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704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1.01 13:15
조회
43
추천
1
글자
12쪽

40화. 혼자 남겨진 하윤

DUMMY

나희와 소민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진호가 달려오는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진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희와 소민을 지나쳐 반디 앞 도로에 길게 주차되어있는 차량들 사이에 있는 자신의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를 향해 달려간다.


못 본 건지,


못 본 척하는 건지,


정신없는 건지 알 수 없다.


다급한 표정의 진호가 승용차 문을 열 자,


볼 빨간 소민이 진호에게 탁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지노야. 너 어디가??”


진호가 운전석 문을 열고,


나희와 소민을 바라보며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헉헉거리며 말한다.


“허, 허, 허. 니들. 허, 지진. 허, 허, 일어난 거 알지? 허, 허, 나 지금. 허, 허, 비상. 허, 허, 근무하러 간다.”


나희는 전자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아이고, 지랄한다’ 혼잣말하더니,


진호에게 소리친다.


“뭐라는 거야? 야 인마. 너. 평소에 운동 좀 해라.”


진호는 짜증을 섞어 소리친다.


“에이 씨. 여진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들 해.”


나희는 전자담배 연기와 함께 엉뚱한 말을 내뱉는다.


“야! 지진은 박찬오한테 물어봐. 박찬오가 너보다 더 전문가야.”


나희 말에,


소민은 배를 잡고 “하! 하! 하! 하!” 웃음을 빵 터트린다.


진호는 ‘뭔 소리야?’ 하며 차에 올라타 운전석 문을 닫는다.


“지노야. 니 여친 기상캐스터라며? 디지게 예쁘더라.”


소민이 말하는데.


진호의 쏘나타 승용차가 ‘부우우웅’ 소리를 내며 시동이 켜진다.


“붕붕부부붕” 거친 엔진음 소리와 함께 진호 승용차가 출발하는데,


엔진 소리와 반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느릿느릿 기어간다.


나희는 한심한 눈빛으로 진호 승용차를 바라보며 소리친다.


“어이고. 지랄을 한다, 진짜. 야! 차라리 걸어가라, 걸어가.”



***



운전하는 진호는 강 팀장과 통화를 끝내고, 하윤에게 전화를 한다.


하윤의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들린다.


“어, 진호야.”


소방차와 구급차들이 사이렌 소리를 내며 진호 승용차 옆을 지나가자,


핸들을 잡은 진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통화한다.


“하윤아. 방금 팀장님하고 통화했는데. 지켜봐야겠지만. 더 이상 여진은 없을 것 같아. 안심해도 될 것 같고. 이런 상황이면, 출근했다가 바로 집으로 갈 수 있겠는데.”


“어. 다행이다. 알겠어.”


하윤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린다.


도로 신호등에 빨간 신호등이 켜지자,


진호는 브레이크를 밟아 승용차 세우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오늘은 진짜 집에 안 가도 될 것 같은데···. 집에서 기다릴 거지?”


진호의 말에,


‘풋’하고 하윤의 콧바람 소리가 작게 들린다.


진호는 하윤이 기다린다고 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


하윤의 대답은 없자.


진호가 긴장되는 듯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을 비비며 땀을 닦는다.


“기다린다고 했잖아. 기다릴게.”


하윤은 진호가 기다리는 답을 말한다.


진호는 ‘오예, 됐어’ 하며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흔든다.


환희에 찬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분하고 진지한 톤으로 진호가 말한다.


“그럼 최대한 빨리 다녀올게.”


“음.”


하윤이 콧소리로 대답하고, 전화 끊는다.


진호가 양손으로 핸들을 두드리며 “음.” “음.” “음.”하고 하윤 콧소리를 흉내 내는데,


“빠아앙” 하고 진호 승용차 뒤에서 클랙슨 소리가 들린다.


진호가 신호등 보면 파란불이 켜져 있다.


깜짝 놀라 가속 페달을 밟고 출발하는 진호.



***



성북동 주택 2층 거실 소파에 휴대전화를 손에 든 하윤이 앉아 있다.


더 이상 여진이 없을 거라는 진호의 말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소파 팔걸이에 놓여있는 TV 리모컨을 들고 TV를 켠다.


TV는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는 채널에 맞춰져 있다.


화면 위에는 빨간색으로 ‘소청도 남쪽 22km 진도 3.6 지진 발생, 여진 주의’


뉴스 속보 자막과 함께 아나운서가 기상청 지진 화산국과 통화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윤이 뉴스에 집중하고 있는데,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에서 영상통화 벨이 울린다.


하윤이 깜짝 반기며 통화 버튼을 누르자,


미모의 중년 여성이 화면에 뜬다.


아마 30년 후 하윤의 모습이 화면 속 중년 여성과 같을 것이다.


“엄마!!”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하윤 엄마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하윤 엄마가 하윤을 유심히 살피며 말한다.


“딸, 지진 속보 보고 전화했는데. 괜찮아?”


하윤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마냥 반가워 밝은 미소로 대답한다.


“음. 조금 놀랐는데, 괜찮아. 그리고 이제 괜찮을 거래.”


“너무 늦은 시간 같아서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했는데. 다행이다.”


안도하는 하윤 엄마 말에,


하윤은 애교를 섞어 말한다.


“너무 걱정 마. 그리고 딸한테 전화하는데 뭘 망설이냐. 그냥 하면 되지. 아무 때나 막 전화해.”


하윤 엄마 얼굴에 걱정스러웠던 표정이 사라지고 미소가 번진다.


“그래, 그래. 알았어.”


하윤 엄마가 말하며 영상 속 공간이 하윤의 오피스텔이 아닌 걸 알아차린다.


엄마들이란···.


“오피스텔이 아닌 것 같네?”


하윤은 소파에서 일어나 진호 집 거실을 살짝 보여주며 말한다.


“아~ 엄마 예리한데. 전에 얘기했던. 남자 친구 집에 잠깐 왔는데. 지진이 발생해서, 그 친구 오늘 야간 대기자라, 나 혼자 남겨두고 방금 기상청에 갔어.”


하윤 엄마는 쿨 하게 물어본다.


“아. 그 친구 기상청 지진 분석관이라고 했지?”


“어.”


하윤의 대답에.


하윤 엄마는 눈을 작게 만들며 말한다.


“그럼. 오늘 집에 안 갈 생각이야?”


하윤은 소파에 힘을 실어 털썩 앉으며 쿠션감을 느낀다.


“이 친구 집, 소파가 은근히 편하네.”


하윤 엄마는 ‘칫’ 하며 묻는다.


“그 친구 집은 어디야?”


“아!”


하윤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거실 베란다 창문을 열며 대답한다.


“대학로 근처 성북동이야.”


하윤은 창밖을 바라본다.


언덕 위에서 아래로 층층이 줄지어 있는 주택들의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마당을 밝히고 있는 조명이 집 안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마당 왼쪽 구석에 움직일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도 보인다.


하윤 엄마는 깜짝 반기며 목소리 커진다.


“어머. 우리 이민 오기 전에 살던 동네랑 가깝네?”


하윤은 휴대전화를 창밖을 향해 비춘다.


하윤 눈에 들어왔던 도심 풍경이 하윤 엄마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하윤은 화면 밖에서 말한다.


“엄마. 여기 창밖을 봤는데. 캐나다 가기 전날, 우리 집에서 봤던 풍경하고 똑같아서 너무 놀랐다. 엄마가 봐도 그렇지?”


“어머~ 그러네. 딸, 기억력이 좋은 거야? 감수성이 풍부 한 거야?”


하윤 엄마가 화면 가까이 얼굴을 비추며 말하는데.


하윤은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을 보이며 엄마를 바라본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꼭 기억하고 싶었거든.”


“치~! 그렇게, 한국 노래 부르더니 좋은가 보네.”


“지금까지는 좋아.”


하윤 엄마와 하윤은 얼굴을 바라보며 영상통화 한다.


“한국 노래 부르게 했던 놈은 찾아봤어? 아니다. 못 찾았으니까 기상청 다니는 친구를 만나겠구나.”


“엄마, 내 사생활은···.”


하윤 엄마는 하윤의 말을 자르며 말한다.


“미안, 미안. 알았어. 엄마가 깜빡했다. 난 그래도 그놈이 왠지 싫다. 내 딸 마음 흔들어서 한국까지 가게 했는데. 어디에 숨어서 코빼기도 안 보여....”


하윤 엄마가 말하는데,


1층에서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고,


금속성 철문 소리와 함께 나희와 소민이 마당에 들어온다.


“엄마, 엄마. 내가 연락할게. 끊어.”


하윤이 급하게 전화 끊고 마당을 내려다보면,


나희가 2층 베란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 있다.


하윤과 나희의 눈빛이 마주친다.


하윤이 어색한 미소를 띠며 오른손을 펴서 들어 보이자,


나희는 ‘뭐야?’ 하며 피식하고 시선을 피한다.


소민은 마당을 밝히고 있는 조명을 보며 말한다.


“지노는 불을 다 켜놓고 나갔네.”


나희는 트레이닝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말한다.


“이 새끼 돈 좀 번다고, 절약 정신이 없네.”


“나희야. 오늘따라 라일락 향이 더 찐하지 않니?”


소민의 말에,


나희는 개처럼 코를 킁킁거리더니.


대답한다.


“아이 씨, 담배 냄새밖에 안 나네.”


나희와 소민의 대화를 듣던 하윤은 2층 베란다 창문을 조용히 닫고 거실로 들어간다.


나희는 트레이닝 바지속에 손 넣고 허벅지를 긁으며 1층 현관문 앞에서 말한다.


“소민아. 들어가서 자자.”


현관문을 열자,


마루와 아띠가 꼬리를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돌리며 반긴다.


“아이고, 우리 애기들···.”


소민은 마루와 아띠를 끌어 양쪽 품에 안고 들어간다.


1층 현관문이 닫히고, 1층 거실 불이 켜지자.


마당을 밝히고 있던 조명이 꺼진다.


2층에서 하윤이 마당 조명을 껐다.



***



기상청 지진 화산국 대형 모니터에 지진파 그래프가 불규칙한 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진호는 책상에 앉아 지진 중에 움직임이 강했던 지진파 그래프를 확인하고 있다.


강 팀장은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니며 큰 소리로 전화 통화한다.


진호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지진 화산국 사무실은 정신없이 바쁘다.


야간 대기자가 아닌 다른 팀원들도 하나둘 사무실에 들어온다.


진호는 소청도 인근 무인도에 설치된 지진파 탐지기에서 추가령단층대(강원도 원산에서 서울을 지나 충남 홍성으로 이지는 단층대) 단층 내부에서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는 가능성을감지한다.


진호는 강 팀장을 향해 소리친다.


“팀장님! 여기 좀 보세요.”


미간에 주름을 잡고 전화 통화하던 강 팀장이 진호 옆에 서서 진호 컴퓨터 모니터 화면 속 지진파와 단층의 움직임을 본다.


다른 팀원들도 진호 주위에 몰려와 모니터를 바라본다.


진호는 ‘이러면 집에 못 가는데’ 하며 표정이 굳어진다.


“오진호 이거 빨리 출력하고, 다들 5분 후에 회의실에서 회의할 테니까, 준비들 해.”


강 팀장의 말이 끝나자,


팀원들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인다.


진호는 출력해야 할 자료의 양이 엄청 많아 보이자,


두통이 오는듯 양손으로 이마를 짚고 한숨 내쉬며 혼잣말한다.


“출력하는 데만, 10분은 넘게 걸리겠는데.”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혼잣말 이어서 한다.


“이러면, 하윤이한테 전화할 시간도 없겠는데. 아이 씨, 그냥 집에 가라고 할 걸 그랬나? 왜 하필 오늘같이 중요한 날 지진이야.”


중얼거리던 진호가 하윤에게 카톡을 보내기 위해 휴대전화 들자,


누군가 뒤에서 어깨에 손을 떡 하니 올린다.


진호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면,


강 팀장이 앞니를 하얗게 내놓고 머리를 까딱까딱 흔들며 진호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오진호 연구원. 지금 비상 상황인데, 왜 혼자 중얼거리면서 죽을상으로 전화기를 봐? 너 솔직히 말해봐. 너 진짜 코인 하지?”


진호는 재빨리 휴대전화 내려놓고 말한다.


“아, 아닙니다.”


강 팀장은 손가락으로 손목시계를 톡톡 치며 말한다.



“자료 빨리 출력하라고. 회의 시간 얼마 안 남았다고요. 어?”




내 친구의 첫사랑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친구의 첫사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40화. 혼자 남겨진 하윤 22.01.01 44 1 12쪽
40 39화. 규모3.6 지진 21.12.30 57 1 11쪽
39 38화. 뜨거운 키스 21.12.28 66 1 11쪽
38 37화. 기상캐스터와 사귄다고? 21.12.26 48 1 11쪽
37 36화. 악마를 보았다 21.12.25 51 1 12쪽
36 35화. 여자 엄태구 21.12.23 42 1 12쪽
35 34화. 오진호의 굴욕적인 첫사랑 21.12.21 46 1 12쪽
34 33화. 중2 때 기억 21.12.19 44 1 11쪽
33 32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21.12.18 45 1 11쪽
32 31화. 데자뷰 21.12.16 53 2 11쪽
31 30화. 광고 모델 에이전시 21.12.14 53 2 12쪽
30 29화. 중2 때 약속 21.12.12 55 2 11쪽
29 28화. 올림픽 펜싱 금메달 리스트 21.12.09 51 2 11쪽
28 27화. 친구와 키스하고... 21.12.07 66 2 11쪽
27 26화. 오징어 두 마리 21.12.05 60 2 11쪽
26 25화. 첫 키스 21.12.02 71 2 11쪽
25 24화. 술 취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한거지? 21.11.30 51 2 11쪽
24 23화. 헤어진 사이인데... 뭐? 쿨하게? 21.11.28 48 2 11쪽
23 22화. 운명의 장난 21.11.25 55 2 11쪽
22 21화. 다시 만난 도나희와 민규혁 21.11.23 62 2 11쪽
21 20화. 연극 '내친구의 사랑' 연습중 21.11.21 70 2 11쪽
20 19화.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길지? 21.11.19 67 2 11쪽
19 18화. 도나희 바이러스 21.11.18 62 2 11쪽
18 17화. 브라더 어디가?? 21.11.16 70 2 12쪽
17 16화. 잠실 야구장의 함성, 그 이유는... 21.11.15 71 2 12쪽
16 15화. 분홍색 어피치 카드를 쓰는 남자 21.11.12 83 2 12쪽
15 14화. 양꼬치는로터리앞골목래래향이최고야 21.11.10 86 2 11쪽
14 13화. 크리스마스이브는, 역시 집구석에서... 21.11.08 107 2 12쪽
13 12화. 대학로 뭉크는 건치였다 21.11.05 114 2 11쪽
12 11화. 첫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그 사람 21.11.03 137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