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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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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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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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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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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5. 잠자는 공주-차가운 심장의 기사(1)

DUMMY

며칠 전, 오싹한 동영상의 소문으로 시끄러웠을 때. 창연은 은신처에서 명상 중이었다.


밖에서 부는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쌌지만, 그에게는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느낌도 없었고, 몸의 변화도 없었다.


오히려 누군가 다가옴을 느끼고 집중이 흐트러졌다. 몸에서 한기가 새어 나오며 한순간 그의 주변은 얼어붙었다.


도도한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오던 후드를 쓴 마술사는 몸을 움찔거렸다.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눈을 뜬 창연의 눈동자는 그녀가 당황한 모습을 그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미호 공.”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창연. 그렇지 않아도 누추한 은신처가 얼어붙었기에 손님을 맞을 상황은 아니었다.


“저라는 건 어떻게 아셨죠?”

미호는 후드를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마치 동물의 귀가 생각나는 윤기 나는 하얀 머리카락. 묘하게 여우가 생각나는 귀여운 인상의 소녀였다.


“후드를 쓰고 다니는 분은 제가 아는 선에선 미호 공밖에 없습니다.”

“···그렇군요.”

“무슨 일이십니까.”

“전할 말이 있어요.”

“미호 공이?”

창연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호는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의 전언이에요.”

“···그렇습니까?”

미호가 말하는 주인님이란 [마녀]를 말했다. 미호는 마녀의 제자였고, 굳이 이곳을 찾아와서 전할 이야기는 마녀의 전언밖에 없긴 했었다.


창연은 개인적으로 마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호에게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마녀가 그걸 알고서 미호를 보낸 것 같지는 않았기에 무슨 전언일지 듣기 전부터 꺼림직했다.


“들을 준비는 되셨나요?”

“말해주십시오.”

한숨과 함께 창연의 입에선 한기가 빠져나왔다. 일순간 미호는 주변 일대에서 풍기는 냉기에 몸을 떨었다.


“일단 공주님의 상태는 어떤가요?”

“여전히···”

창연은 제대로 말을 마치지 않았다.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 미호는 일부러 모른 척했다.


“주인님께서 당신에게 공주님을 구할 수 있다고 그랬어요.”

“믿지 못하겠습니다.”

“주인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건 압니다. 하지만 함부로 공주님을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창연은 정색했다. 정색은 금방 사라졌지만, 미호는 한순간 목격한 그의 표정에 마음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요.”

“제 앞에서 공주님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미호 공이 그러시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제 주인님이 당신의 공주님을 구할 수 있어요.”

미호는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조건은 무엇입니까.”

구미가 당기는, 그렇기에 할 수밖에 없는 치사한 상황이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창연은 거부할 수도 없었다.


“둘 중 하나를 하시면 돼요. 둘 중 하나에요.”

강조하는 미호. 그렇기에 무슨 조건일지 도저히 예상되지 않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한쪽을 행하기 위해 반대쪽 조건을 어렵게 만들기 마련이었다. 특히 냉혹한 [마녀]라면 그럴 이유가 충분했다. 두 가지 조건이란 원하는 쪽을 하게 만들려는 명분일 뿐이다.


“첫 번째는 생명의 돌을 가져오는 것.”

이것은 어느 정도는 예상 범위였다.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 어쩌면 마녀의 목적은 생명의 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창연은 생명의 돌을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한 물건으로 알고 있었다. 생명의 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들도 대부분 창연과 비슷하게 알고 있다.


“두 번째는···”

뜸을 들이는 미호. 공교롭게도 두 번째가 진짜 조건일 확률이 높았기에 창연은 괜히 시간을 끄는 미호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호가 생각보다도 시간을 오래 끌자 창연은 의문을 품고 그녀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미호는 말을 꺼내길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마녀의 말을 전하기만 하면 되는 입장, 굳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조건을 행해야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창연이다. 어떤 조건이 나와도 공주님을 위해 할 수밖에 없다.


“시영이라는 분과 포우를 쓰러뜨리는 거예요.”

한참 만에 나온 두 번째 조건. 공교롭게도 이것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조건이었다.


포우는 생명의 돌과는 달리 혜성의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실존 여부가 불분명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최소한 생명의 돌보다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포우는 혜성, 더 나아가 전 세계를 D-Zero로부터 구한 존재다. 만날 수 있는지는 고사하고, 이길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워, 원래 조건은 처단이지만 싸워서 이기면 처단한 거나 다름없잖아요?”

미호는 손을 저었다. 창연은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창연은 시영이란 사람에게는 원한이 없었다. 얼마 전, 혜성에 귀신 소동이 일어났을 때 처음 봤었고, 근래 평소 그가 베푸는 선행을 봤기에 오히려 그에게는 원한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포우는 달랐다. 창연은 포우를 증오했고, 기회만 된다면 그를 쓰러뜨릴 이유가 필요했다.


어쩌면 그 이유는 오늘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 창연은 입꼬리를 올렸고, 한순간 퍼져나간 한기에 미호는 몸을 떨었다.


“어, 어쨌든 되도록 평화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의뢰가 쉽습니다. 그 마녀가 진짜 저런 조건을 걸었습니까?”

“네?”

미호는 창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쉽다는 말씀이세요?”

“그렇습니다.”

창연의 긍정에 미호는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주인님이 말한 두 가지 조건은 하나같이 까다로운 것들이었다. 그 어느 쪽도 쉽게 이룰 수 없는 것들이기에 그의 반응이 그저 허세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저, 두 번째 조건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처단해야 하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쉽다는 겁니다.”

창연의 확답. 미호는 눈을 깜빡거렸다. 자기 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제 주인님께서 손수 귀를 파주셨기에 그건 아니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세요?”

“맞습니다. 오히려 그 마녀에게 전해주십시오. 의뢰를 바꿀 기회를 주겠다고.”

단순한 허세라 여겨지던 그의 태도도 점점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알 수 없는 신빙성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미호는 그에 대해서 대꾸할 수 없었다.


“···주인님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이미 그가 말하는 마녀가 자신의 주인님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평판이 안 좋을지라도 미호에게는 은인이었기에 이 문제에 대해선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기분 나빴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창연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 전할 말은 없었기에 미호는 다시 후드를 썼다.


“저기···”

그렇게 나가기 전, 미호는 입을 열었다.


“공주님의 이야기는 죄송해요. 하지만 분명히 말해야겠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창연은 공주님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조심스러워졌고, 그럴수록 미호 또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입을 열었다.


“잠자는 공주님, 그분을 생각하면, 아마 제가 창연, 당신의 입장이라면 조금은 평화적인 조건을 선택할 것 같아요.”

미호의 말에 창연은 말없이 그녀를 주시했다.


“제가 당신이 공주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무슨 마음인지는 알아요. 그러니 평화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평화··· 입니까?”

창연은 차갑게 되물었다.


“기왕이면 그 공주님이 깨어났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 말을 끝으로 미호는 자리를 떠났다. 잠깐이나마 그녀의 존재로 은신처에는 따스함이 머물렀지만, 그녀가 나가자마자 다시 차가워졌다.


“공주님이 깨어났을 때?”

아마 그것은 머지않았을 수도 있었다. 너무나도 쉬운 조건을 내건 마녀. 거절할 수 없는 창연은 당연하게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마녀는 교활했기에 꿍꿍이가 있음이 분명하지만, 창연은 잠깐 생각을 거친 뒤,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만약 마녀가 다른 꿍꿍이가 있었을 경우, 그녀가 내건 두 가지의 조건은 분명 변경되어야 했다. 마녀가 가진 위치상 창연보다 정보를 더 많이 가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생명의 돌인가···”

마녀가 포우와 시영의 처단을 명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단지 창연이 아는 대로면, 마녀는 생명의 돌을 원한다는 것뿐이다.


“어쩔 수 없군.”

미호의 말을 몇 번이고 곱씹었지만, 잠자는 공주님이 깨어나기 위해선 평화라는 허울 좋은 말에 놀아날 수는 없었다.


창연은 미호를 나쁘게 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마녀가 가장 신뢰하는 마술사라는 걸 생각하면 속내는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가 평화를 운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평화는 창연과 공존할 수 없는 단어였다.


은신처를 빠져나온 창연은 한랭한 공기를 느꼈다. 북쪽 산에서 불어오는 소름 돋는 비명의 바람. 이곳은 온화한 혜성의 기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다.


공교롭게도 지리적으로 너무나도 가까운 이곳은 지금은 혜성의 대지에 편입된 지 오래였다. 그래봐야 반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창연에게는 그 반년이 마치 만 년이라도 지난 것처럼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다.


한때는 북쪽 산이 아닌 이 나라의 이름이 있었다. 지금은 잃어버린 이름. 창연은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평화로웠던 왕국을 생각하며 지금은 얼어붙은 성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만두며 온화한 혜성의 대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창연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시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다. 포우는커녕 시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잘 몰랐기에 반드시 그를 알아야만 했다.


일전의 조사로 그가 강해성 탐정 사무소에 소속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운 좋게도 그곳으로 가자마자 시영이 보였다.


그는 뭔가에 놀란 것처럼 심각한 표정이었다. 사무소 안으로 들어간 시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왔고,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달렸다.


창연은 그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탐정 사무소에 온 김에 추리해보면 뭔가 중대한 사건이 있는 것 같았다. 추리와는 거리가 있는 창연은 여기까지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시점에서 일어난 사건은 괴도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뿐. 소문의 오싹한 동영상 관련 사건은 아닐 것이다. 창연은 그 어느 쪽과도 관련이 없었기에 더 이상의 추리를 포기했다.


다만, 지금 해야 할 일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시영을 쫓는 것. 창연은 그가 뛰어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뛸 준비를 했다.


“어디 가려는 거야?”

낯선 목소리가 묘한 이끌림과 함께 들려왔다. 창연은 시선을 돌려 자신을 부른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색이 바랜 것처럼 하얀 머리카락의 어린아이였다. 마찬가지로 빛을 잃은 눈동자에 눈이 마주쳤다.


“절 아십니까?”

“몰라.”

소녀는 사탕을 먹으며 처음 보는 창연을 뚫어지듯 바라보았다.


“그렇습니까?”

창연은 처음 보는 소녀를 보며 이끌림을 느꼈다. 오지랖일 수 있지만, 소녀도 그것을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묘한 이끌림, 처음 느껴보는 무언가였다. 마치 창연과 소녀를 이끄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았지만, 추리와 거리가 있는 창연은 그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


“성함이 무엇입니까?”

“성함? 이름?”

“그렇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노바는 노바라고 해!”

노바, 조금은 특이한 이름에 창연은 그녀의 이름을 되뇌었다.


“넌 이름이 뭐야?”

“창연이라고 하옵니다, 노바 공.”

“노바 공?”

노바는 색다른 호칭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편하다면···”

“창연 공!”

그의 마음과는 달리 노바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아, 네. 노바 공.”

창연은 원래 목적도 잊은 채 노바를 보며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누굴 찾아온 거야?”

물론 그 목적은 금방 찾아버렸고, 한순간 시영이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이미 그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실례했습니다.”

창연은 정중하게 인사하며 자리를 떠났다. 노바와 멀어질수록 이끌림은 사라져갔고, 이따금 뒤를 바라보며 노바가 자리에서 떠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멀어지는 이끌림과 함께 창연은 공주님을 떠올리며 마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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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pisode 05. 잠자는 공주-차가운 심장의 기사(3) +2 20.09.17 23 1 13쪽
75 Episode 05. 잠자는 공주-차가운 심장의 기사(2) +2 20.09.16 29 1 14쪽
» Episode 05. 잠자는 공주-차가운 심장의 기사(1) 20.09.15 38 0 13쪽
73 Episode 04. 황금의 괴도-액셀러레이터, 해산(3) 20.09.14 27 0 19쪽
72 Episode 04. 황금의 괴도-액셀러레이터, 해산(2) 20.09.12 26 0 17쪽
71 Episode 04. 황금의 괴도-액셀러레이터, 해산(1) 20.09.11 25 0 18쪽
70 Episode 04. 황금의 괴도-괴도를 향한 반격(3) 20.09.10 24 0 18쪽
69 Episode 04. 황금의 괴도-괴도를 향한 반격(2) 20.09.09 22 0 15쪽
68 Episode 04. 황금의 괴도-괴도를 향한 반격(1) 20.09.07 23 0 12쪽
67 Episode 04. 황금의 괴도-괴도의 선언(2) 20.09.06 21 0 17쪽
66 Episode 04. 황금의 괴도-괴도의 선언(1) 20.09.05 25 0 15쪽
65 Episode 04. 황금의 괴도-만날 수 없어(2) 20.09.03 22 0 13쪽
64 Episode 04. 황금의 괴도-만날 수 없어(1) 20.09.02 19 0 12쪽
63 Episode 04. 황금의 괴도-제미니의 협력(3) 20.09.01 20 0 12쪽
62 Episode 04. 황금의 괴도-제미니의 협력(2) 20.08.31 23 0 14쪽
61 Episode 04. 황금의 괴도-제미니의 협력(1) 20.08.30 24 0 13쪽
60 Episode 04. 황금의 괴도-독행은 후회를 낳는다.(2) 20.08.28 19 0 11쪽
59 Episode 04. 황금의 괴도-독행은 후회를 낳는다.(1) 20.08.27 24 0 14쪽
58 Episode 04. 황금의 괴도-괴도의 습격(3) 20.08.26 23 0 12쪽
57 Episode 04. 황금의 괴도-괴도의 습격(2) 20.08.25 22 0 15쪽
56 Episode 04. 황금의 괴도-괴도의 습격(1) 20.08.24 21 0 14쪽
55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This Illusion(3) 20.08.23 23 0 17쪽
54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This Illusion(2) 20.08.21 20 0 13쪽
53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This Illusion(1) 20.08.19 25 0 24쪽
52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PAradox IRruption(3) 20.08.18 21 0 17쪽
51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PAradox IRruption(2) 20.08.17 20 0 15쪽
50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PAradox IRruption(1) 20.08.16 2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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