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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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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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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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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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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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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6 장 진주성(4)

DUMMY

“···”


“마지막으로~!, 저 밑에서 올라오는 병사들만 제거하고 돌아간다. 찰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못해도 수백, 수천은 될 것이다. 지친다고! 힘들다고! 손을 놓지 마라!, 피가 터져도! 핏물이 맺혀도! 시위를 놓지 말고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땅을 짓밟고! 백성을 유린하고! 우리의 삶의 터전을 점령하고 있는 저 왜놈들! 오늘 한번 일 내보잔 말이다!”


와! 와! 와!


심대승이 몸을 돌리고 있던 무수를 향해 어디서 구해 왔는지 월도를 손에 쥐어주었다.


씨익.


“간다.”


무수가 몸을 날리자 심대승이 뒤를 따랐고, 춘호의 구령에 일제히 화살을 하늘로 쏘아대고 있었다.


쿠쿠쿠쿠쿵!


기가 막힌 순간이었다.


다시 터지던 폭탄이었다.


처음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하늘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지만 박영수가 마지막 선물을 선사해 주는 듯 했다.


전진하고 있던 왜놈들에 머리 위로 화살비가 쏟아져 내리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왜놈들, 달려 나간 무수의 월도가 번쩍이고 있었다.


서걱! 서걱!


이때 진주성에서 들려오는 선율이었다.


북을 쳐댔고, 풍악을 울리며 마치 잔치를 벌이는 듯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하늘에선 폭탄이 수를 놓고, 백병전에 놈들의 어딘가 잘리거나 갈리며 내지르는 소리가 진주성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함께 합을 맞추며 춤을 추고 있는 듯 했다.


자신감을 가진 조선의 병사들이었다.


조총을 앞에 두고 말이다.


빗발치는 총탄을 비집고 들어가 놈들이 모여 있는 한 복판에서 미친놈처럼 놈들의 몸 어딘가를 잘라내는 저 사람.


서걱! 서걱!


힘이 났다.


서걱! 서걱!


동료의 믿음이 이렇게 힘이 되는 줄 몰랐다.


타다다당!


심대승의 어깨에 피가 뿜어져 나왔다.


피식.


아프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다.


심대승을 쏜 왜놈의 한 쪽 눈에 화살이 박히고 있었다.


서걱~!


이렇게 동료들이 해주는데 멈추라고?


그건 안 될 말이었다.


왜놈들하고의 백병전.


상상은 했었다.


하지만 도무지 용기가 안 났다.


활을 쏘고 뒤로 후퇴하며, 놈들이 죽어가는 모습에 만족해야만 했었다.


고마웠다. 등을 보여줘서.


고마웠다. 용기를 품어주어서.


고마웠다. 동료에 대한 믿음을 일깨워 주어서.


순식간에 수백, 아니 수천의 왜놈을 제거하자 뒤이어 나타나고 있던 후속부대들, 신호가 떨어졌다.


“퇴각이다~! 궁수~!”

“퇴각이다~! 궁수~!”


누가 말을 안 해도 옆에 동료들에게 퇴각 명령이 전해지고 있었다.


이런 게 합이고, 전우애다.


하늘로 치켜든 활시위.


손은 부르터서 피가 철철 넘치고 있는데 웬일 인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내가 동료를 책임진다.


뒤를 봐주고 있는 거다.


피슝~! 피슝~!.


화살비가 반딧불이 날아다니듯 달빛에 반짝 거리며 울어대고 있었다.


대승이었다.


조선인 사망자 단 2명. 부상자 10명 정도다.


왜놈들 사망자는 추산 할 수 없지만 최소 천 단위가 넘을 거란 얘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심대승의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입이 쉬질 않았다.


상관인 홍의장군 곽재우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돌아올 소식에 기대를 잔뜩 품고 있었다.


조촐한 잔치를 벌인 심대승이었다.


본진에 돌아가야 하는 무수와 춘호를 끝끝내 자리에 앉혔다.


저 마음 모르는 건 아니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 가슴 한 구석에 뭉쳐있던 응어리가 풀렸을 거고, 나라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사명감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관군이 아닌 의병 입장에서는 더욱더 그럴 것이다.


즐겁게 먹었고, 담소도 나눴다.


본진으로 돌아가는 무수에게 다음에 다시 만나자, 왜놈들을 박살내자, 한 번 더 이끌어 달라,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손을 흔드는데 그리 달갑게 들리지 않았다.


차라리 다시 만나면 술 한 잔 하자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행복하고 기쁘게 만나야 하는데 누굴 죽여야 했고 죽임을 당하는 일로 만난다는 건 슬픔을 예약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안타깝다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본진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누더기가 된 바지, 언제, 누가 입혀줬나 기억이 나지 않은 작디작은 상의.


푸석한 얼굴, 손톱 끝에 남아 있는 거무튀튀한 피딱지들.


박영수가 떠올랐고, 칠수가 생각났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점점 다가오는 본진 앞.


멀찌감치 노함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담이와 아리.


그리고 칠수였다.


걸음을 멈추었고, 춘호를 바라보았다.


숙여진 머리, 깊게 들이 쉰 숨에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대장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들려진 머리, 눈이 마주친 무수와 춘호였다.


시선을 돌리자 팔랑거리는 변발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손을 흔들며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런 이빨이 이렇게 반가울 거란 생각 못했었다.


히쭉이며 걸어오고 박영수였다.




빗발치는 총탄과 화살, 청명한 맑은 하늘에 진주성 위에만 검은 장막을 펼쳐 놓고 있는 형국이었다.


실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날아드는 총탄과 화살.


벌써 삼 일째다.


첫날 공격은 정말이지 어린아이들이 장난 하는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놀란 가슴 부여잡고 있었는데, 지금은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성난 벌떼들이 달려드는데 도망은 감불생심(敢不生心)이었다.


저항 한번 못하고 그저 웅크리고 있다가 온몸을 파고드는 파편을 참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장을 살펴보고 있던 김시민이 신호를 보냈다.


쿠우웅! 쿠우웅!


화포다.


동시에 발사된 수십의 화포가 왜놈의 죽대와 3층 높이의 산대를 무너뜨렸고, 둔덕에 모여 있던 왜놈들이 수십의 폭탄에 비명소리 못해보고 몸 어딘가와 분리되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다시 신호를 보낸 김시민이었다.


“궁수~! 발사~!”


피슈슈슈슈~!


일제히 하늘로 쏘아진 화살들이었다.


한번 경험을 했던 성벽 아래 있던 왜놈들이 준비된 동작으로 방어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다시 들려오는 고함소리.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성벽으로 기어오르는 놈들에게 펄펄 끓는 기름과 돌, 심지어 독을 잔뜩 품고 있던 뱀 수백 마리가 왜놈들에게 떨어졌다.


두두두둑~!


으악~! 으아악~!


성벽에 기어 오느라 고생 많았다.


고통은 덤이고, 죽는 건 선물이다.


개미떼처럼 붙어있던 왜놈들이 순식간에 제거된 상황, 죽대와 산대는 거의 파괴 되었다.


성과 높이를 같이한 둔덕도 화포에 의해 어느 정도 무너진 상태였다.


전장을 살피던 김시민이 성벽에 등을 기대며 한 숨 돌리고 있었다.


만약 정기룡장군이 왜놈의 폭탄을 제거 하지 않았더라면 무너졌어도 벌써 무너졌다.


간간히 쏘아대는 폭탄에 흔들리는 성벽이 ‘이쯤이야’ 하며 잔잔한 진동을 주며 안심하라는 신호를 주고 있었다.


풋~!


작전에 성공한다면 풍악을 울릴 것이라는 말, 농이 아닌 진심이었다.


악사들을 총동원했고, 잔치 상을 준비시켰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던 백성들이었다.


죽음을 앞둔 최후에 만찬, 혹은 제사상이려니 생각했던 백성들이었다.


자시를 넘겼고, 산에 불이 났을 때 까지도 기다렸었다.


그러나 축시가 지났고, 차가워진 음식에 다들 지쳐가고 있었다.


새로운 작전을 구상해야했고, 여차하면 남은 백성들이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야 했다.


머리가 복잡해지며 피가 마르는 듯 목이 타고 있었다.


이때 울려 퍼진 굉음.


성 자체가 흔들리던 매우 큰 폭발음이었다.


갑자기 일어나 어깨춤을 추던 김시민이었다.


다들 미쳤다고 생각했다.


성이 무너질 것만 같던 상황에서 말이다.


이광악이 나와 자초지정을 설명하자 그제야 성안에 있는 모든 백성들이 동조하며 같이 춤을 추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 터진 폭탄.


이번에는 하늘로 향해 퍼진 불꽃들이었다.


악사의 손끝이 힘을 더했고 백성들이 춤사위가 더욱더 흥겨워졌다.


주먹을 불끈 쥔 김시민, 이광악과 얼싸안았고 기쁨에 환호성이 목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궁수~! 발사~!”


피슈슈슈슈~!


김시민이 명령을 내리자 준비하고 있던 궁사들이 일제히 다시 쏘아 올린 화살들이었다.


방어를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던 왜놈들 머리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번엔 불화살이 간간히 섞여 있었다.


방금 전에 쏟아 부은 펄펄 끓는 기름.


밀집대형을 이룬 놈들이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화라락~!


순식간에 번진 불.


화마가 놈들을 덮치고 있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때가 없었다.


동료들을 안아 올렸고, 짓밟았고, 쓰러트리며 벗어나야 했다.


살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지옥 문턱에 왔으면 염라대왕 얼굴을 봐야했다.


김시민이 다시 신호를 보냈다.


준비하고 있던 던진 검은 돌덩이.


비격진천뢰다.


사야가가 남기고간 선물, 박영수가 살짝 손을 봤다.


휘익! 휘익!


가볍게 던져진 비격진천뢰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혹은 떨어지긴 전, 아니면 바닥에 푹 박히다가 저마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휘시쉬식.


여기저기 움푹 패인 듯 한 기괴한 공간들이 형성되며 터져 나갔다.


미끈하고 끈적거리는 칙칙한 느낌, 거센 화마가 먹잇감을 찾아 달려 들어왔고, 뭔가가 터지며 쏟아져 내려오는 둔탁함에 헉 소리 한마디 못하고 그대로 속절없이 쓰러져 버린 왜놈들이었다.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 흔한 잘 가라는 인사도 못한 채 말이다.


다시 쏘아진 화살의 군무.


이번엔 진주성 위가 아닌 성 외곽 동쪽과 북쪽에 검은 장막이 형성되고 있었다.


김시민이 칼을 번쩍 들었고 몸을 세웠다.


수하들과 백성들이 몸을 일으키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누구의 명령도 없었다.


본능에 의한 외마디 함성, 놈들이 퇴각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진주성 외곽.


이건 아니었다.


쉴 틈 없이 밀고 들어오는데 뒤로 물러서는 것 밖에 없었다.


실력? 그래 좋다. 인정한다.


지휘관의 능력? 그래!


인정한다.


실력 없고, 능력 없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넘어트리고 쓰러트렸고,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밀고 들어온다.


퇴각에 퇴각을 계속하는 것도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고 더 이상 뭘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정기룡장군이 생각났다.


이럴 때는 어떻게 했을까? 어떤 명령을 내렸을까?


더 이상 밀리면 서쪽으로 길이 열린다.


거긴 정기룡장군이 있다.


신세는 한번이다. 두 번은 안 된다.


그렇다고 지친 수하들을 계속 몰아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짜던 심대승,


또 다시 퇴각 명령이었다.


지처만 가고 있던 상황, 인기척이 들려왔고 묵직한 타격감과 함께 한 쪽 어깨가 누군가에 의해 감싸 쥐여졌다.


놀라며 머리를 돌린 심대승.


핑하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정기룡장군이었다.


수많은 수하들, 검은 무복에 등패, 날선 병장기들과 함께였다.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무수가 제안을 하자 그저 머리만 까딱 거리고 있었던 심대승이었다.


나이도 모른다. 의형제도 아니다.


그냥 무심코 나온 외마디, 형님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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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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