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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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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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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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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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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4. 황금의 괴도-괴도의 습격(3)

DUMMY

“아, 네··· 바로 가겠습니다.”

사뭇 심각해진 시영의 표정에 민화는 눈을 깜빡거렸다.


“누구 전화야?”

“현 가문이래.”

“현 가문? 그 용을 다룬다는 그?”

“맞는 것 같아.”

시영은 침착하게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그 가문에서 왜 너한테 전화하는 거야?”

“황금의 괴도 문제로 나한테 의뢰할 게 있대.”

“네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고?”

“···그러게?”

그제야 조금 이상함을 느낀 시영. 민화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바보야. 그런 거부터 의심해야지.”

“근데 진짜 전화 받은 사람이 현 가문의 대표는 맞아.”

“그걸 어떻게 아는데?”

“어제 만났거든. 밤늦게 만났으니 하루도 안 지났네.”

“만났어?”

“응.”

시영은 미소를 지었지만, 민화는 미심쩍은 마음을 거두지 못했다. 평소 시영의 선한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가끔 보이는 멍청하리만큼 의심 없는 행동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하필 괴도 문제네··· 안 그래도 괴도 때문에 도시가 시끄러운데.”

“아이돌 A 양 말하는 거야?”

“응,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별일 없었으면 좋겠어. 루머로는 아미라던데 진짜일까?”

민화는 긴장을 삼켰고, 시영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아니길 바라야지. 아무튼 먼저 갈게.”

“그래 시영아, 조심히 가.”




그렇게 현 가문으로 간 시영은 바로 용수를 만날 수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정중한 인사와 함께 시영은 손님맞이 방으로 들어갔다.


“반갑습니다. 박시영 님.”

“저도 반가워요. 용수 씨.”

“갑작스럽게 부른 건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시영은 손사래를 쳤다.


“그나저나 괴도 때문이라면서요?”

“맞습니다. 괴도가 현 가문을 습격했습니다.”

“아···”

시영은 애써 분을 참는 용수를 바라보며 긴장을 삼켰다.


“그래서 이번 일은 마석 사건과 오싹한 동영상의 소문을 훌륭하게 해결한 시영 님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예? 아, 아녜요.”

“겸손할 필요는 없습니다. 해성 님에게 이야기는 들었기 때문이죠.”

“해성 님? 제 스승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용수의 긍정. 시영은 스승이 대단한 사람임을 알고 있었기에 현 가문의 대표와 친분이 있다는 건 금방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민화가 지적한 부분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는데, 잠깐의 생각을 통해 한 가지 이유를 추리했다.


“혹시 제 번호도 스승님께 받으셨나요?”

“맞습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왜 하필 저죠?”

“말씀드렸잖습니까? 마석 사건과 오싹한 동영상의 소문을 훌륭하게 밝혀낸 시영 님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건 저 혼자 한 게 아니에요.”

시영은 자신을 향한 용수의 기대에 미안한 마음과 함께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혼자 하지 않았다는 말은···”

“마석 사건은 소인이라는 애랑 함께 해결했고, 오싹한 동영상의 소문은 제가 해결했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워서요.”

“···뭐 그래도 결정적으로 시영 님이 있었기에 해결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 용수는 오히려 괜찮다는 마음과 함께 그를 배려했다.


“시영 님, 보수는 넉넉하게 드리겠습니다. D-Zero의 진실도 아는 선에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보수는 필요 없어요.”

“···네?”

용수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차피 괴도를 잡으려 하긴 했어요. 녀석이 사람들의 미소를 앗아가고 있으니까요.”

“미소··· 확실히 괴도가 존재하는 한 혜성의 사람들은 웃고 지낼 수 없습니다.”

“맞아요. 사람들의 미소를 위해서라도 괴도를 잡으려 했거든요.”

“그래서 보수를 받지 않겠다는 겁니까?”

“네, 어차피 하려는 일에 굳이 뭔가를 받을 필요는 없잖아요?”

시영은 지그시 미소를 지었고, 용수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거기 누구 없습니까?”

“예, 용수 님.”

용수의 부름에 현 가문의 사람이 다가왔다.


“용의 잎사귀의 차와 여러 가지 한과 부탁드립니다.”

“아, 한과는 몇 종류 없는데···”

“한과가 그새 떨어졌습니까? 그 많던 게?”

“인영 아가씨께서···”

“···그렇습니까?”

용수는 콧바람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묘한 시선에 시영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용수는 그 얼마 안 되는 한과를 가져오라 부탁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대접은 제대로 해야 하는데···”

“아뇨,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그나저나 인영 아가씨가 누구예요?”

“혹시 어제 말씀드린 조카를 기억하십니까?”

“오싹한 동영상으로 두통을 느꼈다는 그분?”

“그 애가 인영입니다.”

“그렇군요.”

시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례지만, 시영 님은 공존이라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존이요?”

갑작스러운 물음.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일까. 시영의 대답은 조금 시간이 흘러야 했다.


“모두가 같이 미소 지을 수 있는 세상?”

“하하, 시영 님은 미소를 좋아하는군요. 그럼 왜 미소인지 여쭤도 괜찮겠습니까?”

“그야, 서로가 얼굴 붉힐 일 없이 웃는 얼굴로 지낼 수 있는 세상이 진정한 공존이 아닐까요?”

“웃는 얼굴··· 좋은 의미군요.”

용수의 입가에는 이미 미소가 드리워 있었다. 긍정적으로 시영을 바라보는 용수의 시선. 정작 그의 눈동자에 들어온 시영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시영은 아미와 고속이 싸웠던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하루도 지나지 않은 일이었기에 기억은 생생했고, 몸을 던짐으로 싸움이 끝났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해방기 소지자라는 이유로 싸우는 사람들. 어쩌면 용수의 물음은 시영의 의문에 힘을 실어준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여전히 그들이 해방기 소지자라는 이유로 서로 다퉈야만 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까?”

“그냥···”

조금이지만 알 수 있었다.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기에 싸운다. 시영은 안타까워했다.


“서로가 다투는 것보단, 사이좋게 지내길 바랄 뿐이에요.”

“시영 님은 원수와도 공존할 수 있는 겁니까?”

어쩌면 원수를 미워하는 소인과 소민을 봤기 때문일까. 시영의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용수가 부탁한 차와 한과가 나올 때쯤에야 새어 나온 한숨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아뇨.”

“이유가 무엇입니까?”

“간단하잖아요. 누군가의 원수와는 친하게 지낼 수 없어요. 원수가 불릴 정도로 잘못했다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벌을 받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죠.”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전 원수가 용서를 구한다면 기꺼이 용서할 거예요.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 순간부터는 원수가 아니라 친구니까요.”

슬며시 고개를 든 용수는 시영을 바라보았다. 한 치의 거짓 없는 대답. 그는 진심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싸우지 않게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사과에도 용서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 거니까요. 그래서 공존이 어려운 것 같아요.”

“재미있는 대답이군요.”

용수는 흐뭇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오늘따라 용의 잎사귀 차가 더 감미롭게 느껴졌다.


“시영 님, 보수는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까?”

“네, 어차피 괴도를 잡으려 했으니까요.”

여전히 시영의 마음은 변함없었고, 용수는 지그시 돌풍의 메모리 스크롤을 꺼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보수는 어제 돌려주신 이 [돌풍]으로 하고, 의뢰 목적은 괴도의 격퇴입니다.”

“격퇴라면, 쓰러뜨리라는 말씀이시죠?”

공존을 중시하던 용수의 입에서 나온 무서운 말이었다. 시영은 그가 실언했다 생각했지만, 이내 진심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맞습니다. 시영 님은 모르겠지만, 저를 비롯한 현 가문의 모두는 괴도와는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인영 씨가 당한 습격 때문인가요?”

“인영이가 습격당했기에 별문제 없이 녀석을 쫓아낼 수 있었지만, 만약 평범한 가정집이었다면···”

용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그 가정의 결과는 시영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사뭇 숙연해진 분위기 속 시영은 자신을 향한 묘한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누구···?”

얼마 와보지 않은 현 가문에서는 용수를 제외한 모두가 낯선 사람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특이한 아이가 가장 낯설었다. 묘하게 보랏빛이 도는 검은 눈동자, 흔들림 없이 자신만을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영아!”

용수가 소리쳤고, [인영]이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는 재빨리 사라졌다.


“저분이 그?”

“맞습니다. 위험하니 방에서 기다리라니까···”

용수는 한숨을 쉬었다.


“왜 괴도가 인영 씨를 습격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괴도라는 존재가 모든 면에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영이를 습격한 이유마저도 모르니 원···”

“혹시 아이돌 A 양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어떤 관련이 있는 겁니까?”

용수는 눈을 크게 떴다.


“This Illusion의 예를 들면, 광대라는 카테고리에 속한 사람 중 This Illusion을 배우지 않은 사람은 두통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우리 인영이가 두통을 느낀 겁니까?”

“혹시 인영 씨는 광대가 아닌가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뭐, 인영이에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그렇군요.”

시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


“광대는 대부분 예술가 계통의 직업에서 나타나죠. 즉, 아이돌도 예술가니까···”

“괴도는 광대만 습격하는 겁니까?”

“확신은 못 드리겠어요. 아직 밝혀진 건 없고, 심증만 가득한 추리니까요. 더군다나 인영 씨의 정확한 카테고리를 모르니까 신빙성은 없어요.”

시영은 더욱 신중해졌고, 용수는 안타까움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괴도가 왜 아이돌 A 양과 인영 씨를 습격했는지 알아야 하는데···”

시영은 지그시 용수를 바라보았다.


“목적은 격퇴입니다. 이유는 몰라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또 누구를 습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그런 걸 조사할 여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목적이라도 알면 다음에 습격을 받을 사람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시영과 용수는 돌풍이 부딪치듯 눈이 마주쳤다.


“용수 씨가 지금 여유가 없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급하게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잖아요. 더군다나 공존을 중시하는 용수 씨가 격퇴라는 의뢰를 부탁할 정도면 얼마나 화나셨을지 알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여유가 없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원래 쉬운 일은 없잖아요. 공존도 그래요. 원수와 공존하기에는··· 많은 생각이 필요하겠죠.”

공존이라는 말에 용수는 체념하듯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현 가문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용수가 박수를 두 번 치자 현 가문의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가 뭔가를 속삭이자 현 가문의 사람은 비장한 표정으로 잽싸게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이야기 하셨나요?”

“별거 아닙니다. 인영이와 현 가문을 지킬 최소 인원만 남고 나머지는 혜성 곳곳에서 괴도의 습격을 막아내라는 명령이었습니다.”

그 순간 시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별거 아닌 건가요?”

“시영 님과 제가 공존할 혜성을 위해서라도, 현 가문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해야 할 사소한 일입니다.”

용수의 단호함은 시영에게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렇게 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다들 어디 나가던데, 무슨 일 있습니까?”

놀란 눈의 고속이 그들을 찾아왔고, 용수는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조금 늦으셨군요, 고속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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