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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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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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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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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4. 황금의 괴도-액셀러레이터, 해산(2)

DUMMY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괴도가 만든 폭발은 크지 않았다. 높은 빌딩 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고속과 괴도 두 사람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고속은 이미 폭발의 위력이 크지 않다는 걸 알기에 적당히 방어 자세만 취했을 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야가 가려졌기에 조금은 긴장해야만 했다.


폭발의 연기가 걷히고, 고속과 괴도는 서로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서로 당황했지만, 이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들었다.


공격은 고속이 더 빨랐다. 기본적으로 괴도보다 월등히 빨랐기에 이미 피투성이인 면상에 주먹을 꽂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하게 들어간 공격에 괴도는 저항하지 못했다.


허무하게 밀린 괴도. 고속은 그를 주시하며 광선 검을 꺼냈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공격은 피하지 못했다.


고속의 옆구리를 강타한 강타에 통증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한순간 그의 동공이 커졌고, 충격으로 인해 구를 수밖에 없었다.


재빨리 일어난 고속은 기습한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괴도의 환영, 흠집 하나 없는 마술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이게 This Illusion인가.”

혹독한 통증을 움켜쥐며 일어선 고속은 앞에 서 있는 괴도를 바라보았다. 분명 저 녀석은 환영이었지만, 본체와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단순한 기술이 아님을 확인한 고속은 광선 검을 고쳐 잡았다.


“액셀!”

그를 부르는 목소리. 그것은 괴도의 본체였다. 한순간 그를 곁눈질하자 한 개의 금화와 여러 장의 카드가 자신을 향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개는 약하지만, 여러 개가 모이면 무시무시할 거야!”

역시 고통을 참으며 일어난 괴도. 그의 말이 끝나니 이미 그것들은 고속에게 근접했다.


고속이 초침을 앞으로 돌린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액셀이라도 못 피하는 게 있구나.”

괴도는 피식거리며 맞은 얼굴을 문질렀다. 누적된 고통 덕분일까, 강하게 들어온 주먹이었지만 꽤 버틸 만한 공격이었다.


“···해방.”

약 4초가 지났을 때였다. 폭발 속에서 들려오는 명령어와 같은 목소리에 두 괴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은 1초가 흐르고, 연기가 걷히며 움츠린 고속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해방기를 들고 있었고, 해방기에선 은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건 질색인데···”

고속은 한숨을 쉬었다. 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그의 주변에서 회전하는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떠들썩한 게 좋잖아? 그럼 세상이 우릴 주목할 거라고!”

“미안하지만, 네 녀석이랑 세트로 묶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너만큼 날 잘 아는 사람은 종희 말고는 없어.”

“유감이지만, 그 사람의 이름은 안 댔으면 좋겠군.”

고속은 움츠린 몸을 폈다.


“···이유가 뭐지?”

“약속했거든, 반드시 널 정신 차리게 해주겠다고.”

“날? 종희가 그런 말을 했다고?”

“적어도 그 사람은 네 녀석을 친구라 여겼으니 마음 아프지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종희는 그럴 수 있는데, 액셀, 네가 무슨 자격으로?”

괴도는 침을 삼키며 고속을 노려보았다.


“그야, 내가, 액셀러레이터기 때문이지.”

그 순간, 고속의 주변에 여러 개의 시계가 나타났다. 제각기 다르게 돌아가는 시계가 나타난 순간, 고속의 근처에서 멈춘 카드는 각기 다른 형태로 찢겨버렸다. 그렇게 가지각색으로 흐르는 시계는 하나씩 은색 슈트의 형태로 변하며 그에게 장착되었다.


마지막으로 헬멧이 장착되자 고속은 가속하는 전사, 액셀러레이터의 힘을 해방했다.


“···그래?”

괴도는 입꼬리를 올리며 카드 한 장을 날렸다.


액셀러레이터가 카드를 바라본 순간, 괴도의 환영은 그에게 마술지팡이를 휘둘렀다. 양쪽에서 향하는 공격이 그에게 향하자 괴도는 고개를 들었다.


“종희한테 전해줘, 날 못 잡았다고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액셀러레이터는 괴도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한순간 당황한 괴도는 액셀러레이터를 바라보았고, 그의 뒤에선 공격을 받은 환영이 잘게 찢긴 카드와 조화롭게 사라지고 있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주의지. 그게 지금껏 쌓아온 신뢰니까.”

액셀러레이터는 은색으로 출력되는 광선 검을 휘둘렀다. 무방비한 괴도는 정신을 집중해 환영과 위치를 바꿨다. 하지만 팔이 조금 베이는 건 감수해야 했고, 그만큼 여유는 점점 사라져갔다.


“신뢰라··· 재미있네.”

괴도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액셀러레이터에게 달려들었다. 액셀러레이터는 침착하게 괴도의 움직임을 살피며 그가 근접했을 때, 광선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양쪽에서 괴도의 환영이 나타났다. 두 체의 환영 역시 본체와 같은 마술지팡이를 휘두르려 했다. 재빨리 그들의 행동을 살핀 액셀러레이터는 이미 휘두른 광선 검을 조금 더 길게 휘둘러 괴도 셋을 전부 공격했다.


그것은 효과적이었고, 환영까지 전부 공격했기에 괴도의 본체는 적지 않은 피해를 받았다. 멀리 나가떨어지는 괴도의 모습에 액셀러레이터는 광선 검을 고쳐 잡았다.


한순간 피어오르는 연기. 그것은 금화의 폭발이 아니었다. 액셀러레이터의 몸에서 올라오는 연기였다. 여전히 과열에 가까운 상태였기에 움직일수록 연기가 올라왔고, 이것은 위험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괴도가 적지 않은 피해를 받았다는 건 짐작했었고, 공격이 먹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액셀러레이터의 힘이라면 조금만 더 공격했을 때 분명 녀석을 잡을 수 있었다. 분명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기가 올라오는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괴도가 쓸 수 있는 도구와 능력이 대부분 망가지거나 봉인된 지금 상황에서 녀석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오직 This Illusion뿐이다.


괴도의 입장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This Illusion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능력을 뽐내기 좋아하는 성격상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도 사용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분명 This Illusion은 위협적인 능력이다. 본체와 구별되지 않는 환영이란,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과열되었다는 건 큰일이었다. 액셀러레이터는 이름처럼 점점 가속했고, 가속된 상태에서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지만, 모름지기 완벽한 능력은 없듯, 가속을 사용할수록 과열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과열, 즉, [오버히트]에 돌입하면 몸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과열에 가까워졌다는 건 몸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알 수 있었는데, 지금 올라오는 연기의 양은 절대 안전하지 않았다.


아미를 구하기 위해 빨리 움직인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고속은 이상 세계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자마자 달렸고, 꽤 먼 거리에서 오랫동안 가속했기에 과열에 가까워지는 건 필연이었다.


그렇다고 아미를 구한 걸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곤란해졌고 괴도의 This Illusion에 대항할 기술이 가속이었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했다.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움직임. 눈치 빠른 괴도는 그 점을 파악하지 못할 리 없었다.


그의 생각대로 사용할 능력이 This Illusion뿐인 괴도는 불리해진 상황이기에 더욱 거세게 저항했다. 지금 상황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쓰러뜨리지 않는 한 도망칠 수 없었기에 그를 쓰러뜨려야만 했다.


그랬기에 점점 적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괴도에 비해 액셀러레이터는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괴도의 의문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액셀러레이터가 가속한다는 건 그도 이미 아는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상황에서 그가 자신을 압박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가속을 더 사용할 상황에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분명 무언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거듭한 괴도는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상황이 유리해졌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사용하면 할수록 숙련되는 This Illusion. 세 명의 괴도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액셀러레이터를 상대로 고전할 이유는 없었다. 단숨에 승기를 잡은 괴도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액셀러레이터를 압도하게 되었다.


“왜 그래 액셀? 무슨 일 있어?”

괴도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고, 자칫 떨어질 뻔했던 액셀러레이터는 시선에 보이지 않는 빌딩 아래가 들어오자 긴장을 삼켰다.


“이건 또 뭐지?”

괴도는 언제 떨어진 듀얼 슬롯을 주웠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이었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오래 갖지는 못했다.


언제 날아온 사슬이 듀얼 슬롯을 낚아챘고, 괴도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선 소인과 소민이 있었다.


“제미니?”

생각 못 한 손님의 등장에 괴도는 뒷걸음질 쳤다.


“진짜 있었네요, 짠돌이 오빠.”

액셀러레이터에게 다가간 소민은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만지지 마, 뜨거우니까.”

한순간의 만류에 소민은 몸을 움찔거렸고, 액셀러레이터는 천천히 일어섰다.


“어떻게 온 거야?”

“이끌림을 찾아왔어요. 이 빌딩에서 느껴져서 소인이랑 싸웠거든요. 제가 우겨서 여길 올라오긴 했는데, 이렇게 높은 곳에 있을 줄은 몰랐어요.”

소민은 소인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건 뭐예요?”

소인의 물음에 액셀러레이터는 그의 손에 들린 듀얼 슬롯을 바라보았다.


“나도 몰라.”

“한 번 써보자.”

멋대로 듀얼 슬롯을 빼앗은 소민이 그것을 자세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에 쓰게?”

“이 구멍, 스크롤이 들어갈 것 같지 않아?”

“스크롤?”

소인이 소민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스크롤이 들어갈 것 같은 슬롯이 두 개 있었다.


“한 번 써보자.”

“위험할 것 같은데···”

소인은 액셀러레이터를 바라보았다.


“나도 뭔지 잘 몰라. 보수로 받았거든.”

“액셀이가 받은 보수라고?”

괴도는 슬며시 듀얼 슬롯에 관심을 보였고, 소민, 소인, 액셀러레이터는 그를 경계했다.


“뭘 넣어야 할까?”

소인이 듀얼 슬롯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런 건 메모리 스크롤이지!”

소민이 강제로 소인의 [체인 메모리 스크롤과] 자신의 [블레이드 메모리 스크롤]을 듀얼 슬롯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듀얼 슬롯에는 그 어떠한 반응도 변화도 없었다.


“···뭐야, 고장 난 거 아냐?”

실망한 눈빛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바라보는 소민.


“나도 받은 거야. 고장은 아니겠지.”

내심 용수를 생각하며 혼란에 빠진 액셀러레이터는 고개를 저었다.


“반짝거리지 않네.”

마찬가지로 실망한 괴도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세 사람은 그를 노려보았다.


“뭐, 정말 협력하면 호야의 정보를 얻어줄 거예요?”

소인이 액셀러레이터에게 듀얼 슬롯을 돌려주었다.


“날 믿어주는 거야?”

“조금 어렵겠지만, 그래도 형을 믿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소인은 자그맣게 미소를 지었다. 액셀러레이터는 순간 울컥해진 마음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 녀석을 쓰러뜨리면 되는 거죠?”

소민이 해방기를 든 손으로 괴도를 가리켰다.


“쓰러뜨리고 잡는 거야. 할 수 있겠어?”

“당연하죠!”

자신감이 넘치는 소민에게 액셀러레이터는 고개를 세게 끄덕거렸다.


“대신, 약속은 지켜야 해요. 호야의 정보. 알겠죠?”

소민의 강조에 액셀러레이터는 동료들이 떠올랐다.


앞으로 동료들이 없이 혼자서 해야 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걱정보다는 동료들이 안전할 거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 걱정하지 마.”

“믿음직스럽네요.”

소민은 블레이드 메모리 스크롤을 해방기에 넣고 슬롯을 눌렀다. 이어 해방기를 받아든 소인도 체인 메모리 스크롤을 해방기 넣고 슬롯을 눌렀다.


“해방.”

두 남매가 동시에 외치자, 해방기에서 전사와 천사가 해방되었다. 두 존재는 괴도를 공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각 소민과 소인에게 다가와 그 강대한 힘을 해방했다.


그렇게 제미니의 힘을 해방한 소민과 소인. 그들은 각각 전사와 천사의 모습이었다. 왼쪽에서는 전사의 망토가 펄럭거렸고, 오른쪽에서는 천사의 날개가 돌풍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가볼까요?”

고속의 양쪽으로 다가온 전사와 천사. 그중 전사가 입을 열었다.


“그래!”

액셀러레이터는 광선 검, 전사는 검, 천사는 사슬을 들고 괴도에게 달려들었다. 괴도는 이에 환영을 두 체 만드는 것으로 응수했다.


괴도를 상대하던 천사는 사슬에 스크롤 한 개를 꽂아 넣었다. 이윽고 검게 물든 사슬을 괴도를 향해 휘둘렀다.


괴도는 힘겹게 공격을 피하며 금화를 날렸고, 천사는 처음 보는 금화의 폭발에 맞아버렸다.


“소인아!”

전사는 천사에게 일어난 폭발에 눈을 크게 떴다. 그 틈에 괴도가 마술지팡이를 휘둘렀지만, 전사는 즉시 그를 바라보며 마술지팡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힘과 체력은 전사 쪽이 우세였기에 괴도는 허무하게 넘어졌다. 이어 다가오는 전사의 공격에 맞은 순간,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난 괜찮아!”

폭발은 결코 위협적이지 않았다. 천사는 잠깐 당황했지만, 연기가 걷히자마자 괴도에게 달려들어 주먹과 발차기를 날렸다. 이윽고 두 번째 환영도 없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한편, 제미니의 합류로 액셀러레이터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연기는 점점 심해졌지만, 두 사람 덕분에 환영에 대항할 수 있었기에 보다 빠르게 괴도를 압박했다.


괴도의 빈틈에 광선 검을 휘두르는 액셀러레이터. 그 수가 함정이었을까, 괴도는 마술지팡이로 그 공격을 막았다.


계속된 전투에도 흠집 하나 없는 마술지팡이였지만, 액셀러레이터는 광선의 출력을 높이며 검을 붙잡은 손을 세게 쥐었다. 스파크가 튀기며 액셀러레이터와 괴도의 팔이 떨려왔지만, 그럼에도 액셀러레이터는 출력을 더 높이며 점점 가속했다.


그렇게 스파크가 불꽃으로 변하며 괴도의 마술지팡이는 액셀러레이터가 움직이는 대로 베였다. 당황한 괴도는 액셀러레이터의 시간에서는 너무나도 느리게 움직였고, 그대로 몸을 회전해 괴도를 베려 했다.


하지만 새까매진 연기가 주변을 덮을 정도로 올라왔다. 액셀러레이터의 공격은 괴도를 베기 직전에 멈춰버렸다. 공격뿐만이 아닌 액셀러레이터의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몇 초가 흐르고, 눈치 빠른 괴도는 그 점을 눈치챘다.


“유감이지만, 넌 날 잡을 수 없어!”

괴도는 그대로 액셀러레이터를 발로 찼다. 그의 몸은 옥상 아래로 떨어졌다.


“짠돌이 오빠!”

전사는 그대로 옥상 아래로 몸을 던졌다. 액셀러레이터를 구하려 했지만, 그저 두 사람 모두 허무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짓이야!”

액셀러레이터가 소리쳤다. 거꾸로 보이는 혜성의 모습에 몸이 떨려왔다.


“오빠를 구하려 했어요!”

“그렇다고 몸을 던지면 어떻게 해!”

“오빠를 도우려 했으니까요!”

“뭐?”

액셀러레이터는 전사를 바라보았다.


“남을 돕는 건 이유가 필요 없대요. 비록 우리가 짠돌이 오빠한테 협력한 건 이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떨어진 오빠를 구하는 건 이유가 필요 없잖아요.”

그렇게 전사는 가까워지는 바닥을 바라보며 긴장을 삼켰다.


“그래도 쉽지만은 않네요.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체념한 전사는 눈을 감았다. 액셀러레이터는 점점 멀어지는 옥상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지면에 가까워지는 몸은 그저 멀어질 수밖에 없는 사실만을 각인시켰다. 액셀러레이터의 은빛 손은 그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젠장···”

끝나버렸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바랐지만, 돌이켜보면 너무나 후회가 많았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후회를 덜어낼 수 있었기에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어쩌면 동료들에게 향한 통보가 진정한 이별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액셀러레이터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았고, 그런 그에게 돌풍이 불었다.


돌풍이 몸을 감싸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것은 같이 떨어지던 전사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뭐죠?”

전사의 물음에 눈을 뜬 액셀러레이터. 그는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순간 불어온 돌풍은 추락하는 두 사람의 속도를 줄여주었고, 그 돌풍이 불어온 곳에서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당신은···!”

전사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포우!”

액셀러레이터의 시선에 들어온 그 돌풍의 시작에는 붉은 눈을 가진 녹색의 초인, 포우가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창에는 그들에게 일어난 기적을 보여주듯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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