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발발 임진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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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래도 설마... 하며 지내고 있을 때였다. 그 동안 카지노 & 롬살롱 탐락방 사람들은 차근차근 전란의 준비를 했다. 일단 장덕팔은 몇몇 나이든 사람들 그리고 몸이 약한 사람들과 명나라로 갔다. 명분은 카지노 & 롬살롱 탐락방 명나라점을 위해서. 물론 그들을 보호할 사람들도 같이 가기는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었어도 안 간 사람들도 몇몇 있었고... 그들 말로는 어차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뭣 하러 가냐는 것이었다. 명나라 가는 도중에 죽겠다며. 배주길도 그런 사람은 말리지 않았다.
“내 앞가림도 정신없고, 할 일도 많은데 그 노친네들 신경 쓸 여유는 없지.”
이것이 배주길이 생각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재산을 해외 은닉한 후 다시 그 동안 모은 여러 물건들을 따로 숨겼다. 탐락방 건물 안에 숨기면 왜적이 와서 뒤질 것이고 결국 발견될 것인지라 완전히 찾을 수 없는 다른 곳에 숨긴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사업은 계속 했다.
“원래 진정한 사업가는 전쟁통 중에도 사업을 하는 법이지. 진정한 사랑이 전쟁통에서 생기듯 말이지.”
지금 배주길이 하는 사업은 야설쓰기였다. 그리고 춘화도 만들었다. 전란 중, 그리고 전란 후 피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 줄 좋은 상품인 것이었다. 또한...
“. 이거 한자로 좀 다시 써 주쇼.”
“허허, 알겠네. 험! 거 참.. 이거야 마로 아랫도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는 일일세 그려.”
김주평과 그 일당들에게 야설을 한자로 바꿔 쓰게 했다. 이건 명나라 군사들이 오며 팔 것들. 그냥 뇌물로 줘도 되고...
“어디보자... 뭐 빼놓은 것 없나? 음... 음... 아! 귀중품만 아니라 식량도 숨겨둬야지. 말릴 수 있는 건 말리고. 그래야 오래 보관하니까. 소금에 절일 것은 절이고. 그런데 시간이 되려나?”
그렇게 정신없이 준비라고 있던 어느 날...
“아이고! 형님! 난리났소!”
말동이 신도 벗지 않고 뛰어들면서 말했다. 무슨 난리인지는 말 안 했지만 굳이 말 안 해도 알 일.
“올 것이 왔구나.”
배주길은 굳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 * *
조선을 침략한 왜군 중에 조선 사람을 울분에 차게 하지 않는 군대가 없었지만 그 중에거 특히 더 치를 떨게 하는 군이 있었으니 그건 고니시 유키나가 산하의 유키야마 오오토라가 이끄는 부대였다. 애초 좋은 마음으로 침략한 것도 아니니 약탈과 납치, 강간, 살인, 방화 등등...온갖 반인륜적인 범죄들이 판을 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유키야마 오오토라의 부대는 그런 것이 없었다.가는 곳마다 학살과 약탈은 기본이고 방화도 일삼았다. 그 자신도 학살을 하며 밀고 올라오는 고니시 유키나가까지 사람들을 그리 죽이지 말라고 할 정도. 조선을 침략하고 정말 얼마 안 되 벌어진 일이니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안 봐도 알 일이었다.
결국 한양은 왜군의 손에 넘어갔다. 유키야마 오오토라는 고니시 유키나가가 도착하기 전 조선의 왕이 자던 침실에 들어가 자기까지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조선왕들의 능을 파헤쳐 그 목을 자라 장대에 끼워 세우는 등의 만행도 저질렀다. 그 소식은 평양으로 몽진을 하던 선조의 귀에도 들어간 바...
“설산대호 그 자를 잡아 오는 자는 신분에 관계없이 천금의 재물과, 당상관의 관직을 내리겠다!”
하는 선조의 명이 내려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 * *
“뭐야? 나랏님이?”
배주길이 놀라 외쳤다.
“어허! 나랏님께서!”
김주평이 배주길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감히 나랏님을 입에 올리는데 감히...
“그래요. 나랏님께서. 하아... 결국은...”
“결국은? 허허. 주길이 이 사람. 마치 전하께서 평양으로 몽진하실 것처럼 말하는 구먼.”
“모르는 것이 이상한 일 아닙니까? 남쪽에서 강한 외적이 쳐들어온다면 북쪽으로 튀어야 하고... 결국 만만한 곳이 여기가 아니겠냐 이겁니다.”
“허허... 그래도!”
“아무튼... 그나마 다행입니다.”
“뭐가 말인가?”
“덕팔 형님을 빨리 명으로 보낸 것 말이지요. 괜히 미적거렸으면...”
“쯥. 덕팔이 그 사람이 간지가 언젠데... 미적거렸어도 상관없을 것 거네.”
“어쨌든 말입니다. 그나저나...”
배주길은 김주평을 보며 씩 웃었다.
“뭐, 뭔가?”
주주춤 뒤로 물러서는 김주평.
“나랏님이 오셨는데 대접은 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접?”
김주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게... 가능할까?”
급히 몽진을 왔으니 아무리 나랏님이라도 먹는 것, 입는 것 모자란 것이 많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평양이 아닌가? 이제 평양에 왔으니 모자랄 그 무엇이 무엇이겠는가?
“지금 당장은 아니지요. 다시 몽진을 하신 후에 해야지요.”
“하하핫!”
배주길의 말에 김주평이 크게 웃었다.
“아니 이 사람 주길이 아니 배사장. 무슨 말을 그리 웃기게 하나?”
“내가 뭘 웃겼습니까?”
“이제 전하께서 여기에 오셨으니 군을 정비하고 반격을 할 걸세. 그러면 좁은 섬나라 왜구들이야 추풍낙엽이 되어 일패도지 할 걸세.”
“어이구. 지금 추풍낙엽 일패도지는 우리 조선나라 군사들이 당하고 있습니다요.”
“어허! 천하에 명이 가장 강하며 그 다음이 우리 조선일세!”
“천하에 명이 제일 강하긴 개뿔... 그거 우물 안 개구리 생각이요.”
“쯧... 이보게. 주길이. 배사장. 배사장이 몰라서 그러는데...”
“모르긴 뭘 모릅니까? 천하에 명 다음에 강한 나라라서 나랏님이 왜구에 쫓겨 이리 여기까지 몽진을 오신 거고요?”
“아, 아니 그건 기습을 받아서...”
“기습은 개뿔... 이미 전부터 왜놈들이 쳐들어오겠다고 공공연하게 말 한 것 다 아는데.”
“그건 무슨 소린가?”
“됐고요. 어차피 나랏님 여기 오래 못 있어요. 그리고 우리도 마찬가지고요.”
“허...”
김주평은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배주길이란 인물은 기발한 생각도 잘하지만 그만큼 엉뚱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도 많이 하니... 정말 배주길의 말대로 나랏님이 다시 도망갈 지경이면 배주길과 그 일당들이라고 버틸 수는 없으니 도망가야 할 터였다. 사실... 배주길 앞에서는 허세 좋게 말하는 김주평이었지만 간덩이는 이미 콩알이 되어 있었다. 하루에도 12번은 장덕팔을 따라 명으로 안 간 것을 후화할 정도...
“아무튼 다시 도망갈 준비를 하십시다요.”
“험. 거 참... 배사장 간덩이 적은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뭔 간덩이가 좁쌀만한 겐가. 알았네. 알았어. 나도 떠날 채비를 하지.”
어쩔 수 없다는 듯 배주길의 말에 따르는 김주평. 하지만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랏님 대접한다고 하지 않았나? 뭘 할 건가?”
“사람고기요.”
배주길이 씩 웃으며 대답했고 김주평은...
‘서, 설마... 내 고기는 아니겠지?’
침만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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