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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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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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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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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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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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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4장 단기필마(5)

DUMMY

“맞아!”


수군거리는 병사들이었다.


축 늘여진 팔에 힘을 준 조경이었다.


칼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에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칼을 놓고 항복을 하려 했었다.


남아있던 병사들이라도 구할 심상이었다.


비겁했다.


수하들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목숨을 부지하고 싶었던 거였다.


일단 살아있어야 복수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혼자서 적진 한가운데 뛰어들어 피를 뒤집어 쓴 채 남은 병사라도 살려보려고 발버둥 치며 노력하는 저자가 진정한 용기 있는 자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선의 병사들이여~!”


칼을 높이 들었다.


전장의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였다.


“지금~!”


“와~~~~~~~~~~~~!!”


우렁찬 함성소리가 별안간 들려왔다.


조경의 목소리의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뒤를 돌아 본 조경,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꾹 참고 있던 눈물이 이제는 안도의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정기룡 혼자가 아니었다.


곤경에 빠진 동료들이 친구들을 구하러 온 거다.


기습공격을 감행하던 왜놈들의 옆과 뒤에서 수없이 많은 화살들이 날아갔고, 속절없이 놈들이 쓰러져 나자빠지고 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뒤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던 수많은 인마들이었다.


조선의 후위 병력이 거친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쏟아져 나온 화살은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한발에 한 놈씩 놈들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순식간에 추가 왜놈들의 병력이 반쯤 죽어나가자 뒤쪽에서 기마병들이 말을 몰며 밀어 붙이는 형국이었다.


지체할 수 없었다.


“모든 병사들은 들어라~! 남아있는 모든 병사들은 뒤쪽으로 병력을 집중한다. 다시 말한다. 뒤쪽으로 전원 총 공격이다! 퇴로를 확보한다. 지원 병력이다. 힘을 합치자~!”


조경이 목청이 떨어져 나갈 듯이 고함을 질러대자 사기가 오른 병사들이 몸을 돌려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달려 나가는 병사들에 눈빛은 희망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해낼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살 수 있다.


각자가 가지는 희망은 다르지만 결국 한가지였다.


왜놈들을 이 전투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털커덕~!


조심스럽게 들고 있던 애검을 바닥에 던진 조경이었다.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 사용했었을, 애지중지 했었을, 주인을 잃어버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활과 활 통을 집어 들어 어깨에 멨다.


다시 활 통 하나를 더 주워서 허리에 걸었고, 주섬주섬 떨어져 있는 활들을 주워 통을 가득 채웠다.


활시위를 매만졌다.


팅~, 팅~.


튕겨지는 시위가 경쾌하게 손가락을 울려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여차하면 전부 죽어나가던지 아니면 포로로 잡힐 수 있던 상황에서 녀석의 등장은 정말인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일면식이라도 있었나, 그건 아니다.


그저 상관과 부하다.


그런데 목숨을 내놓고 적진에 뛰어든 자다.


살린다.


무조건 너는 내가 살린다.


쏟아지던 눈물이 결심이 서는 순간 멈춰졌다.


다닥, 다다닥, 다다다닥.


발을 힘차게 굴러 뛰어나갔다.


조선의 병사들이 달려 나간 반대방향이었다.


아직도 홀로 적과 싸우던 정기룡에게 달려 나갔다.


“정기룡~!!”


전신에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해 포효했다.


활을 재며 달려 나갔고, 곧바로 시위를 당겼다.


피슝~! 퍼어억~!

피슝~! 퍼어억~!





입에서 단내가 풍겨오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무수가 적진에 단독으로 뛰어든다고 할 때 말렸어야 했나 싶었다.


그러나 차마 무수의 눈빛에 간절함이 묻어있었기에 반대할 수 없었다.


달렸다. 아니 달려야만 했다.


바로 옆에서 달려오는 아리의 표정이 어두워져 있었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손가락으로 훑어 허리춤에 매달아 놓은 화살 깃에 묻혔다.


몸에 밴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러면 화살이 더 빠르고 간결하게 나간다.


숲의 끝이 보였고 왜놈들이 눈에 들어왔다.


속도를 죽였고, 심호흡을 시작하자 나머지 대원들이 알아서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자리를 잡은걸 확인한 춘호가 손을 들었다.


준비하라는 거다.


각자의 목표물은 평소 훈련대로 한다.


자시부터 해시방향으로 나열된 순서로 목표물이 정해져 있다.


많은 적을 상대할 때는 크게 상관은 없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다르다.


절대 중복되거나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던 춘호가 고개를 돌려 대원들을 살폈고 손을 내렸다.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피슝.


일제히 날아간 화살, 전방에 조선의 병사들만 신경 쓰고 있던 왜놈들이 방어할 틈도 없이 그대로 고꾸라지고 있었다.


한 발에 한 놈씩이었다.


춘호의 거침없는 손놀림에 대원들도 덩달아 활을 쟀고 같은 동작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한명, 담이만 제외하고 말이다.


달리는 속도를 멈추지 않았고 웬만한 성인 남자 보다 높은 곳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미친놈 지가 무슨 새도 아니고 저 높은 곳을 뛰고 있었다.


부우우~.

쿠우웅~!


먼지바람이 강하게 주변을 들썩거렸다.


강렬한 등장에 왜놈들의 시선이 모여지고 있었다.


“워메!. 미쳐불것구만~! 시방 도련님은 뭐데, 참말로 미쳐불것구만, 워메 허리야, 워메~!”


무수가 절벽을 뛰어 내리자 자기도 할 수 있었나 싶은 거였다.


조용히 뛰어 들어도 모자랄 판국에 적진에 뛰어 내리자마자 미친 듯이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왜놈들이 성가신 화살에 잔뜩 뿔이 난 상태에서 단신으로 나타난 적, 이 새끼는 죽으려 온 거다.


담이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두운 표정에 아리가 활을 멈췄고, 춘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 안 해도 안다.


이런 건 그냥 보내줘야 한다.


춘호가 활을 멈추고는 손을 들었다.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란 소리다.


아리가 몸을 일으켜 달려 나가자 칠수가 뒤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박영수가 삐쭉삐쭉 되며 춘호를 보는데 넌 아니다.


힐끔거리며 춘호의 눈치를 보다 조용히 활시위를 당긴 박영수였다.




죽자고 달려드는 조선병사들, 독안에든 쥐의 최후에 발악인가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살이 날아왔고, 뒤이어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있던 왜놈들의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두두두둥, 두두두둥,


집채만 한 북이 가슴팍을 때리듯이 울어대는 소리를 하며 달려오고 있던 노함이었다.


남아있던 후위병력에 수레까지 밀던 말을 총동원해 급조한 기병대를 이끌고 나타났다.


일반보병들이 일대 일의 전투력이라고 하면 기마병은 일대 오에서 십까지 본다.


그만큼 말위에서 싸우는 전투력은 급상승된다.


하물며 북방기병대의 노장 노함이다.


급조한 병력이라도 뛰어난 지휘관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늦지 않았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되는 적절한 순간이었다.


원거리 공격이 선행이 되면 근거리 공격은 배가 된다.


마침 춘호가 쏟아 내던 화살에 기마병들의 어깨가 가벼워지고 있었다.


놈들의 당황한 표정과 몸짓이 눈에 들어왔다.


연신 고개를 돌리며 병사들을 지휘하는 남다른 복장의 왜놈, 노함이 기다란 창을 들었고 망설임 없이 힘껏 날렸다.


슈수수슷~!


창의 속도와 무게감을 이기지 못한 왜놈이 도약을 하듯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입고 있던 검은 무복이 너덜거렸다.


몇 차례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지금 상대하는 놈들, 꽤나 애를 먹이고 있었다.


조무래기들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에 날카롭게 들어오는 칼날이 잘 훈련된 놈들이었다.


그러나 지체할 수 없었다.


몸을 빼야 되는 시점인데 이놈들 그냥 보내지 않겠다는 굳은 표정들이었다.


공격보다는 방어에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다.


사삿, 사삿, 사사삭.


두 개의 창이 동시에 들어왔고 다시 하나가 들어오고 있었다.


채쟁, 채쟁.


두 개는 막았다.


나머지 하나, 막기는 힘들었고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비틀고 있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놈의 창이 멈춰졌다.


놈의 눈이 돌아간 상황, 가차 없이 월도가 돌아갔고, 말머리를 돌렸다.


조경이었다.


붉어진 눈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려오며 연신 활을 여미는 동작, 정말이지 군더더기가 없었다.


저 표정, 꽉 다문 입술, 강렬해 보이는 눈빛에 무거운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각오한 거다.


죽음을 말이다.


뒤를 살폈고 궁지에 몰려있던 아군들이 퇴로를 확보한 듯 보였다.


이제는 된 거다.


말의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월도를 등에 걸었고, 허리를 숙였여 팔을 뻗었다.


“죽으려면~! 내 손을 잡으란 말이다~!”


무수의 고함에 조경이 동작을 멈췄다.


잠시 주춤이던 조경이었다.


현철이가 그랬다.


정기룡은 평소에 수하들에게 입이 닿도록 하는 말이 있다고,


‘자기 손에는 죽어도 남의 손에는 절대 죽지 말라고’


이기적인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듣고 보니 그 말에 진정한 뜻이 뭔지 단번에 알겠다.


이런 건 망설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손을 뻗었고, 몸을 날린 조경이었다.


쉬이익~!!


손이 마주하려던 찰라 틈을 비집고 날아오는 창.


스컹!


“안돼~~~~!”


무수의 외마디 함성, 분노한 얼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목의 핏대가 눈에 들어왔다.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요란하게 퍼붓던 비가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며 눈이 시리도록 맑고 청명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이름 모를 새들과 나비들이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평화로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고, 향긋한 냄새를 만들어 내는 자연은 지독한 냄새를 풍겨대는 전장의 한복판이라도 제 할 일 한다며 신선하게 공기로 정화 해주고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걷어 올린 소매에 굵은 팔뚝근육들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삼일 만에 깨어나 아직 말은 못하고 눈만 끔벅거리는 조경의 상처부위에 잘게 짓이긴 약초들을 바르고 있는 노함이었다.


“살성이 좋아, 상처가 벌써 아물고 있어.”


“···”


“손가락 세 개 없다고 칼자루 못 쥐는 거 아니고 밥 못 먹는 거 아니니까 어서 빨리 기운 차리시게.”


“크흥.”


부르르 몸을 떨던 조경이 외마디 신음 소리를 내며 상체를 들어 올리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만 두고 한 숨 자게나, 아마도 한 숨 자고 일어나면 한결 괜찮을 걸세.”


“무···우울.”


몸을 움직이려다 여의치 않자 조경이 힘겹게 모기소리를 냈다.


헝겊을 여미던 노함이 하던 일을 멈추고는 깨끗한 헝겊에 물을 적셔 입에 넣어주었다.


넉넉지 않은 양의 물이지만 몇 모금 들어가자 가픈 숨이 평온해졌고 눈을 지그시 감던 조경이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조용히 문밖으로 나온 노함이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 무수를 발견하고는 무수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허리를 펴고 어깨를 움직여 보게나.”


무수가 걸치고 있던 상의를 들춰냈다.


두툼한 헝겊을 벗겨내고는 팔꿈치를 손바닥으로 잡아 세우던 노함이었다.


드드득.


대나무 마디가 연달아 꺾이는 소리가 들리자 얼굴을 찡그리던 무수였다.


“아직 인가 보네, 한 며칠 경과를 더 봐야 지켜봐야하니 움직일 생각일랑 일절 하지 말게나.”


다시 두툼한 헝겊을 팔을 몸에 밀착시켜 돌돌 말아 묶은 노함이었다.


“조정에 보고가 들어간 모양입니다.”


반대쪽 팔로 아픈 부위를 천천히 주무르며 말을 건네 무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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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 7 장 운명(5) 21.10.12 6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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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6 장 진주성(4) 21.10.07 64 2 12쪽
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5 2 12쪽
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3 2 12쪽
31 제 6 장 진주성 21.10.06 8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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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7 2 12쪽
28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4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3 2 12쪽
» 제 4장 단기필마(5) 21.10.02 8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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