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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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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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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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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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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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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4장 단기필마(3)

DUMMY

그러면 백성들은?


자기 목숨 살리겠다고 피난가면 백성들은 사지에 내 몰릴 텐데?


조현철 대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무수로써는 그가 허튼 소리를 지껄이는 인물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온다는 건 확실하다는 거다.


“말도 안 됩니다. 파천을 고려한다면 우선 신립에게 세를 모아줘서 놈들을 물리칠 생각을 해야 합니다. 도망칠 궁리나 하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몸까지 부르르 떨며 격양된 목소리로 조경에게 반문을 한 무수였다.


“같은 생각일세, 지금 조선에서 병력을 모집한다면 북방기병대 1만, 경상도, 전라도 육군으로만 1만, 중앙수비군, 예비전력 도합 1만이상일세. 최소 3만이상일세, 물밀듯이 올라오고 있는 왜놈들 3만 정도라고 본다면 충분히 승산이 없지는 않다네. 다만, 조정에서는 무인들이 세를 결집하는 걸 병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걸 잘 알걸세. 알다시피 태조 때 시작된 일인걸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맞는 소리다.


무인들의 결집을 병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조정이었다.


어찌 보면 제승방략 체계도 믿을 만 한 자에게만 병사를 내주며 또 다른 태조가 있을 수 없게 만드는 핵심 체계를 이면에 볼 수 있는 거였다.


만약 신립에게 힘을 실어 준다면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지금도 북방에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자에게 텅 빈 궁궐은 그야 말로 무혈입성이 가능하다는 있다는 소리다.


이가 갈리고 분노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조경의 말이 이어지는데 들리지 않았다.


분명 신립을 알거다. 본인은 버려진 패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왜? 명을 받들었는지, 왜? 어느 정도의 추가 병력을 요구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었다.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대책이 있는 거다.


아니 있어야 했다.


분명히 신립장군님은 뭔가 대비를 하고 있을게 분명했다.



야밤을 틈타 부대의 이동이 시작되며 조경의 지휘본부가 김천에 자리를 잡았다.


한편 고니시가 이끄는 1군이 상주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과 함께 구로다가 이끄는 3군이 2패로 나뉘어 감천을 막 넘었고, 다른 한패는 거창을 지나 빠르게 북상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나절이면 놈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지근거리였다.


만약에 조경장군이 조금이라도 지체 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랐던 긴박한 후퇴였다.


서늘한 간담을 뒤로 한 채 기나긴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조경의 막사로 초조한 시선이 모여들고 있었다.


한편, 청주에 자리를 잡은 신립에 비보가 전해지고 있었다.


신립의 최측근이자 북방에서 한솥밥을 오랫동안 같이 먹었던 이일이 패전하여 조령으로 후퇴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조령, 추풍령, 죽령 이렇게 영남의 삼령을 방어하려던 작전은 자리도 잡기 전에 수포로 돌아간 상황.


더군다나 이일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신립의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에 신립은 조경의 후위에 있던 추풍령의 병력을 급하게 본진으로 돌려 세웠고 나머지 흩어진 모든 병력이 충주성으로 집결시키고 있었다.


순변사로 임명된 이일의 패전은 그의 실력보다는 다른데 있었다.


출발의 명을 받은 이일의 정병300중 정예는 60정도, 나머지는 백도(훈련을 받지 않은 장정),서리, 유생들이 반을 차지했고 그 외 나머지도 병역을 면하려 급조된 병력이었다.


물론 우방어사로 추풍령으로 보낸 조경도, 죽령으로 보낸 조방장 유극량, 조령으로 보낸 조방장 변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던가, 좌의정 유성룡이 도체찰사(都體察使)로 임명되어 그나마 신립에게는 자신이 직접 군관들을 모집해 팔십 정도의 정예를 내주었지만, 명성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병력지원임은 분명했다.


새벽닭이 우는 조용한 이른 아침부터 콩 볶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조선관군의 저항이 시작되며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었고, 지칠 것 만 같았던 격한 저항이 시작되자 오히려 힘을 더한 듯 점점 진격의 속도가 빨라졌다.


김천역(지금의 김천시 남산동)


구로다가 이끄는 3군이 3열식 조총부대를 앞세워 일제히 사격을 시작하고 있었다. 한번 시작된 총탄은 그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따닥따닥, 다다다다닥.

착,착,착,착,착.


총을 쏜 병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이내 총알을 장전하고 심지를 새로 갈면, 뒤에서 나열하고 있던 병사들이 빠르게 다섯 걸음 앞으로 나와 전방을 향해 목표물을 노리자 옆에 있던 병사들이 심지에 불을 붙이자 발사 된 총.


다시 뒤에서 나열해 있던 병사들이 다섯 걸음 앞으로 나와 자세를 취한다.


3열식 조총부대는 이처럼 끊임없이 총을 쏘아대며 앞으로 전진 하며 나가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총알세례에 전방에 방어물 뒤로 몸을 숨기고 있던 조선병사들은 전진도 후퇴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다가오는 왜놈들에게 저항 한번 못하고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전멸.


또 전멸이다.


이른 새벽부터 놈들의 예상 경로에 자리를 잡고 매복해 있던 조선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전멸이었다.


지근거리에서 매복해 있던 조선의 병사들이었다.


조경이었다.


뛰쳐나가고 싶은지 으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와 신음소리가 입에서 배어나고 있었다.


예리함이 묻어 나오던 조경의 눈빛에는 결사항전의 결의가 가득해보였고, 부르르 떨고 있던 칼자루에서 검붉은 핏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진정해야한다.


지휘관이 흥분한 모습은 수하들의 기가 꺾인다.


해가 기지개를 펴자 주변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시야가 넓어졌고 지독한 연초 냄새와 신선한 풀냄새가 기분 좋게 습기를 머금은 안개와 함께 야릇한 냄새를 풍기며 코를 자극 시키고 있었다.


칼을 수평으로 들어 수신호를 보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긴장된 탓에 호흡이 가빠지며 몸이 경직되고 있었다.


꾸물꾸물 대열을 갖추며 밀고 들어오던 왜놈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조선병사들의 활시위가 한껏 늘려지고 있었다.

지금이다.


들고 있던 칼날이 바닥에 내리쳤다.


피슝!, 피슝!, 피슝!, 피슝! 슈수수수숫.


신호가 떨어지자 일제히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정면, 그리고 양옆에서 쏟아지는 화살비가 왜놈들에게 향했고, 앞선 동료들의 희생에 보답이라도 한 듯 놈들의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었다.


두두두두둑~!

퍼버벅! 퍼버벅!


화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사람 몸에 맞는 소리가 다르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화살이 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놈들에게 쏟아져 나갔다.


일차, 이차, 삼차, 사차,


연거푸 네 번의 수많은 화살이 날아갔고 날아간 화살의 양만큼이나 왜놈들이 쓰러져 나갔다.


바닥에 흥건한 붉은 핏물들이 역한 냄새를 풍기며 처참한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와~!!

다다닥, 다다닥, 다다닥,


함성소리와 함께 정면과 양옆에서 조선병사들이 뛰어 나오기 시작했다.


백병전.


총탄의 소리가 잦아들었고,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는 거친 사나운 동물의 숨소리처럼 강렬한 바람을 일으키며 도검류의 부딪히는 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쳉, 체쟁, 챙.

서걱, 퍼어벅, 퍽.


요란한 병장기들의 맞부딪히는 소리, 긴장이나 두려움 따위는 밝아진 햇살과 함께 날아간 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왜놈들을 베어나가고 있던 조선의 병사들이 조경의 지휘아래 큰 피해 없이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습공격에 잠시 주춤하던 왜놈들이 전열을 가다듬자 팽팽해진 백병전이었다.


숨 막히는 전장, 비명소리가 메아리를 쳐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예사롭지 않은 눈빛의 조경이 전장을 빠르게 훑어보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1만이 넘는 병력을 400명이 전부상대 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이다.


적당히 죽인 상황, 이제는 빠질 때다.


기회를 엿보던 순간이었다.



널찍한 가마솥에 콩을 볶는 소리가 건너편 쪽에서 요란하게 들리고 있다는 것은 전투가 시작됐다는 소리다.


작은 산을 기준으로 본진은 조경이 맡고 다른 한쪽으로 무수가 맡기로 하며 기나긴 회의가 마무리 됐고 바로 출발을 한 무수일행은 미리부터 와서 매복을 하고 있었다.


본진보다 빠른 소규모 별동부대라고 판단했고 통상적으로 보면 당연히 전투가 먼저 시작되어야 하는데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저 날짐승들만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려내며 부스럭 거리고 있었다.


부지런한 해가 머리를 삐쭉 내밀다 구름사이로 모습을 감추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잠시 후 정찰을 보다 돌아온 윤업과 윤주승이 무수 곁으로 자리를 잡았다.


“본진 앞까지 다녀왔는데 놈들의 흔적이 없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왔다가 다시 돌아간 흔적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저쪽에서 반대쪽까지 돌다왔습니다. 혹시나 놈들이 다른 길로 갔을 경우를 생각했는데 흔적이 없습니다.”


윤주승이 말했고 윤업이 건너 편 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속았다.


무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영악한 놈들이다. 한시가 급하다.”


노함의 한마디에 방향성이 정해졌다.


우리의 작전이 드러난 거고, 놈들의 작전이 통한 거였다.


그렇다면 한시가 급했다.


서둘러야 했고 남은 한 사람이라도 구해야 됐다.


“산을 질러간다. 노함어르신과 너희 두 명은 말을 이끌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나머지는 내 뒤를 따른다.”


무수의 말에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인 대원들이 무수를 따라 산을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산세가 깊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이다.


바위를 뛰어 넘어야 했고 우거진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헤쳐 나가야 했다.


등에 메고 있는 등패가 자꾸 나무에 걸리며 둔탁한 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런 건 문제도 아니다.


다만 어린 풀잎들이 이슬을 잔득 머금고 있는 터라 옷이 젖으며 다리에 무게감을 주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헉헉되는 소리가 들려왔고, 솟구쳐 내리는 땀과 부풀어 오른 핏줄이 온몸을 시퍼렇게 선을 그어대며 살아있음을 확인해주고 있었다.


정상 부근에 제일 먼저 도착한 무수가 잠시 쉴 틈도 없이 길을 내며 뛰어갔고 등선 모퉁이를 지나 모습을 감췄다.


콩 볶는 소리가 줄어들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작게나마 병장기의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쭉 찢어진 눈에서 한줄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조선병사들 뒤쪽에서 한 무리 병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무장한 왜놈들이었다.


오토모 요시무네.


무수하게 당한 이후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 그였다.


일단 척후병의 숫자를 대폭 늘려 적의 동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김천에서 자리 잡고 있는 조경이라는 걸출한 인물과 병력, 동태가 파악되었고, 신중을 기하고 있던 요시무네는 정찰이 붙어 있다는 소식에 적을 이용하기로 했고, 병력을 두 패로 나뉘어 김천으로 향하게 했다가 본진으로 회군을 시킨 후 다시 조경의 매복지 근방으로 매복을 시킨 것이다.


“기가 막히네, 기가 막혀.”


완벽한 작전이었다.


풀려도 이렇게 잘 풀릴 수가 없었다.


거들먹거리며 말에 앉아 양팔을 끼고는 터벅터벅 앞으로 걸어오며 중얼거리듯 말을 하고 있었다.


늘어진 콧수염이 입 꼬리를 올려 히쭉거리자 한쪽으로 내려가며 구겨지고 있었다.


“생포다! 죽이지 마라! 조경 저놈은 생포한다. 조총병은 대기한다.”


바쁘게 요시무네의 말을 전달하고 있는 병사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분주해 지고 있었다.


그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요시무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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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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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4 2 12쪽
26 제 4장 단기필마(5) 21.10.02 87 2 12쪽
25 제 4장 단기필마(4) 21.10.02 8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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