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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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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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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6
글자수 :
98,359

작성
11.03.04 17:19
조회
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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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7쪽

미령(美靈)-16

DUMMY

영욱이 응모요강을 자세히 보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고 있었다. 메모지에 응모요강을 기록하고 창을 닫을 때였다. 화면에 영선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들어와 계셨네요?

시간을 보니 바로 1분전에 도착한 것이었다. 영욱은 혹시 영선이 나가버릴 새라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네. 안녕하세요?

-그동안 바쁘셨던가 봐요. 며칠 안 들어오신 것 같던데?

-네. 조금요.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바쁘셨어요?

-뭣 좀 알아볼 게 있어서요. 영선씨는 어떻게 지냈어요?

-저야 뭐. 늘 똑같죠.

문득, 영욱은 영선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최소한 사진 정도는 보내줄 것으로 생각하고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우리 서로 사진 교환하지 않을래요?

-사진이요?

-네.

-지금요?

-네. 제가 먼저 보낼까요?

-아뇨. 지금은 좀.

-곤란한가요?

-네.

-우리 만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조금씩 공개하는 것 어때요?

-아직요.

영욱은 자신이 사진을 보내면 언젠간 영선도 그렇게 할 것이라 믿고 폴더에 있던 여권용 사진을 찾았다.

-그럼 영선씨 사진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제 사진 보낼 테니 받아 볼래요?

-글쎄요. 제가 그걸. 아무튼 일단 보내 보세요.

영선이 썩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을 알면서 영욱은 모르는 체 사진을 전송했다. 그것은 영욱이 예전에 여권 사진을 스캔해 놓았던 파일이었다. 잠시 후 영선이 받았다는 메시지가 채팅 창에 표시됐다.

-어때요?

-잠깐 만요.

영욱은 자신의 사진을 본 영선이 뭐라고 할지 궁금했다.

-봤어요?

-네. 그게.

영선이 선뜻 대답을 못하자 영욱은 자신의 용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식으로 사귀자고 한 것도 아니고 애인사이도 아니었지만 왠지 실망스런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미남이시네요.

영욱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사실 그는 미남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저히 못 봐줄 정도는 아니지만 미남소리 들을 정도는 못됐던 것이다. 그런데 곧이어 나온 영선의 말은 가뜩이나 혼란스러워하는 영욱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양복이 잘 어울리네요.

영욱은 영선이 뭔가 착오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영선이 보고 있는 사진은 화이트셔츠 차림에 넥타이만 매고 찍은 것이었다. 영욱은 자신이 다른 사진을 보냈나 싶어 방금 전 보낸 사진을 열어보았지만 영욱의 말대로 화이트셔츠만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양복이 아니라 화이트셔츠 아닌가요?

-네? 아, 그러네요. ^ ^.

-영선씨 사진은 언제 보내 줄래요?

영욱은 이쯤 되면 영선도 사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가 되면 보내드릴게요.

그런데 영선의 고집에 서운함을 채팅으로 달래던 영욱은 어느 순간 뒤가 서늘해지는 것이다. 어디서 바람이 들어오나 하고 고개를 돌린 영욱은 숨이 막히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조금 열려진 문틈사이로 뭔가 그림자 같은 것이 휙 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놀란 가슴을 졸이며 방문을 열었으나 겁이 난 영욱은 고개만 살짝 내밀고 거실을 살폈다. 하지만 어둡고 텅 빈 거실엔 정적뿐이었고 그제야 방에서 나와 주방과 안방 다용도실까지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베란다하고 작은방인데 베란다는 창문이 굳게 잠겨 있었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가 없었지만 문제는 주방 옆에 있는 작은 방이었다. 거긴 딱히 둘 것이 없어 비어있는 채로 놔두었는데 막상 방문을 열려니까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아 선뜻 들어가기가 찜찜했다. 그러나 방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아 냉장고 옆에 있던 봉걸레 자루로 살며시 문을 밀었다. 문이 열리면서 주방의 불빛이 들어가자 비어있는 방안은 휑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내가 잘 못 봤나?’

그제야 한숨을 내쉰 영욱은 건넌방으로 돌아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영선씨?

-네.

-오래 기다렸죠?

-무슨 일 있으셨어요?

영욱은 사실대로 말할까 하다가 겁쟁이라는 인상을 줄 것 같아 엉뚱한 핑계를 댔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져서요.

-그러셨군요.

다시 채팅을 시작한 영욱은 고개를 돌려 열려있는 문 쪽을 바라보았다. 밖이 훤해 아까보다는 훨씬 마음이 놓였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 불을 꺼야 했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아 집안의 모든 불을 켜놓은 것이다.

-영선씨는 무슨 색깔 좋아해요?

-전 보라색을 좋아해요.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들어오셨어요?

대답을 얼버무리려는 듯 영선은 화제를 바꾸고 있었고 잠시 궁금증을 가졌던 영욱은 영선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뭣 좀 찾느라구요.

-그럼 바쁘신데 시간 뺏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천만에요. 그런데 영선씨는 늘 12시에 들어와요?

-네.

-그 전엔 뭐하세요?

-그냥 쉬는 거죠.

-그럼 매일 다섯 시간 정도 컴퓨터를 하시는 군요?

-그렇죠.

-혹시 작가 아닌가요?

-작가요?

-보통 작가들이 남들 자는 시간에 글 쓰잖아요.

-아녜요. ^ ^

영욱은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다 그만두었다. 그런 말을 너무 자주 하면 낫살 먹은 사람이 주책없어 보일 것 같고 자칫 엉큼한 남자로 오인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영선씨 갈 시간이 다 되어 가네요.

-지금 다섯 시인가요?

-아직 조금 남았어요.

-그럼. 저 이만 나갈 게요.

컴퓨터를 끄고 안방으로 들어온 영욱은 채팅 하기 전 문틈으로 보았던 그림자를 떠올리며 이제는 헛것이 다 보인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해가 뜨지 않아 거실과 주방은 불을 켜 놓은 채로 두었다. 너무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 피곤했지만 불을 끄기가 은근히 겁이 났던 것이다. 영욱은 최근 들어 영선과 채팅하면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거기에 매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한두 시간으로 끝내려고 했던 것이 결국 다섯 시를 넘기고 말았다. 돌이켜 보니 다른 일로 컴퓨터를 쓰는 것보다 영선과의 채팅하는 시간이 거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 어쩌다 거기에 빠지게 됐는지 막연한 해답을 찾던 영욱은 어느새 현실 같은 꿈속에 묻혀있었다.

“일어났어요?”

여자가 묻든 말든 영욱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젠 대꾸도 안 하네요?”

영욱은 지난번 놀랐던 기억 때문에 여자를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자는 여전히 조잘거렸다.

“아침은 식탁에 차려 놨으니 알아서 먹어요. 난 내방으로 갈게요.”

영욱은 방으로 들어가는 여자를 곁눈질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영욱은 작은 방으로 들어간 여자가 무엇을 할까 궁금했다. 영욱은 방문에 귀를 대고 숨을 죽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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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9 포프
    작성일
    11.03.04 19:50
    No. 1

    문단을 적절하게 끊으시는게 가독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것같슴다
    주제전환따위가 없으니 한문단이라고 하실수도 있는데 억지로라도 끊고 환기를 시켜야 읽기가 편할거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파장
    작성일
    11.03.07 21:25
    No. 2

    글쎄...나는 상관없던데, 그 가독성이라는 거... 으음, 세대 차인가? 차 한대 두 대... 아니면, 내가 다른 세상 혹은 차원에 살고 있다는... 으아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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