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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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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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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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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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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4. 황금의 괴도-액셀러레이터, 해산(3)

DUMMY

그런 액셀러레이터를 바라보는 포우. 대답 없는 그의 붉은 눈동자 속에서 액셀러레이터는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 단지 그가 이해할 수 있다는 건 포우가 우리를 구했다는 사실이었다.


액셀러레이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포우는 돌풍의 창을 휘둘러 두 사람의 주변에 거센 바람을 모았다.


바람이 마치 구체의 형상을 하듯 동그랗게 회전하자 놀랍게도 액셀러레이터와 전사의 몸은 점점 떠오르며 그들이 떨어졌던 빌딩 옥상을 향했다.


“고마워요! 포우!”

이미 들리지도 않을 거리만큼 올라갔을 때, 전사가 포우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렴풋이 대답이 들렸기 때문일까, 포우는 그저 붉은 눈을 빛내며 두 사람을 격려했다.




한편, 홀로 남은 천사는 괴도와 그의 환영을 홀로 막아내고 있었다. 두 사람의 해방을 찾아야 했지만, 자신을 막아서는 괴도 때문에라도 그럴 수 없었다. 그랬기에 혼자서라도 괴도를 쓰러뜨리겠다는 다짐으로 몰아치는 공격을 막아냈다.


“사슬은 어디로 보낸 거야?”

더군다나 말 많은 괴도의 수다가 계속 이어졌다. 천사의 입장에선 차라리 공격을 막아내는 게 더 편할 정도로 성질을 긁는 괴도의 말에 짜증이 올라왔다.


“네가 뻗은 사슬은 위협적이었어. 인정할게. 하지만 결정적으로 날 잡지 못했지.”

괴도가 천사의 복부를 가격했고, 이어 다가온 환영의 공격에 천사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그 사슬이라도 사용해야 날 따라올 수라도 있을 텐데···”

천사는 충분히 자만한 괴도를 노려보며 묵묵히 공격을 버텨내었다. 금방이라도 사슬을 꺼내 저 바람처럼 가벼운 입을 때리고 싶은 생각이 치솟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공격을 버텨내는 것만이 녀석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떨어진 애들 걱정은 안 해?”

“넌 걱정할 사람도 없잖아.”

“···왜 그렇게 생각하지?”

잠깐이지만 괴도와 그의 환영의 움직임이 멈췄다.


“내가 알 게 뭐야? 범죄자의 친구 따위.”

“···너 말조심 해.”

“넌 할 말 다 하고, 내가 말하는 건 그렇게 싫어?”

“최소한 선은 넘지 않은 것 같은데···”

“선?”

천사는 검게 물든 바닥에 시선을 보내고 괴도를 바라보았다.


“네가 넘은 건 생각 안 해?”

“그러네, 내가 넘긴 넘었네.”

괴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는 동요하고 있었고, 천사는 시선에 들어온 그를 보며 어렴풋이 그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괴도는 카드 한 장을 던졌다. 천사가 그것을 피하자 환영이 그를 향해 마술지팡이를 휘둘렀다.


제미니는 환영을 제압했지만, 되돌아오는 카드는 피하지 못했다.


“너희는 나한테 졌어.”

“아직 내가 있는데?”

천사는 피가 묻은 카드를 구기며 몸을 일으켰다.


“날 만족시킬 녀석은 액셀이 뿐이야. 반쪽짜리 제미니로는 날 이길 수 없다고.”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있냐?”

“답은 떨어진 액셀이에게 있지. 이 힘을 얻은 난 강해졌고, 단순히 도망치기만 했던 내가 녀석과 나름대로 싸우게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넌 날 이길 수 없어.”

괴도는 이를 갈며 천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내 친구를 얕잡아 보지 마”

그렇게 던진 카드 한 장, 그것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천사를 향해 그 날카로움을 뽐내려 했다.


“너야말로 우릴 얕잡아 보지···”

그 순간 거세게 불어온 돌풍 소리.


“···바람?”

천사의 시선을 돌린 그 거센 바람은 날카로운 카드의 궤도를 틀어버릴 정도로 강하게 불어왔다. 돌풍은 떨어진 두 사람을 데려왔고, 갑자기 나타난 그들의 존재에 괴도는 눈을 크게 떴다.


“액셀···!”

괴도의 눈동자는 경악을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끝까지 살아 돌아온 그를 보며 조금의 기쁨을 느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전사의 검이 보였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전사가 던진 검의 칼등에 맞은 괴도는 충격을 느끼며 환영과 위치를 바꾸려 했다. 위치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기에 괴도의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검은 바닥에서 촘촘하게 엮인 사슬이 올라온 건 그 순간이었다. 거미줄처럼 괴도의 전신을 묶어버린 그림자를 머금은 사슬. 그것은 그의 환영까지 다 묶어버리며 무식한 위용을 드러냈다.


“사슬이 왜 바닥에서···”

빼앗겨버린 자유. 괴도는 입을 열었다.


“널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천사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림자 스크롤을 사슬에 넣고 기다린 인고의 시간만큼 미소를 지었다.


“네가 지금 도망갈 수단은 그 분신밖에 없으니까 전부 묶어버리면 도망 못 칠 것 아냐?”

그 순간, 괴도의 환영은 없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분신도 네가 싫나 봐.”

홀로 남은 괴도는 그림자를 머금은 사슬에 점점 먹혀가고 있었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보다 느린 속도였지만, 그럼에도 그가 잠식된다는 것만은 확실히 보였다.


“이것 때문에 맨손으로 싸웠어?”

전사는 새로운 검을 두 자루 꺼내 하나를 천사에게 건넸다.


“사슬로는 묶는 게 최선이잖아. 그리고.”

천사는 액셀러레이터를 바라보았다.


“이건 고속이 형이 놓고 간 그 스크롤이야.”

“내가···?”

액셀러레이터는 마석 사건 당시, 운동장에서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을 생각했다. 그때 생각에 피식거리며 천사를 바라보았다.


“그 그림자였군.”

액셀러레이터는 지그시 괴도를 바라보았다. 그는 묶인 상황에서도 마지막 남은 카드 한 장을 꺼내 어떻게든 탈출하려 하고 있었다.


“그럼, 끝내자.”

액셀러레이터와 제미니는 해방기를 꺼내 슬롯을 다시 한 번 눌렀다. 이윽고 그들의 검에서 힘이 모였고, 어느 정도 모이자 두 제미니가 먼저 묶인 괴도에게 달려들었다.


남매의 검무는 사슬을 그림자 채 부숴버리며 괴도를 벴다. 그동안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가 싫은 만큼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제미니의 검무가 선을 그리며 양쪽으로 빠졌다. 이내 빠르게 다가온 액셀러레이터는 최대 출력의 광선 검을 괴도에게 찔러넣었다.


제미니와는 달리 단 한 번의 공격이었지만, 이 한 번에는 괴도의 악행과 그와 쌓아온 모든 악연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그림자 사슬의 파편이 돌풍과 함께 흩날렸고, 괴도는 끝까지 잡은 마지막 카드를 바라보았다.


하트의 에이스. 그것은 대각선으로 교차하며 찢어졌다. 괴도는 그것을 보며 피식거렸다.


“역시, 액셀이야···”

쓰러진 괴도에게서 빠져나온 한 장의 스크롤, 그것은 시영의 제로 메모리 스크롤이었다.


“이게 그거군.”

액셀러레이터의 힘을 봉인한 고속은 제로 메모리 스크롤을 들고 쓰러진 괴도를 노려보았다.


“우리가 이긴 거죠?”

마찬가지로 제미니의 힘을 봉인한 소민이 다가왔다. 쓰러진 괴도가 웃고 있었기 때문일까, 분명 이겼음에도 썩 기분은 좋지 않았다.


“이겼지.”

고속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들에게 로제를 비롯한 경찰이 찾아오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근처에서 일어난 엄청난 돌풍으로 찾아온 경찰들은 쓰러진 괴도와 정황상 그를 쓰러뜨린 세 사람을 보며 긴 시간 동안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로제와 안면이 있던 고속이 적당히 얼버무리며 상황을 넘겼고, 로제는 소인을 알고 있었기에 잠깐의 상황 설명 후에 그들을 안전하게 보내주었다.


그렇게 괴도는 체포되었고, 고속과 소민, 소인은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괴도가 체포된 경찰차를 바라보았다.


“고생했어, 얘들아.”

고속은 쌍둥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호야의 정보는 천천히 주셔도 돼요.”

소인이 말했다.


“되도록 빨리 알아볼게.”

“으아, 배고파!”

소민이 소리쳤고, 고속은 피식거렸다.


“고생했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디 갈 건데요?”

잠깐이지만 눈을 빛낸 소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리 실망했다.


“표정이 왜 그래?”

“그야, 짠돌이 오빠는···”

“그놈의 짠돌이···”

한순간 정색했지만, 평소 자신의 행동이 그렇게 보였다는 말과 같았기에 차마 반박할 수는 없었다.


“소민아, 적당히 해.”

소인의 제지에도 소민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유도 황당했는데 자신이 누나라는 사실 하나만 내세운 일종의 장난과도 같았다.


“누나라···”

고속은 내심 누나가 보고 싶어졌지만, 이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찮아요?”

내심 소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고, 고속은 괜찮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소민아, 지금 뭐 먹고 싶어?”

“고기요.”

막힘없는 대답에 고속은 잠깐 생각했다.


“고기 사줄 테니까 이제 짠돌이라고 그만 불러줄래?”

“그건 생각 좀 해보고요.”

여전히 장난기가 넘치는 소민. 고속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키득거렸다.


“짠돌이가 아니면 시영 오빠랑 다 데려갈 거죠?”

“그야 물론이지. 그러니까 날 더 이상 짠돌이라 부르지 말아줘.”

한순간 올라간 고속과 소민의 입꼬리. 얼마 뒤, 한껏 올라간 소민의 입꼬리는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무한 리필 고깃집에나 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작 고속이 데려간 곳은 혜성에서 비싸기로 유명한 고깃집이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고기의 향연. 정작 흔하게 볼 수 있는 돼지고기부터 비싼 가격대를 자랑했기에 집안 경조사나 회사 간의 중요한 일자리에서나 한 번 가볼 정도의 음식점이다.


중요한 건 비싼 가격만은 맛은 있다는 점이었기에 소민은 짠돌이라 생각했던 그가 무슨 의도일지 궁금해졌다.


“지, 진짜 다 시켜도 돼요?”

“원하는 만큼 시켜. 대신 먹을 만큼만.”

“아, 아까운가 보죠?”

소민은 사색이 된 얼굴로 고속을 바라보았다.


“아깝긴 하지.”

반면, 자신감이 생긴 고속은 입꼬리를 올렸다.


“남기면 아깝잖아. 다 먹어야지.”

그렇게 고속은 각종 고기를 종류별로 주문하기 시작했고, 고속의 초대로 따라온 사람들은 영문 모를 상황에 서로의 눈치만 보며 가만히 있었다.


“시영아, 내 말 맞지?”

그 와중에 지목당한 시영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미소와 함께 그의 말을 긍정했다.


“종희, 내 말 맞지?”

다음으로 지목당한 종희는 뒤늦게 반응하며 갈 곳 잃은 시선과 함께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까 저녁 못 먹었으니까, 여기서 많이 먹고 갔으면 좋겠다.”

“네, 네. 고맙습니다.”

종희는 이따금 한숨을 쉬었다. 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괴도라는 사실은 각오했어도 쉽게 받아들기는 힘들게 분명하다. 최대한 이겨내려는 모습에 고속은 그저 응원밖에 할 수 없었다.


고속은 당시 양식당에 있던 아미, 블러드리아, 종희를 초대했다. 이 밖에도 시영, 노바, 로제도 초대했지만, 로제는 괴도의 일 때문에 올 수 없었다.


“오늘 식사는 소민이와 소인이 덕분이야.”

마지막으로 지목당한 소민은 심하게 움찔거리며 조심스럽게 고속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들이 괴도를 잡았거든.”

“오, 그래요?”

시영은 눈을 크게 떴다. 종희를 제외한 모두가 괴도를 잡았다는 소식에 기뻐했지만, 특히 시영이 가장 기뻐했다.


“그렇군요.”

종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속은 그에게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묘하게 밝아진 표정과 함께 고속을 바라보았다.


“고속 씨도 고생하셨어요.”

“나야말로, 믿어줘서 고마워.”

때마침 주문한 고기가 나왔고, 그들은 두 테이블로 나눠 고기를 구워 먹었다.



한창 먹는 데 집중할 때였다. 고속은 슬쩍 근처의 아미에게 제로 메모리 스크롤을 건넸다.


“이건?”

“이게 필요했지?”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고속은 종희에게 고기를 챙겨주었다.


“···시영 씨.”

“네, 아미 씨.”

한창 고기를 굽던 시영은 아미에게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변함없는 미소 덕분일까, 아미는 잠깐 머뭇거렸다.


“저, 제가···”

“여기 맛있죠?”

“네?”

그때, 시영은 아미에게 잘 구워진 고기를 건넸다.


“제가 사는 건 아니지만 많이 드세요.”

해맑은 미소의 시영. 아미는 그 미소에 긴장을 삼켰다.


“시영아, 나도 줘!”

노바가 손을 들었고, 시영은 그녀에게도 고기를 건넸다. 그것을 허겁지겁 먹던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시영 씨.”

다시 용기를 낸 아미가 입을 열었다.


“이거 돌려드릴게요.”

아미는 두 손으로 제로 메모리 스크롤을 건넸다.


“아직 전 이걸 가질 수 없어요.”

“일은 잘 해결된 거예요?”

시영은 제로 메모리 스크롤을 받았다.


“조금은 잘 해결된 것 같아요.”

“다행이에요. 전, 아미 씨가 절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실수한 줄 알았어요.”

“절대 아녜요!”

아미는 고개를 세게 저었다.


“단지···”

“단지?”

“지금 전 이걸 가질 수 없어요. 다시 돌려드릴게요.”

“그럼 저도 돌려드릴게요.”

시영은 록 스크롤을 건넸다.


“저도 아미 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잖아요. 오늘 일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죄송합니다.”

“시영 씨가 사과할 일은···”

아미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자신에게 지그시 짓는 미소에 차마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변함없는 그의 미소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를 품기에는 아직 자신이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배부르다.”

소민은 거친 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보란 듯이 많이 먹었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왜? 더 먹지 그래?”

“제가 더 먹으면, 오빠는 힘들어질걸요?”

“그래?”

고속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소민에게 던졌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먹은 거 계산하고 더 주문해.”

“구, 굳이 그럴 필요는···”

소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럴수록 자신을 향하는 고속의 부담스러운 시선이 더 잘 느껴졌고, 결국 한숨을 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짠돌이라고만 안 하면 돼.”

“이쯤 되면 그냥 애칭으로 받아들여요.”

“싫어.”

고속은 정색하며 고기 다섯 점을 소민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지, 지금 배부른···”

“배불러?”

“아, 아뇨. 배불러서 저한테 넘긴 건 아니죠?”

“미안한데, 난 지금까지 한 입도 안 먹었거든?”

고속은 자신의 깨끗한 접시를 보여주었다.


“짠돌이라고 부르면 우리 소민이가 배고파서 그런 거라고 알아들을게.”

고속은 소민의 접시에 잘 구워진 고기를 통째로 올려놓았다. 소민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먹음직한, 그렇기에 고통스러운 고기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니까, 적당히 좀 하지.”

식사를 마친 소인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소인아, 더 먹어.”

“아냐, 블러드리아, 난 괜찮아.”

블러드리아가 건네는 쌈도 무시하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켠 소인. 그렇게 엄지로 화면을 내리던 중, 괴도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뭐야?”

단순한 거짓말이라 생각했지만, 괴도의 탈출은 진실이었다. 검색어는 괴도 관련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고, 터진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었기에 새로운 정보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다.


“시영이 형! 고속이 형!”

지목된 두 사람은 소인을 바라보았다.


“괴도가 탈출했대요.”

“뭐라고?”

눈이 커진 시영, 반면 고속은 뭔가를 생각하더니 피식거렸다.


“그냥 내버려 둬.”

“예?”

“그 녀석 끈기 하나는 엄청난 녀석이야. 어떻게든 탈출했겠지만, 지금은 힘이 거의 빠졌을 거야. 즉, 아무것도 못 해. 기껏해야 도망치는 것 말고는 답이 없겠지.”

“어떻게 탈출했을까요?”

소인이 긴장을 삼켰다.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어떻게든 도망쳤겠지.”

고속은 지그시 종희를 바라보았다. 종희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기를 껌처럼 씹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여기로 오면 그때는 내가 직접 감옥에 집어넣을 거야.”

종희는 고개를 들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고속과 눈이 마주쳤다.


“그럼, 고속 씨, 현 가문의 의뢰는 어떻게 되는 거죠?”

시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애초에 목적이 격퇴였으니 그거랑은 상관없지 않을까? 현 가문의 대표가 한 약속인데 어기지는 않겠지.”

“그렇군요. 그럼 동료분들은···”

“그건 걱정하지 마.”

시영은 고속을 바라보았다.


“잘 해결됐나요?”

“응. 아마 지금쯤이면 녀석들한테 거금이 갔을 거야. 많은 돈이 필요한 녀석들이었으니··· 마지막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을 선물했어.”

고속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혹시, 보수를 동료분들에게 보낸 건가요?”

“보냈다기보단, 애초에 녀석들에게 주라고 했거든. 뭐, 보낸 것도 맞겠네.”

만족한 미소를 지은 고속. 그렇게 잘 구워진 고기를 시영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시영아, 너도 먹어.”

“같이 먹어요. 노바, 이거 먹을래?”

고개를 돌린 시영. 하지만 자리에 있어야 할 노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바?”

당황한 시영은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다급하게 노바를 찾기 시작했다.


“소인아, 고기 좀 구울 줄 아니?”

“많이 안 해봤는데···”

“이거 좀 부탁한다.”

“고, 고속이 형!”

당황한 소인. 고속은 시영을 따라갔다.




“···그래서 지금 고기 먹고 있는 거야.”

“그런 일이 있었군요.”

누군가와 대화하는 노바. 시영은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다가갔다.


“그럼, 노바 공,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창연 공도 밥 맛있게 먹어!”

시영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자리를 떠난 창연. 뒤늦게 도착한 시영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노바, 여기서 뭐 해?”

“창연 공이랑 얘기했어!”

“창연 공?”

시영은 어둠 속에서 빠르게 걷는 창연을 바라보았다.


“심창연, 차가운 심장의 기사라고 불리는 녀석이야.”

“차가운 심장?”

시영과 노바는 고속을 바라보았다.


“별명은 저런데 나쁜 녀석은 아니야.”

문득, 고속은 시영을 쫓던 창연을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은 여전히 찝찝하게 느껴졌고, 반강제적으로 시영의 정보를 넘겨야 함을 생각하며 그와 창연을 번갈아 보았다.


“차가운 심장의 기사···”

시영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 창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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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Episode 04. 황금의 괴도-액셀러레이터, 해산(2) 20.09.12 2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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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This Illusion(1) 20.08.19 25 0 24쪽
52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PAradox IRruption(3) 20.08.18 21 0 17쪽
51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PAradox IRruption(2) 20.08.17 20 0 15쪽
50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PAradox IRruption(1) 20.08.16 2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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