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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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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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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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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6 장 진주성(2)

DUMMY

힘도 아껴야 했고 무기도 아껴 사용해야 했다.


성만 무너지지 않으면 살 수 있고, 넉넉지 않지만 먹을 수 있는 식량도 마련되어 있다.


버티고 버틴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다들 말렸던 상관인 병마절도사 유승인의 입궁도 불허한 상황이었다.


지휘체계를 고민한 게 아니라 지금의 안정적인 병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만 했기에 2.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들이지 않을 거였다.


문책은 전쟁 끝나고 후다.


지금은 살아야 했고 백성들을 구해야만 했다.


나 자신을 믿어야 했고, 3800명의 병사들을 믿어야 했고, 성 외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조선의 지원 병력들을 믿어야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무수에게 전해진 은밀한 작전에 희망을 품어야 했던 김시민이 전장을 내려다보며 시선을 고정 시키고 이었다.





“뭐라? 정기룡장군이 전진에 들어갔다고? 그런 무모한 짓을 도대체 왜 ~!”


진주성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홍의장군 곽재우 휘하 의병장 심대승이었다.


약200명의 의병들을 이끌고 지원을 나온 심대승이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적을 쳐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고 적의 내부에 침투해야 한다는 소식만 전해졌습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거기가 어디라고.”


“뛰어난 분이라 뭔가 생각을 하고 들어갔을 겁니다. 전에 조경장군님을 구하신 것부터 곤양에서의 전력이 단순하게 그냥 들어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수하의 말에 턱을 괴던 심대승이 튀어나온 커다란 점에 털을 만지작거렸다.


조선의 조자룡이라는 소리를 듣는 자다.


단순하게 싸움만 잘해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칭호다.


거창에서 포로로 잡힌 아버님을 구한 분이다.


만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해야 했다.


돌아가신 아버님을 대신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도와야 한다.


한참을 고민에 젖어 있던 심대승이 수하를 불러 세웠다.


“곧 있을 어둠에 출전한다.”


“노, 놈들을 상대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이 병력으로요?”


“흐미.”


따악!


놀라던 수하에 머리를 쥐어박은 심대승이었다.


“생선 대가리는 박아 놓았나? 생각을 좀 해봐! 생각을~! 이 병력으로 저놈들을 상대했다가는 개죽음이야! 개죽음!”


“그럼 갑자기 왜 출전을 한다고?”


“누가 싸우러 간다고 했데! 저 놈들을 교란시켜야 할 것 아니야. 그래야 정기룡장군이 적진 한복판에서 뭔가 일을 진행하는데 도움을 줄 거 아니냐고.”


머리를 끄덕이던 수하가 잠시 멈칫했다.


뭔가 고민하다 고개를 갸우뚱했고, 다시 질문이 들어왔다.


“그럼 뭘 해야 하는데요?”


“이런 닭대가리 같은 새끼가~!”




어둠이 한기를 앞세우며 서서히 짙어지고 있었다.


치열할 것만 같았던 전투가 살아남은 자가 거의 없이 완벽한 패배로 끝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동요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이 전혀 없이 그저 일상인 듯 태연하게 자기 일만 하던 왜놈들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들이었다.


놀랄만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분주한 놈들을 제외하고는 독특한 형태의 자세로 쉬고 있던 왜놈들, 탈곡을 다 마친 논두렁에 볏짚을 쌓아 말은 형태로 바닥에 멍석을 깔고는 자기 몸에 볏짚을 두르고 삼각형 모자를 깊숙하게 눌러 놓고 노상에서 앉아서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쉬고 있는지 자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기가 막힌 놈들이었다.


기습공격에 그토록 빠르게 반응 했던 놈들,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의 무수였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따로 식사시간이 없다는 점이었다.


저잣거리에 가게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처럼 일렬로 늘어선 이동식 수레에 음식물을 잔뜩 쌓아 올려 상점 또는 주막집처럼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만큼 먹고 원하는 것을 골라 먹는데 큰 규모에 인원을 수용하기에는 상당히 적합한 운영 방법인 듯 보였다.


비상한 새끼들이었다.


잠시 짬을 냈고, 배를 채웠다.


춘호가 가져온 몇 가지 음식들이 보기에도 좋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꼬치에 고기만 잔뜩 꽃아 놓았는데 식감도 그렇고 짜긴 더럽게 짰다.


부족한 새끼들, 꼬치에 중간 중간 가래떡을 한 입 크기로 썰어 넣었어야 했다.


짠 맛도 잡을 거고, 식감도 죽이는데 말이다.


잠시지만 배도 채웠고 대충 위치도 파악했다.


‘순천당’ 이라는 동문방향 산 아래 작은 암자에 본진이 꾸려져 있었고 그 뒤쪽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커다란 천막이 수십 기. 날선 눈빛에 경계병들이 겹겹이 포진되어 있는 모습 뒤로 간간히 들어오던 커다란 나무상자를 조심스럽게 나르는 놈들을 확인한 무수였다.


기회를 엿봐야 했고, 퇴로를 찾아야 했다.


등줄기에 땀이 쌀쌀한 날씨 탓에 흘러내리다 마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반에 반쯤 부풀어 오른 달이 볼에 한껏 힘을 주며 몸을 키우자 강한 바람들이 구름을 걷어내 주고 있을 무렵이었다.


천막 안에 까지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박영수가 제 몫을 해야 한다.


북동쪽 정상에서부터 갑자기 시작된 산불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오자 혼란한 틈을 탄 무수일행이 커다란 상자 안에 돌과 훔친 조총, 그리고 포탄을 담아 일꾼처럼 위장을 하고는 겨우 막사 안에까지 들어가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입구에서 춘호와 무수가 경계를 서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박영수가 사람 머리 크기 만 한 포탄을 천천히 해체하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할 정도로 많은 폭탄들.


진주성을 아예 무너트릴 심상인지 무시무시한 양이었다.


이 놈들이라도 줄여야 했다.


목숨 걸고 놈의 진지까지 들어온 목적이었다.


놈들의 공격력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고 성이 무너지는 것은 막아야 했다.


김시민의 제안에 두말안고 자청한 무수였다.


콧잔등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호흡 또한 일정하게 내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긴장이 흐르는 막사 안이었다.


분주한 발자국 소리, 시끌벅적한 명령에 답을 하는 소리, 누가 불쑥 들어와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에서 한 쪽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분주한 손놀림을 보이는 박영수에게 자꾸만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아니라 다를까.


별안간 젖혀진 천막, 강한 불빛이 들어왔다.


모여드는 놈들의 시선이었다.


놀란 표정에 숨이 턱 막히던 순간이었다.


퍼억~!


별안간 무수의 정강이를 가격한 춘호였다.


“똑바로 하란 말이다. 똑바로~!”


“뭐냐?”


무수를 걷어찬 춘호가 왜놈들을 돌아보면 먼저 입을 열었다.


물론 왜놈들 말이었다.


“뭐냐?”


춘호와 무수를 번갈아 쳐다보며 반문을 한 왜놈이었다.


“보면 모르나? 교육 중이다 교육!”


“지금 산불에 다들 불끄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알고 있다. 불 끄러 가야하는데 이놈이 원체 꿈틀거리기에 정신교육 좀 시키고 있었다.”


“적당히 하고, 서두···.”


“빠가야로! 똑바로 안서! 오늘 한번만 용서한다. 따라와~!”


왜놈의 말을 끊은 춘호가 무수의 정강이를 한 대 더 차고는 손짓을 하며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느 쪽이 급한가?”


왜놈을 돌아보면 말을 건넨 춘호였다.


“따라와라. 사당 뒤쪽이다.”


“알았다. 그리고 넌! 지금부터 비명소리 조차 내지 마라! 알았나?”


왜놈과 말을 하던 춘호가 무수를 보며 소리를 쳤다.


“하이! 하이!”


“빠가야로~!”


무수가 대답을 하자 정강이를 한 대 더 걷어찬 춘호였다.


귀를 잡아 끈 춘호, 끌려가는 무수가 정강이를 어루만지며 쩔뚝거리자 왜놈들이 키득거리며 뒤를 따랐다.



거센 바람을 등에 업고 달려드는 화마, 그 앞을 맞서고 있는 왜놈들이었다.


자연에 대항 하는 모습이 얼핏 보면 무모해 보이는 광경이지만 한 바가지씩 퍼 나르는 수많은 개미떼 같은 왜놈들 앞에서 힘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다.


어차피 해자에 물을 빼야했고 산에 나무를 베어야 했는데 산불로 인해 쉬고 있던 병력까지 동원되자 커져만 갔던 불꽃도 서서히 줄어들었고, 해자에 물도 어느 정도 소진했다.


불을 낸 조선인들이 오히려 도와준 꼴이었다.


입가에 미소가 짙어진 신조 가즈요시, 마저 하던 일을 끝마쳐야 했다.


막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막사 앞.


경계병이 거수를 하고 있었다.


“물건은 잘 있나?”


“따뜻한 목욕물까지 준비해 두었습니다.”


“수고했네. 듬직해. 아주 듬직해.”


경계병의 어깨를 도닥거리다 칭찬을 하며 막사 안으로 들어간 신조, 경계병의 어깨가 으쓱거렸다.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던 여인을 눈에 담았다.


신조가 막사 안으로 들어오자 급히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제 막 16세가 지난 어린 아이다.


성인 같으면 홀로 남은 상황에서 혀를 깨물고 자결이라도 할 텐데 그 조차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이였다.


신조가 입고 있던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욕조로 몸을 옮기자 비명을 질러대며 ‘살려 주세요’를 반복하고 있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눈을 지그시 감은 신조, 귀를 간지럽히는 앳된 목소리, 아랫도리가 묵직해지자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고 있었다.



커다란 빈 물통을 어깨에 나란히 지고 내려오는 무수와 춘호였다.


“박영수가 걱정이다.”


춘호의 기지에 위기를 모면했고, 산불 진화에 동원됐던 무수와 춘호였다.

어느 정도 불길을 잡아내자 복귀명령에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무수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살아서 복귀할거야, 분명히 말이야.”


“그렇겠지? 그럴 거야.”


“영리한 한 놈이라 분명히 어딘가 숨어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을 거야.”


희망적으로 말을 하고는 있지만 내심 걱정을 하던 무수와 춘호였다.


축 쳐진 어깨, 무거워진 발걸음이었다.


어렵게 뛰어든 적진이다.


터져도 벌써 터졌어야 하는 폭탄들도 터지지 않고 있었다.


작전에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박영수의 생사라도 알고 싶을 뿐이었다.


젖은 수건을 온몸에 휘감고 있는 축축하고 찝찝한 느낌이었다.


힘이 빠지고 있었다.


이때 들려오는 가녀린 여인의 음성.


조선말이었다.


뭔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나오는 살려달라는 외침이었다.


동시에 눈이 마주친 무수와 춘호가 물통을 내려놓고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 나갔다.


우쭐되고 있던 왜놈.


간드러지게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


상관이 거사를 치르면 다음 순번으로 본인을 예상하고 있던 놈이었다.


이 맛에 전쟁에 참가했다.


약탈, 도륙, 강간, 입맛을 다시고 있던 놈이었다.


즐거운 상상에 아랫도리가 묵직해지고 있던 찰라 두 명의 병사가 자신 앞으로 쏜살같이 다가오고 있었다.


냄새를 맡았나 싶었다.


돌려보내야 했다.


뒤에 나열하고 있던 수하들 넷이 표정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왜도를 꺼내들었고 놈들의 앞을 막아선 왜놈이었다.


“난다!”


묵직한 음성에 날카로운 시선을 쏘아 붙이던 왜놈, 여전히 들려오는 가녀린 여인의 목소리, 흔들리는 동공과 마른 침을 삼키던 무수와 춘호 앞에 날선 왜도가 날카로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수와 춘허기 아무 말 없이 놈을 노려보고 있자 왜도를 서서히 내려놓고는 반대쪽 손을 휘저었다.


“꺼져라. 너희들 차례는 돌아오지 않는다.”


놈의 말에 뒤에 수하들이 키득거리고 있었다.


쿠쿠쿵~!


이때 들리는 소리였다.


엄청난 폭발, 몸에 진동이 강하게 느껴질 만큼 큰 굉음.


잠시지만 눈을 감게 만들던 불꽃이었다.


폭탄이 터졌다.


성공한 거다.


몸을 움찔하며 숙여진 몸, 발목에 걸어두었던 단도를 꺼내든 무수였고, 눈빛이 번득였다.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던 왜놈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목이 따끔거렸고 그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무수였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끈적이는 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놈, 그 뒤에 있던 네놈에게 달려든 무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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