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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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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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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12
추천수 :
1,256
글자수 :
98,359

작성
11.02.22 22:36
조회
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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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7쪽

미령(美靈)-2

DUMMY

영욱이 회사에서 쫓겨나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부터 경미가 이 핑계 저 핑계로 가끔 각방을 쓰기 시작했던 기억이 뒤늦게 떠오른 것이다. 당시는 중년 부부가 되면 으레 그런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결국 그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경미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는 경미가 다니던 고급 헬스클럽의 같은 회원이었고 늘 막강한 재력을 과시하는 홀아비였다. 그런 그의 능력은 허영심으로 평생을 살아온 경미의 마음을 잡기에 충분했고 더구나 딸린 자식이 없는 그에게 중년의 나이였지만 꾸준한 피부 관리 덕에 처녀와 같은 용모를 지닌 경미는 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사실 경미도 처음엔 영욱과 이혼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운동을 끝내고 나올 때마다 같은 회원끼리 차 한잔하면서 가까워진 경미는 언제부터인가 그의 호화스런 생활이 궁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전용으로 쓴다는 호텔 스위트룸에 따라갔다가 그의 배경과 신사다운 매너에 홀딱 빠져 그만 오후의 정사를 허용했던 것이다. 이렇듯 부정을 저질렀으면서도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경미는 그날 이후 그와 함께하는 오후시간이 많아지면서 그의 청혼을 받아내는데 성공했고 어차피 영욱을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혼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미의 친구들 중 이러한 그녀의 부정을 알고 있는 친구가 있었으나 오히려 영욱을 무능력하고 한심한 남자라며 경미를 부추기기만 했다. 그러나 이것은 경미가 그녀의 간교한 술수에 걸려든 결과였다. 이미 오래전 남편의 바람기로 인해 이혼을 한 그녀를 놓고 경미는 여자가 얼마나 부족했으면 남편이 바람을 피웠겠냐며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 심심치 않게 입방아를 쪄 왔는데 그런 경미를 자신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경미는 그녀의 의도대로 움직였고 그러는 동안 그녀는 경미가 유부녀라는 것을 몰랐던 재력가에게 원래 그런 여자이니 잘 생각하라는 식으로 이간질을 하고 있었다. 물론 경미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혼하고 돌아와 텅 빈 집에서 혼자 밤을 보낸 영욱은 그동안의 정신적 고통 때문이었는지 거의 점심때가 다 되어 일어났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혼이라는 단어가 자신에게 닥쳐와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아 거의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영욱도 며칠이 지나면서 점점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집에서 나온 영욱이 간 곳은 상계동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소였다.

“집을 좀 구하러 왔습니다.”

“아, 예. 이리 앉으십시오.”

직원이 권하는 대로 소파에 앉은 영욱은 잠시 직원이 준비를 하는 동안 바깥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어떤 집을 구하시게요? 전세요?”

“아뇨. 하나 사려고 하는데 아파트 나온 것 좀 있습니까?”

“네. 있긴 있습니다만 어떤 것을 찾으시는데요?”

“한 25평 정도면 얼마나 합니까?”

“25평이라 층수에 따라 다르긴 한데 보통 2억 8천에서 3억은 주셔야 합니다.”

“그럼 2억으로 살 수 있는 건 없을까요?”

“2억으로는 빌라가 있습니다. 그 정도 가격이면 30평 내외도 가능합니다.”

“저 혼자 살 거니까 그렇게까지 넓을 필요는 없고 아파트는 없단 말이죠.”

“아파트라. 잠시만요. 손님.”

직원은 책상위에 있던 클리어 파일을 넘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나 있긴 있습니다만.”

말을 하려던 직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영욱이 물었지만 직원은 여전히 파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이 없었다. 직원은 대답을 기다리다 심기가 불편해진 영욱이 채근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거기 살았던 사람들이 모두 일이 잘 안 풀려서 나갔거든요.”

“사는데 지장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죠.”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주인이 이미 집을 비워놓았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한번 보시겠습니까?”

“갑시다.”

직원을 따라간 곳은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였고 최근에 지은 것이 아니라 그런지 강남의 아파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직원이 안내한 곳은 11층이었고 복도 맨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따라가는 동안 영욱은 주위가 무척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 아주 조용하군요.”

“여기에 밤에 출근하는 여성들이 많이 사는데 낮엔 거의 출입을 하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아, 네.”

“한번 들어가 보시죠.”

직원은 영욱을 안으로 안내했다. 집안은 깔끔했고 머뭇거리던 직원의 태도와 달리 햇빛이 잘 들어서인지 내부가 매우 밝았다.

“이게 25평 인가요?”

“아니죠. 29평입니다.”

영욱이 집안을 살피는 동안 직원은 현관에 서서 대답을 했다. 짐을 소개하려면 집안에 들어와서 해야 하는데 현관에 있는 직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니 그런대로 나쁘진 않았다. 영욱은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물었다.

“이게 2억이라구요?”

“네.”

“최소한 3억은 되고도 남을 텐데 이거 너무 싼 것 아닙니까?”

“주인이 갑자기 급한 사정이 생겨서 급매물로 내놓았습니다.”

“그렇군요.”

너무 싼 값이 걸리긴 했지만 집이 마음에 들어 망설이는 영욱의 속내를 눈치 챈 직원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사장님 이만하면 괜찮지 않습니까? 지은 지 4년밖에 안됐고 마침 전 주인이 내부 수리까지 마쳤기 때문에 새집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긴 한데. 너무 싸게 나온 것이 좀 걸리는 군요.”

“망설일 거 뭐 있습니까? 집이란 건 원래 났을 때 사야지 안 그러면 놓칩니다,”

“마음에 들긴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좀 찜찜하네요.”

“이런 물건 정말 잡기 쉽지 않습니다. 바로 계약하시죠?”

직원과 함께 부동산 중개소로 돌아온 영욱은 생각해 보니 주인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필요가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영욱은 계약하기로 결정을 했다.

“잘 하셨습니다. 이 가격에 이만한 물건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늘 바로 계약하실 거죠?”

“그럽시다.”

“그럼 집주인한테 연락하겠습니다.”

직원이 전화를 하는 동안 영욱은 근처에 있는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았다. 창구 직원으로부터 2천만 원짜리 수표를 받아든 영욱이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낯선 남자 하나가 앉아있었다.

“마침 오시네요. 인사하시죠. 집주인 이십니다.”

집주인이라는 사람은 무표정한 얼굴에 상당히 야위어 있었고 가식적인 웃음을 억지로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집주인이라는 사람을 마주하는 순간 그의 얼굴에 어딘지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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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미령(美靈)-31 +3 11.03.13 1,840 30 8쪽
30 미령(美靈)-30 +5 11.03.13 1,920 25 7쪽
29 미령(美靈)-29 +4 11.03.12 1,851 28 7쪽
28 미령(美靈)-28 +1 11.03.11 2,031 28 8쪽
27 미령(美靈)-27 +4 11.03.11 2,023 25 8쪽
26 미령(美靈)-26 +5 11.03.10 2,018 22 9쪽
25 미령(美靈)-25 +5 11.03.10 2,189 27 7쪽
24 미령(美靈)-24 +6 11.03.09 2,320 25 7쪽
23 미령(美靈)-23 +6 11.03.09 2,247 26 7쪽
22 미령(美靈)-22 +7 11.03.08 2,500 28 7쪽
21 미령(美靈)-21 +8 11.03.08 2,602 27 7쪽
20 미령(美靈)-20 +5 11.03.07 2,595 30 7쪽
19 미령(美靈)-19 11.03.06 2,439 23 7쪽
18 미령(美靈)-18 +2 11.03.06 2,579 27 7쪽
17 미령(美靈)-17 +2 11.03.05 2,610 39 7쪽
16 미령(美靈)-16 +2 11.03.04 2,622 24 7쪽
15 미령(美靈)-15 +2 11.03.03 2,570 24 7쪽
14 미령(美靈)-14 11.03.02 2,738 23 7쪽
13 미령(美靈)-13 11.03.01 2,767 24 7쪽
12 미령(美靈)-12 +1 11.02.28 2,868 24 7쪽
11 미령(美靈)-11 11.02.27 2,689 22 7쪽
10 미령(美靈)-10 11.02.27 2,862 23 7쪽
9 미령(美靈)-9 +1 11.02.26 3,034 22 7쪽
8 미령(美靈)-8 11.02.25 2,945 24 7쪽
7 미령(美靈)-7 11.02.24 3,072 22 7쪽
6 미령(美靈)-6 +5 11.02.23 2,992 23 7쪽
5 미령(美靈)-5 +2 11.02.23 3,059 25 7쪽
4 미령(美靈)-4 +2 11.02.23 3,262 27 7쪽
3 미령(美靈)-3 +4 11.02.22 3,393 2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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