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785
추천수 :
1,256
글자수 :
98,359

작성
11.03.07 16:11
조회
2,594
추천
30
글자
7쪽

미령(美靈)-20

DUMMY

“이게 오늘 하루 우편으로 받은 원고들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이처럼 작가 지망생이 많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중에 채택되는 것은 일 년에 한 두건 있을까 말까 합니다. 그리고 요즘 출판 시장이 워낙 불황이라 유명작가의 글이 아니면 출판사 입장에서 투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보는 것으로 끝나는 원고가 대부분이라는 거죠.”

“그럼 신인작가 발군은 전혀 하지 않습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간혹 저희들 관심을 끄는 것도 있습니다. 전에는 각 출판사에서 과감히 투자를 했죠. 하지만 요즘 같아선 신인한테 투자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힘들다는 얘기죠.”

출판사를 나오면서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이 컸던 영욱은 기성작가들에만 매달리는 출판사에 대해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된 불황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는 출판사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원이 말했던 것 중 하나는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노벨문학 수상자가 나오지 못한 것이 기성작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출판업계 때문이니 이제는 변하지 않으면 메이저급 출판사도 생존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얘기였다. 영욱이 듣기 좋으라고 한 소리였지만 그런 날이 정말 올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영욱은 어쩌면 평생 책 한권 내지 못하고 글만 쓰다가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싹도 피우기 전에 꺾이는 꼴이 되어 돌아온 영욱은 저녁 먹는 것조차 귀찮았다. 마침 냉장고에 있던 토마토 주스로 저녁을 대신한 영욱은 오랜만의 외출로 노곤해진 몸을 침대에 뉘였다. 그런데 얼마나 잤을까? 문득 잠결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눈을 뜬 영욱의 옆에 영선이 누워 있는 것이다.

“어제 저 때문에 화 나셨죠?”

“제가요?”

“말도 없이 사라져서 말예요”

“아, 괜찮아요.”

영욱은 서운했던 마음을 삭히며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런데 매끄러운 피부의 감촉을 느끼며 절정에 달하려는 순간 눈을 떠보니 어느새 환한 햇빛이 방안에 스며들고 있었다. 조금 전의 일이 꿈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영욱은 허탈감으로 몸을 일으키다가 멈칫했다. 마치 몸살이 난 것처럼 온 몸이 찌뿌듯한 것이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영욱은 문득 전부인 경미와 갔던 신혼여행 때가 떠올랐다. 그 옛날 첫날밤을 보내고 아침에 느꼈던 욱신거림을 또 다시 느낀 것이다. 생각해 보니 전부인 경미와 관계를 가진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할 수도 없었다. 영욱은 그만큼 자신이 성에 대해 굶주렸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샤워를 하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욕실에 들어간 영욱은 샤워를 하면서 꿈에서 보았던 영선의 얼굴을 떠올렸다.

‘실제 모습도 그러려나?’

샤워를 마치고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던 영욱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벗은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이는 들었어도 하얗고 탄력 있어 보이는 피부는 아직은 그런대로 쓸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조금 개운해진 영욱은 인스턴트식품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건 말건 당장 돈이 급해서 쓰는 것이 아니었기에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쓰기로 마음먹었다. 잠을 푹 자서인지 오늘은 글도 잘 써졌고 지난번처럼 피곤하지도 않아 저녁때가 되었을 때는 상당히 진전돼 있었다. 자신이 쓴 것이었지만 처음부터 읽어보니 중간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처음 쓰는 것 치고는 비교적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기분 좋게 저녁을 먹은 영욱은 12시가 되자 컴퓨터 앞에 앉아 영선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새벽 1시가 가까워오도록 영선은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면 지난 밤 꿈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었는데 약간 실망스러웠다. 하는 수없이 건넌방을 나와 안방으로 온 영욱은 침대에 누워 잠이 오기를 기다리며 심야프로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위가 조용해지면서 잠이 들었던 영욱은 잠결에 묘한 기운을 느끼고 눈을 떴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해 거슴츠레 눈을 뜬 영욱은 문득 뭔가 오른쪽 팔을 누르는 것 같아 옆을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달빛에 웬 여자가 팔을 베고 누워있는 것이다. 깜작 놀라 일어나려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손끝하나 꼼짝할 수가 없었다.

“누구요?”

“절 벌써 잊으셨어요?”

여자는 영욱을 향해 천천히 돌아누웠다. 그것을 본 영욱은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그녀는 다름 아닌 영선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꿈이려니 하는 생각에 곧바로 진정을 하고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영선씨가 여길 어떻게?”

“전 늘 여기 있었어요.”

“여기에요?”

“네.”

영선은 달빛에 반사된 하얀 눈을 번뜩이며 영욱의 가슴에 안겼다.

“선생님 지금 이게 꿈이라고 생각하세요?”

“꿈 아닌가요?”

“이거 꿈 아니에요.”

영욱은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꿈이 아니라는 소리에 혹시 하고 이마의 혹을 만져보니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순간, 머리에서 발끝까지 싸한 것이 흐르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럼. 당신은?”

“그래요 전 사람이 아녜요.”

“그러면 귀 귀신?”

겁이 난 영욱은 허겁지겁 불을 켜려고 했다. 그러나 어찌된 것인지 엉덩이가 침대에 달라붙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불을 켜면 당신은 죽어요. 난 밝은 것이 싫어요.”

잠시 후 영선은 무엇을 하는지 영욱을 향해 양손을 너울거렸다. 그러자 이번엔 뭔가 가슴을 누르더니 영욱을 침대에 눕히는 것이다. 강제로 눕게 된 영욱은 손끝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말만 잘 들으면 절대 해치지 않아요.”

“알았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다고 했죠?”

“내가 그랬었나요?”

겁을 먹는 단계를 넘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영욱의 삶에 대한 애착은 싫든 좋든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만들었다. 잠시 후 살며시 눈을 감은 영선은 이야기를 시작했다.원래 영선은 부유층이 드나드는 고급카페의 호스티스였다. 뛰어난 미모에 그녀를 찾는 고객이 많았고 서른을 넘기면서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지금의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았다. 17살 때부터 그 바닥에서 살아왔으니 화류계 생활 13년 만에 자기 집을 갖게 된 것이다. 이제 집도 있고 모은 돈도 있었으니 그녀에겐 이제 남은 것이라면 좋은 배우자 만나 가정을 꾸리는 일 뿐이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미령(美靈)-독자 여러분께 올림 +18 11.04.03 1,367 17 2쪽
31 미령(美靈)-31 +3 11.03.13 1,839 30 8쪽
30 미령(美靈)-30 +5 11.03.13 1,919 25 7쪽
29 미령(美靈)-29 +4 11.03.12 1,851 28 7쪽
28 미령(美靈)-28 +1 11.03.11 2,029 28 8쪽
27 미령(美靈)-27 +4 11.03.11 2,023 25 8쪽
26 미령(美靈)-26 +5 11.03.10 2,018 22 9쪽
25 미령(美靈)-25 +5 11.03.10 2,189 27 7쪽
24 미령(美靈)-24 +6 11.03.09 2,319 25 7쪽
23 미령(美靈)-23 +6 11.03.09 2,246 26 7쪽
22 미령(美靈)-22 +7 11.03.08 2,500 28 7쪽
21 미령(美靈)-21 +8 11.03.08 2,601 27 7쪽
» 미령(美靈)-20 +5 11.03.07 2,595 30 7쪽
19 미령(美靈)-19 11.03.06 2,438 23 7쪽
18 미령(美靈)-18 +2 11.03.06 2,578 27 7쪽
17 미령(美靈)-17 +2 11.03.05 2,609 39 7쪽
16 미령(美靈)-16 +2 11.03.04 2,620 24 7쪽
15 미령(美靈)-15 +2 11.03.03 2,569 24 7쪽
14 미령(美靈)-14 11.03.02 2,737 23 7쪽
13 미령(美靈)-13 11.03.01 2,766 24 7쪽
12 미령(美靈)-12 +1 11.02.28 2,867 24 7쪽
11 미령(美靈)-11 11.02.27 2,689 22 7쪽
10 미령(美靈)-10 11.02.27 2,860 23 7쪽
9 미령(美靈)-9 +1 11.02.26 3,034 22 7쪽
8 미령(美靈)-8 11.02.25 2,944 24 7쪽
7 미령(美靈)-7 11.02.24 3,072 22 7쪽
6 미령(美靈)-6 +5 11.02.23 2,990 23 7쪽
5 미령(美靈)-5 +2 11.02.23 3,057 25 7쪽
4 미령(美靈)-4 +2 11.02.23 3,261 27 7쪽
3 미령(美靈)-3 +4 11.02.22 3,393 2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