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반첩을 받다.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입구로 가는 도중에 있는 부하 병사들을 모두 밀치고 차면서 달렸다. 가장 먼저 유키야마 오오토라에게 밀쳐진 사람이 도끼로 이마까였다. 꼭 필요한 부하였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하지는 않았다. 부하들? 역시 마찬가지. 물론 위험하다고 소리치고는 같이 달려나갈 수도 있겠지만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직감했다. 1초의 차이로 생사가 갈린다는 것을. 같이 바져나갔다가는 입구로 모두 몰릴 테니 길이 막힐 것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배주길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눈치 챘어야 했다. 함정을 판 것임을. 아니 그대 못 느꼈어도 족다 뒤에 뜬금없이 뭔가 서 놨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뭔가 있음을.
“망할 만나면 죽일 거다!”
다행이랄까...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달리기는 빨랐다. 원체 타고난 신체가 좋기도 했다.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카지노의 입구를 발견하고 다리에 더욱 힘을 줬다.
“살았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카지노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헉! 헉! 지, 지독한 놈...”
겨우 빠져나왔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며... 그 생각을 한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소름이 끼쳤다.
“죽여 버릴 거다!”
이를 부득 간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모여라! 당장 여기 있는...”
크게 외치던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했다.
“뭐지?”
순간 기분이 싸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든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흥분으로 인해 안 보였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자신의 병사들...
“이, 이게 뭐야!”
급한대로 가장 가까운 곳에 쓰러져 있는 병사에게 달려가 흔들었지만 병사는 흔들면 흔드는대로 그대로 같이 흔들렸다. 그제야 다시 한 번 정신이 들어 보니 병사의 몸이 싸늘했다. 코에 손을 대니 숨도 쉬지 않았다. 다른 병사에게 가서 살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대, 대체 어떻게...”
유키야마 오오토라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칠 때였다.
“별 것 아냐. 저 놈들 몇 번 잘 대접하니 이젠 뭘 줘도 의심없이 잘 먹잖아. 그래서 복어 내장 좀 같이 섞어줬지. 복어도 고기라고 환장하면서 먹더라고.”
“뭐! 누구냐?”
소리 나는 곳을 본 유키야마 오오토라의 눈이 커졌다.
“너.... 넌!”
“아하! 오랜만이로군. 친구. 아! 이젠 친구도 뭣도 아니지. 그냥 웬수덩어리지. 내가 지은 시 잘 읽었냐? 맞다! 너 한자 못 읽지? 이런! 내가 그걸 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배주길이었다. 도망쳤다고 들은 배주길이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왼손으로는 창을 들고 서 있었다.
“너... 역시 살아 있었구나.”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이를 갈았다.
“당연하지. 너도 살아있는데 내가 못 살리 없잖아? 그나저나 난 분명 막쇠 아재에게 내가 도망갔다고 말하라고 했는데 너 설마 도망과 사망을 구분 못 하는 거 아냐?”
배주길은 키득 웃으며 말했다.
“큭! 무, 무슨... 너! 너! 이걸 꾸민 게 다 네놈 짓이냐?”
“그렇지.”
“너 이 새끼! 어디서 이딴 잔꾀를....”
“그런 잔꾀 넌 못 내잖아. 일단 내가 너보다는 머리가 좋다는 것 아니냐.”
다시 한 번 이를 가는 유키야마 오오토라.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에 적인 글도 그렇고...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아는 듯한...
‘어떻게...?’
몰라야 정상이었다. 배주길은 조선에, 자신은 왜국에. 거기에 이름까지 바꿨다. 그런데.... 설마 유키야마 오오토라라는 이름 때문에? 하지만 유키야마 오오토라의 멀리로도 그건 아니었다. 이름 하나가지고 자신이 대한민국 살던 권중현이라고 생각하다니... 알 수 없는 일이었고, 궁금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럴 때는 한 가지 방법 외에는 없었다.
“너! 어떻게 날 알고 있던 거지? 넌 분명 내가 대일본제국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아... 그거? 나루토라고 했던가? 네놈 부하 덕에 알았지.”
“뭐? 설마...”
나루토가 안 돌아온 것이 조선에서 무슨 일인가 당해서라고 생각은 했지만 배주길에게 잡혔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애초 배주길이 있다는 것도 몰랐으니...
“아니야! 나루토는 닌자다! 닌자는 그 어떤 고문에서도 절대 입을 안 열어!”
“아주 잘 열던데? 고문할 시간도 안 주고 말야. 아! 그리고 굳이 뭘 안 물어봐도 나루토가 쓰던 기술이 이 시대 왜국에서는 없는 거라서 말이지.”
“이익! 그런...”
“그리고 대일본제국이라고 하지 마라! 꼭 친일매국노같잖아.”
“너... 이 놈...”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이에서 부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왜? 화가 났어? 그러지 마라 이 상해. 이 상하면 고기도 못 뜯어. 음... 그래도 예전 친구였으니 화를 풀게 해줘야지. 이건 어때? 우리 둘이 서로 한판 붙는 거야.”
“한판 붙어?”
“그래. 언제고 네 녀석과 한판 붙고 싶었었지. 지금이 딱 좋을 때잖아?”
“무슨 속셈이냐?”
배주길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유키야마 오오토라였다.
“말 그대로야. 우승의 상품은 네 목숨.”
“뭐?”
“네가 날 이기면 넌 사는 거야. 여기서 나가게 해 줄게. 반대로 내가 널 이기면 넌 죽는 거지. 어때? 좋지 않아?”
“헛소리! 네가 이겨도 여기 사람들이 날 죽일 거다!”
“그건 걱정하지 마! 여기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이다! 왜놈들이 아니라고! 약속대로 이기면 널 곱게 보내 줄 거다!”
그리고는 크게 외쳤다.
“여러 분들! 들으셨죠? 모두 좀 멀리 가 주시겠습니까? 그래야 저 머저리가 안심할 것 같네요!”
그 말에 사람들이 모두 멀찍히 물러났다.
“됐냐?”
“흥! 배짱하나는 좋구나. 딱 봐도 여기 와서 싸움은커녕 도박이나 한 것 같은데 전장을 헤쳐 나온 날 이길 수 있다고 여기는 거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고.”
배주길의 눈이 번뜩였다.
“나야 말로 널 죽일 거야.”
“헛소리!”
“그때 널 죽였어야 했어. 너 대신 죄를 뒤집어 쓸 것이 아니라 아예 널 죽였어야 했어.”
“흥! 네 주제에 감히 그럴 수 있었을까?”
“그건 알 수 없지. 그나저나 기왕 우리 둘만 있는 상황이니 좀 묻자. 넌 어떻게 산 거냐?”
“어떻게 살다니? 보면 몰라? 옛날 일본에 떨어져 선봉장이 된 것 보면?”
“그게 아니라 그때 누구였지? 그 국회의원. 어떻게 연줄이 닿은 거냐?”
“별 것 아냐. 너 교도소에 가고 난 딱히 할 일이 없었는데 내 선배 중 하나가 그 분 밑에 있었던 거야. 내가 놀고 있는 것 알고 소개시켜 준 거지.”
“안 봐도 알겠군. 더러운 일 처리해 주던 놈들이었군.”
배주길은 탁 침을 뱉었다.
“그나저나 왜국에서 별 다른 짓은 안 했겠지?”
“별 다른 짓?”
“거 왜. 21세기에 살았으니 지금 시대에 없는 지식은 많을 거고. 그럼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거나 그런 것 말이지. 일단 주짓수나 종합격투기를 가르친 것은 알겠는데... 그것 말고 다른 것 말이야.”
“흥! 그딴 것!”
“없군. 하긴 네 머리로... 뭘 했겠냐.”
그러자 유키야마 오오토라가 눈을 부라렸다.
“넌 입으로 싸울 거냐?”
“이런! 아니지. 이제부터 널 죽여버려야지.”
“훗! 가능한 이야기를 해라!”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긴 칼을 빼들고 공중에서 몇 분 휘두르고는 한껏 자세를 취했다.
“내 칼은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명검! 그리고 내가 배운 건...”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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