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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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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174
추천수 :
1,192
글자수 :
98,359

작성
11.03.10 01:23
조회
2,172
추천
25
글자
7쪽

미령(美靈)-25

DUMMY

그런데도 그런 기운에 익숙해서인지 섬뜩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익숙해서가 그런게 아니라 지은과 결혼하고 싶은 강한 마음이 미령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 것이었다. 잠시 후 모습을 나타낸 미령은 미끄러지듯 영욱을 등 뒤에서 감싸 안았다. 그래봐야 영욱이 느끼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살아생전 못해 본 그녀의 간절함이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지 않았던 미령의 행동에 잠시 당황한 영욱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잠시 남자를 품에 안았다는 기분에 젖어 있던 미령은 쑥스러운 듯 떨어지며 말했다.

“그냥 한번 해본 거예요?”

“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요.”

“알아요. 그냥 안개에 둘러싸인 것 같겠죠.”

“그걸 알면서 왜 사람 놀라게 해요? 쓸데없이.”

영욱의 말투가 심상치 않았는지 조금 전까지 쑥스러워하던 미령의 얼굴에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요?”

“그렇잖아요. 안 그래도 오싹한데 뒤에서 몰래 나타나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더구나 귀신이.”

미령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지 않는 영욱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오는 것은 지은과 맺어지는데 결정적으로 방해가 되고 있는 미령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속내를 드러낼 용기가 없어 엉뚱한 것으로 트집을 잡는 것이다. 그러나 미령은 사람이 아닌 귀신이다. 깊은 속까진 몰라도 영욱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쯤은 감지하고 있었다.

“무슨 일 있죠?”

“있긴 뭐가 있어요? 설령 있다고 해도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요?”

“여자들은 남자들이 모르는 특유의 감각이 있어요. 지금 이렇게 화내는 거 다른 여자 때문이죠?”

영욱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담배를 꺼내는 척하고 얼굴을 돌렸지만 오히려 미령의 짐작을 인정하는 셈이 돼 버렸다. 뒤늦게 미령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달은 영욱은 이 순간을 어떻게든 넘겨야 할 구실을 찾아야했다. 담뱃불을 붙인 영욱은 급한 마음에 어색한 질문을 토해냈다.

“담배 피울 줄 알아요?”

그런데 예상외로 효과가 있었다. 질문이 황당했는지 미령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우연치 않게 미령의 관심을 돌리는데 성공한 영욱은 그녀가 눈치 챌 틈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속내를 알아차린 듯 미령은 틈을 주지 않았다.

“지금 그런 얘기 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군요.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 문제는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약속을 잊은 건 아니죠?”

“그 놈의 약속. 그러니까 평생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못해보고 죽은 거예요.”

이것은 영욱의 치명적 실수였다, 영욱이 아직 반도 태우지 못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대는 순간 갑자기 미령이 달려든 것이다.

“그래 난 그렇게 살다가 죽었어. 내가 그렇게 살 때 너희 같은 놈들은 날 노리개로 취급했어.”

미령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하얀 눈을 번뜩이며 영욱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영욱은 숨이 막혀 미령을 밀쳐내려고 했지만 허공만 허우적대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까스로 의식이 돌아온 영욱이 눈을 뜨자 미령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과는 달리 그녀의 표정은 분노에서 걱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신없이 영욱의 목을 조이다가 문득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자 걱정이 됐던 것이다. 미령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심호흡을 하는 영욱의 눈치를 보며 조그맣게 물었다.

“괜찮아요?”

“당신 같으면 괜찮겠어요? 차라리 그냥 죽이지 그랬어요.”

“미안해요. 너무 화가 나서 그만.”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으니까 오늘은 그만 가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명심해요. 귀신하고 한 거래는 평생 따라다닌 다는 거.”

“알았으니까 빨리 사라지기나 해요.”

신경질적인 대답을 들은 미령은 군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최후통첩 같은 말은 영욱을 더욱 막막하게 했다. 그 말은 이미 자신의 힘을 보여줬으니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죽일 수 있다는 의미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겨우 숨을 고르고 난 영욱은 문득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거래라는 것은 주고받아야 성립되는 것인데 자신은 아직 그녀에게 요구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 거래라는 것은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성립하는 거야.’

영욱의 논리대로라면 아직 정상적인 거래가 성립된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서면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구두로만 했을 뿐이니 파기도 가능할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낸 것 같은 영욱은 잘하면 조건도 바꿀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만 되면 거래를 유지하면서 지은과의 결혼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잠시 흥분했던 영욱은 차분하게 미령에게 제시할 것들을 조목조목 정리했다. 거래는 계속하되 밖에서 여자를 만나는 일에 대해선 어떤 간섭도 하지 말 것과 결혼하게 되면 이 집에서 나가는 것으로 거래를 종료한다는 조항도 만들어냈다. 대신 거래할 때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단서를 다는 것으로 미령이 거부할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치 않게 해법을 찾은 영욱은 이미 5시를 넘긴 시각이었지만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은퇴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직장생활 할 때의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이미 그것을 포기해 버린 영욱은 또 다시 잠을 청했다.

“그 아파트 좀 내놔야겠어요.”

“뭐야? 뻔뻔하기는. 죽어도 안 돼.”

“그럼 어떻게 해요? 애들하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나야 그렇다지만 애들은 어떻게 하라구요.”

“그러게 작작 좀 써대지. 허구한 날 돈을 물 쓰듯 했으니 그 모양이지. 당신은 안 봐도 뻔해.”

“지나간 일 얘기하면 뭐해요?”

“아무튼 난 줄 것 다줬어. 더 이상 나한테 연락하지 마.”

영욱이 냉정하게 거절하고 뒤돌아서자 화가 난 경미는 바지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거 놔. 더 이상 당신하고 애들 보기 싫어. 싸가지 없는 것들. 놔.”

배신감에 상처가 컸던 영욱은 거칠게 경미의 손을 뿌리쳤다. 그런데 붙잡힌 다리를 뺀다는 것이 너무 과했는지 영욱은 그만 중심을 잃고 말았다. 이때 목 뒤가 서늘해지는 느낀 영욱이 뒤를 돌아보니 경미의 손에 식칼이 들려 있는 것이다.

“지금 뭐하는 거야?”

“나도 어쩔 수 없어. 우리 같이 죽읍시다.”

그와 동시에 경미의 손에 들린 식칼이 내리꽂히는 순간 영욱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악몽에 시달리느라 몸 전체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꿈 한번 정말 더럽네.”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쉰 영욱은 끈적끈적해진 몸을 씻고 주방으로 갔다. 그런데 어제 그렇게 돌려보냈는데도 식탁엔 미령이 준비한 밥상이 차려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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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3 달여우
    작성일
    11.03.10 02:09
    No. 1

    아이고 어찌될런지 흥미진진
    근데 귀신하고 관계되면 정기가 빨리거나 그렇진 않나봐요 아직 살아있는걸 보면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파장
    작성일
    11.03.10 02:24
    No. 2

    이야, 정말 성실연재를 뛰어넘는 연참이로군요. 으음, 아직도 가끔 미령x신이 써놓고 가기도 하고 그러나요? ^^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파장
    작성일
    11.03.10 02:35
    No. 3

    그러나 미령은 사랑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다./ (이 문장 전전에 . 누락)
    명심해요. 귀신하고 한 거래는 평생을 따라다닌 (다는) 거. -오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pol333
    작성일
    11.03.10 12:11
    No. 4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늦은가을
    작성일
    11.03.15 19:39
    No. 5

    서서히 기가 빠져나가는것 같은데여 ㅎㅎ 뱃살이 빠지고 그러다가 삐썩 마를듯하네여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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