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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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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169
추천수 :
1,192
글자수 :
98,359

작성
11.03.08 00:17
조회
2,572
추천
25
글자
7쪽

미령(美靈)-21

DUMMY

언제부터인가 이유 없이 피곤하고 속이 좋지 않아 소화제를 복용했으나 전혀 차도가 없더니 옆구리에 통증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전에도 잠깐 이런 적이 있어 곧 낫겠지 하던 영선은 어느 날 심한 구토를 하고서야 병원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저것 검사를 끝내고 낸 의사의 말은 영선에게 청천벽력 그 자체였다.

“왜 이지경이 되도록 놔뒀습니까?”

영선의 병명은 간암말기였다. 영선은 마지막 희망을 갖기도 했으나 이미 손쓰긴 늦었다는 의사의 선고를 멍하니 받아들여야 했다. 오랜 화류계 생활을 하는 동안 몸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일순간에 삶의 의욕마저 잃어야했던 그녀는 병원에서 추천한 간병인을 가족 삼아 죽을 날만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대로 죽기는 지난 세월이 억울했던 영선은 한 가닥 희망으로 용하다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영선의 상태는 그들마저도 외면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결국 오지 않았으면 했던 그날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그녀는 주변을 정리하면서 간병인에게 세 가지 유언을 남겼다. 제일 먼저 은행에 넣어두었던 돈은 그동안 자신을 보살펴 준 간병인에게 주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죽은 뒤 간병인을 보내준 복지기관에 살던 집을 기증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화장장을 나오는 한 영구차 앞자리에 앉은 간병인의 무릎에 영선의 유골이 안겨 있었다.

“그랬군요.”

“그래서 이집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그럼 영선씨가 바로 오지영이었요?”

“그건 제 본명이 아니에요. 본명은 오미령 이예요.”

서류상에 명시된 오지영이란 이름은 그녀가 성장했던 고아원에서 붙여준 이름이었다. 처음 그녀가 고아원에 왔을 때 이름이 없어 원장이 자신의 성을 붙여 그렇게 만들어 준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고아원에서 지낼 수가 없게 되자 독립을 해야 했는데 마침 그녀의 뛰어난 미모를 발견한 유흥업계 대모가 수양딸들이듯이 데려가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화류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주민등록증을 만들 던 도중 고아원에서 받아 온 서류를 통해 그녀의 출생지를 알게 되었고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른 그곳에서 자신의 이름이 미령이었고 아버지의 성이 원장과 같은 오씨였다는 것을 듣게 된 것이다.

“힘들게 살았네요.”

“그렇죠.”

“그런데 영선씨 눈은 원래 그랬어요?”

“그럴 리가요. 저도 옛날처럼 까만 눈을 갖고 싶어요. 하지만 귀신은 그럴 수가 없어요. 섬뜩하죠?”

“아, 아뇨. 그 그런 게 아니라.”

영욱은 마음에 있지도 않은 소리가 튀어나왔지만 경황이 없어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그럼 아무렇지 않다는 거군요.”

그녀는 조금 전보다 더 커진 눈으로 영욱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조금 전까지 섬뜩하기 짝이 없던 것이 아무렇지 않게 보였고 지금의 그런 분위기에 적응이라도 된 듯 가슴 속에선 차분해진 심장이 뛰고 있었다. 놀란 가슴이 진정된 영욱의 시야에 그때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하얗기만 한 미령이었지만 그녀의 검은 머릿결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거기에 전직 호스티스답게 커다랗고 동그란 눈과 수려하게 날이 선 콧날 그리고 약간은 도톰한 입술은 그녀가 살아있을 때 얼마나 많은 남성들의 애간장을 끓게 했는지 짐작케 했다. 그러한 미모에 영욱도 현실을 망각한 채 빠져들고 있었다.

“나 여기서 살아도 돼요?”

“그럼요. 그동안 적적했거든요.”

사실 귀신과 같은 집에 사는 것이 탐탁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미령이 싫지 않았던 것이다. 도저히 정상적이지 못한 생각이지만 그만큼 미령의 미모에 빠져 있었고 그녀만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전에 이사 왔던 사람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나요?”

“네.”

“뭐라고 하던가요?”

“절 여기서 쫓아내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사람을 쫓아낸 건가요?”

“네.”

“어떻게요?”

“그 사람은 물론 부인까지 평생 짐을 안겨줬죠.”

섬뜩했다. 분명 전 주인의 부인은 무슨 화를 당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영욱은 문득 문 위에 붙여 놓은 부적을 생각했다.

“그럼 전?”

“선생임은 아직 그러지 않았잖아요.”

그녀는 문 위에 부적이 붙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은 것을 보면 부적은 효험이 없다는 애기였다. 하긴 아무 대가없이 받은 것이니 그럴 수도 있었다. 그래도 한번 시험을 해 볼까 했으나 공연히 얘기했다가 자신에게도 화가 미칠지 몰라 생각을 접었다.

“부탁이 있어요.”

“뭔데요?”

“선생님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영욱은 갑작스런 미령의 말에 선뜻 대답을 못했다. 옛날에 귀신과 사랑을 나누면 온 몸의 기가 빠져 죽게 된다고 했던 어머니의 얘기가 떠오른 것이다. 그런 속내를 알았는지 그녀는 더 이상 영욱을 채근하지 않았다.

“당장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내일 새벽에 하셔도 돼요.”

“그게 좋겠네요.”

“이제 갈 시간이 됐네요.”

그 사이 창밖엔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잠시 후 미령이 사라지고 날이 밝았지만 온 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돼버린 영욱은 여기저기 욱신거리는 통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계속 깨어 있었으니 분명 꿈이 아니었지만 지난 새벽의 일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모든 의혹이 풀렸고 막상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이었다. 미령이 무섭진 않았지만 당분간이라면 모를까 평생 귀신과 살다가 죽을 생각을 하니 그렇게 삶을 마감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다음날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던 영욱은 저녁때가 다 되어 방에서 나왔다. 그냥 계속 누워 있을까 했지만 믿기지 않는 현실로 진이 빠진 데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아 속이 허해 일어났던 것이다. 냉장고에 있던 것으로 대충 저녁을 때운 영욱은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걱정이 되었다. 오늘밤 미령이 오면 뭐라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여간 고민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은 귀신이라는 존재에 익숙하지 않아 그녀를 마주하기도 꺼림칙했던 것이다. 문득 어머니의 얘기가 생각난 영욱은 귀신과 사랑을 나누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려고 인터넷을 연결했다. 검색어에 ‘귀신과 사랑’이라고 입력해 보았지만 그가 찾는 대답은 어느 사이트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귀신과의 사랑을 미화한 소설 제목들만이 즐비했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 죽지 두 번 죽으려고?’

영욱은 일단 부딪혀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 미령이 오기를 기다리던 영욱은 12시가 가까워 오자 서서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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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미령(美靈)-28 +1 11.03.11 2,009 26 8쪽
27 미령(美靈)-27 +4 11.03.11 2,005 23 8쪽
26 미령(美靈)-26 +5 11.03.10 2,002 20 9쪽
25 미령(美靈)-25 +5 11.03.10 2,172 25 7쪽
24 미령(美靈)-24 +6 11.03.09 2,303 23 7쪽
23 미령(美靈)-23 +6 11.03.09 2,226 24 7쪽
22 미령(美靈)-22 +7 11.03.08 2,482 26 7쪽
» 미령(美靈)-21 +8 11.03.08 2,573 25 7쪽
20 미령(美靈)-20 +5 11.03.07 2,577 28 7쪽
19 미령(美靈)-19 11.03.06 2,419 21 7쪽
18 미령(美靈)-18 +2 11.03.06 2,562 2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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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미령(美靈)-13 11.03.01 2,752 22 7쪽
12 미령(美靈)-12 +1 11.02.28 2,852 22 7쪽
11 미령(美靈)-11 11.02.27 2,676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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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령(美靈)-9 +1 11.02.26 3,018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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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령(美靈)-3 +4 11.02.22 3,376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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