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일반소설

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5,704
추천수 :
105
글자수 :
253,130

작성
21.10.20 06:20
조회
77
추천
3
글자
10쪽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7)

DUMMY

“대 일본제국의 영광을 위하여~!”


“천황폐하 만세~!”


푹~! 푹~! 서걱~! 서걱~!


이틀에 걸친 전투가 놈들의 할복으로 끝이 났다.


털썩 주저앉거나 드러눕던 대원들이었다.


그만큼 힘들었고 치열한 전투였기에 풀어진 긴장감에 서 있을 힘조차 없던 것이었다.


중상을 입었을지언정 죽은 대원은 없었다.


해낸 거다.


오십이 천을 상대로 말이다.


축축한 바닥에 누워 헛웃음을 내보이던 대원들이 동료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상주성.


전투가 끝 난지 이틀이 지났고 드문드문 보이는 햇살이 산허리에 걸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치열한 전투 탓에 온전한 대원들이 없었기에 의원들이 꽤나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담이의 상처가 삼십 군데가 넘었고, 손세용의 팔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무수의 부상은 가슴에 난 상처이외에는 크게 걱정할게 없었지만 고열에 몸져누워 있던 상태였다.


나머지 대원들도 별반 차이가 없이 치료를 요하고 있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말이었다.


박영수였다.


박영수에 의해 부풀려진 소문은 삽시간에 상주성 안에 모든 이들에 입방에 오르며 안주거리가 되고 있었다.


“드시게나.”


노함이 사약같이 쓴맛을 내던 약초물을 무수의 입에 넣어주고 있었다.


끄응.


입맛을 털어내며 인상을 쓰던 무수.


“쓴 게 약이란 소리 못 들었나? 더 드시게나.”


사발 째 입안으로 밀어 넣던 노함이었다.


허리를 반쯤 세워 힘겹게 목에 밀어 넣고는 입을 닦아 내던 무수가 베개에 다시 머리를 밀어 넣은 직후였다.


“진주성으로 가야합니다.”


“자네가 말 한데로 김천, 거창, 고령에 각 이천씩을 확인했네.”


힘겹게 입을 열었지만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내뱉던 노함이었다.


“자네가 움직이며 상주성은 물론이고 이 근방은 장담컨대 쑥대밭이 될게 뻔할 걸세.”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자네의 그 마음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시작된 전투일세. 진주성을 믿어야 하고 부모님과 가족들을 믿어 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손가락 하나 까딱 하기 힘들어 움직이기 힘들다.


진주성 안에 들어갈 수도 없다.


가봐야 수만의 왜놈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작전을 펼치는 것 조차 무리다.


그런데 자꾸만 진주성을 곱씹고 있던 무수였다.


가족이라는 굴레가 주는 한계다.


결국 한낱 인간이라는 거였다.


거침없이 왜놈들을 죽여 나가며 피한방울 조차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냉철한 모습을 보이던 무수의 숨은 이면을 보여주고 있는 거였다.


한동안 멍하니 방안 천장을 바라보던 무수의 눈이 감기자 밖으로 나온 노함이었다.


조선 전역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던 진주성이다.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동쪽 성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이었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희망보다는 절망적인 소식일게 분명했다.


노함의 굳게 닫힌 입술과 원망 섞인 눈빛이 방문을 향해있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 전부터 노함의 처소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동트기 전부터 올라오던 소식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엔 꽤나 상세한 보고서였다.


진주성이 반쯤 무너졌고 그 안에 있는 관군, 의병, 백성들 할 것 없이 모두 몰살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십일 동안 벌인 전투가 총 25번이고 24번을 막았고, 단 한 번에 패배는 계속된 비에 동쪽 성벽의 지반이 약해졌고 그 틈을 탄 화포의 집중공격으로 무너져 내린 게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를 탁자위에 올려놓던 노함이었다.


얼굴을 쓸어내렸고 다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이기에 다시 읽어 보고 또 읽어 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김형문.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성은 두 번 무너졌고, 강으로 뛰어든 자는 백성들이 먼저 시작했소.”


새벽부터 성문을 두드리던 손님, 무수를 찾고 있었다.


연통을 넣었고 처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님.


길게 이어진 입술에 흉터, 핏기 없는 얼굴, 초췌한 옷차림이었다.


몇 차례 질문을 했지만 이름 이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던 김형문이 입을 연 것이었다.


“살아남은 건가?”


“운이 좋았소.”


탁자에 팔꿈치를 기대놓고는 깍지를 턱에 괴던 노함이었다.


생존자다.


도망가기 바빴을 텐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여길 찾아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무엇보다 무수를 찾고 있다.


“호흡이 불안정하고, 핏기가 없어 보이네, 실례가 안 된다면 맥 한번 재 봐도 되겠나?”


손을 내밀던 노함의 시선을 피하지 않던 김형문이었다.


“무수를 불러왔으면 합니다.”


“연통은 넣었고 자네 이름을 말해 놓긴 했네만, 삼 일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정장군일세. 신원 파악이 안 되는 자네를 정장군한테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쩌겠나?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머리를 떨구며 인상을 찌푸리던 김형문이었다.


“진주성으로 가야 한다고 계속해서 말하던 정장군이었네. 하지만 놈들이 가만히 있질 않더군.”


천천히 머리를 들어 노함을 바라봤다.


“꼬박 이틀을 왜놈과 전투를 벌였고 오십이 천을 상대해야만 했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지.”


“그리고 각 도처에 이천씩 정장군의 동태를 지켜보고 있다네. 따라서 움직일 수 없었던 정장군을 이해할 수 있겠나?”


탁~!


“장장 열흘이었습니다.”


입을 연 김형문이 손에서 만지작거리던 은장도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어머니의 유품을 전달해야 했고, 마지막 말을 전해야 했기에 말을 아끼고 있던 겁니다.”


노함에 시선이 은장도에 모였다.


목이 없는 그저 평범한 은장도. 손잡이 부근에 붉은 무(茂)자가 선명히 적혀있었다.


“뒷면에는 수(壽)자가 적혀 있을 겁니다.”


천천히 손을 뻗어 뒤집어 보던 노함이었다.


“오해 했다면 미안하오. 난 그저···.”


“어머님, 형수, 그리고 제수씨가 각자 들고 있던 은장도를 가슴에 꽂아 놓고는 강물로 뛰어 들었습니다.”


“왜놈들이 달려들고 있었고 성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순식간이라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떨어지는 어머니를 따라 같이 뛰어 들었지만···.”


뺨을 타고 내리던 눈물에 말을 잊지 못하던 김형문이 몸을 떨고 있었다.


“부탁합니다. 제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저고리를 천천히 들어 올렸고 움푹 들어가 있던 갈비뼈였다.


괴사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다시 옷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호흡이 일정치 않고 숨 쉴 때마다 피가 역류하고 있습니다. 말은 전하게 하고 가게 해주십시오.”


“기다려 보게나. 내 지금 당장 다녀오겠네.”


털컹!


노함이 자리에 일어나기 무섭게 열리던 문.


무수가 서있었고, 그 뒤에 아리가 털썩 주저앉자 담이가 안아주고 있었다.


“어머니가···.”


반신반의 했던 무수였다.


문 앞에서 들리는 어딘지 익숙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다 들리던 비보에 문을 열었고 눈에 보이던 입술귀신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휘청거리는 무수를 부축이며 탁자 앞에 앉히던 노함이었다.


“알아보겠나?”


“함께 한 건가?”


“살아남으시라는 말씀,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이름을 부르시던 모습, 네 두 눈이 함께 했다.”


“그리고, 이거.”


허리를 숙여 무수 앞으로 은장도를 밀어 넣던 김형문, 입새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떨리는 손이 느릿하게 은장도로 향했다.


“물속으로 잠기기 직전이었다.”


쿠울럭!


탁자 위로 한 움큼 쏟아내던 핏덩어리, 힘겨운지 숨을 잠시 고르고는 팔을 들어 핏물을 닦아 내자 시퍼런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후, 후, 어머님 가슴에 꽂혀 있던 은장도가 어머님을 잡으려고 내뻗었던 손으로 들어왔다. 내가 뽑은 게 아니란 소리다.”


머리를 미세하게 옆으로 흔들던 김형문이었다.


은장도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던 무수,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눈물이 은장도를 품고 있었다.


“미선이, 형수는?”


“아리를 부탁한다고 했다. 마지막 가는 모습 또한 아리를 외치고 있었다. 자네 부인은···.”


반응을 보이던 무수, 고개를 살짝 들었다.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떨어지며 중얼거리는 입술의 모양으로 봐서는.”


주르륵.


이번에는 코에서 흘러내리던 핏물이었다. 목으로 넘어오는 핏물을 삼켰고 코에서 밀고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서방님, 그리고 어머니를 향해 머리를 돌리며 ‘고맙다’라는 말을 하는 듯했다.”


다시 떨궈지던 머리. 주먹을 불끈 쥐며 오열을 하고 있었다.


아리의 울음소리가 더해지고 있었다.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가슴이 꽉 막혔고, 터진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쥐어짜듯 말을 하던 김형문이었다.


“의형제 맺으라고 했다. 어머님이 말이다.”


쿠울럭!


켁. 켁!


탁자에 쏟아낸 붉은 피가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가슴을 조심스럽게 쳐대던 김형문의 몸뚱어리가 옆으로 넘어갔다.


철퍼덕!


후. 후. 후.


“김형문~!”


노함이 달려왔고 반쯤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흔들어 대고 있었다.


“크크큭, 이런 소식 전하려고 산에서 내려온 게 아닌데 미안하게 됐네. 무수동생.”


무수의 충혈 된 두 눈이 김형문에게 향해있었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라고 했네.”


눈이 풀리고 있었고, 머리가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형님 소리 한번 듣고 ···, ···.”


눈이 감겼고, 맥이 멈췄다.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악~!”


탁자를 두들겨 대던 무수, 미친 듯이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춘호가 뛰어 들어와 무수의 머리를 감싸자 부둥켜안고는 몸부림을 치며 목 놓아 울부짖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공지입니다. 21.10.20 73 0 -
공지 참고하고 읽어 주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21.09.18 140 0 -
»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7) 21.10.20 78 3 10쪽
47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6) 21.10.19 48 1 11쪽
46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5) 21.10.18 48 1 12쪽
45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4) 21.10.16 59 1 12쪽
44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3) 21.10.15 57 1 12쪽
43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2) 21.10.14 54 1 12쪽
42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 21.10.13 64 1 13쪽
41 제 7 장 운명(6) 21.10.13 67 2 12쪽
40 제 7 장 운명(5) 21.10.12 61 2 12쪽
39 제 7 장 운명(4) 21.10.12 61 3 12쪽
38 제 7 장 운명(3) 21.10.11 68 2 12쪽
37 제 7 장 운명(2) +1 21.10.11 62 3 12쪽
36 제 7 장 운명 21.10.08 69 2 12쪽
35 제 6 장 진주성(5) 21.10.08 69 2 12쪽
34 제 6 장 진주성(4) 21.10.07 64 2 12쪽
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6 2 12쪽
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3 2 12쪽
31 제 6 장 진주성 21.10.06 85 1 12쪽
30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4) 21.10.05 92 3 12쪽
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8 2 12쪽
28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4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4 2 12쪽
26 제 4장 단기필마(5) 21.10.02 87 2 12쪽
25 제 4장 단기필마(4) 21.10.02 87 2 12쪽
24 제 4장 단기필마(3) 21.10.01 84 2 12쪽
23 제 4장 단기필마(2) 21.10.01 90 2 12쪽
22 제4장 단기필마 21.09.30 91 2 12쪽
21 제3장 귀신을 보는자(9) 21.09.30 9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