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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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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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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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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4. 황금의 괴도-독행은 후회를 낳는다.(2)

DUMMY

또한, 퇴원하려는 동료들을 발견한 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들을 보자 본능적으로 한숨이 나왔고, 그 한숨을 통해 동료들도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속아!”

동료들은 그를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지만, 그저 고속의 눈에는 아직 채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모습으로 애처롭게 흔드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퇴원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아냐, 괜찮아.”

“얘들아···”

동료들이 힘들어한다는 사실은 병원의 모든 관계자뿐만 아닌, 고속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작 이들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저 고속을 돕기 위해서 참고 있을 뿐, 그들에겐 퇴원이 아닌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고속은 이들이 퇴원하지 않길 바랐다. 그랬기에 현 가문으로 가기 전까지도 만류했지만, 정작 동료들은 그가 자리를 떠난 순간 기어코 마음을 확고히 했다.


“걱정하지 마. 마석 사건은 이미 해결됐잖아? 그리고 우리도 너처럼 갑갑한 건 싫어하니까.”

“마석 사건만 문제가 아니잖아···”

“계속 망설이다 보면 아무것도 못 해. 너도 잘 알지?”

동료들의 격려는 믿음직스러웠지만, 그랬기에 이들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동료 중 누군가 한 명이라도 고속의 의견과 같다면 적어도 이들을 강하게 말릴 명분이라도 생기지만, 모두의 의견이 같은 상황에서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짐을 챙기는 동료들을 바라보는 고속. 씁쓸해진 입맛을 다셨지만, 그 누구 하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저, 고속아.”

그런 고속에게 다가오는 한 동료. 고속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까 우리한테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아, 그랬지.”

그들의 대화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입을 연 고속은 즉시 닫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쓸데없는 이야기였어.”

“에이, 뭐야. 그거 들으려고 너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미안, 지금 상황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거든.”

어색하게 미소 짓는 고속. 그것은 팀의 해체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속은 동료들의 안전 때문에 팀을 해체할 생각이었지만, 정작 동료들은 그 마음을 몰라주었다. 당장에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고마운 마음 때문에라도 지금은 팀의 해체 같은 무거운 이야기는 절대 꺼낼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동료들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어떻게든 물어봤겠지만, 지금은 짐 정리 중이었기에 어수선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보였다.


“도와줄게.”

“아냐, 고속아. 우리가 할 수 있어.”

“···알겠어.”

동료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이 멀쩡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지만, 아직 낫지 않은 부상 때문에 간단한 짐 정리였음에도 이따금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시영은 이들과 비슷할 정도로 크게 다쳤음에도 멀쩡하게 움직였다. 그렇다고 동료들이 그가 되길 바라지는 않았다. 엄연히 시영이 특이한 것이고, 동료들이 정상적인 상황이었다.


문득, 고속은 시영이 잘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흩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지만, 나름대로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기에 아직 연락이 오지 않은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고속은 조심스럽게 병실을 빠져나왔다. 지금 상황에서는 동료들과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쌍둥이를 찾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복도를 걷던 고속은 이 병원에 쌍둥이의 가족이 입원했다는 정보를 기억해냈다. 정확한 병실은 알지 못했지만, 이름이 ‘나거인’이라는 건 알고 있었기에 찾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간호사에게 묻는 방법도 있었지만, 고속은 병실 앞에 쓰인 이름을 찾아보기로 했다. 엄연히 그는 쌍둥이에게 볼일이 있었기에 굳이 볼일도 없는 거인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거인의 병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1인실이었고, 거인은 TV를 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쌍둥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이터널이 근처에 있었다.


“무슨 일이지?”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의외의 인물이지만, 어쩌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녀석이었다. 거인은 이터널의 동료였고, 문병을 왔다는 이유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랬기에 이곳에는 쌍둥이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이 몸은 잠깐 볼일이 있어서 왔다.”

“동료 문제지?”

“···부정하지는 않겠다.”

이터널은 시선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그가 돌린 방향에는 거인이 있었다.


“동료들은 진짜 뜻대로 안 돼.”

“동감이다.”

“뭐, 알아주니 고마워. 그럼 이만.”

“액셀러레이터, 무슨 일 있었나?”

걸음을 돌리려던 고속은 다시 몸을 돌려 이터널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 일이야 많기는 한데.”

“이 몸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다니. 별일이군.”

“뭐,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고.”

고속은 이터널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눈에서는 여전히 살벌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어제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도통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어디 가는 건가.”

“괴도 때문에 조금 바빠.”

“혼자서 괜찮겠나?”

“이번에는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

“동료들인가? 퇴원하려는 분위기는 그것 때문이었군.”

“그건 아냐.”

고속의 입은 닫혔고, 이터널은 눈을 깜빡거렸다.


“우연히 그들의 모습을 봤다. 그들이 네 동료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6인실의 전원이 짐을 챙기는 모습을 지나치기는 쉽지 않았다.”

이터널은 힘겨워 보였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고속의 표정이 동료들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구겨진 것을 확인한 이상 그를 위해서라도 하지 않아야 했다.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조금 복잡해.”

“무슨 일인지 이 몸에게 말할 생각은 있나.”

“그래.”

흔쾌히 수락하는 고속의 모습에 이터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몸을 믿는 건가?”

“뭐··· 네가 믿지 못할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고속은 헛기침하고 말을 이어갔다.


“저번 일로 많이 깨달은 것도 있고, 그래서 해방기 소지자라서 못 믿는다는 말은 하기 싫어졌거든.”

“그런가···”

“더군다나 동료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네가 믿을 수 없는 녀석은 아닐 거야.”

“부끄럽군.”

그렇게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겼다.



“동료들이 퇴원하는 건 내 의도가 아냐.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걔네가 푹 쉬었으면 좋겠어.”

“그럼 그들이 퇴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 우리가 팀이니까 나 혼자만 고생하는 건 바라지 않을 거야. 그런 애들이니까 퇴원하는 거겠지.”

고속은 동료들의 행동에 한숨을 쉬었다. 이터널은 그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그도 고속과 같은 상황이면 무조건 동료들의 안정이 우선이었다.


“팀의 대장은 누군가.”

“없어. 우린 모두가 평등해. 나름대로 융통성은 있거든.”

“이 몸이었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퇴원을 말렸을지도 모르겠군.”

고속은 이터널의 진심에 오싹함을 느꼈다. 그가 쌍둥이를 때려눕힌 장면이 겹쳐 보였기 때문일까, 이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너, 소민이네 때린 건 진심이지?”

“절대 진심이 아니었다. 믿어줬으면 좋겠군.”

“···아니 아무리 그래도 동료인데 무력을 쓰다니, 그런 건 좀 그렇잖아.”

“불편했다면 미안하다. 나름대로 대장이었기에 멋대로 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너, 대장이었어?”

놀란 고속은 눈을 크게 떴고, 이터널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이야기다. 그저 과거일 뿐이지.”

“대장이었구나··· 너 꽤 엄했을 것 같아.”

“그건 아니다. 단지 고속, 네 상황대로면 회복되지 않은 동료가 제멋대로 퇴원하려는 그런 점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력은 가장 마지막에 쓰는 수단이다.”

“알겠어.”

그들은 살아온 배경부터가 다른 완전한 남남이었기에 서로가 가진 동료의 생각이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고속은 이터널의 말속에서 동료를 진심으로 위한다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 동료들을 잃어본 적 있나?”

“되도록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해.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어 본 경험이라면 있어.”

“미안하군, 괜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냐, 네 잘못이 아니잖아.”

고속과 이터널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적이라 생각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묘한 공통점을 느꼈기 때문일까, 고속은 마냥 무서워 보이던 이터널이 더 이상은 무섭지 않았다.


“그들이 퇴원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할 테고, 아마 내 생각에는 최소 2주는 병원에서 쉬어야 해. 그런데 퇴원해버리면 2주가 2달이 넘어갈 수 있다고.”

“그들을 중재할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군.”

“맞아. 더군다나 우리 팀은 생활 주기도 불균형적이라 퇴원하면 절대 나을 수 없어.”

“그럼, 방법은 있는가?”

“있긴 한데···”

고속은 씁쓸해진 혀를 차며 콧바람을 내쉬었다.


“조금 무책임하겠지만, 팀을 해체하는 방법밖에 없어.”

“그게 최선인가?”

“앞으로 점점 더 위험해질 일밖에 없는데, 얘네들이라도 안전해야지.”

“그렇군.”

이터널은 그의 의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 무책임하다고 여겼던 마음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미 소중한 사람을 잃었어. 그러니까 얘네만큼은 잃고 싶지 않아.”

“한 가지 첨언하자면.”

이터널은 고속의 일렁이는 눈을 바라보았다.


“독행은 언제나 후회를 낳는다.”

“뭐라고?”

워낙 진지한 말투였기에 농담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독행과 후회가 무슨 관련인지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잘 해결하길 바란다, 고속.”

“그, 그래.”

이터널은 그 길로 자리를 떠났지만, 고속은 차마 떠날 수 없었다.


최소한 조언이라고 이해는 가능했지만, 무슨 뜻인지는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독행은 후회를 낳는다고?”

고속은 이터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남은 말을 되뇌었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네.”

독행, 홀로 움직인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팀을 해체하고 혼자 남는 고속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터널의 성격상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기에 왜 팀을 위한 행동이 후회를 낳는다는 건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수께끼에 빠질 때가 아니다. 볼일은 끝났기에 다시 움직여야 했고, 그의 목적은 엄연히 쌍둥이를 찾는 것이었다.


대화가 길지 않았기에 시간이 오래 흐르지 않았지만, 어쩌면 지금부터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말과도 같았다.


고속은 천천히 이끌림을 찾아 발걸음을 뗐다. 아직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분명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터널, 난 후회하지 않아. 그리고 고맙다.”

고속은 계단을 내려가는 이터널을 바라보고는 이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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