르고 싶다고 해서요.”


이 집에 살았던 짐승의 사체라도 찾아서 갈가리 찢어버려야겠어.


“그게 누군지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니?”


“에이, 짐승은 다 똑같이 생겼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다 죽였다면서요?”


“죽인 걸 다시 죽인다는 얘기였지.”


“뭐래.”


“자, 마지막.”


곶감을 아이에게 건네준다.


“너, 내가 누군지 모르니?”


“몰라요. 누군데요?”


“사도야.”


아이가 잠깐 멈칫하고는 다시 웃으며 입을 연다.


“언니, 사도드리니예요?”


“아니.”


“그럼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진짜 사도가 들으면 큰일 나요.”


“하하, 그래.”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산어르신과 불개가 들어온다.


“뭐하노?”


“이 아이하고 얘기 좀 나눴어요.”


아이를 가리키려 했지만, 어느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산어르신에게 고개를 돌려 입을 연다.


“다 처리했어요?”


“어. 깔끔하게 했지.”


“본 사람은요?”


“글쎄? 못 봤을걸?”


“못 봤을 걸이라뇨? 불개, 못 본 거 맞아?”


“그, 글쎄요. 처리할 사람도 많았고 숨어있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래서? 목격자는 처리했어?”


“아, 아뇨.”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지 그랬어?”


“미안해요.”


“일단 남아있는 사람을 모아봐요.

여길 재건해야 하니까.”



///



“···따라서. 저희가 이 마을이 정상화될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났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옆에 있는 산어르신과 불개도 이러한 반응을 예상못했는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말을 마친 우리는 단상 밑으로 내려가 사람들을 지나친다.


“엄마, 우리 엄마는 어디 갔어요?”


내가 곶감을 주었던 아이가 별안간 내 옷자락을 잡으며 물었다.


“응? 엄마라니?”


“아까 얘기한 거 다 들었어요.

저 우리에 있는 사람들을 어디론가 데려갔다면서요?”


“무슨 소리니 그게?”


나는 당황하여 사람들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우리 엄마 내놔요! 우리 엄마 어디로 데려갔어요!? 으아앙!”


아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나는 네 엄마 한 번도 못 봤어.”


“나도 당신네가 저 우리에 있던 사람들을 어디론가 끌고 가는 걸 봤어!

그 사람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맞아, 맞아! 나도 봤다고!”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큰소리로 외친다.


“잠깐, 잠깐. 이보게들. 잠시 내 말 좀 듣게나.”


사람들 중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내 앞으로 와 사람들을 진정시킨다.


“할머니! 할머니는 못 봤어요!? 저 인간들이 우리에 갇혀있던 사람들을 어디론가 데려갔다니깐요!?”


“나도 봤네. 그러니까 진정들 해보게.”


할머니가 성난 군중을 가까스로 잠재우고 날 쳐다본다.


“우리에는 저 아이의 어머니를 비롯해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 있었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다.


“내, 한번 묻겠네. 그 사람들 어찌했는가?”


“죄송합니다.”


“그래··· 알았네.”


내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죽였어!? 너희들이 그 사람들을 죽였지!?”


할머니가 사라지자 성난 군중이 앞다퉈 나에게 욕을 하기 시작한다.


산어르신과 불개를 보니 날 쳐다보고 입 모양으로 허락하라고 말한다.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러자 그 둘은 어디론가 가버린다.


군중은 그 둘은 모른 체하고 날 향해서 더욱 비난의 수위를 높여간다.


“그만! 그만 해요!”


내가 소리를 지르자 일순간이 정적에 휩싸인다.


“당신들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가, 내가! 짐승한테서 구해줬잖아요!

그런데 왜 나를 비난하는 거죠!?

내가 아니었으면 다음엔 당신들이 저 우리에 들어갔을 거라고!”


나는 우리가 있는 쪽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그 사람들이 어떤 상태인지 봤어요!?

누구 본 사람 있냐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내가 그것들을 살려뒀어도 죽었을 거야!

짐승한테 낯가죽이 벗겨지고 벌레와 똥오줌이 가득 찬 곳에서 생활하면 정신이 온전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그것들을 돌려보내면 그 고통은 온전히 당신들 몫이었다고!”


좌중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고마워하지 못할망정 나에게 비난을 퍼부어?

내가 당신들을 살려주고 고통까지 덜어줬어!

더 나아가 마을 재건에 힘을 쏟아주겠다는데, 왜. 왜!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욕을 하는 거냐고!

됐어, 나는 이제 갈 테니까 짐승들이 다시 와서 이 마을을 다시 쑥대밭으로 만들든 아니든 너네 마음대로 해.”


군중에게 한바탕 쏟아내고 산어르신과 불개가 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산어르신과 불개가 가까운 집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날 맞아준다.


“언니, 괜찮아요?”


“뭐가?”


“아니··· 저 사람들이 언니한테 막, 심한 말 하고 그랬잖아요.”


“안 괜찮아질 게 뭐가 있어? 내가 너하고 산어르신님에게 허락했는데.”


“네? 그럼 아까 한 말은···.”


“불개, 아니. 가삼오구팔.”


“네, 네?”


“너나 나나 산어르신님이나 다 사도야.

다 비슷한 생각하고 있다고.

너도 내가 저 사람들이게 한 말이 진심이 아니란 거 알잖아?”


불개가 말없이 산어르신을 한번쳐다보고 날 쳐다본다.


“헤헤. 언니는 아직 완전히 사도가 안된 줄 알았어요.”


“그래. 이제 알았으면 됐다.”


“그라모, 점마들 그냥 정리하는 게 안 낫나?

괜히 소문이라도 퍼지모 곤란한데.”


“놔둬요. 마을에 15명 밖에 없는데 누가 오겠어요?

그리고 조만간 탈을 수급하러 짐승이 찾아오면 죽게 될 거예요.”


“허허, 맞네.

내가 굳이 피를 묻힐 필요는 없지.”


“좋아요. 그럼 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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