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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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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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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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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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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4)

DUMMY

한손으로 사야가의 허리를 누르며 몸을 밀착했고 양 무릎으로 놈의 하체에 바짝 붙여 방어를 했던 무수였다.


동시에 서로의 몸을 밀쳐냈다.


그리고는 천천히 반원을 돌려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던 사야가였다.


검술과 더불어 유술이 발달된 나라, 손날공격과 함께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는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무술이다.


무수의 완벽한 방어, 자세를 고쳐 잡은 사야가였다.


다시 공격이 시작됐다.


선제공격은 무수였다.


제자리에서 몸을 팔짝팔짝 가볍게 뛰더니 두 손을 가슴으로 모은 무수였다.


별안간 주먹을 사야가에게 뻗어냈다.


휘익. 휘익.


직선으로 빠르게 들어온 주먹을 막으려 했던 사야가의 손날이 허공을 갈랐고, 가슴으로 돌아간 주먹이 다시 들어왔다.


기묘한 공격이었다.


처음 보는 무술, 현란한 발놀림에 주먹을 내딛었을 뿐인데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과 피하기 힘들만큼 빠르게 직선으로 날아오는 주먹이었다.


귀가 멍멍했고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쓰라림 느껴졌다.


피한다고 피했는데 스친 모양이었다.


자세를 낮춘 사야가였다.


팔짝팔짝 뛰기 시작한 무수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앞발은 방향이었고, 뒷발은 지지대 역할을 하는 모양새였다.


다시 들어온 무수의 주먹,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피했고, 재차 들어온 주먹에 두 팔을 올리며 방어를 했다.


머리를 숙이자 커다란 주먹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졌다.


퍼어억~!


팔을 비집고 들어온 주먹, 머리를 들어 가까스로 피한 시야가였다.


큰 한숨을 돌리던 사야가였다.


자세를 바로 잡고는 무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등골이 오싹했던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한 팔만 이용한 공격이었고 방금 들어온 건 반대쪽이었다.


노부히코 말이 사실이었다.


최선을 다했어도 이기기 힘들다는 소리 믿지 않았다.


본국에서 조차 노부히코와 맞설 수 있는 자가 손에 꼽힐 정도고, 무술에 천재 소리를 듣고 있는 본인한테 한 팔만 사용하고 있는 상대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저놈, 극찬한 노부히코의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자세를 바로 잡았다.


낮추었던 자세를 다시 원상태로 돌렸고, 가지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려보고자 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무수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북방에 용병들에게 배운 독특한 기술, 연습이 부족했다.


상대가 자세를 낮추면 낮출수록 자신이 지금 사용하는 기술의 힘이 배가 된다.


주먹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 꽂아서 상대를 압박해야 시야가 좁아지고 그런 상태에서 다양한 공격을 시도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저 자세는 무수가 사용하는 기술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거다.


그 짧은 순간에 말이다.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다시 주먹을 내딛은 무수였다.


휘익, 휘익, 휘익.


연거푸 세 번의 주먹을 날리자 머리 흔들며 무수의 주먹을 피하며 빠른 발을 이용해서 한쪽방향으로 돌았고, 기습적으로 무수의 몸을 파고들자 반대쪽 주먹이 원을 그리며 사야가에 옆구리 쪽으로 들어왔다.


부우웅.

화아락.


엉덩이를 뒤로 뺐고, 허공을 가르는 무수의 주먹이 돌아가기 무섭게 달려든 사야가가 무수의 몸통을 팔과 함께 잡았다.


주먹을 봉쇄했고, 몸통을 움켜쥐었다.


됐다.


사야가의 회심에 일격, 몸통내리 꽂기다.


몸을 뒤로 젖혔고 반쯤 몸이 젖혀진 상황, 무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허연 이빨이 보였고 입술이 위로 올려졌다.


뭐지? 하며 의아해 하던 사야가.


퍽!.

쿠우웅~!


이마에 엄청난 충격, 강렬한 번쩍임, 그대로 몸이 땅바닥으로 떨어진 사야가였다.


몸을 잡히는 순간 머리를 있는 힘껏 뒤로 젖힌 무수가 사야가의 이마를 들이 받았던 것이다.


일명 박치기였다.


강렬한 고통이 전해졌지만 쓴웃음이 배어나온 사야가였다.


먼저 몸을 일으켜 세운 무수가 한쪽 눈두덩이를 매만지고 있었고, 한 팔을 쭉 뻗어 사야가에게 손을 내밀었다.


큰 걸 기대한건 아니었지만 예상 밖에 박치기는 정말 생각조차 못한 상황이었다.


이마를 부여잡고 무수의 손을 맞잡아 몸을 일으켰다.


진거다.


그런데 웃음이 나왔다.


사야가가 웃자 무수도 웃었고 주위에 모든 이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 * *


두 달 만에 평양까지 밀고 들어간 왜놈들이 더 이상 진격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명의 군대가 조선의 땅을 밟았고, 해상에서의 조선수군에 의한 대패, 곳곳에서 일어나는 의병들의 강렬한 저항에 발이 묶기고 있었다.


명의 참전까지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어차피 대륙에서 마주쳐야 할 놈들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정적 인건 전라도 쪽에 해상권을 장악한 조선수군에 의한 대패가 치명적이었다.


옥포를 시작으로 당포, 당항포, 생각하기도 싫은 한산도에서의 전멸에 보급이 끊겼고, 지원 병력도 받지 못하는 진퇴양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함경도까지 진격한 가토부대를 돌려세워야 했고 흩어져 있는 부대들을 집결시켜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조선의 두 왕자가 손에 들어왔다.


이완영이 풀어 놓은 개들에 의해서 힘 하나 안들이고 잡아온 것이다.


전쟁에 양산이 뒤바뀌는 시점이었다.


공격하는 자는 이제는 방어로 돌아섰고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던 자들이 이제는 내 집을 찾겠다고 아우성이었다.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경상도에서는 곽재우가 홍의장군이라는 맹위를 떨치고 있었고, 전라도 쪽에서는 고경명, 김천일이, 충청도에서는 조헌 그 외에 천대를 받던 승려들 까지도 힘을 합치며 죽창을 앞세워 왜놈들과 대항하고 있었다.


전 국토에 모든 백성들이 들고 일어난 상황, 왜놈들의 발악이 거세지고 있었다.



* * *



배배꼬인 몸에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담이었다.


“시방 그라지 말고 나 좀 보랑께요.”


부엌 한쪽 구석에서 바삐 움직이는 한 여인이 듣는 둥 마는 둥 연신 바지런을 떨고 있었다.


문 앞에서 말을 하다 털썩 문턱에 주저앉아 손가락만 꼬물거리고 있던 담이었다.


“나가 쪼까 할 말이 있는디, 쪼매만 시간 좀 내불고 저 짝에 좀 같이 가주면 좋겠어라.”


담이의 말에 하던 일을 멈춘 여인이 허리를 세웠고 몸을 돌렸다.


푸른 눈에 여인, 담이에 의해 목숨을 건졌고 이후부터 허드렛일 담당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름이 이영민라고 했다.


빤히 쳐다보고 있는 이영민의 시선에 담이는 그저 먼 산만 바라보며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순박하고 착하디착한 사람이다.


그러나 우둔치와 상대할 때 불같은 매서운 눈빛도 보았다.


그런 그가 무슨 말하려는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그간에 보내주는 시선, 행동, 따뜻함이 묻어져 있는 말투,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리가 없다.


힐끔 이영민을 쳐다본 담이가 시선이 마주치자 다시 머리를 돌리며 삐쭉거리며 애꿎은 손가락만 조몰락거리고 있었다.


사박, 사박.


발걸음을 옮긴 이영민, 화들짝 놀라 자리를 털고 일어선 담이가 앞으로 걸어 나가다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았고 이영민이 따라오고 있음을 확인하던 담이의 표정과 발걸음이 한껏 들떠 있었다.


앞서가는 담이에 뒷모습, 듬직했고 의지하고 싶었다.


힘겨운 타지 생활 웃게 만들어줬고 부족함 없이 대해주었다.


먼저 손을 내밀고 싶었다.


그러나 부끄러운 과거가 자꾸 발목을 잡아챘다.


남들과 다른 외모 탓에 험한 꼴 당하길 수차례고, 선혜까지 딸려있는 상황, 거기다가 나이도 다섯 살이나 많았다.


뭐하나 내세울 만한 게 없이 그저 상처뿐인 몸뚱이 하나뿐이라 자신이 없었고 겁이 났다.


수많은 생각, 복잡해진 머리, 무거워진 발걸음,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작은 폭포가 만들어낸 물웅덩이 한쪽 구석에 멍석이 깔려 있었고 마른장작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떨어지는 폭포수의 작은 속삭임이었다.


한편의 그림에 물안개가 젖어 있는 풍경, 선선한 바람, 따뜻한 햇살, 그늘진 나무아래였다.


자리를 권한 담이가 이영민을 자리에 앉히고 널찍한 돌을 올려놓고는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지이익, 지이익.


금세 구워진 고기, 이리저리 뒤집던 담이었다.


“시방 그 동안 고생혔는디 지대로 먹여주지도 못해불고 참으로 미안했어라.”


구워진 고기를 배추 위에 올려놓고 마늘에 된장을 넉넉히 담아 쌈을 싸던 담이가 팔을 쭉 뻗으며 말했다.


“먼저 드세요.”


“시방 그라지 말고.”


선뜻 받아먹지 못하던 이영민이 양보를 하자 머리를 내젖고는 팔을 잡아 이끌어 직접 입에 넣어준 담이었다.


억지로 들여진 입안 가득한 쌈에 당황한 이영민이 입을 오물거리자 다시 불판위로 시선을 돌린 담이었다.


“맛있지라? 제일 좋은 눔으로 가져왔어라.”


“음, 음.”


제대로 말도 못한 이영민이 쉰 소리를 냈고, 묵묵히 고기를 익히던 담이가 배춧잎 위에 차곡차곡 잘 익은 고기를 쌓아 멍석위에 올려놓았다.


“나가 상놈소리 듣고 자란 놈 이지라.”


“···”


뜬금없는 소리다.


잘 익혀진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시점에서 말이다.


“개, 돼지보다 더 못한 대접을 받아 부렀고, 여그 있는 소고기 한번 먹어 불지도 못하고 소 마냥 일만 혔다고 보면 되것어라.”


쌓아 올려 진 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던 담이었다.


“시방 그 짝이 뭘 걱정 혀는지도 잘 알고 있어라.”


“···”


“노비문서는 무수도련님이 태워 불었어라. 시방 나가 인자는 부족할거 없어라. 나가 살 집도 있어 불고, 땅도 있어 불고, 다 준비되어 있어라. 시방 뭔 소리냐면 과거가 어짜고 저짜고 혀도 중요한 건 앞으로란 소리요 알아듣것소?”


두 눈이 마주친 이영민과 담이었다.


더 이상 시선을 피하지 않던 담이에 비해 오히려 머리를 떨구며 살며시 시선을 피한 이영민이었다.


숨기기에 급급한 자신에 비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 놓은 담이의 말에 아픔이 느껴졌다.


거친 손 잡아주고 싶었고 보듬어 주고 싶었다.


노비의 삶, 생각만 했는데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가가 젖어 들고 있던 이영민이었다.


털석.


담이에 두 손이 이영민의 두 손을 움켜잡았다.


잠시 동안 말이 없이 서로를 응시만 하고 있었고, 촉촉해진 눈가에 옅은 푸른색 눈망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시방 앞으로의 인생 나와 함께 하면 안되것소? 기쁜 때도 슬플 때도 함께 하며 같이 심을 합쳐 불자는 소리요. 시방 나한테 시집 와불면 안되것냔 소리고, 나가 선혜 시집갈 때 옆에 있어 주면 안되것냔 소리요.”


살짝 언성을 높이며 말한 담이,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만 껌뻑거리는 이영민이 머뭇거리고 있던 순간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듣다듣다 선혜를 왜? 삼촌이 신경 쓰고 그래! 내가 있는데!”


바위 뒤에서 튀어나온 아리와 선혜였다.


담이와 이영민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모처럼 날이 좋아 산책을 하던 중 인기척에 바위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둘의 대화를 들었고 선혜 이야기에 발끈 하며 튀어나온 아리였다.


화들짝 놀라는 담이와 이영민의 시선에 아리와 선혜의 손에 시선이 멈춰졌다.


“너~!”

“선혜~!”


담이와 이영민이 동시에 소리를 치자,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는 선혜였고 그와는 반대로 놓아진 손으로 선혜의 어깨를 안아든 아리였다.


어머니 앞에서 쑥스러워 하는 선혜에 비해 아리는 별것 아니라는 무심한 표정이었다.


“너~, 너것들 시방 지금 연애 하는겨?”


“한참 됐는데 눈치 채지 못한 삼촌이 이상한 거 아니야? 어머님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


담이에 말에 오히려 아리가 핀잔을 주자 이영민에게 시선을 돌리던 담이에게 머리를 끄덕이던 이영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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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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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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