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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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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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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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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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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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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7 장 운명(4)

DUMMY

힘겹게 발을 내딛으며 계단을 겨우 내려갔고 수북이 쌓인 눈을 밟고 서야 숨 한번 돌릴 수가 있었다.


휴~!


거친 호흡, 귀 밑으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수하들과 모퉁이를 돌고 있을 때였다.


픽하고 쓰러지는 수하들, 낯익은 모습이었다.


들려진 월도가 정말이지 이렇게 느리게 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느릿하게 사선을 그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뎅강~!


차디찬 눈에 닿아진 느낌, 머리 없는 몸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 분수와 휘날리는 아름다운 눈의 조화, 뭔지 모를 편안함에 눈이 저절로 감겨지고 있었다.


빠지직!


지독한 새끼다.


떨어져 나간 머리를 반쯤 짓이겨 놓고 달려 나가며 힐끗하고 뒤를 보던 무수가 머리 없는 덩그러니 서있는 몸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힘없는 여성들.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싹 다 잡아 이 추운 날씨에 노역을 시켰고, 반항 하면 가차 없이 죽여나간 놈이 무슨 미련이 남아 있다고 저러고 서 있나 싶었다.


피슝! 피슝!


조총을 겨누던 왜놈들 미간에 정확히 윤주승의 석궁이 들어가고 있었다.


쏟아져 나오는 왜놈들은 춘심의 화살이 몸통어딘가를 꿰뚫어 내고 있었다.


쌓인 눈에 자꾸만 미끄러지는 발이 몸에 균형이 흐트러지며 달리는 속도가 줄어드는 것 빼고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 파악된 놈들의 본거지에 도착한 무수가 벽에 등을 기대자 뒤따라오던 대원들이 하나 둘씩 엄폐물에 몸을 바짝 기대고 있었다.


팔을 든 무수에 손가락이 세 개, 그리고 한 개가 펼쳐졌다.


3인 1조.


앞에 보이는 수많은 가옥에서 각개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대열을 갖추고는 이내 뛰어 들어가던 무수 뒤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던 대원들이었다.


엄호하는 대원들은 여전히 날선 눈빛으로 활시위를 재우며 전방으로 향하는 대원들의 뒤를 든든하게 하고 있었다.


너른 들판에서의 대규모 전투, 골목에서 하는 소규모 전투, 혹은 산속이나 계곡에서 벌이는 전투들이 각기 다른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런 수색의 양상을 띠는 전투는 개인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이나 문을 열어 재끼면 날아오는 총탄, 무기를 앞세워 덮치는 놈들, 끝까지 제자리를 지켰다가 방심하는 틈을 타서 공격하는 놈들, 다양한 위험을 내포하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숨을 죽여야 했고, 발소리도 최소한이다.


인기척을 느껴야 했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전투를 벌여야 했다.


월도를 뒤에 걸었고, 한 손에 단도, 다른 한손에는 검을 들고 있던 무수였다.


창을 열자, 날아오는 총탄이었다.


최소 둘, 아니면 셋이다.


문을 발로 찼고, 쏜살같이 달려 들어가 몸을 덮쳤다.


서거덕.


한 놈에 팔을 반쯤 잘라냈고, 조총을 들고 겨누던 놈의 뒷목에 단도를 우겨 넣은 무수, 그 사이 창문에 반쯤 걸터앉아 남은 놈의 가슴에 화살을 박아내던 춘호였다.


다다다닥.


뒷문이 열리며 도망가는 놈, 대기하고 있던 윤주승의 석궁이 둔탁한 소리를 내자 엎어지며 쌓여진 눈에 반쯤 몸이 묻히고 있었다.


사사삭.


바로 옆 이층 건물,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재빠르게 안을 살펴보며 등을 기대던 윤수증이 두어 번 안을 살펴보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려있다는 건 이미 도망을 쳤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쥐새끼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뒤따른 춘호가 문 앞에 대기하자 무수가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일층을 수색하고 있던 윤주승 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층으로 눈을 돌렸고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려던 무수가 몸을 던졌다.


탕. 탕. 탕. 탕. 탕.


아찔한 순간이었다.


최소 5명이상이란 소리다.


총탄을 피해 모퉁이로 몸을 날리던 무수를 향해 조총을 던지고 뛰어내리던 놈들이 무수를 덮쳤다.


푹~! 스걱~!


몸을 돌렸지만 일어나기 힘든 찰나다.


반쯤 누워있는 상황, 찔러 들어오는 왜도를 피하기에는 늦은 옆구리, 화끈거림과 동시에 단도를 울대에 밀어 넣자 뿜어져 나오는 핏물이 시야를 가렸고,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는 칼날은 검을 뒤로 하며 팔과 함께 방어를 하자, 밀려들어오는 힘에 의해 팔뚝이 갈리고 있었다.


“으아아악~!”


고통에 의한 소리가 아닌 울대에 들어가 있는 단도가 빠지지 않자 내지르는 소리였다.


힘을 다했고 겨우 빼낸 단도를 놈의 심장에 넣으려 하자 놈의 몸이 경직되며 눈이 돌아갔다.


춘호의 화살이 놈의 허리를 뚫어냈고 힘을 잃어가며 쓰러지는 놈이었다.


그러나 이미 놈의 심장으로 향한 단도, 심장에 칼을 우겨넣은 무수가 손목을 돌리자 둔탁한 소리가 났고, 무수를 덮치며 쓰러지고 있었다.


놈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킨 무수의 시선이 윤주승에게 향해있었고 몸을 날렸다.


조총소리에 몸을 뒤로 숨긴 윤주승, 자세를 잡지 못하고 있던 무수를 덮치는 놈들, 석궁을 들이밀자 갑자기 등 뒤가 뜨끔거리며 경직되던 몸이었다.


힘이 풀리고 있었다.


2층에서 두 놈이 뛰어 내렸고 윤주승 눈앞에서 복부에 칼을 들이 밀고 있었다. 등에 한방, 앞에서 두 방, 앞뒤에서 놈들이 칼을 깊숙하게 더 집어넣고 있었다.


윤주승의 석궁을 든 팔이 서서히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춘호가 쏘아댄 화살이 앞선 두 놈의 등에 박히자 옆으로 넘어지고 있었고, 뒤에 있던 놈이 윤주승에 몸에 들어간 칼을 빼고는 다시금 집어넣고 있었다.


푸우욱!


이때 흥건한 핏물을 얼굴 가득히 뒤집어쓰고는 날아오고 있던 무수였다.


서서히 무릎이 꺾이면서 주저앉고 있던 윤주승 뒤에 놈이 고스란히 목을 내놓고 있는 형국이었다.


놈의 목에 기다란 검을 깊숙하게 박아 놓은 무수가 윤주승의 머리를 안아 들었다.


“숨을 크게 쉬어봐~!”


“그···, 그게.”


쿨럭 거리며 핏물이 입으로 넘어오자 말을 못 잊는 윤수증이었다.


“됐어! 말은 그만하고!”


“정신 차릴 수 있겠어? 어머니를 떠올려봐! 어머니를 말이야!”


“대장님.”


“말해봐! 정신 차리고!”


“부탁하나만 들어 주세요.”


쿠울럭!


한 움큼 핏덩어리를 뱉어 내고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어머니 부탁드립니다.”


“그 부탁 거절한다! 살아서 네가 한다. 명령이다! 죽지마란 말이다!”


윤주승의 뺨을 때리고 머리를 흔들던 무수가 절규를 하고 있었다.


“춘호야 준비해!”


“칼을 뺀다. 참을 수 있지?”


힘겹게 머리를 흔드는 윤주승, 머리를 품에 안아든 무수가 춘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등에 손을 댄 춘호, 등에 꽂힌 왜도의 손잡이를 잡았고 무수와 시선이 마주쳤다.


후. 후.

잠시 호흡을 가다듬던 춘호였다.


등에 대고 있던 손에서 전해져 오는 윤주승의 가느다란 숨소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차마 왜도를 뽑지 못하던 춘호가 머리를 떨구던 무수와 함께 윤주승을 뒤에서 안았다.


“으아~! 으아아악~!”


과거 급제 후 처음으로 훈련을 하며 정을 준 녀석이었고, 동고동락한지 삼년이 넘게 형제 그 이상으로 같이 지냈던 녀석이었다.


힘들다는 소리 단 한 번도 없던 놈이고, 굳은 일 혼자 찾아서 하던 녀석이다.


모르면 배우려 했고 아는 건 적극적으로 나누려 했던 녀석이다.


이런 녀석은 이렇게 빨리 가면 안 된다.


홀어머니가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기에 더욱더 안 된다.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며 눈물을 흘려대는 무수 곁으로 대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무수를 도닥이던 박영수, 아리가 무수의 팔과 옆구리를 헝겊으로 동여매고 있었고, 손세용이 윤주승에 몸에 박힌 왜도를 빼내고는 안아들었다.


“잠시 보내고 오겠습니다.”


“같이 가겠습니다.”


훈련소 동기였던 손세용이다.


후배인 최윤이 옆을 따랐다.


전투 중에는 누군가 죽는다.


가슴 한 편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누군가를 잃는다면 그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심을 가져온다고 했다.


지금이 딱 그 심정이었다.


얼굴을 쓸어내리던 무수였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고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가자 허리를 굽혀 쌓여진 눈을 한 움큼 집어 들고는 얼굴에 피를 닦아 냈다.


뼛속까지 차디찬 한기가 얼굴을 통해 들어왔다.


“지금 부터는 자비란 없다. 한 놈도 남김없이 죽인다.”


월도를 뽑아 들었고, 뛰어 나가는 무수였다.


여전히 눈에는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날선 병장기와 기마병들이 동문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쏜살같이 달려 나가고 있었다.


기마병이 길을 냈고 전투병을 그 뒤를 이어나가고 있는 형국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 자리 잡았을 때의 기세등등한 모습이 사라지고 위축된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웅크리고 있었고, 숨소리조차 전전긍긍 내쉬고 있었다.


상주성에 진입은 성공 한 듯 했다.


들여오는 비명소리와 병장기소리, 곳곳이 밝게 횃불로 비춰지고 있었고 급히 떠나는 행렬이 말해주고 있었다.


도망은 가게 해준다.


물론 대적하기에는 턱도 없는 병력이다.


하지만 그냥은 못 보낸다.


그 동안 약탈해간 곡식이며 생필품들, 가재도구, 의복, 하다못해 덮고 잘 이불조차 없었다.


성을 탈환했다고 하더라도 비어있는 곡간은 민초들의 삶이 더욱더 피폐해져만 갈게 뻔했다.


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버텨야했고 먹여야했고, 재워야 했다.


멀리서 수레의 행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매복하고 있던 지근거리 까지 다가왔다.


노함의 수신호에 병사들이 굳어있는 몸을 풀며 무기를 손에 쥐고는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듯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기이익~!


활을 저미고 있는 궁사들, 수레 쌓인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수북했다.


놈들의 숨소리가 전해지고 있는 지근거리였다.


“쏴라~! 나가라~!”


노함에 앞선 전투병들의 후미를 가리켰고, 쏟아져나간 화살들이 전투병의 뒤통수와 등짝에 박혀나갔다.


숨겼던 몸을 던지며 수레를 호위하던 왜놈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퍼억! 퍽!


관병들, 의병들, 민병들. 제각각 들려있는 무기는 다르지만 기습에 놀라며 쓰러지는 왜놈들이었다.


정수리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참나무 몽둥이가 온몸 여기저기를 가축 때려잡는 모습으로 두들겨댔고, 낫, 두발, 괭이가 온몸 구석구석 찍어대고 있었다.


앞선 전투병들이 몸을 돌리지 않는 모습에 노함이 다시 고함을 질러댔다.


“총공격이다~! 왜놈 한명에 두세 명씩이다. 명심해라! 한 놈에 두세 명씩이다!”


“궁사들은 계속해서 앞선 놈들을 주시해라~!”


우렁차게 들리는 목소리. 지휘관의 거침없는 목소리에 없던 힘까지 내고 있던 백성들이었다.


놈들의 병력에 기가 죽어 있던 백성들이 막상 전투가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을 내고 있었다.


조총도 없다.


전투병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물며 왜놈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적었다.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붙었다.


더군다나 노함의 흐트러짐이 없는 목소리가 힘을 더해주고 있었다.


손아귀에 힘이 생겼다.


옆 사람이 죽창으로 찌르면 곡괭이 자루가 놈의 면상에 박혔고, 그 다음은 분노의 타작질 이었다.


태어나서 사람을 때려 본적도, 죽여본 적도 없는 백성들이 한번, 두 번 마치 짐승 때려잡듯이 잡아대니 퍽퍽 죽어나가며 피를 뿜어내는 모습에 쌓인 분노를 터트렸고 울분을 토하는 듯 했다.


가슴이 뻥 뚫렸을 거다.


지독히 당했고, 살려고 발버둥도 쳐봤다.


기라면 기었고, 똥물을 먹으라면 먹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은 똑같았다.


상상할 수 없는 매질, 참담한 노역, 그리고 죽음이었다.


꽁무니를 빼며 멀어지고 있는 놈의 전투병들이 시야에서 벋어나자 다소 안심하는 듯 주변을 살피며 왜놈을 죽여가고 있던 노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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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6 장 진주성(4) 21.10.07 64 2 12쪽
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5 2 12쪽
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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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7 2 12쪽
28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4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3 2 12쪽
26 제 4장 단기필마(5) 21.10.02 87 2 12쪽
25 제 4장 단기필마(4) 21.10.02 8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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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4장 단기필마(2) 21.10.01 90 2 12쪽
22 제4장 단기필마 21.09.30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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