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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최근연재일 :
2020.10.09 16: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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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4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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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9,471

작성
20.05.30 13:49
조회
1,342
추천
31
글자
8쪽

5. 돌리고, 돌리고.

DUMMY

“요새 슬슬 불만이 나오고 있네.”


장덕팔의 말이었다.


“불만이라니요?”

“그야 뭐... 여기서 집안 살림 거덜 낸 못난 것들이 할 불만이 뭐겠나?”

“어허! 형님. 못난이들이라니요! 우리 곳간 가득 채워주시는 고마운 호갱님들께.”

“호갱... 허허. 동생은 재미있는 말도 참으로 잘 만들어내네그려. 아무튼 못난이건 호갱이건 제 식솔은 밥 굶게 하고 여기에 쌀이며 뭐며 다 쏟아 부었으니 불만이 안 나오겠나?”

“제 놈들이 쏟아 붓고는 뭔 불만이랍니까? 솔직히 고마운줄을 알아야지요. 우리가 못된 종자들 같았으면 그 인간들 아내랑 딸을 잡았을 겁니다.”


배주길의 말에 장덕팔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맞는 말이었다. 아내와 딸을 판돈으로 걸겠다는 자들이 카지도 입구에서부터 줄을 세워도 12바퀴하고 반 바퀴는 더 둘렀을 것이었으니... 하지만 애초 그런 작자들이니 제 낯짝 두꺼운 줄 모르고 불만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어쨌든...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네. 개평이라도 줘야 할 것 같으이.”

“개평이라...”


잠시 고민하던 배주길은 장덕팔을 보며 씩 웃었다.


가라퐁이라는 것이 있다. 가라폰, 가챠폰 등... 조금씩 달리 불리기도 하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경품추첨을 하는 장면이 나올 때 자주 등장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 물건이 실은 조선의 물건이었다. 조선시대 일본으로 전래된 것인지, 일제강점기 시절 전래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한국에서는 그 맥이 끊겨 사라지고 일본에서만 남아 이제는 한국인들조차 일본 것으로 아는 물건이었다. 배주길도 장녹수에게 그 사실을 듣고는 믿지 않았었으니... 어쨌든 이 물건은 일본의 기록에도 조선에서 쓰인 사실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조선 후기 조선의 일상과 문물을 그린 일본 그림에도 등장하는 것이었다. 각이 진 팔각의 통에 구멍 하나를 내고, 안에 구슬을 여러 개 넣은 후 손잡이로 통을 돌리면 구슬이 나오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 그 중 색이 다른 하나를 넣고, 색이 다른 구슬이 나와 당첨이 되면 은 한 냥을 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허.. 그리 많이?”

“에이... 은이 한 냥이 아니라 금이 한 근이라고 결국 우리에게 다시 쓸 텐데 무에 걱정이겠습니까?”

“허! 그것도 그렇네만... 어째 내가 못 된 놈이 되어가는 것 같네 그려.”

“본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아닙니까? 조정의 대신들이라고 매일 권력 싸움만 하고 민생은 내팽개쳤습니다. 더 큰 못된 놈들이 위에 있는데 우리가 아무리 못돼봐야 대붕 앞의 뱁새지요.”

“허허. 자네 말하는 것이 꼭 머리통에 먹물 든 나리들 같구먼.”

“애고... 누구들 상대하다보니 이리 되었지요.”


그 누구들이 김주평과 그 친구들임은 장덕팔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찌되었든... 호갱이들 불만은 은 줄어들겠구먼.”

“그럼요. 그럼요.”

“그나저나 그건 아무나 막 돌리게 할 겐가? 그리되면 배보다 배꼽이 클 터인데.”

“설마요. 쿠폰 具包蘊을 만들 생각입니다.”

“쿠폰? 쿠포온? 그게 뭔가?”

“일단 우리 카지노에 오면 도장을 찍어 줄 겁니다. 열 번 찍으면 한 번 돌리게 하는 거죠.”

“허... 그러면 그냥 막 돌리게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에이... 설마 카지노에 들어와서 멀뚱히 구경만 하다 가겠습니까? 그럴 사람이면 애초 안 오지요. 그리고 일단 칩을 바꿀 때 찍어주면 더 확실하고요.”

“옳거니!”


장덕팔이 무릎을 쳤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먼. 그나저나... 하... 자네 정말 나쁜 놈일세.”

“형님은 못된 놈이고요.”


배주길과 장덕팔을 서로 낄낄대며 웃었다.


* * *


“당첨이요!”


팔각통에서 금구슬이 나왔다. 물론 정말 금은 아니었다. 그냥 황칠을 칠했을 뿐... 하지만 황칠도 싼 것은 아니니...


“와아!”


금구슬이 나온 자는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그 동안 카지노인지 하우스인지 탐락방인지 아무튼 이곳에 가져다 바친 재산이 얼마던가? 스무 마지기 있던 땅 중 열 마지기나 팔아버렸다. 고작 은 한 냥으로 그 땅을 되 살 수는 없지만... 은 열 냥이면...


“칩 주쇼! 전부!”


며칠을 즐길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입니다.”


배주길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이건 복권이라는 겁니다. 우선 여러 개의 팔각통이 필요합니다. 각 팔각통마다 숫자가 새겨진 구슬을 넣고...”


배주길이 말하는 것은 로또와 비슷한 것이었다. 다만 숫자를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며, 3자리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이 복권은 팔기도 하지만, 10번의 쿠폰을 모두 찍은 사람에게 줄 겁니다. 10번을 모두 찍은 사람이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겠지요. 그리고 당첨이 되면 은 열 냥을 줄 겁니다.”

“허... 그리 많이 그러면 거 뭐냐...”


김주평은 손가락을 가 꼽아가며 계산하더니 말했다.


“쌀이 스무 섬 아닌가?”

“그렇죠.”

“그럼 우리가 너무 손해가 아닌가? 만약 10명이 한꺼번에 당첨되면 은으로만 백 냥이고, 쌀로는 2백 섬일세.”

그 동안 우리 얼마를 벌지 생각해보시지요. 말이 숫자 3개지 숫자 3개가 다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숫자 하나 둘 만 맞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며 숫자가 하나도 안 맞는 사람이 숫자 3개 모두 맞는 사람보다 더 많을 겁니다. 그리고 중복으로 여러 명 나오면 은 열 냥을 사람 수에 맞춰 나누면 됩니다. 가령 5명의 당첨자가 나온다면 당첨자는 은 두 냥씩 나눌 수 있는 거지요.“

“허어... 그렇구먼.”


김주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물었다.


“그나저나... 왜국에 내 글을 팔지 않나? 잘 팔리나?”

“아... 뭐... 그런대로...”


차마... 김주평 친구들의 시화에 끼워팔기 하고 있다고는 말 할 수 없는 배주길이었다.


* * *


로또嚧到라 이름붙인 그것은 처음부터 사람들이 열광했다. 무려 은이 열 냥이었다. 복권 한 장에 쌀이 한 홉이니 생각 외로 부담이 가지 않았다. 다만 닷새에 한 번 하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어리석은! 쌀한 홉이 백일 후면 스무 홉이 되는 것을 어찌 모르는고!”


우연히 애랫 사람이 카지노에 빠진 것을 안 오 진사라는 자가 와서 호통친 소리였다.


“오 진사 나리. 쿠폰 모두 찍으셨습니다. 뽑기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로또를 하시겠습니까?”

“험! 로또를 주게나.”


* * *


“여깁니다.”


거간꾼이 제법 넓은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나저나 왜 이런 땅을 찾으시는 겁니까? 이 땅은 땅이 건조해서 그리 좋지 않습니다. 여기서 무슨 농사를 짓겠습니까? 그렇다고 집터로도 좋냐. 그것도 아닙니다. 바로 산 밑이라 너무 외집니다. 아이고... 주변에 묘지라도 있으면 귀신 나올까 잠도 못 잘 겁니다. 차라리 이 땅 말고 다른 땅을 알아봐드립죠. 좀 더 발품 팔며 알아보면 더 싸고 좋은 땅이 나올 겁니다.”


거간꾼이 걱정스런 얼굴로 권했다. 하지만 배주길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아니 여기가 좋네. 여기로 하지.”

“그런데 이런 곳은 왜 사는 가?”


장덕팔도 이해가 가지 않아 묻자 배주길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우리 카지노에 빚진 자가 몇 명이지요?”

“응? 그야... 꽤 되지. 왜? 다 받아내려고? 아서게. 그러면 그 사람들 죽네. 받아내더라도 천천히.”

“아뇨.”


배주길은 고개를 저었다.


“빚 탕감시켜주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장덕팔은 배주길이 하는 말의 의미를 몰라 눈만 꿈뻑대었다. 하지만 배주길이 한 말의 의미는 곧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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