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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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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771
추천수 :
1,256
글자수 :
98,359

작성
11.03.03 16:08
조회
2,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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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7쪽

미령(美靈)-15

DUMMY

그나마 한 가지 의혹이 풀려 다행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여러 가지 의혹들은 영욱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지난 며칠 동안 그 의혹들을 풀어보려고 동네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가려던 영욱은 마침 떨어진 찬거리를 사기 위해 슈퍼에 들렀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진열대 사이에서 이것저것 고르는 사이 잠시 자리를 비웠던 슈퍼 여주인이 다른 여자와 같이 들어오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럼 그 여자가 병원에서 죽은 게 아니고 그 집에서 죽었단 말야?”

“글쎄 그렇대.”

“어머나 세상에. 그랬구나. 난 병원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그때 금방 병원으로 옮긴 거래.”

“그랬구나. 그런데 집에서 죽었는데 그냥 옮겼단 말야?”

“그렇지. 가족이 있어? 친척이 있어. 간병인뿐이었는데 혼자서 감당할 수 없잖아. 그래서 병원에 연락했겠지.”

“집에서 죽은 시체를 그냥 내가면 그 집 귀신이 되는 거야.”

“정말이야?”

“그럼. 원래 초상집에서 관 나갈 때 바가지 깨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여자의 얘기를 듣는 슈퍼 여주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고 이야기에 신이 난 여자는 열정적으로 수다를 계속했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수다스러웠는지 진열대 사이에 있던 영욱의 귀에 똑똑히 전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열 살 땐가? 옆 동네에서 병신이 된 처녀가 비관해서 자살했는데 그 아버지가 동네 창피하다고 장례도 치루지 않고 그냥 갖다 묻어버린 거야.”

“아이구 저런.”

“그렇게 끝 난줄 알았는데 얼마 뒤 그 집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나더니 집안이 쫄딱 망했어. 아무래도 잔에 살던 사람도 그래서 나간 거 같아.”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이사 갈 때 보니까 꼭 내빼는 것 같더라니까.”

“에이,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설마. 귀신 때문에 그랬을까.”

슈퍼 여주인이 황당하게 받아들이자 여자는 마치 자신이 직접 들은 것처럼 열을 올렸다. 그때까지 진열대를 오가느라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욱은 귀신얘기에 귀가 솔깃해 걸음을 멈췄다.

“어쩌면 맞을지도 몰라. 그 사람들 이사 가고 계속 비어있었잖아. 그런데 어떤 사람이 새벽에 103동 앞을 지나가는데 11층 끝집에 불빛이 보이더라는 거야. 그래서 누가 새로 이사 온 줄 알았는데 나중에 빈집이라는 걸 알고 기겁을 했대.”

“아유 소름끼쳐. 그만해.”

“참, 그 집에 새로 이사 왔다는 사람 여기 한 번 왔었다며?”

“응. 그런데 아무 일 없나봐.”

영욱은 그제야 그동안 궁금했던 몇 가지 의혹에 대한 해답을 얻고 있었다. 어째서 슈퍼 배달원이 쫓기듯 도망을 쳤는지 그리고 중국집에서 배달을 꺼렸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진열대 사이에서 계속되는 수다를 듣고 있던 영욱은 여자들의 수다가 뜸해지자 물건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태연하게 계산대로 갔다.

“어머나!”

주인 여자는 영욱을 보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시선을 외면한 채 어쩔 줄 몰라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아, 아닙니다.”

“이것 좀 계산해 주세요.”

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며 계산기를 눌러대는 여자의 손은 벌벌 떨고 있었다. 갑자기 당황한 여주인의 행동을 보고 조금 전 자기들 수다의 안주감이 영욱이란 것을 눈치 챈 여자는 애서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모두 이만 오천원입니다.”

주인여자는 여전히 영욱의 시선을 피했고 돈을 지불한 영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슈퍼를 나왔다.

‘그랬구나.’

그런데 이상했다. 자신이 몰랐던 일을 알기는 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두렵기 보다는 오히려 속이 후련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로 귀신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직 여자들이 떨던 수다의 여운이 남아있는 가운데 현관에 들어서는 영욱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신을 벗기 전에 먼저 거실 안쪽을 살폈고 주방에 들어가면서도 안을 살피고서야 슈퍼에서 사온 것들을 식탁위에 풀었다. 냉장고에 넣어야 할 것들을 따로 골라내던 영욱은 갑자기 뒤에서 엄습하는 싸늘함에 가슴이 철렁했다. 거기엔 다용도실이 있고 지난번 제멋대로 돌던 세탁기가 그 안에 있었다. 이미 두근거리기 시작한 가슴을 졸이며 다용도실 문을 연 영욱은 세탁기를 살폈다. 다행히 세탁기는 꺼져 있었고 빨랫감도 들어있지 않았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잠시 동안의 긴장이 풀리면서 한숨을 내쉰 영욱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음료수를 뚜겅을 열었다. 그 순간 며칠 전 마시던 음료수가 없어졌던 일이 생각나는 것이다. 기억을 되돌려 몇 번을 생각해 봤지만 분명히 자신이 마신 것은 한 모금뿐이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생각을 하다 보니 기분이 이상하고 오싹함이 느껴졌다. 불안한 마음에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보던 영욱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인터넷을 연결하고 뭔가 찾기 시작했다. 삼십여 분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영욱은 프린터를 켜고 곧바로 인쇄를 했다. 그것은 사주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부적이었다. 사이트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올려놓은 것이었지만 귀신의 존재를 부정해 온 영욱은 굳이 돈을 주고 사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안방 문 위에 붙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이것만 있으면 괜찮겠지.’

비록 공짜 부적이긴 했지만 어쨌든 위안이 되었다. 샤워를 끝내고 인스턴트식품으로 저녁으로 때운 영욱은 오늘은 영선이라는 여자와 채팅을 일찍 끝내고 잘 생각에 평소보다 이르게 메신저를 접속했다. 그러나 영선이라는 닉네임은 오프라인으로 표시돼 있었다.

‘아직 안 들어왔네.’

그러고 보니 영선이라는 여자가 언제 접속을 하는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늘 여자가 먼저 접속을 하고 있다가 영욱을 맞이하는 식이었다. 여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여기저기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영욱은 사이트에 소개된 글을 주의 깊게 읽고 있었다.

‘신인작가 발굴을 위한 대상 공모’

그가 이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학 때 학보사에서 일하면서 가십을 올리기도 했고 가끔 단편 소설도 게재한 경험이 있어서였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

영욱은 공모전 안내 화면을 캡처하여 따로 저장을 했다. 대상에겐 1억 원의 상금이 걸려 있었다. 만약 당선되면 1억 원의 상금도 상금이지만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글을 쓰는 것이므로 별도의 사업 자금도 필요치 않았으니 자신에게는 일석이조였고 따로 인건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어서 밑져봐야 본전이었다.

‘좋다.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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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5 파장
    작성일
    11.03.07 21:16
    No. 1

    이거 혹시 자전 소설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후두부를 강타하고 척추를 지나 꼬리뼈를... ^^
    가끔씩 삐쭉 삐쭉 머리털이 곤두서면서도 잘 읽고 있ㅅ... 아 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늦은가을
    작성일
    11.03.15 19:17
    No. 2

    그래도 착은 귀신이네여.. 현실에 나타나지 않고 꿈에서 익숙해질때까지 기다리는것 같은데 ㅋㅋ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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