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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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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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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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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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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3장 귀신을 보는자(9)

DUMMY

야릇한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이 바닥에 하얀 먼지를 내며 풀썩 넘어갔다.


뿜어져 나오는 피분수가 요란한 비린내를 풍기자 일순간 주위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내뿜는 피의 양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이게 너희들 방식이냐!”


무수가 소리쳤다.


“이게 그 위대한 북방기병대의 자존심이냐 물었다~!”


쥐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에 무게감이 서려있었다.


“이깟 싸움에 비겁하게 동료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고! 강자에겐 슬슬 기고 약자는 깔아뭉개는 게 너희들 군율이고 위계질서고 방식이냔 말이다.”


대꾸조차 없이 조용함 그 자체였다.


믿고 의지하던 동료의 비겁한 행동에 차마 입을 못 열고 그저 몇이 머리를 긁적이다 동료들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아니꼽다고 갈구고 배척하고 때리고, 괴롭히는 게 너희들 방식이면 나는 내방식대로 하련다. 언제든 어디서든 배알 꼴리고 지랄 맞는다고 생각하면 와라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모조리 상대해줄 테니까 말이다.”


독기를 잔득 품을 시선을 주변 대원들에게 쏘아 붙이던 무수가 등을 돌렸다.


“미안하다는 말···. 여기 있는 모든 대원들을 대신해서 내가 하네.”


무수가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백씩 무리를 지어 놓은 독특한 북방기병대, 그 중에 수색을 주로 맡는 곤(坤) 대장 이영길이 자리에 일어서며 말하자 구경해 있던 대원들이 재빠른 동작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나는 백인대장 이영길이다. 낯선 인물에 대한 경계에서부터 시작한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주위를 훑어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장난스러웠고 웃고 즐기던 온화한 미소는 다들 온데간데없이 강렬한 눈빛으로 무수를 바라보며 경청했고 바른 자세를 취한 대원들이었다.


“혹독한 훈련,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더욱이 끈끈하게 뭉치면서 동료애는 물론 이거니와 의리하나로 버텨온 대원들이었다. 이런 환경 속 에서 오래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인을 배척하게 된 건 부정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의심스러웠고 경계 했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신립대장군님을 의심한건 아니다. 다만 너희들의 실력을 보고 싶었고 어떤 놈들인지도 궁금했었다. 전투는 혼자하지 않는다. 너희들로 인해서 여기 있는 모든 대원들이 몰살당할 수 있다. 강한지 약한지! 해가 될 놈 인지 아닌지! 믿어도 될 놈인지 아닌지! 그것이 궁금했던 거다. 아마도 여기 있는 모든 대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일 거다.”


허리까지 숙여진 상체와 진심어린 이영길 대장의 말에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할까 싶었던 순간이었다..


우리의 구호~!


뜬금없이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의지할 수 있는 동료만 있다면 나와 우리의 조선을 구할 수 있다.”


쩌렁쩌렁한 우렁찬 목소리로 한 대원이 소리치자 모여 있던 대원들 모두가 마치 한입에서 나온 것처럼 같이 합을 하며 소리를 쳐댔다.


“다시 말하겠다. 진심으로 미안했다.”


머리를 숙여 부복을 하자 나머지 대원들이 모두가 머리를 숙였다.


처어억!

척! 척!


동료를 향한 구호~!


몸을 바로 세우자 다시 들려온 소리다.


또 다시 대원들이 구호를 외쳤다.


“친구와 말의 밥은 건들지 않는다!”


이건 또 뭔가.


민망할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이런 게 남자다.


고개 숙일 때는 숙인다.


사과할 때는 확실히 사과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나온다면 받아줘야 남자다.


주먹으로 가슴을 두 번 치고 머리를 숙여 화답을 한 무수와 춘호였다.


두 달이 흘렀다.


오십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투가 일어났다.


단 한 번도 패하거나 밀린 적이 없었다.


실로 무서운 북방기병대의 전투력에 그저 치를 떨고 숨을 죽일 수밖에 없던 여진이었다.


두만강을 뒤로 여진과 직접 마주보고 있는 국경지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고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이지만 서로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 호시탐탐 6진을 노려보며 되찾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뿜어내던 여진의 각 부족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영토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은 신립의 출연에 전면전을 예고하는 듯 날을 세우며, 조용히 군대를 모으고 있었다.


한편 조선의 분위기는 달랐다.


떡 하니 상대 진영에 자리 잡고 있는 신립 장군의 등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던 변방의 장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수하들 포함 육천이 넘어 가고 있었다.


현 최고의 실세를 등에 업은 신립이다.


이번 기회에 줄을 대며 인과 연을 맺으려 하는 자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다.


남의 집 안마당에서 말이다.


둔덕에서 바라본 벌판에 끝은 어디일까 고민도 잠시, 아름다운 별빛들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 낯설고 침침한 불빛이 나타난다.


거기서 부터가 땅 인거다.


“멀쩡한 조선 땅을 내버려 두고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하지 않나?”


“···”


신립의 질문에 노함이 술 한 잔 들이키며 한마디 말도 없이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네. 내가 그 동안 잘못 살아온 길을 누군가 말해 주지 않았다는 건 내 주위에 누군가도 그리 살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네.”


“말해 주지 않을게 아니라 말 할 수 없었고, 말 할 필요가 없던 걸세.”


노함이 정곡을 찌르자 신립이 말없이 술을 목에 넘겼고, 비어있던 두 잔에 조심스럽게 술을 따라 놓던 무수였다.


“저기 보게나. 자네가 만들어 놓은 불빛들을, 언뜻 보면 아름다워 보일 걸세.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검은 그림자들이 아스라이 보인다네, 반면 고개들 들어 보게나 찬란하고 영롱한 불빛들은 그림자 따위가 없는 것을.”


의미심장한 노함에 말에 볼게 뭐있나 싶었던 신립이 건배제의를 했고 이번에는 셋이 동시에 잔을 비웠다.


“준비는 됐나?”


비워진 잔을 바닥에 던진 신립이 말했고, 노함과 무수가 따라 잔을 던지고 자리에 일어섰다.


“똥을 쌌으면 치우는 것도 싼 놈이 해야 하는 법.”


신립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몸을 돌릴 때였다.


그 앞을 막고 있던 이영길 대장이었다.


“저 빼놓고 가면 섭섭할까요? 안할까요? 십년을 이곳, 여기서, 오랑캐 놈들과 함께 지냈는데, 저 같은 적임자도 없는데,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어디 가는지, 뭐 하러 가는지 알 턱이 없는 이영길 대장의 간절한 눈빛을 지그시 흘려보내던 신립이 머리를 흔들었다.


“뒷간 가서 똥 치우는데 손 하나 덜겠군.”


가볍게 어깨를 툭 치고는 몸을 돌린 신립을 따라 노함과 무수 그리고 무수의 대원들과 히쭉이며 따라오던 이영길대장이 수 없이 많은 불빛들이 모여드는 반대 방향으로 말을 달렸다.




훌러덩.


움막의 문을 자청한 무게감 있는 가죽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 신립과 노함이었다.


이미 연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립의 등장에 여진의 부족장들이 움찔하며 서로 눈치를 보다 태연한척 가만히 앉아 있었다.


“손님 대접은 여전하구만.”


비어있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신립이 입을 열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각 지역을 대표하는 혹은 부족을 대표하는 자들 뒤로 수행원들이 못마땅한 듯 서 있었다.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 거기다가 덩치들은 한 어미뱃속에서 나온듯한 돼지 새끼들 마냥 두툼한 모습에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얼굴과 체형에 꽤나 튼튼해 보이던 의자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늘 그렇듯 술 한 잔, 차 한 잔 따라주는 법이 없이 혼자서 따라 마셔야 하는 건 니들 전통이라고 하기 에는 내가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쯤은 이제는 알지 않나 싶은데 어떤가?”


잔을 채워 입으로 가져갔고 눈을 치켜뜨며 말하던 신립이었다.


미간이 꿈틀거렸고 계속해서 험악한 분위기를 풍겨대던 놈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돼지가 밥 달라며 합창하듯이 말이다.


“술 이구만.”


냄새를 맡던 신립이 목에 털어 넣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니들이 원하던 우둔치를 상대했던 수하들 모두 데리고 왔네. 화친? 너희들이 먼저 화친을 맺자고 불러서 먼 길을 달려 왔네만 이 분위기는 뭐고, 밖에 있는 덩치들은 뭐지? 하나 같이 웃통은 벋어 던지고 무기도 들지 않고 말이지. 왜? 복수라도 해보려고? 백은 넘어 보이던데 살살 어루만져 주다 여차하면 나까지 제거하려고 수하들을 그리 세웠나?”


정곡을 찌른 신립에 말에 뒤에 서있던 수행원들의 손이 허리 줌으로 향하자 손을 들어 제지 하며 한 놈이 말을 꺼냈다.


“부인하지 않겠다. 다만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여차하면 너를 제거하고 전쟁이라도 할 참이었다.”


조선말이었다.


셋은 알아들었다는 표정이었고 나머지 둘은 통역이 전해주며 늦은 반응을 보였다.


“지금도 늦지 않은 것 같은데.”


독한 술을 한잔 더 들이켠 신립이 잔을 내려놓으며 비아냥거리듯 말하자 놈들의 붉어진 얼굴에 핏대가 서기 시작했다.


턱! 챙그렁.


두 개의 커다란 보따리와 신립의 보검이 탁자에 올라오자 찻잔이 흔들리며 소리를 냈고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다섯의 덩치들이 서로 눈짓을 했고 묘한 표정을 지으며 신립이 올려놓은 물건에 시선을 교차 시키고 있었다.


자세를 바로 잡은 신립이었다.


“화친? 애당초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독하게도 두들겨 대던 너희들에게 내 친히 두어 달 동안 나서니 이제야 화친을 요구해? 그것도 뻔뻔하게 우둔치를 앞세워 조건을 내밀면서?”


우당탕탕! 으악! 으악!

퍽! 퍼어어억!


요란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적어도 화친이라면 이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신립이 보따리를 풀어 헤치자 주먹만 한 반짝이는 은들이 두 보따리에 가득했다.


번뜩이는 눈빛들이 흔들리기 시작한 돼지 다섯, 먹이를 보자 볼이 씰룩거렸다.


“많지는 않지, 그러나 이 보검이 의미하는 건 네 녀석들이 더 잘 알지 않나? 내 이십년을 함께한 이 검을 네 녀석들에게 내놓았다는 건! 적어도 이쯤해서 그만 둬야 한다는 거다.”


먹잇감을 던진 신립이 몸을 살짝 기울여 팔꿈치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목소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당장, 지금 당장! 멈춰라. 이건 내 마지막 경고다.”




“정기룡이 누구냐?”


신립과 노함이 움막 안으로 모습을 감추자 무수에게 잘 발달된 상체 근육을 씰룩거리던 덩치 한 놈이 말을 걸어왔다.


상체가 벗겨져 있었고 무기들이 한쪽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대여섯 부족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팔뚝 또는 허리 줌, 이마 등에 색깔별로 헝겊을 동여 메고는 삼삼오오 뭉쳐 무수일행에 앞을 위협적으로 몸을 풀며 도열하고 있었다.


풋!


이쯤 되면 뭐 하자는 건지 뻔한 거다.


한결 가치 벗겨진 웃통, 히쭉이며 목을 푸는 놈, 손가락을 꺾는 놈, 팔을 휘휘 젓는 놈.


무수를 찾던 놈의 앞에 선 무수가 검지를 관자놀이에 대고 말했다.


“내가 정기룡이다.”


마주보고 선 두 사람의 시선, 반 뼘 정도 올려봐야 했던 무수였다.


무수가 몸을 돌려 놈과 대치하자 대원들이 뒤를 따랐다.


언제부터인지 무수 뒤에 자연스럽게 자리가 정해졌다.


반걸음 뒤로 왼쪽에는 춘호, 오른쪽에는 담이 그리고 그 뒤에는 아리 그 옆에는 칠수와 영수다.


시큰둥한 표정에 손세용이 영수 옆쪽에서 어깨를 들이 밀다 숨 한번 들이키고는 살짝 뒤로 밀린다.


아직 박영수에게는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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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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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4장 단기필마(2) 21.10.01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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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귀신을 보는자(9) 21.09.30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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