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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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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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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6
글자수 :
98,359

작성
11.02.23 20:15
조회
2,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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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7쪽

미령(美靈)-6

DUMMY

밤새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던 영욱은 월요일 아침 창문으로 스며든 눈부신 햇살과 핸드폰의 요란한 진동음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전화국입니다. 오늘 몇 시에 방문하면 되겠습니까?”

“제가 오전에 일이 있는데 오후도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합니다.”

“그런데 인터넷도 같이 연결해 주시나요?”

“아닙니다. 저흰 전화만 연결해 드립니다. 인터넷은 따로 기사를 부르셔야 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오후 1시 이후에 집에 있겠습니다.”

“그때 인터넷 기사도 같이 방문하도록 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전화 연결 상태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연락 하겠습니다.”

전에는 말만 하면 되던 것이 이제는 모든 걸 직접 해야 하는 현실에 처한 영욱은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 살았었는지를 깨달았다. 인터넷 회사에 전화로 예약을 한 영욱은 은행에 가서 중개소 직원이 가르쳐 준 전 주인 계좌로 잔금을 입금했다.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부동산 중개소로 가는 동안 영욱은 거리의 풍경이 전에 살던 강남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차분하고 정감 있어 보였고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엔 인간미가 느껴지는 거 같았다.

“오셨습니까?”

“네. 지금 막 잔금 송금하고 오는 길입니다.”

영욱은 직원에게 무통장입금 증을 내밀었다.

“됐습니다. 여기 등기서류 받으십시오.”

영욱은 등기서류를 받으며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전에 살던 분 말인데요.”

“네.”

“보니까 주위 경관도 좋고 집도 새로 수리했던데 왜 그렇게 싸게 집을 내놓으셨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 되더군요.”

영욱의 얘기를 들은 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께서 운이 좋으신 거죠.”

더 이상 물어봤자 별다른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영욱은 중개소를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전자대리점에 들른 영욱은 메모한 것을 꺼내들고 이것저것 물건들을 살폈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네. 여기 있는 물건들을 좀 보려고 합니다.”

직원은 영욱이 건네준 메모를 보았다.

“저희 매장에 모두 있는 겁니다. 일단 보시고 나서 결정하시죠.”

메모지를 확인한 직원은 영욱을 물건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매장을 둘러본 영욱은 중간 수준의 가격대를 선택했다.

“그런데 냉장고는 있으신가 보군요?”

“어? 냉장고가 빠졌나?”

메모를 보니 냉장고가 빠져 있었다.

“냉장고도 보시겠습니까?

“네.”

냉장고까지 고르고 난 영욱은 직원이 계산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전부해서 5백70만원입니다.”

“와! 그렇게 많이 나와요? 디스카운트 좀 안됩니까?”

“글쎄요. 이것도 싸게 드리는 건데.”

직원은 잠시 망설이더니 점장한테 얘기해 봐야 한다며 구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직원과 함께 중년 남자가 다가오더니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여기 점장 입니다.”

“아, 네.”

“직원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사실 이것도 싸게 드리는 건데.”

“그래도 이렇게 한 번에 많이 사는데 좀 깎아주셔야죠?”

점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좋습니다. 오백에 해드리죠. 그 정도면 되겠습니까?”

“좀 더 안 되겠습니까?”

“더 이상은 곤란하고 마침 보니까 가습기가 빠진 것 같은데 가습기 하나 끼워드리죠.”

“그렇게 하죠. 그럼 대금은 지금 바로 드려야 하나요?”

“일단 계약금만 주시고 잔금은 물건 받으신 다음 송금해주셔도 됩니다.”

영욱은 지갑을 열어 보았다. 그런데 지갑 속엔 10만원권 수표 3장과 만원권 지폐 몇 장뿐이었다.

“이런. 지금 30만원 밖에 없는데 그것도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일단 그것만 주시고 잔금은 오늘 중으로 이 계좌에 입금시켜 주시면 됩니다.”

계약금을 지불한 영욱은 아파트 동호수를 알려준 뒤 곧바로 은행으로 가 점장이 가르쳐준 계좌로 잔금을 송금했다. 돈을 보내고 나니 통장엔 3억이 채 안 되는 돈이 남아있었다. 여기에 만기환급 받을 보험금을 합치면 그런대로 6억은 된다. 그것만 생각하면 집도 있고 돈도 있으니 영욱은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전화국 직원과 인터넷 기사를 기다리며 그들이 오기 전에 점심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물을 끓였다. 이제 막 살림을 시작했으니 있는 거라곤 라면이 전부였다. 어쩌다 자신이 직접 끼니를 해결하는 신세가 되었을까 생각하자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기만 했다. 쓸쓸하게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물을 마시려고 하는데 차임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전화국에서 왔습니다.”

전화국 직원이 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넷 기사가 도착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전화가 연결되고 인터넷이 연결되니 집안엔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이제 대리점에서 배달될 물건만 도착하면 당장 필요한 것은 모두 해결되는 것이다. 영욱은 소파에 앉아 대리점에서 올 물건을 기다렸다. 그런데 최근 잠을 설쳐서인지 슬슬 잠이 몰려오더니 문득 욕실 문이 열리는 것이다. 졸음 가득한 눈으로 욕실을 바라보자 웬 낯선 여자가 샤워를 끝내고 알몸으로 욕실을 나오고 있었다.

“누군데 남의 집에서 샤워를 하는 거요?”

“남의 집이라니요? 여긴 내 집이에요.”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네. 이집 내가 샀어요. 여기 봐요. 등기서류에도 나와 있잖아요.”

영욱이 내민 서류를 훑어보던 여자는 코웃음을 치며 서류를 내던졌다. 그러더니 좀 제대로 보라면서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가리켰다. 서류를 주워 든 영욱은 기가 막혔다. 어디에도 영욱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것 봐요. 맞죠? 내 집. 사기 당한 거 아녜요?”

“네? 사기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에 털썩 주저앉던 영욱은 문득 들리는 차임벨 소리에 눈을 떴다.

‘휴, 꿈이었네.’

현관으로 달려간 영욱이 문을 열자 대리점에서 물건이 도착해 있었다.

“안계신줄 알고 막 전화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미안합니다. 화장실에서 볼일 좀 보느라고. 들어오십시오.”

대리점 직원들은 재빠른 솜씨로 물건들을 설치했다. 직원들은 제일 먼저 PDP 박스부터 뜯었다.

“사장님 TV는 거실에 놓으실 거죠?”

“아닙니다. 안방에 놓을 겁니다.”

박스에서 PDP를 꺼낸 직원이 작업을 하는 동안 영욱은 열심히 빈 박스들을 정리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거기에 PDP까지 설치해야 했기에 작업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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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죽음의동상
    작성일
    11.03.07 20:13
    No. 1

    신용카드는 어디에 있나? 그런데 여자가 알몸인데 너무 태연한 거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5 파장
    작성일
    11.03.07 22:11
    No. 2

    뭐 어때요, 어차피 꿈이거나 유령이거나 그럴텐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휴우
    작성일
    11.03.07 23:52
    No. 3

    여자가 알몸으로 샤워끝내고 나오는데
    누군데 남의 집에서 샤워하냐고 따지기부터 하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드왑3
    작성일
    11.03.08 11:20
    No. 4

    꿈에서는 정상적이지 않은 반응도 충분히 할 수 있을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근원적인삶
    작성일
    11.03.25 02:18
    No. 5

    상큼한 여자 알몸인데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니..55세면 그렇게 늙은 나이도 아니고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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