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777
추천수 :
1,256
글자수 :
98,359

작성
11.02.22 22:37
조회
3,392
추천
29
글자
7쪽

미령(美靈)-3

DUMMY

하지만 영욱은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직원이 계약서 계약서를 작성하기를 기다렸다. 찜찜하긴 했지만 영욱이 서두는 것은 하루라도 경미의 소유로 되어 있는 집에서 나와야했기 때문이다. 영욱과 집주인이 기다리는 동안 계약서 작성을 끝낸 직원이 다가와 테이블 위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여기 법원등기열람 서류입니다. 부채나 담보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확인해 보시죠.”

직원은 영욱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영욱이 서류를 보는 동안 직원과 집주인은 영욱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깨끗하군요.”

“자, 그럼 두 분 여기 각각 도장 찍으시구요. 계약금은 2천만 원입니다. 그리고 복비 600만원은 잔금 지불할 때 주시면 됩니다.”

직원이 건네 준 계약서를 받아 든 주인은 빠른 손놀림으로 도장을 찍고 직원에게 건네주더니 마치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금방이라도 일어설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영욱이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직원에게 건네고 2천만 원짜리 수표를 건네자 서류는 그대로 둔 채 급히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중개소 앞에 세워둔 차를 타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 잔금은 이사할 때 보내면 되는 거고 전 아무 때나 오면 되는 거죠?”

“그럼요. 이사 오기 전에 날짜만 저한테 알려 주십시오. 그러면 미리 가서 문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억으로 거의 30평에 가까운 아파트를 구입한 것까진 좋았으나 한편으로는 너무 급하게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여 조금은 후회가 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영욱은 현관에 눈에 익은 신발을 보고 아들아이가 쓰는 방문을 열었다.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는 아이의 손엔 책이 몇 권 들려 있었다.

“어? 아버지.”

“왔냐?”

“네.”

“엄마한테 얘기 들었지?”

“네.”

영욱은 아들아이가 뭐라고 해주길 기대했으나 이것저것 짐을 싸기만 할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넌 부모가 이혼했다는데 아무 생각도 없니?”

“두 분이 그렇게 결정한 건데 제가 무슨 말을 해요?”

“너도 아버지가 창피했냐?”

아들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너도 네 엄마하고 똑같구나. 그래 가라. 사람은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살아야지.”

짐을 다 쌌는지 아들아이는 가방 하나를 들고 방에서 나왔다.

“죄송해요.”

“됐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아들아이는 경미가 했던 말을 되풀이 했다.

“망할 자식. 내가 저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못된 것들. 네 엄마라는 여자한테 전해라. 다음 주에 나가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네. 갈게요.”

아들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숙인 채 현관을 나갔다.

“괘씸한 것들.”

다시 혼자 남게 된 영욱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이래봐야 영욱이 쓰던 컴퓨터와 옷 그리고 책들이 전부였다. 침대와 이불은 어차피 새로 들여놔야 할 것이기에 영욱의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짐을 싸면서 열어본 장롱엔 경미의 옷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꽉 차있었다. 그것을 본 영욱은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 20년 넘게 벌어다 준 돈으로 자신이 사고 싶은 것들만 샀다는 생각이 들자 전부 태워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을 탓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 내 업보지.’

과거 부잣집 딸을 동경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웠지만 생방송뿐인 인생은 편집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는 더욱 없었다. 짐을 싸고 난 영욱은 아들아이 컴퓨터로 은행 계좌를 확인했다. 이미 경미가 보낸 돈은 입금이 되어 있었다. 위자료는 받지 않겠다고 했으니 재산 분할만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 있는 집은 경미의 아버지가 사준 것이기 때문에 영욱이 받을 것은 없었으나 법적으로 경미의 소유였기에 절반쯤 되는 7억이 입금돼 있어야 했지만 애들 학비와 생활비는 양보할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2억을 뺀 5억이 입금돼 있었다. 여기서 집값 1억 8천을 주고 나면 3억, 물론 혼자 사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죽을 때까지 아무 일도 안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경미 모르게 들어놨던 펀드성 보험이 만기가 돼 이제 찾기만 하면 되는 돈이 3억이나 있었다. 만약 경미가 알았더라면 그것마저도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는데 몽땅 털어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영욱이 챙길 수 있는 돈은 모두 6억이나 됐다. 그 돈이면 변두리에 작은 가게하나 차릴 정도의 자금은 충분했다. 라면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영욱은 또 다시 텅 빈 아파트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오전, 집을 나선 영욱은 상계동 아파트 근처에 있는 가구점에 들러 침대와 필요한 가구들을 구입하고 중개소 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저 어제 아파트 계약한 사람입니다.”

“아. 네. 사장님.”

“다름이 아니라 지금 문을 좀 열어주셨으면 해서요.”

“네? 그럼 지금 이사 오시는 겁니까?”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집에 가구 좀 들여놓을 게 있어서요.”

“아, 예.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가구점 트럭을 타고 아파트에 도착하니 이미 베란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사다리차가 준비하는 것을 보고 올라가니 중개소 직원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니 왜 나와 있어요?”

“아. 네. 그냥요.”

현관에 들어선 영욱은 집안에 있지 않고 밖에 서있는 직원이 이상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베란다로 나갔다. 사다리가 설치되고 침대와 소파가 올라오는 동안 직원은 여전히 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구 배치가 끝나자 안방엔 침대와 옷장 건넌방엔 책장과 책상이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고 거실은 소파와 진열장이 휑했던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다.

‘이제 옷하고 책만 갖고 오면 끝이지.’

집에서 갖고 올 짐이라면 그것이 전부였다. 가구점 직원들이 돌아가고 창문을 닫은 영욱은 미처 보지 못한 욕실이 생각났다. 마침 소변도 마렵고 해서 욕실 문을 여는데 뭔가 담겨 있는 빨래 바구니가 눈에 띠었다. 거기엔 여자 속옷이 담겨있었고 세면대 위엔 샤워할 때 쓰는 샤워 캡이 널려 있었다. 게다가 금방 누가 샤워한 것처럼 젖은 수건이 걸려 있었고 바닥엔 물이 흥건했다.

‘여기 건조가 잘 안 되나?’

영욱은 마침 쓰레기통에 있던 검은 비닐봉지에 그것들을 주워 담고 집을 나왔다.

“베란다 창문은 다 잠그셨죠?”

그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던 직원은 현관문을 잠그며 물었다.

“네. 그리고 이사는 이번 주 토요일 날 오기로 했습니다.”

“그날 몇 시에 오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미령(美靈)-독자 여러분께 올림 +18 11.04.03 1,367 17 2쪽
31 미령(美靈)-31 +3 11.03.13 1,839 30 8쪽
30 미령(美靈)-30 +5 11.03.13 1,919 25 7쪽
29 미령(美靈)-29 +4 11.03.12 1,851 28 7쪽
28 미령(美靈)-28 +1 11.03.11 2,029 28 8쪽
27 미령(美靈)-27 +4 11.03.11 2,023 25 8쪽
26 미령(美靈)-26 +5 11.03.10 2,016 22 9쪽
25 미령(美靈)-25 +5 11.03.10 2,189 27 7쪽
24 미령(美靈)-24 +6 11.03.09 2,319 25 7쪽
23 미령(美靈)-23 +6 11.03.09 2,246 26 7쪽
22 미령(美靈)-22 +7 11.03.08 2,500 28 7쪽
21 미령(美靈)-21 +8 11.03.08 2,601 27 7쪽
20 미령(美靈)-20 +5 11.03.07 2,594 30 7쪽
19 미령(美靈)-19 11.03.06 2,438 23 7쪽
18 미령(美靈)-18 +2 11.03.06 2,578 27 7쪽
17 미령(美靈)-17 +2 11.03.05 2,609 39 7쪽
16 미령(美靈)-16 +2 11.03.04 2,620 24 7쪽
15 미령(美靈)-15 +2 11.03.03 2,569 24 7쪽
14 미령(美靈)-14 11.03.02 2,737 23 7쪽
13 미령(美靈)-13 11.03.01 2,766 24 7쪽
12 미령(美靈)-12 +1 11.02.28 2,867 24 7쪽
11 미령(美靈)-11 11.02.27 2,689 22 7쪽
10 미령(美靈)-10 11.02.27 2,860 23 7쪽
9 미령(美靈)-9 +1 11.02.26 3,034 22 7쪽
8 미령(美靈)-8 11.02.25 2,944 24 7쪽
7 미령(美靈)-7 11.02.24 3,072 22 7쪽
6 미령(美靈)-6 +5 11.02.23 2,990 23 7쪽
5 미령(美靈)-5 +2 11.02.23 3,057 25 7쪽
4 미령(美靈)-4 +2 11.02.23 3,260 27 7쪽
» 미령(美靈)-3 +4 11.02.22 3,393 2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