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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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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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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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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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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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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DUMMY

남루한 차림에 무인보다는 문인 쪽에 더 가까울 법한 곱상한 외모였다.


책사 인줄만 알았던 무수가 급히 예를 갖추었다.


“정기룡입니다. 곤양에서 임시가수에 맡고 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군님.”


“자네가 정기룡인가? 조경장군을 구했고? 만나서 반갑네.”


눈썹이 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인사를 건넨 김시민이었다.


무수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던 김시민이 말을 더했다.


“신립장군님과 연이 있었다고 들었네. 북방에서 오랑캐와 전투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을 텐데, 어떤가?”


신립의 패전 소식과 자결이 저 세 마디 말로 무수의 가슴을 도려낸 듯 후벼 파고 있었다.


무수의 놀란 표정에 당황한 김시민이 급하게 말을 다시 꺼냈다.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군, 미안하네.”


“죄송합니다.”


“자네를 급히 부른 건 자네를 찾는 분이 계신다네, 저쪽으로.”


돌변한 분위기에 화제를 바꾸며 자리를 이동시키던 이광악이었다.


예상하기 힘든 죽음은 누구나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 그 대상이 신립인 상황이다.


조선의 군부의 녹을 먹고 있는 자 뿐만 아니라 조선의 백성 모두에게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힘들어 하고 있는 무수로써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써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이광악이 무수에 어깨를 둘러메고 연신 말을 걸어대고 있었으나 무거워진 분위기는 한참을 걸어가는 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반대편까지 돌아간 무수일행, 무거워진 분위기만큼 확 바뀐 풍경에 잠시 머뭇거리던 무수와 담이었다.


뾰족한 천막, 풍겨오는 연초냄새, 형태가 다른 병장기와 조총들, 꼭 왜놈들 막사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왜놈들이었다.


무수일행이 다가오자 모습을 드러낸 왜놈들, 한둘이 아니었다.


수백 아니 그 보다 훨씬 넘어 보였다.


걸음을 멈춘 무수와 담이 와는 달리 김시민과 이광악은 성큼성큼 왜놈들에게 다가가고 있었고 뛰어 나오던 놈들과 몇 마디 주고받자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막사에서 나오고 있던 왜놈들이 김시민과 이광악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묘한 상황이었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총, 칼을 들이밀며 치열하게 서로를 죽이고 있을 거고, 또 어디선가는 일방적인 살육의 상대방일 텐데, 무수 눈에 비친 저 모습은 마치 뱀과 개구리가 살갑게 대하며 친한 친구처럼 악수를 하며 가볍게 포옹하는 듯 했다.


뱀을 옆에 둔 개구리의 손끝이 무수에게 향하자, 시선을 주며 표독스런 눈빛을 하고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양, 개구리를 수하로 이끌며 미끄러지듯 뱀이 걸어오고 있었다.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했다.


이런 상황에서 왜놈의 출현은 속이 뒤집어 지기 일보직전이었고 당연히 표정은 굳어져만 가던 무수였다.


저벅, 저벅.


놈이 다가오자 서서히 드러난 얼굴이었다.


낯이 익었고 어딘가 익숙한 걸음걸이였다.


저벅, 저벅.


놈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눈에 깜빡임이 하던 일을 멈추듯 느려졌고, 머릿속에서 나오는 강한 충격에 온몸이 짜릿한 번개를 맞은 것처럼 경직되기 시작했다.


사물이 정말이지 느릿하게 흘러가고 있을 때 였다.


담이가 고함을 지르며 뛰쳐나가고 있었다.


“이~, 쒸~~~부~~.”


불끈 쥔 주먹,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붉게 충혈 된 두 눈,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분노, 담이가 몸을 던지고 있었다.


담이의 주먹이 올라갔다.


놈은 담담한 듯 무심한 표정이었고, 김시민과 이광악이 당황해 하며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부우웅.


무릎을 굽혀 담이에 주먹을 흘려보낸 놈, 재빠른 동작으로 담이에 머리채를 잡았다.


퍽. 푹. 팍.


다리를 이용해 정강이에 한방, 주먹으로 옆구리에 또 한방, 마지막으로 목에 손날 공격을 이어 한 놈이었다.


몸을 휘청거린 담이가 왜마디 비명조차 없이 꽉 다문 입술로 고통을 참는가 싶더니 몸을 잽싸게 돌려 반대쪽 주먹을 날렸다.


부우웅.


허공을 가르는 무거운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허리를 숙인 놈이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내딛었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동작이었다.


퍽.


복부를 얻어맞은 담이가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고 다시 주먹을 날리던 찰나였다.


놈의 몸이 돌았다.


휘휙.


반쯤 돌려진 몸통에 회전 하며 빠른 속도로 긴 다리가 뻗어져 나가고 있었다.


턱, 타닥.


달려 들어간 무수였다.


겨드랑이에 한손, 다리 사이에 한손을 우겨 넣었다.


놈의 동작이 멈춰졌다.


놈을 막았고 주먹하나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던 사이 무수의 등에 둔탁한 주먹이 들어왔다.


담이에 주먹이었다.


얻어맞은 등이 울리며 화끈거렸지만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던 상황.


당황한 담이가 두발자국 물러났다가 괴성을 지르며 다시 달려들었다.


“으아아!”


이광악이 몸통을 잡았다.


주르륵.


“으아아악~!”


김시민이 앞을 막았다.


주르륵.


“아아악~!”


주변에 있던 왜놈들이 달려들었고 겨우 멈춰진 담이었다.


“자세히 보라고~! 자세히 좀~!!”


무수의 고함소리에 놈을 노려보던 담이의 치켜든 두 주먹이 서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헐떡거리며 숨을 고르는 담이의 시선이 놈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무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들 어리둥절하며 갑자기 벌어진 험악한 상황에 당황한 표정으로 무수와 담이 그리고 놈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똑같았다. 아니 비슷했다.


잘은 모르지만 머리가 아닌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 치욕적인 패배감을 맞보게 한 자, 기억 한편에 고이 접어 가슴한편에 묻어 두고 있었던 자였다.


노부히코다.


“사야가 라고 한다.”


놈이 먼저 입을 열었고, 무수가 잡아 채고 있던 손목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고 있었다.


힘을 풀지 않고 있던 무수의 눈동자가 살며시 흔들렸고 놈에 이끌려 쥐고 있던 손을 서서히 풀렸다.


놈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던 무수가 입을 열었다.


“노부히코.”


뜬금없다는 주위에 반응과 표정들,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놈을 주시하던 무수, 이광악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김시민이 제지를 하며 막아서고 있었다.


“사촌 형님이시다.”


사야가의 대답에 머리를 돌린 무수가 담이를 쳐다보자 성난 숨소리가 조용해졌고 눈에 독기가 풀리고 있었다.


입새에서 새어나오는 핏물만이 조금 전 험악했던 상황을 짐작할 뿐이었다.


노부히코를 연상시키는 외모, 행동, 걸음걸이였다.


담이가 오해 할만 했다.


물론 무수도 순간 당황한건 사실이었다.


“투항했다. 3000명에 병력을 가지고 말이다. 형님이 입이 닿도록 말하던 조선에 당도해서야 알았다, 왜 그랬는지, 왜 그렇게 갈망하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너를 찾아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


“꼭 전하라 했다. 미안했다고.”


끝까지 사람 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놈이다.


원한이 있다면 히토시지 노부히코는 아니다.


그날의 사건이 담이 마음속에는 큰 충격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지 물불 안 가리고 일단 달려든 게 잘못된 것이지 노부히코에 대한 분노는 아니었던 거다.


이광악에게 뒤통수 한 대 맞고 꾸지람을 받으며 부끄러워하는 담이에 모습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무탈하신가 물어봐도 되는가?”


“숨은 붙어 계신다. 다만···.”


안부를 묻는 무수의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던 사야가였다.


“팔이 하나 잘려졌고, 지금은 깊은 산으로 들어가 무사들을 양성하고 계신다.”


“고마웠다고, 먼 곳에서 건승하길 빌고 있다고 전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저놈을 대신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한 무수, 허리를 세웠고 몸을 돌리려 하고 있었다.


“전해주지 못할 거다. 나와 여기 있는 병사들은 너희와 한배를 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놈에 대한 사과는 한 가지 부탁으로 마무리 했으면 한다.”


사야가의 눈빛이 예리해졌고 몸을 돌린 무수와 시선을 마주친 두 사람이었다.


“너와의 정식 대결을 요청한다. 남자 대 남자로 말이다.”


뭔가 허탈하고 찝찝한 기분을 털어버리고 싶었던 무수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기꺼이.”


말릴 틈도 없이 사야가와 무수가 주먹을 교차하기 시작했다.



본국에서 철포대라 하여 조총부대를 지휘하던 사야가는 가토 기요마사의 선봉장으로 조선에 3000명을 이끌고 상륙했고 곧바로 투항을 했다.


가지고 있던 수많은 조총과 그 외 병장기들, 곧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될 만한 전투력을 가진 사야가의 부대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었다.


그가 왜 조선에 투항 했는지 궁금해 하는 이는 없었다.


그저 그 자의 행실, 성품, 무엇보다 진심어린 태도와 몇 차례의 전투 속에서 보여준 활약상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조총개발을 갈망하고 있던, 때마침 한산도 근방에 있던, 해상에서의 첫 승리를 가져다 준 이순신과의 만남을 위해 진주에 왔고, 수소문 끝에 무수와의 조우가 이루어 진 것이다.



“마님, 시방 한 그릇 더 부탁드려도 되것어라?”


벌써 세 그릇이나 비운 담이었다.


아예 가마솥 채 가져다 줘도 다 먹을 놈이었다.


“어머니 저도 한 그릇 더 주세요.”


“밥도 못 먹고 이러고 다닌 거야?”


“그게 아니어라. 시방 겁나게 힘 좀 써불었더만 징혀게 땡겨불고 그라네요.”


방문을 열어 밖에 있던 미선이에게 빈 그릇을 건네며 두둑이 담으라고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은 무수 어머니였다.


“은아는? 어디 있고? 잘 있지?”


잠시 틈을 보인사이 궁금해 하던 질문을 쏟아낸 어머니였다.


“하동 쪽에 피난 가있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아참 어머니 안부 물어보던데요?”


“그렇게 남 말하듯이 말 하면 못써! 그나저나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옆에 있을 때는 그저 그런가 싶었는데 곁에 없으니 자꾸 생각나고 꿈에도 나타나고 그러는구나.”


“밖에 며느리가 들으면 성날 소리하시네.”


무수에 말에 화들짝 놀라던 어머니와 키득거리던 담이었다.


“날까지 잡아 놓고 터진 난리 통에 식만 올리지 않았다 뿐이지 뭐···.”


“그래도 사람 맘이 그런 게 아니에요. 지내시기에는 어때요? 집보다야 못하겠지만 부족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미리 말해놓았으니까.”


“다들 힘든데 우리만 대접 받는 것도 못할 짓이더구나. 그저 밥 굶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걱정하지 마라.”


대화하는 사이 닫힌 문이 열렸고 고봉밥에 반찬들이 넉넉히 들여졌다.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는 미선이를 잡아 이끌어 자리에 앉힌 어머니였다.


옆에 다소곳이 앉았고, 쑥스러운지 힐끔힐끔 무수를 쳐다보고 있다가 힘겹게 입을 연 미선이었다.


“서방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눈두덩이가···.”


푸훕.


무수와 담이가 동시에 음식물을 뿜어냈다.


무수는 서방님 소리에 놀란 거고, 담이는 시에타와의 장면이 떠오른 거였다.


말을 잘못했나 싶었던 미선이는 입을 막으며 토끼눈을 하고 있었고, 옆에서 어머니는 남자가 밖에 나가서 하는 일에 간섭하는 거 아니라며 미선이 엉덩이를 토닥거리고 있었다.



수십여 차례 주먹이 오간 후에야 한 대씩 주고받았다.


무수는 주먹으로, 사야가는 발이었다.


타격에 대한 충격은 거의 엇비슷한 상황, 노려보며 서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적당히 몸을 풀었다고 생각한 순간 둘이 동시에 빈틈을 노리고 들어왔다.


변칙적인 손날공격이 어깨, 복부 다시 목, 정말 예리하고 빠르게 들어왔고 몸통을 비틀어 겨우 피했다 싶었던 무수의 목덜미를 잡아채던 사야가가 몸을 돌렸다.


화아락.

털썩.


무수의 몸이 공중에 떴고, 힘껏 내리 꽂으려 했다가 여의치 않자 손을 풀고는 몸을 돌린 사야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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