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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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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795
추천수 :
1,256
글자수 :
98,359

작성
11.02.23 19:56
조회
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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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7쪽

미령(美靈)-5

DUMMY

그래도 혹시나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눈치라도 챌까봐 애써 태연한척 했다. 동부 간선도로를 거쳐 도착한 단지를 보자 거기에 살게 된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혹시 하는 마음에 은근히 기대했지만 상계동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들로부터 전화나 문자는 없었다.

‘제 어미하고 똑같군. 망할 년.’

딸아이는 영욱이 유별날 정도로 예뻐했던 자식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영욱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엄마인 경미의 영향이 컸다.

“사장님 저기 입니까?”

잠시 괘씸한 마음에 속으로 열이 올라 현실에서 벗어나 있던 영욱은 이삿짐센터 직원의 목소리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트럭에서 내려 직원이 가르치는 곳을 올려다보니 베란다 창이 활짝 열려 있었다. 중개소 직원이 미리 와 기다린 모양이다.

“네. 저깁니다.”

“사장님 먼저 가 계세요. 전 준비되는 대로 올라가겠습니다.”

영욱이 아파트 건물 로비로 다가가자 경비실에 있던 경비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러주었다. 11층에서 내려 복도 입구에 들어서자 맨 끝에 서있던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힘드셨죠?”

“힘들긴요. 이삿짐센터에서 다 해줬는데요. 그런데 안에서 기다리지 않고 왜 밖에 서 있어요?”

“주인도 안 계신데 들어가 있기 좀 그래서요.”

“네.”

“전 주인께서 연락하셨는데요. 잔금은 월요일 날 여기 계좌로 입금시켜 달랍니다.”

“아, 네. 여기 복비 드릴 게요. 수표로 찾아왔는데 괜찮죠?”

영욱은 600만 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직원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 사이 밑에서 올라온 센터 직원 둘이 베란다에서 짐을 받고 있었다.

“사장님 짐 올라오네요.”

직원들이 짐을 옮기는 것을 보자 중개소 직원은 그제야 집안으로 들어와 가벼운 짐 옮기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사장님 책상은 어디 둘까요?”

“저쪽 건넌방에 책장하고 같이 두시면 되고 책들은 책장에 대충 꽂아놓으면 됩니다.”

짐은 많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위치를 정하느라 작업은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간도 됐고 한데 점심은 여기서 시켜 먹죠?”

“저흰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런데 어디다 시킨다?”

“제가 압니다, 사장님.”

중개소 직원은 핸드폰을 꺼냈다.

“뭐로 드실 건지 말씀하시죠.”

각자 메뉴가 정해지자 중개소 직원은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삿짐센터 직원과 영욱 그리고 중개소 직원을 합치면 모두 여섯이었지만 중개소 직원은 다섯 그릇만 주문하고 전화를 끊는 것이다.

“한 그릇 덜 주문한 거 아닙니까?”

“전 됐습니다. 사무실에 급히 가봐야 해서요. 혹시 연락하실 있으면 전화 주십시오. 그럼.”

직원은 영욱이 말릴 틈도 없이 현관을 나섰다.

“바쁘신가 보군요. 같이 식사하면 좋은데.”

“아이고 아닙니다. 그럼 월요일 날 잔금 송금하시고 저희 사무실에 오시면 등기부등본은 그때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나중에 우리 점심 한번 같이 해요.”

“예.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사장님 전에 사시던 분이 가스레인지는 그대로 두셨더군요. 그래서 도시가스는 제가 연결했습니다.”

“저런, 연결비가 얼마죠?”

“아유, 그냥 두세요. 됐습니다. 그럼 전 이만.”

직원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직원의 태도를 이상하게 생각하던 영욱은 마침 도착한 중국집 배달원을 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현관에 들어선 배달원도 뭔가에 쫓기는 듯 서둘러 음식을 내려놓고는 인사를 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다.

‘여긴 전부 바쁜 사람들뿐인가?’

점심을 먹고 센터 직원들이 돌아가자 영욱은 박스에 있던 짐들을 정리했다. 대충 정리를 끝내고 집안을 둘러보니 당장 TV와 전자레인지 세탁기가 필요했다. 결국 토요일이라 인터넷 연결도 안 되고 TV도 없어 심심한 주말을 보내야 했다. 새집에 적응이 안돼서인지 잠을 설친 영욱은 느지막이 일어나 베란다에 나가 밖을 내다보았다. 멀리 산이 보이고 제법 규모가 큰 하천도 보여 경관은 아주 그만이었다. 게다가 강남보다 공기도 깨끗해 어제 잔뜩 풀이 죽었던 영욱의 마음에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했다. 잠시 신선한 공기를 만끽한 영욱은 문득 매일 아침 보던 신문 생각에 혹시나 하고 현관문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어제 점심 때 내놓았던 그릇들이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음식 값은 지불했으니 그릇만 갖고 가면 될 텐데 그것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있다는 것은 배달원이 오지 않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영욱은 일요일이라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니까 걸레조차 없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영욱은 점퍼를 걸쳐 입고 집을 나섰다. 마침 단지 건너편에 마트가 있어 이것저것 살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과 마주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영욱의 사정을 알 리 없었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 다는 속담처럼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 온 영욱은 베란다에 설치된 수도에 호스를 연결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도 하나 있어야겠네.’

두어 시간 걸려 집안 청소를 끝낸 영욱은 마트에서 사온 간단한 주방기구들을 정리하고 물을 끓였다.

‘그러고 보니 전기밥솥도 있어야겠네.’

물이 끓는 동안 영욱은 당장 사야할 전자제품들을 종이에 적었다. 한 번도 살림을 해 본 적 없는 영욱은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와 이것들 장만하려면 최소한 사오백은 들겠군.’

컵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영욱은 베란다로 나가 점심 먹기 전에 보았던 바깥 경치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이렇게 경치가 좋은데 어째서 싸게 내놓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더구나 내부수리까지 마친 집을 반년도 안 돼 내 놓았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잠을 못 이루기는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늘 식구들과 북적거리며 살았던 영욱이 그러는 것은 당연했다. 더구나 전에 살던 집처럼 화려하지 않은 현실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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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88 하얀진달래
    작성일
    11.03.07 15:00
    No. 1

    '어제 점심 때 내놓았던 그릇들이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음식 값은 지불했으니 그릇만 갖고 가면 될 텐데 그것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있다는
    것은 배달원이 오지 않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영욱은 일요일이라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이 부분이 두 번 반복되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달빛호수
    작성일
    11.03.13 03:00
    No. 2

    건필하세요^6^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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