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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22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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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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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0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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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9,471

작성
20.05.29 11:11
조회
1,384
추천
20
글자
8쪽

5. 돌리고, 돌리고.

DUMMY

참으로 어색한 밤이었다.


“헛험... 다, 달빛이 차암. 밝네 그려.”

“달 구름에 가려졌소.”

“벼, 별빛이 차암. 밝네 그려.‘

날이 흐려 달이건 별이건 볼 수 없소.“

“하하... 수, 술맛도 좋구만 그려.”

“물이요.”

“배주길이 자네 요즘 하는 일마다 잘 된다니 내가 참 기쁘네.”

“하는 일마다 잘 되는 놈이 화적떼를 만난다면 하는 일 마다 잘 안 되는 놈은 뭘 만나야 하는 거요?”

“끄응... 화적떼야... 뭐... 길 가다 수시로 만나는 무리들이 아니겠나?”

“오호라! 길 가다 수시로 만난다라... 그럼 이방 나리도 길 가다 화적떼 만나시겠소이다.”

“아, 아니 이 사람아! 백주 대낮에 무슨 놈이 화적인가?”

“지금 밤이요.”

“아... 그, 그렇구만... 밤이구만... 밤이면 화적떼도 잠 안 잘라나?”


배주길이 조용히 황대붕을 직시했다. 그 눈빛에 황대붕은 안절부절 못 했다.


“거, 거 참... 이 사람아. 흠흠. 그러고 보니, 지금 보니 배주길이 자네...”

“배사장!”

“그, 그래 배사장! 배사장 지금 보니 자네 눈이 참으로 매섭네 그려.”

“저야 말로 그러고 보니 제 매서운 눈으로 보니 이방 나리 옷이 참으로 좋아 보입니다만?”


지금 황대붕이 입고 있는 옷은 배주길이 해 준 것이었다.


“그, 그렇... 커흠! 그... 크흠! 거, 거 참 옷 이야기 하러 부른 것은 아니잖은가?”

“그렇지요. 그리고 만나도 내가 하다못해 종잇조각이라도 하나 들고 나리를 찾아야 하는데... 거 참... 도라지 맛있게 생겼습니다. 언 듯 봤을 때는 인삼으로 알았지 뭡니까.”

“허허. 이 사람아! 어찌 그 귀한 인삼을... 크흠!”

“그렇지요. 그래요. 인삼 귀하지요.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삼도 귀하고 은도 귀하지요.”

“그, 그렇지. 인삼도 귀하고... 은... 은도! 귀하지!”


배주길은 다시 한 번 황대붕을 지긋하게 노려보았다. 황대붕은 목이 마르는 듯 술잔에 담긴 물을 그대로 들이켰다.


“옛날에 말입니다.”


배주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매일 옥으로 된 알을 하나씩 낳는 암탉이 있었더랍니다.”

“옥으로 된 알?”


옥이란 말에 황대붕이 반응을 보였다. 저 정도면 파블로프의 개 저리가라였다.


“예. 아주 질이 좋은 백옥이었답니다. 암탉의 주인은 그 옥알을 팔아 아주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그, 그렇겠지. 당연히...”

“그러던 어느 날 암탉 주인은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저 닭이 매일 옥으로 된 알을 낳는데 그럼 저 닭의 뱃속에는 얼마나 많은 옥으로 된 알이 들어 있을까?”

“호오... 그래서?”

“그리고는 끝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 저 닭의 배를 가르자. 그럼 수 많은 옥으로 된 알이 쏟아질 테니 지금과는 격이 다른 재물을 얻을 것이다!”

“이런 어리석은!”


황대붕이 혀를 찼다.


“세상에 그보다 어리석은 자가 어디 있겠는가? 닭의 배를 갈라봐야 있는 거라고는 내장뿐일 텐데. 허허... 욕심을 내가 귀한 닭을 죽이겠구나.”


결국 탄식을 하는 황대붕이었다. 마치 자신의 닭이 죽은 양 애석해 하며.


“아시는 분이 그러십니까?”


순간 황대붕은 흠칫했다. 생각해보니 암탉의 주인은 자신이고, 옥 알을 낳는 암탉은 배주길을 말함이 아닌가?


“저기... 혹시... 내가 배주... 아, 아니 배사장 자네의 주인....”

“한 번 봐 드립니다. 딱 한 번입니다. 두 번은 없습니다.”

“아, 알겠네...”


...일 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괜한 욕심을 부린 탓에 전세가 역전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 황대붕이었다.


‘느낌은 제길!’


느낌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였다.


“그래도 어려운 걸음 하셨으니 시어빠진 탁주나 한 사발 하고 가쇼.”

“아, 아니 감홍로나 계당주가 아니라 타... 악주라도 주면 맛있게 마시지. 그럼. 아무렴.”


결국 한숨만 쉬는 황대붕이었다. 물론 지금의 이 상황과 앞으로의 관계는 당장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배주길이 주는 단물에 너무 길들여진 탓이었다.


* * *


“은은 일단 엽전의 형태로 만들 겁니다. 이름은 우선 은전이라고 하고... 한냥짜리로 만들 생각입니다.”


배주길이 장덕팔에게 설명했다.


“그렇지. 그게 쓰기 편하지. 흠... 한 냥의 은이라... 은 한 냥이면 대곡전석大斛全石으로 쌀 두 섬의 값이구먼. 허 참. 은 한냥이 얼마나 된다고... 손아귀에 쌀 십수 섬을 움켜쥘 수 있겠구먼.”


장덕팔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럼 자네가 만든 그 칩이란 게 몇 개 되지?”

“그렇죠. 쌀 한 홉 짜리에서 부터 닷 홉, 한 되, 닷 되, 한 말. 이리 다섯 종이 있지요. 원래 반홉과 반섬, 한섬 이렇게 셋이 더 있었지만 쓸데없이 칩이 종이 많아지는데다 반홉은 너무 작고, 반 섬과 한 섬은 너무 커서 뺐지요.”

“그래그래. 잘 했네. 그나저나... 대곡전석 한 섬이 스무 말이니... 되로 되로 치면 2백되요, 홉으로 치면 2천 홉이요. 이게 두 배가 되어야 하니... 4천 홉이로다. 대 이 한 손에 못 해도 은 열 댓 냥은 될 것이니 6만 홉은 올릴 거란 말일세.”

“하하. 거 참 셈도 빠르십니다.”


배주길이 장덕팔의 암산에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이 사람아. 내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일세. 이 정도 셈조차 못 하면 밥 굶어야지.”

“예. 예. 아무튼 사람이나 더 끌어 주십쇼.”

“그거야 당연한 거고. 그나저나...”


장덕팔은 슬쩍 주변을 보고는 조용한 말로 물었다.


“다음에는 언제 또 왜에 가는가?”

“그건 왜...”

“흠흠. 내 들으니 왜국의 계집들은 알몸에 겉옷만 입는다던데... 아, 아니. 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고 왜국에 옷을 팔면 어떨까 해서.”

“그거 좋지요. 그럼 형수님께 말해 보지요. 아무래도 여인 옷은 여인이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허허. 이 사람 주길이! ... 살려주시게.”


* * *


배주길이 은을 밀수하기 시작 한 이후 밀수 품목은 더 늘어나났다. 초반에는 자기류였다. 그러다 왜인들이 조선의 글과 그림, 불경과 불경 목판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상기했다.


“뭐... 당시에는 불교를 억압하던 시기였잖냐. 그런 판국에 왜국에서는 정말 집요할 정도로 요구하지. 그렇다고 그게 지금이야 오래 된 유물이지 당시는 그렇지 않았거든. 그러니 왜국에 준 것이지.”


조선에서 불경 목판을 왜국에 줬다는 말에 왜 그랬는지 물어봤을 때 강철성이 해 준 말이었다. 어쨌든 본디 밀수든 정식 판매든 장사의 기본은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파는 것이었다. 일단 조선 선비의 글과 그림은 얼마든지 공수가 가능했다. 배주길에게는 진사 김주평이 있었다. 아무리 유유상종이니 뭐니해도 김주평과 어울리는 자들은 기본적으로 글 읽는 반가의 핏줄들. 김주평에게 자리를 마련하게 하고 한 상 차려주면 글이건 그림이건 쑥쑥 나왔다. 게다가 의외로 명필이었다. 물론 석봉 한호라던가 그런 사람들에 감히 견줄 수 없는 실력이지만 최소한 이 동네 명필은 김주평과 그의 친구들이었다. 그림도 제법 볼만하게 그렸다.


“이거... 내가 영 별 볼일 없는 인간들 이름값 높여주는 건 아닌지 몰라.”


김주평과 그의 친구들 시화를 밀매하며 배주길이 투덜거렸다. 그들은 말 그대로 그 동네의 명필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름이 나건 말건 그건 후대 사람의 몫이었다.


“뭐 쓸 만하면 소장하고, 쓸모없으면 딱지 접겠지.”


원래 책임은 전가하는 것이 속 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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