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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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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801
추천수 :
1,256
글자수 :
98,359

작성
11.03.01 16:21
조회
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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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7쪽

미령(美靈)-13

DUMMY

생각하면 할수록 걱정은 커져만 갔고 갑자기 뭔가 튀어 나올 것은 생각에 불안하기만 했다.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지만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때 문득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던 영욱은 영선이 생각났다.

‘그래 지금쯤이면 접속하고 있을지 몰라.’

영욱은 컴퓨터를 켜서 메신저를 접속했다. 역시 영선이라는 닉네임이 온라인 상태가 되어 있었다.

-영선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주무시다 깼어요?

-아뇨 좀 복잡한 문제로 생각 좀 하느라구요.

-그러셨군요. 무슨 문제라도?

-집이 좀 이상해요.

-왜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어떤 일인데요? 세탁기가 저 혼자 돌기라도 했나요?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전에 세탁기 위에 짐을 잠깐 얹어 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스위치가 눌렸지 뭐예요. 님도 그랬나보죠?

영욱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랬다면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죠. 빨랫감까지 돌고 있었어요.

-그래서요?

-그뿐이 아니었어요. 외출하고 오니까 TV가 켜져 있질 않나 꺼내지도 않은 속옷이 나와 있질 않나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녜요.

-그렇게 생각해서겠죠.

이런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 놀라는 것이 당연했지만 여자는 너무나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귀신이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글쎄요.

-분명 뭔가 있어요. 가끔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너무 예민하신 거 아닌가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분명 뭔가 있어요.

-만약 귀신이 나타나면 어쩌시겠어요?

-빈말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네요.

-^ ^ 죄송해요.

-요즘도 계속 집에서만 지내세요?

-네.

영욱은 보통 여자와 다른 영선이 궁금해졌고 대화 분위기도 바꿀 생각을 했다.

-궁금해요.

-뭐가요?

-영선씨요.

-보시면 실망하세요.

-저도 그렇게 잘 생기진 못했어요.

-잘생기고 못 생기고는 문제가 안 되죠.

-그럼 무슨 사연이라도?

-제가 정상적이지 못해서요.

영욱은 역시 여자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다 같은 사람인데 서로 못 볼 것까진 없죠.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옛날에 대학 다닐 때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거든요.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지만 영선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영욱은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했다.

-어머나 정말요?

-네.

-좋은 분이신가 봐요.

-나쁜 사람은 아니죠. ^ ^

-그럼 제가 부탁하면 언제든 만나 주시겠네요?

-그럼요.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죠.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영욱은 어쩌면 곧 영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만약 자신의 추측대로 장애를 갖고 있다면 좋은 친구로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네.

-아무리 생각해도 영선씨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남들한테 못 생겼다는 소린 안 들었어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혹시 화상을 당했나요?

-아뇨 그건 아니고 아무튼 정상인은 아녜요.

영욱은 그래도 그만하기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일반사람들과 심하게 다른 여자라면 남들 이목 때문에 마주하고 있기가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얼굴이 그대로 라면 지금도 예전 모습 그대로 일 겁니다.

-그렇긴 하죠.

-그런데 매일 새벽 다섯 시만 되면 나가시던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그냥 습관이 돼서요.

-아, 네.

-그런데 정말 만나주실 건가요?

-그럼요.

-오늘도 갈 시간이 되었네요.

-지금 다섯 인가요?

-네. 거의 맞을 거예요. ^ ^

영욱은 모니터에 표시된 컴퓨터 시간을 보았다.

-그렇군요.

-그럼 쉬세요. 나중에 또.

영욱은 여자가 궁금해 졌다.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팔이나 다리를 못 쓰나?

아니면 장님이라서 그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영욱은 새벽의 잠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들리는 핸드폰 진동음에 눈을 뜬 영욱은 머리맡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네.”

영욱이 전화를 받았지만 상대방은 대답이 없었다.

“여보세요?”

“저예요.”

영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경미였다.

“웬일이야?”

잠시 당황했던 영욱은 목에 힘을 잔뜩 주고 전화를 받았다.

“그냥 했어요.”

“애들은?”

“잘 지내요. 어떻게 지내요?”

“나도 아주 잘 자내고 있어.”

“어디로 이사했어요?”

“그건 알아서 뭐하게. 할 얘기 있어 전화 한건 아니지?”

“네.”

“그럼 이만 끊어. 나 지금 바로 나가야해.”

“잠깐만요. 저.”

영욱은 전과 달리 풀죽은 경미의 목소리를 듣고 뭔가 말하려다가 망설이는 것 같아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이내 마음이 바뀌었는지 다시 들리는 목소리는 옛날의 도도한 톤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녜요. 잘 지내요.”

전화를 끊은 영욱은 자신이 좀 심하게 대한 것 같아 조금은 미안했으나 경미의 성품으로 보아 결코 그냥 전화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한방 잘 먹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랬을까 하여 궁금증이 생겼다. 조금 전 들었던 경미의 목소리는 아쉬운 일이 있을 때 내던 소리였다. 경미는 그럴 때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누군가를 이용하려는 습성이 있었는데 조금 전 목소리는 그때의 것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역시 제 버릇 남 못 주는군.’

괘씸했다. 자신이 아쉬울 때만 기대고 그렇지 않을 땐 헌 신짝 버리듯 했던 경미의 행동을 모르는 것을 아니었지만 이미 모든 정리가 끝난 자신을 또 다시 이용하려고 했던 경미를 다시는 떠 올리기 싫었다. 하지만 평생을 같이 했던 사람이고 어찌 보면 주위에 진실한 친구 하나 없이 살아왔다는 것이 불쌍하게 느껴져 찜찜하기도 했다. 전화를 끊은 영욱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집안을 한 바퀴 둘러봤다. 그러나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고 어제 저녁보다는 조금은 개운했다. 새벽에 잠든 탓에 점심때를 훌쩍 넘기고 일어난 영욱은 토스트로 허기를 때운 뒤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베란다와 창고 청소를 시작했다. 한창 선반의 먼지를 닦아내던 영욱은 맨 위에 있던 낡은 봉투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이게 뭐지?’

조심스레 봉투 속에 든 것을 꺼내보니 여러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주로 여러 사람이 찍은 것인데 그중 몇 장은 여자의 독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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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미령(美靈)-14 11.03.02 2,738 23 7쪽
» 미령(美靈)-13 11.03.01 2,767 2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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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미령(美靈)-11 11.02.27 2,689 2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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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령(美靈)-9 +1 11.02.26 3,034 22 7쪽
8 미령(美靈)-8 11.02.25 2,945 24 7쪽
7 미령(美靈)-7 11.02.24 3,072 22 7쪽
6 미령(美靈)-6 +5 11.02.23 2,991 23 7쪽
5 미령(美靈)-5 +2 11.02.23 3,058 2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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