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일반소설

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5,712
추천수 :
105
글자수 :
253,130

작성
21.10.13 11:00
조회
64
추천
1
글자
13쪽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

DUMMY

해가 바뀌면서 시작된 조선의 거침없는 행보였다.


조명연합군이 평양을 수복했다.


뒤이어 2월에는 행주산성에서의 대승, 그리고 왜군이 한양으로 후퇴를 했고 마침내 1593년 4월20일 한양을 수복한 조선군이었다.


명에 의존하긴 했지만 한양을 수복한건 나름에 의미가 컸고 놈들을 몰아낼 기반이 잡혔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이 분명했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왜놈들이 경상도로 몰려가고 있었다.


조정에서는 강화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전쟁은 소강상태에 직면하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군부의 움직임은 쉴 틈조차 없이 바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혼란한 정국을 재정비함은 물론이거니와 잔당토벌이 매우 활발했었고 들끓고 있던 도적떼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선의 움직임을 비웃기라도 한 듯 야반도주와 후퇴를 거듭하던 왜놈들은 조심스럽게 한곳으로 병력을 모으고 있었고 명의 후퇴를 거듭 요구하며 나서기 시작했다.


별다른 큰 전투가 없이 소강상태를 이루고 있자 명의 군대 일부가 본국으로 돌아가자 놈들의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토벌작전을 하고 돌아오던 무수가 옷에 먼지를 털어 내고는 노함에게 지친 듯 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못할 짓이네요.”


월도를 걸어 세우던 무수가 노함에게 말을 건넸다.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네.”


“이해 안가는 바는 아니지만 힘없는 농민들을 상대로는 도가 지나칩니다.”


“동족상잔(同族相殘)은 예견된 수순이라네. 얼마나 혹은 어떻게 그들을 품에 끌어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자네와 나일세. 조정과 상관없이 말일세.”


“왜놈들이 버젓이 남아있는데 같은 민족끼리 치고 박고 싸운다는 게···.”


“저들이 보는 관점은 당장의 먹고, 자는 것일세. 나라 따위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우매한 사람들일 뿐이라네.”


무수의 말을 끊은 노함이었다.


“자네가 그들의 피를 봐야 함에 있어서 죄책감 따위는 버리란 소릴세.”


“왜놈이나 오랑캐들이 그리고 저들이나 어차피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고 무찔러야 한다는 걸세.”


“노함어르신은 언제나 명쾌한 답을 내주시네요. 찝찝했는데 그 부분을 콕 집어 주시네요.”


“답을 알고 있던 자네가 망설이기에 한마디 한 것뿐이네.”


“그나저나 여기를 잠깐 와보게나.”


탁자에 놓인 지도위에 장기 말들처럼 생긴 조각들을 이곳저곳에 모아 두던 노함이 무수를 불렀다.


자리에 앉은 무수에게 찻잔을 내어주던 노함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차를 따라 주자 한 모금 입에 축이던 무수였다.


“여기를 자세히 봐주게나. 대구에 있던 병력이 창원으로, 울산과 포항으로 내려간 병력들이 김해에 몰려있다네.”


“지난 몇 달간에 놈들의 행적이라네, 도합 10만의 병력정도로 추산된다는 정보일세.”


“···”


무수가 머리를 끄덕였고 계속 말을 이은 노함이었다.


“놈들의 병력의 축이 기울었다는 소리네.”


기다랗고 반듯한 대나무가 부산을 기점으로 우측 세로방향에서 좌측 가로 방향으로 내려놓던 노함이었다.


“놈들이 처음에 부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내륙으로 세 방향으로 몰렸다는 건 한양을 목표했기 때문이었네. 하지만 지금 왜놈들의 모습은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아닌 전라도 방향으로 다시 전쟁을 하려는 모습으로 보여 진다네. 어떤가?”


“그렇지 않아도 요즘 생각이 많아 졌습니다. 말씀드릴까 하다가 조금 더 상황을 보는 게 낳다 싶어서 함구하고 있었습니다.”


말을 멈춘 무수가 노함을 바라보다가 지도위에 말을 한곳으로 몰아 놓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기가 놈의 최종 목표 같습니다.”


“이유는?”


“일단 전라도방향은 해상권이 묶여 있습니다. 단번에 치고 가기에는 놈들의 희생이 상당할겁니다. 시간도 많이 소요 될 거구요.”


“두 번째로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거점에 확보입니다. 명의 움직임과 얼마나 많은 군대가 밀고 올지 모르기에 놈들의 전투를 고려한다면 바로 여기만한 곳이 없습니다.”


“일 리가 있는 말이네.”


“세 번째는 복수입니다. 아마도 놈들이 맞는 첫 패배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지금처럼 소강상태에 있는 이 시점에서 뭔가를 한다면 단언컨대 바로 이곳이 실추된 놈들의 명예회복과 떨어진 사기를 회복할 수 있는 곳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마디 더하자면 강화협상이 지금 같은 작태를 보여주는 놈들을 볼 때 전쟁을 길게 끌고 갈 확률이 크다고 본다면 안전한 곳을 찾을게 분명할 것이고, 그렇다면 여기가 최적의 장소라고 보여 집니다.”


무수가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바로 진주성이었다.


호남지방으로 가는 주요 경로이자, 병참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진주성은 복수라는 미명하에 호남진출을 가시화하며 다시금 조선정벌의 힘을 실을 수 있고,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곳이었다.


미간에 주름이 깊어진 노함이 관자놀이를 양손으로 지그시 누르며 입을 열었다.


“확률은? 병력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조심스럽지만 팔 할 정도로 보여 지고, 병력은 최소5만은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서운 녀석이다.


전장의 흐름을 읽고 있었다.


상주성과 인근 만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인데 전체적인 흐름을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거였다.


“제가 볼 때는 그렇다는 건데 무안하게 그리 쳐다보십니까.”


뚫어지게 무수를 쳐다보자 무안한지 입을 연 무수였다.


“아닐세, 정확하게 봤네. 자네가 예상한 그림이 나와 어느 정도 일치하기에 놀라서 쳐다 본걸세.”


“정말 그렇습니까?”


“물론이지. 그런데 말일세.”


“···”


“걱정 안 되는가?”


“무얼요?”


“진주성에 있는 부모님과 가족들 말일세.”


“걱정이야 되죠. 할 수만 있다면 여기로 모셔오고 싶죠. 하지만 추측에 불과 한 걸 가지고 연락하기도 뭐하고, 무엇보다 진주성이 일단은 여기보다 안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직 제대로 된 정비가 안 된 상주성이다.


진주성만큼의 방어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에 여전히 왜놈들과의 전투가 한창인 곳이다.


노함의 표정을 살피던 무수였다.


“뭔가 있죠?”


오랜 시간을 한 솥밥을 먹은 사이다.


척 하면 착 이다.


가족이야기를 하는 그 잠깐 사이에 노함의 굳은 표정을 읽은 무수였다.


“놈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네.”


“공성전인가요?”


훈련이야 뻔하다.


그렇다면 노함에 달갑지 않은 표정이라면 진주성을 염두하고 있다는 소리다.


무수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던 노함이었다.


차를 입에 가져다 대던 무수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주승이를 떠나보낸 찢어진 가슴 채 아물기도 전인데 이번엔 가족이?


가족만이라도 진주성에서 피신을 시켜? 남은 백성들은? 확실하지 않은 추측이다.


섣부른 행동에 괜한 공포심을 심어 줄 수 도 있다.


떨리는 손이 멈춰지질 않자 찻잔을 내려놓던 무수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 * *



넓은 대관에 왜군의 수장들이 마주보며 좌식을 하고 앉아 있었고, 팔을 뒤로 한 채 서있는 호위 병사들에 날카로운 눈빛이 중앙에 앉아 있는 인물에 집중되고 있었다.


상단에 앉아 서류를 내려놓던 촌마게 머리에 총사령관 우키다 히데이에가 입을 열었다.


“지난 1년 동안 희생된 숫자가 몇인지 아는가?”


“···”


“그럼 동원된 병력의 숫자는 아는가? 앞으로 지원될 병력의 숫자는?”


“···”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누구하나 입을 연다거나 움직임을 보이는 자가 하나 없자 다시 말을 이은 우키다였다.


“1년 동안 죽은 아군이 15만이다.”


크흥.


옅은 신음소리가 베어 나왔고 어깨의 미세한 떨림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놓칠세라 다시 말을 이었다.


“구로다 나가마사의 수하 절반이 넘게 죽었고, 가토 기요마사 절반, 그나마 고니시 유키나가는 선방했고···.”


“그만해라~! 우키다!”


구로다 나가마사가 고함을 지르며 우키다의 말을 막았다.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우키다가 총사령관으로 자신 보다 높은 자리에서 거들먹거리는 것조차 피가 솟구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치부를 대놓고 말하고 있자 폭발한 구로다였다.


“여전히 똥, 오줌을 못 가리고 있네. 어때? 본국으로 송환시켜줄까?”


“오죽하면~!”


목소리가 격양되며 커지고 있자 씰룩거리는 입을 다물며 우키다를 노려만 보고 있던 구로다였다.


“부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전투를 하란 소리까지 천왕에 입에서 나오게 해!”


탁자의 다리가 애처로울 정도에 흔들림을 주는 주먹질과 높아진 언성이었다.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패전의 꼬리표가 붙는다.


여차하면 가문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어차피 다이묘들이다.


명령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다.


전쟁 끝나서 돌아간다면 언제고 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자에 명령 따위를 받는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천황의 명령서가 전해진 상황이다.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리던 자리에 앉아 있던 구로다였다.


“구로다.”


“하이!”


즉각적인 대답이 나왔다.


한쪽 입술이 들려지던 우키다의 앉아 있는 자세가 거만해지기 시작했다.


“가토와 함께 1군 2만5천명, 2군 고니시 2만6000명, 3군 오오타, 도모스케, 야마다 1만8000, 4군 모리1만3000, ···, 마지막으로 가덕도에 수군 5000명 대기, 거제도에 8000명 대기한다.”


출사표를 던지던 우키다 히데이에였다.


호명된 숫자만 9만5000이다.


명군이 4만5000이라고 했고 조선군들이 모여 봐야 2~3만이다.


이번 전투는 승산을 예감했다.


계속된 말이었다.


“진주성을 함락한다. 성안에 모든 조선인들을 남김없이 죽인다. 성을 함락한 후에 바로 전라도를 공략해서 교두보를 만들어···.”


앉아 있던 수장들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베어들고 있었다.


지난 1년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연합작전을 펼쳐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지금쯤 여기 앉아 있는 수장들이 조선8도 어딘가 각각 하나씩은 지배하고 있었을 텐데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끝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진주성 패배의 원흉인 쥐새끼 한 마리···.”


“조또마테.”


구로다였다.


우키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연 것이다.


개전 초기부터 간지럽히던 놈이다.


거창과 김천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게 한 놈이고 수하들의 몸을 움츠리게 만든 놈이다.


“내가 한다. 그 놈 만큼은 내 손에서 해결한다. 필요하다면 직접 나설 것이고···.”


“쥐새끼 한 마리 잡는데 호랑이가 움직이면 쓰나.”


결의에 찬 구로다의 목소리를 단번에 무너뜨리던 우키다였다.


으드득.


구로다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애꿎은 수하들이 아마도 이천정도 죽었다지? 왜? 이번에도 한 이천쯤 죽어봐야 정신 차리겠나? 그런 쥐새끼를 상대로 조총만 갈겨 댄다고 잡혀? 이걸 쓰라고 이걸.”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쳐 대고 있던 우키다였다.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모리 히데모토였다.


뭔지 모르지만 구로다와 우키다의 관계가 틀어진 모양이었다.


이번 기회에 우키다의 오른팔 역할을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오호, 모리 히데모토. 자네 수하들이 제법 칼을 잘 쓴다지?”


“무사들입니다.”


우당탕.


모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구로다가 찻상을 걷어차고는 잠시 우키다를 노려보다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신경 쓸 것 없네. 실력 없는 것들이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는 법이지. 그나저나 본진에 있는 수하 천을 내주겠네.”


손을 내저은 우키다가 구로다를 노려보다 다시 모리를 향했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말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오호, 그런 자신감 아주 좋네. 좋아.”


“대 일본제국을 위한 일입니다. 자신감보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잘 훈련된 무사들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말씀 드리는 바입니다.”


“말을 참 듣기 좋게 하는 재주가 있는 친구군. 그렇다면 이번 임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겠네.”


“···”


“그 쥐새끼 말이야. 죽이지 못해도 좋네. 다만, 진주성 근처에만 얼씬 못하게만 잘 처리해주게나.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 친히 천황께 자네를 언급해주겠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우키다상.”


자리에 일어난 모리가 허리를 직각으로 숙여 고마움을 표하자 부자연스러운 큰 동작으로 박수를 쳐대고 있던 우키다 히데이에였다.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공지입니다. 21.10.20 73 0 -
공지 참고하고 읽어 주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21.09.18 141 0 -
48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7) 21.10.20 78 3 10쪽
47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6) 21.10.19 49 1 11쪽
46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5) 21.10.18 48 1 12쪽
45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4) 21.10.16 59 1 12쪽
44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3) 21.10.15 57 1 12쪽
43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2) 21.10.14 55 1 12쪽
»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 21.10.13 65 1 13쪽
41 제 7 장 운명(6) 21.10.13 67 2 12쪽
40 제 7 장 운명(5) 21.10.12 61 2 12쪽
39 제 7 장 운명(4) 21.10.12 61 3 12쪽
38 제 7 장 운명(3) 21.10.11 69 2 12쪽
37 제 7 장 운명(2) +1 21.10.11 63 3 12쪽
36 제 7 장 운명 21.10.08 69 2 12쪽
35 제 6 장 진주성(5) 21.10.08 69 2 12쪽
34 제 6 장 진주성(4) 21.10.07 64 2 12쪽
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6 2 12쪽
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4 2 12쪽
31 제 6 장 진주성 21.10.06 85 1 12쪽
30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4) 21.10.05 92 3 12쪽
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8 2 12쪽
28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4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4 2 12쪽
26 제 4장 단기필마(5) 21.10.02 87 2 12쪽
25 제 4장 단기필마(4) 21.10.02 87 2 12쪽
24 제 4장 단기필마(3) 21.10.01 85 2 12쪽
23 제 4장 단기필마(2) 21.10.01 91 2 12쪽
22 제4장 단기필마 21.09.30 91 2 12쪽
21 제3장 귀신을 보는자(9) 21.09.30 9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