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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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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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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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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PAradox IRruption(3)

DUMMY

“아미 씨?”

조심스럽게 입을 연 시영은 몰려오는 이끌림에 긴장을 삼켰다.


“왜 그 사람과 같이 있는 거죠?”

아미 역시 그와 같이 이끌림을 느꼈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끌림과 동시에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동시에 느꼈다.


긍정적인 이끌림과 부정적인 무언가, 모순된 두 가지가 공존하는 상태였기에 평소와 같이 미소를 유지하는 아미는 없었다.


‘이 여자··· 역시 눈이 이상해.’

고속은 아미의 눈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어쩌면 용수와 이터널이 말했던 불길과도 같아 보였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살기에 긴장하며 시영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정보상 씨는 제 경고를 무시했군요.”

“···뭐, 무시할 수밖에 없긴 했지.”

고속은 조여오는 긴장에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마술사의 정보는 필요 없다는 건가요?”

이어 평소대로 예쁜 미소를 지은 아미. 미소 속에서 은연중 느껴지는 공포감은 고속의 목을 겨눈 검과도 같았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어머, 할 말도 많으시네요.”

“넌 그저 시영이에게 있어 단순한 의뢰인 중 한 사람이 아닌가?”

나름의 정중을 담은 궁금증. 정작 당사자인 아미에게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거슬리는 단어들이다.


“그저 의뢰인···?”

아미는 정색하며 고속을 노려보았다. 이내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는 기괴한 자세에 고속은 뒤로 주춤거렸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나름대로 실력은 있다. 정보상이기도 하지. 이런 내가 시영이에게 접촉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이해를 못 하겠군.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지 않은 건가?”

“당신은 왜 시영 씨께 친한 척하는 거죠?”

“이 녀석은 절대로 적이 아니야.”

고속은 시영을 가리켰다.


“오히려 힘을 합쳐야 할 아군이지.”

“아군···? 해방기 소지자인 당신이 아군이라고?”

아미는 비웃으며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그쪽도 해방기 소지자가 아닌가?”

“시영 씨와 저는 적이 아니에요. 우리는 서로 이끌리고 있답니다.”

“미안한데, 그거 너희가 같은 카테고리여서 그래.”


그 순간 아미는 이를 바득 갈며 해방기를 꺼냈다.


“당신··· 마음에 안 들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쪽한테는 이해 안 되는 것투성이거든.”

고속은 한숨을 쉬며 주먹 쥔 손을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두 분, 싸우시려는 건가요?”

시영이 고속과 아미의 중간에서 떨리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순간적으로 고속은 해방기를 꺼내려는 자기 모습을 자각하고는 손을 멈췄다.


“시영 씨, 지금은 싸워야 할 때에요.”

단호하게 말하는 아미. 고속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시영아, 네가 왜 이해를 못 하는지 알겠어.”

고속은 해방기를 꺼냈다.


“해방기 소지자들이 싸우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

“고속 씨···”

“미안해, 이게 해방기 소지자들이 싸우는 이유거든.”

어쩌면 고속은 이미 자각하고 있었다. 해방기 소지자들은 모두가 똑같다는 것과 자신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툼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아니라면 확실하게 적이라고 판단해서일까. 어떤 이유였는지도 가물거렸다. 단지 확실한 건 시영을 제외한 모든 해방기 소지자의 생각은 같았다.


고속은 해방기를 던진 시영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으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었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잘못된 점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너한테는 미안하다, 시영아.”

다툼을 싸움으로 해결하려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 어이없게도 시영은 모두가 싸우지 않기를 바랐기에 해방기를 던졌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고속은 잘못된 점을 깨달았지만, 본능적으로 해방기에 손이 갔기 때문일까 그에게 미안해했다.


“아미 씨, 제가 잘못했어요.”

보다 못한 시영이 아미에게 다가갔다.


“시영 씨가 잘못을?”

“제가 고속 씨에게 다가갔어요. 고속 씨는 잘못 없거든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얼굴에 다 드러나는데요?”

아미는 귀여운 거짓말에 조금이지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녀의 행동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이게 현실이었다.


“시영아, 위험하니까 나와 있어.”

“당신, 시영 씨한테 친한 척하지 마세요!”

지금 일어난 모든 사건에 그가 엮였기 때문일까, 그로서는 이 모든 것들을 바꿀 수 없었다. 고속은 그렇게 생각했다. 소인과 소민이 조금이지만 바뀐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고속과 아미는 각자의 메모리 스크롤을 꺼냈다. 고속은 액셀 메모리 스크롤, 아미는 뮤즈 메모리 스크롤이었다.


해방기에 메모리 스크롤을 넣고 슬롯을 누른 두 사람.


“해방.”

고속에게 반짝이는 은색 슈트가 천천히 입혀지며, 그는 액셀러레이터의 힘을 해방했다.


“해방.”

아미에게는 하늘하늘한 푸른색의 무대 의상이 입혀지며, 그녀는 뮤즈의 힘을 해방했다.


“시영 씨,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뮤즈는 무대 마이크를 꺼냈다. 살벌하게 말하는 것과 달리 마이크는 귀여운 하트 모양이었다. 액셀러레이터는 묘한 상황에서 오는 괴리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무대 마이크의 아래쪽에서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날카로운 칼날이 나온 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뮤즈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꾸로 잡은 마이크를 휘둘렀다. 한순간 [마이크레센도]라는 이름의 날카로운 검이 된 마이크는 액셀러레이터의 팔을 강타했고, 충격은 그대로 전해져왔다.


“살벌하네.”

오늘 여러 번 놀랐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충격은 크지 않았음에도 액셀러레이터의 심장은 크게 뛰었다.


조금이나마 진정된 액셀러레이터는 광선 검을 꺼냈다. 은색 빛깔의 스트림을 전개하고는 숨을 내쉬며 뮤즈의 다음 움직임을 주시했다.


“광선 검?”

뮤즈는 반짝이는 스트림을 비웃으며 액셀러레이터에게로 달려들어 마이크레센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침착하게 시계를 누른 액셀러레이터. 그 직후 반 발자국 뒤로 빠졌다. 이내 그의 시간만 빠르게 움직였고, 뮤즈의 공격은 천천히 진행되었다.


액셀러레이터는 뮤즈가 비웃은 광선 검을 휘둘러 마이크레센도를 베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로 움직였다.


그렇게 액셀러레이터의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뮤즈는 휘둘렀다고 생각했던 검이 오히려 두 동강나니 당혹스러워했다.


“느려.”

액셀러레이터는 기세등등하게 광선 검을 겨눴고, 분을 참지 못한 뮤즈는 기타를 꺼내 휘둘렀다.


위협적인 기타에 액셀러레이터는 그녀와 떨어졌고, 뮤즈는 기타의 목 부분을 잡고 거꾸로 들었다. 기타의 몸통에서는 날이 솟아오르며 꺾창 모양의 [기타르단도]라는 무기로 변했다.


“시끄러워요!”

뮤즈는 액셀러레이터에게 달려들었다.


“악기를 무기로 쓰다니. 악취미군.”

뮤즈의 적극적인 공세에도 액셀러레이터는 여유롭게 공격을 피했다. 이름처럼 점점 가속하는 덕분에 조금 늦게 움직여도 공격을 전부 피할 수 있었다.


“닥치세요!”

그럼에도 뮤즈는 숨이 흐트러지는 일 없이 액셀러레이터를 향한 증오를 품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 따라 기타르단도의 날이 반짝거렸지만, 그저 액셀러레이터의 은색 몸에 반사되었을 뿐이었다.


뮤즈의 숨이 거칠어질 때쯤 생긴 자그마한 빈틈. 액셀러레이터는 광선 검을 휘둘러 기타르단도를 4분의 4박자로 나눴다.


조금이지만 증오를 거둔 뮤즈. 머리가 차가워진 덕분에 액셀러레이터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쪼개진 무기를 아무렇게나 던지고는 곧, 두 장의 스크롤을 꺼냈다.


“뭐 하시는 거지?”

시영은 처음 보는 광경에 뮤즈에게 더욱 집중했다. 뮤즈는 시영을 바라보며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패러독스 이럽션 폼(Paradox Irruption Form). 줄여서 페어 폼(PAIR Form)이라 부르는 일종의 강화 형태야. 서로 모순된 두 가지가 난입해서 새로운 힘을 준다고는 하는데, 직접 보는 건 나도 처음이야.”

“내 시영 씨한테 친한 척하지 말라고요!”

뮤즈는 꺼낸 스크롤을 흔들며 화를 내었다. 액셀러레이터가 자세히 바라보니 각각 [크레이지 스크롤]과 [록 스크롤]이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화가 단단히 났군.”

액셀러레이터는 자세와 검을 고쳐잡고 뮤즈의 강화를 기다렸다. 즉시 공격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했다간 시영을 볼 면목이 없었다.


“당신 때문이에요!”

뮤즈는 크레이지 스크롤과 록 스크롤을 해방기에 넣었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빛이 해방기에서 반짝이며


두 장의 스크롤을 넣은 아미는 슬롯을 누를 생각도 하지 않고 화를 내었다. 그저 해방기 속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빛이 반짝거렸다.


이어 슬롯을 누른 뮤즈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기다란 로브와 푸른 자물쇠가 뮤즈의 몸을 감싸며, 그녀는 균형 잡히지 않은 모습인 [뮤즈 크레이지록 페어 폼]으로 강화했다.


“아이돌인가?”

액셀러레이터는 자물쇠를 유심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악가인가?”

시영은 뮤즈를 감싼 푸른 로브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뮤즈는 그 어느 쪽도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답 대신 베이스 기타를 꺼내 목을 잡고 몸통 부분에서 도끼날을 꺼내 [베이스타카토]라는 이름의 도끼를 만들었다.


베이스타카토의 날을 바닥으로 끌며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뮤즈. 액셀러레이터는 심호흡하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뮤즈는 베이스타카토를 내려찍었고, 액셀러레이터는 광선 검을 올려 쳤다. 뮤즈의 무거운 공격과 액셀러레이터의 빠른 공격이 격돌하는 순간, 지켜보던 시영은 충격으로 인해 엉덩방아를 찧었다.


두 사람은 시영이 넘어진 걸 확인하자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무사함을 확인한 뮤즈는 재빨리 액셀러레이터를 노려보며 베이스타카토를 힘껏 휘둘렀다.


액셀러레이터는 재빨리 몸을 웅크려 공격을 피했다. 고음을 지르는 듯한 매서운 참격은 그가 빠르지 않았더라면 큰 피해를 줄 것이 분명했다. 그는 안도하며 몸을 굴려 그녀와의 거리를 벌렸다.


뮤즈는 왼손을 들어 자물쇠 한 개를 발사했다. 그것은 거리를 벌리던 액셀러레이터의 오른쪽 다리를 감아버렸고, 양다리를 묶으려던 뮤즈는 혀를 찼다.


“이제 그만하지. 이렇게 싸워봐야 남을 게 없어.”

액셀러레이터의 회유에도 뮤즈는 입을 다물고 베이스타카토의 줄을 튕겨 연주를 시작했다, 몸통에 날이 튀어나온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은 공포와도 같았지만, 새삼 그녀가 연주를 잘한다는 생각에 공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새삼 저게 무기인지 악기인지 도무지 분간되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 뮤즈와도 같다면 할 말은 없었다.


잠깐의 연주가 끝나자 베이스타카토의 날은 더욱 날카롭게 반짝거렸다.



액셀러레이터는 속도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자신이 아미보다 확연히 앞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몇 번 합을 나눠본 것 빼고는 정면승부는 최대한 피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아미가 해방한 힘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속은 [액셀러레이터]라는 이명이 있었지만, 아미의 이명은 모르고 있었다. 설사 알더라도 유명 아이돌인 그녀와 싸우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고, 애초에 그녀가 해방기 소지자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접점이 없을 거라고 여겼다.


설상가상 무기인지 악기인지 구분조차 쉽지 않은 무식한 도구로 덤벼오니 두려운 마음에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연주를 마친 지금, 최소한 저 무기든, 아미든 둘 중 하나는 강해졌음이 분명하다.


부딪쳐보니 알 수 있었다. 저 무기와의 정면승부는 멍청한 짓이었기에 피해야 한다.


그러던 중, 액셀러레이터는 지금 굳이 싸워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시영의 말대로 싸울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 역시 남을 함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고, 분노한 아미와는 반대로 정작 그는 분노는커녕, 그녀가 무섭다고 생각될 뿐, 별다른 악감정도 없었다.


생각하는 그의 앞으로 베이스타카토가 휘둘러졌다. 마치 바람이 형체가 존재했다면 깔끔하게 두 동강 났을 매서운 소리가 액셀러레이터의 귀에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시계를 눌러 자신의 시간을 빠르게 만들고는 날카로운 도끼날을 역으로 이용해 오른쪽 다리에 묶인 자물쇠를 끊어버렸다.


이내 액셀러레이터의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고속은 힘을 봉인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내가 졌다, 아미.”

고속은 해방기와 메모리 스크롤을 밑으로 내려놓고 양손을 들었다. 갑작스러운 항복에 아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속 씨!”

“괜찮아, 시영아, 걱정하지 마.”

아미가 시영을 원한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깨달은 고속은 깔끔하게 항복했다. 여러 의문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어쩌면 아미가 시영과 가까이 있다면 여러 정보가 들어올 수 있었다. 그녀는 의뢰인의 신분이었음에도 특이하게 해결사와 가까이 있으려 했기에 여기서 항복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최고의 효율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고속이 간과한 한 가지 사실. 그는 아미의 정보가 없었기에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의 항복과 무관하게도 이미 그를 죽일 각오였던 뮤즈는 베이스타카토를 질질 끌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게 아닌데?’

고속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뮤즈의 눈이 돌아가 버린 후였다. 시계의 초침을 조절하기에도, 해방기를 줍기에도 너무 늦어버렸다. 높게 올라간 베이스타카토는 이미 그에게로 향했다.


그때 달려온 시영은 손을 교차로 휘둘러 회전하는 얇은 방어막을 만들었다. 그 방어막에 베이스타카토가 큰 소리를 내며 찍혔고, 무식한 힘이 시영은 손을 떨면서까지 어떻게든 막을 유지하려 용을 썼지만, 헛수고였다.


베이스타카토는 시영의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왼쪽 허벅지를 찍어버렸다. 그 순간 깜짝 놀란 뮤즈는 눈을 떴다.


“시, 시영 씨!”

충격으로 봉인된 뮤즈, 아미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에 맞춰 시영은 쓰러졌다.


“내, 내가 무, 무슨 짓을···!”

아미는 뒤로 주춤거렸고, 고속은 다급히 시영에게로 다가갔다.


“시영아! 뭐 하는 거야? 미쳤어?”

“고속 씨···”

시영은 머리가 떨렸고, 고속이 내민 손에 힘겹게 손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


“두 분이··· 모두가··· 미소 지으며 살 수는 없는 걸까요?”

“이 상황에서도 미소 타령이야? 미친 새끼··· 말하지 마! 당장 병원에 가자!”


시영은 아랫입술을 물고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그때 고속은 그의 손에서 자그마한 구체가 회전하는 걸 목격했다.


고속의 손길을 마다한 시영은 아미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조금 괜찮으세요?”

“시영 씨···”

아미는 선명하게 보이는 시영의 큰 상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괜찮으세요?”

“전, 괜찮아요. 하지만 시영 씨를 해치려는 건 절대 아니었어요!”

“알고 있어요.”

시영은 아픔을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왜 저 사람을 막아선 거죠? 그것 때문에 제가 시영 씨를···”

“아미 씨가 사람을 해치는 걸 원하지 않았거든요. 아미 씨는 제 소중한 의뢰인이잖아요. 해결사는 의뢰인이 나쁜 짓을 하길 바라지 않아요.”

말을 마친 시영은 휘청거렸다. 아미는 재빨리 그를 붙잡았다. 더 가까이서 본 그의 상처는 생각보다도 컸다.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왼쪽 허벅지 약간까지 도끼날에 찍힌 상처는 금방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중상이었다.


‘역시, 성급했어.’

광기에 사로잡혔던 아미의 눈빛은 어느새 평소의 맑은 빛을 되찾았다. 그녀는 그 예쁜 눈으로 고속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제가 졌어요. 오늘 무례는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만난다면 제대로 승부를 내도록 해요.”

“마음대로···”

고속은 시영을 바라보며 긴장을 삼켰다. 그가 걱정되었지만, 지금은 떠나는 것만이 피해를 없앨 유일한 길이었다.


고속은 떠나기 직전에 생각했다. 어쩌면 시영이 쌍둥이를 변화시킨 건, 기적이 아니었을 것을···



“괜찮으세요?”

아미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시영을 바라보았다. 큰 상처였기에 시영은 힘겹게 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걸어 다니는 모습은 기적과도 같았다.


“괜찮은 것 같아요.”

“시영 씨, 의뢰인으로서, 그게 아니더라도 오늘 당신을 위험하게 만든 무례를 사과하고 싶어요. 혹시··· 오늘 밤, 우리 집으로 와주실 수 있으세요?”

“오싹한 동영상과 관련된 이야기인가요?”

아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그럴게요.”

“잠시 수첩 좀 주시겠어요?”

시영은 재킷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그것은 베이스타카토의 참격에 찍혀 힘없이 펄럭거렸다.


“죄송해요.”

“괜찮아요. 사라진 건 아니잖아요.”

“스마트폰은···”

운 좋게도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은 멀쩡했다. 아미는 자신의 집 주소를 메신저로 보냈다.


“이번에는 정말 혼자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약속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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