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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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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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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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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DUMMY

내탕고에 보물은 약탈됐고, 궁성에 창고들이 비워지고 있었으며 사대문이 활짝 열리듯 모든 건물들에 문이 열려지며 궁을 떠나는 백성들의 피난 행렬이 줄을 이었다.


성난 민심이 타오르듯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한양에 모든 도성들이 불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눈물인지 빗물인지 백성들의 얼굴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붉어져 떨어지고 있었다.



* * *



경기도 광주 인근


피난길에 오른 백성들의 분주한 모습과는 달리 전쟁에 화마가 비껴간 듯 환한 불빛들이 대낮같이 비춰지고 있었고, 왕이 거처하는 궁궐을 옮겨왔나 싶을 정도의 크고 웅장한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왜놈들이었다.


너른 마당과 수십 채에 달하는 건물마다 왜놈들의 병장기가 번쩍이고 있었고, 야심한 밤인데도 불구하고 관리 잘 된 넓은 도로에는 바쁘게 움직이며 행군을 멈추지 않는 왜놈들의 요란한 병장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랑채 제일 깊숙하고 넓은 방안.


수십의 인영에 초롱불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던 두 노인 앞에 소에 뿔을 달아 놓은 모습을 하고 거들먹거리며 앉아 있는 왜놈의 대장으로 보이는 놈을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그 뒤로 수십의 조총병들이 나열하고 있었다.


좁디좁은 공간, 숨쉬기도 곤란할 정도로 무거운 공기가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것 아니야~!”


“···”


투구를 바닥에 거세게 던진 촌마게(상투)머리에 왜놈이 나이 지긋한 백발에 두 노인을 꿇어앉히고는 호통을 치고 있었다.


날카로운 왜도의 칼끝이 바닥을 바라보며 손잡이에 팔을 기대고 있는 형국이었다.


손자뻘 될법한 어린 왜놈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두 노인 김상구와 이완영이었다.


“이따위로 일처리 하라고 그 동안 뒤를 봐주고 있는 줄 아나? 대가리를 도망가게 했으면 적어도 두 마리 쥐새끼라도 내 앞에 데리고 왔어야 할 것 아니야!”


기대고 있던 왜도를 들었다가 바닥에 내리 꽂으며 목청을 높였다.


왜놈에 눈빛이 번득거렸다.


텅 빈 한양으로 무혈입성 하는 중이다.


선조가 꽁무니를 뺐고 두 왕자도 흩어져버린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진 왜놈이었다.


“막았소, 세자책봉도 막았고 파천도 몸부림을 치고 피를 토하며 막았소, 허나···.”


서걱!


허리를 세워 부릅뜬 두 눈으로 왜놈을 똑바로 바라보던 김상구가 말을 잊지 못했다.


왜도가 빛을 발했고 떨어져 나간 김상구에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역한 비린내가 풍겨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노인네들이 뱃대지에 기름차니까 대가리까지 어떻게 됐나! 어디서 되먹지 않는 개소리를 지껄여~!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대가리를 꼿꼿이 세우고 눈알을 부라려? 그리고 너!”


풀썩거리며 쓰러지는 김상구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완영을 가리키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던 이완영이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어의가 없다는 표정의 왜놈.


“가지가지 하고 자빠졌네.”


잠시 이완영을 노려보던 왜놈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멈추고는 시선을 돌려 턱짓으로 수하를 불러 세워 손가락을 두 개를 가지런히 모야 전방을 가리켰다.


두 놈이 튀어나갔고, 나머지는 조총을 어깨에 걸쳤다.


처걱, 처걱.


벽에 기대고 있던 가느다란 선들로 고풍스럽게 그려진 병풍, 손가락을 튕겨지자 왜도에 의해 부서지며 나타난 공간이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던 공간에 앉아 있던 세 명의 노인들과 무장한 호위무사들 수십이 모습을 드려내고 있었다.


놀랐는지, 아니면 당황스러웠었는지, 눈을 감고 앉아있는 노인들과 어쩔 줄 몰라서 주춤하고 있던 호위무사들이었다.


“하찮은 것들, 키워줬더니만 뒤에서 쥐새끼마냥 숨어서 뒤통수나 치려하다니 살려둘 가치를 못 느끼는 조선 것들.”


손가락을 튕겼다.


사정없이 날아간 총탄이었다.


탕, 탕, 탕.


메케한 연기가 방안에 가득했고 서서히 드러난 참혹한 살육의 현장이었다.


그 많던 호위무사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고 덩그러니 세 명의 노인들만 남아 미동조차 없이 앉아 있었다.


다시 튕겨진 손가락에 왜놈 한명이 노인들 옆으로 달려갔고 왜도를 치켜들었다.


진동하는 피비린내에 냄새를 즐기는 듯 숨을 크게 들이 내쉰 왜놈이 다시 차가운 눈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지금부터 내 질문에 즉시 대답해라, 니들 왕 어디로 갔냐?”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이완영에 몸이 움찔거리자 애매한 표정으로 볼을 씰룩거리던 왜놈의 시선이 다시 노인들에게 옮겨졌다.


쉽게 대답을 못하자 거침없이 왜도가 검선을 발했다.


서걱!

철퍼덕!


흥건한 핏물이 몸을 빨아들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붉어지고 있었다.


“···”


남은 두 노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다시 묻겠다. 대가리의 이동경로 최종 목적지, 그리고 쥐새끼들이다.”


“선조는 개성으로 향했다, 그 다음은 평양, 이후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임해군은 함경도로, 순화군은 강원도로 보내졌다.”


노인들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일어나 몸을 돌린 왜놈이었다.


몸을 돌린 왜놈을 보자 수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는 두 눈이 시선을 마주했다.


살았다 싶었다.


안도를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등을 돌린 왜놈이 잠시 머뭇거리다 몸을 움직였고 팔을 위로 올려 손가락을 튕겼다.


서걱~!


바닥을 뒹굴고 있는 몸통아리와 분리된 두 머리의 눈동자가 시선을 같이하고 있었다.


살려둘 생각 없었다.


뭐라도 건질까 싶었는데 대답이 뻔했다.


이미 알고 있던 정보다.


바닥에 엎드려 발발 떨고 있는 이완영, 간자 중에 또 다른 간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아닌 쥐새끼의 작품이었다.


제1군 고니시 부대와 함께 하고 있던 정보국 수장 오무라 요시아키는 조선의 심어놓은 간자들을 소집시켰고, 그들의 본거지에 도착하기 직전에 받은 한통의 서신.


정보국 수하들만으로 접선을 하려고 했다가 급히 본진을 이끌고 왔기에 망정이지 자칫 하면 당할 뻔했다.


십여 년 이상, 아니 그 이상 공들였던 자들이었다.


전쟁을 생각하자마자 바로 실행된 일이었다.


천황에 충성스러운 개가 될 놈들을 키워나가며 조선의 실권을 행사하게 만들었고, 지금에 이르게 한 자들이었다.


왕과 신하들의 눈과 귀를 멀게 했고, 이간질을 시켰으며 내분을 조장시켰다.


가지고 있던 역량보다 과분할 정도로 넘치는 권력을 잡고 휘두르던 조선의 검은 그림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놈들, 이제는 여기까지였다.


욕심이 과하자 눈이 멀었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던 거였다.


조선의 반쯤은 넘어온 상황, 더 이상은 눈엣가시다.


다만, 똥, 오줌 못 가리는 저 놈은 예외다.


간은 작은데 뼛속까지 비열한 놈이다.


어쩌면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생긴 것도 비슷한 게 말이다.


한참을 이완영을 지켜보던 요시아키였다.


“어이~!, 이완영!”


“하이! 하이!”


이마가 건물을 깨우듯 울리는 쿵쿵 소리가 바닥을 통해서 울려 퍼졌다.


봐라, 이 새끼는 아직 이용가치가 있다.


지가 싼 소변이 흥건해진 자리에서 연신 머리를 바닥에 박아대고 있는 이완영에 시선을 주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이 키득거리며 비웃고 있었다.


“네가 앞으로 조선의 총책이다.”


“하이, 하이.”


“천황님의 충성스러운 개가 된단 말이다. 알았나?”


“하이, 하이.”


“첫 번째 명령이다. 너희 대가리에 이동경로와 최종 목적지, 그리고 두 마리의 쥐새끼를 무조건 내 앞에 산채로 끌고 온다. 명령을 어떻게, 얼마나 빠르게 이행하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계속해서 뒤를 봐줄지, 목을 내칠지는 차후에 판단하겠다. 알았나?”


“알겠습니다. 믿고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 천황폐하 만세~! 만세~! 만세~!”


몸을 돌린 요시야키, 그 뒤를 따라가는 병사들이 침을 뱉으며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천황을 외쳐대고 있던 이완영이었다.



* * *



조선의 승전보가 마침내 전해졌다.


1592년 5월2일 한양을 장악한 왜놈들이 각 지역으로 흩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육지가 아닌 해상에서의 조선의 승전보였다.


명의 참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해상에서의 패전은 놈들을 주춤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편 내륙에서도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의병이었다.


전국적으로 양반, 평민, 노비들 할 것 없이 죽창과 쓰던 농기구를 앞세워 들고 일어선 것이었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 왜놈들이 세를 결집한 날카로운 공격과 저항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 힘이 빠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격이었다.


자국에서와 다른 양상이었다.


왕이 떠난 자리 군이 아닌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조선의 분위기에 두려움이라는 한기가 서서히 그들의 몸에 베어들고 있었다.



곤양에 도착한 무수의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는 내내 폐허가 된 마을에 시체들이 즐비했고, 그나마 살아남은 백성들의 축 처진 어깨와 희망이 없는 눈빛은 보는 이마저 힘이 빠지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해상 쪽에서 승전보가 전해졌고, 가뭄에 단비 같은 희망적인 소식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던 무수였다.


이방을 불러 세워 재정을 살폈고 곳간의 문을 열고 백성을 모았다.


먹여야 했고, 재워야 했고, 훈련을 해야 했다.


방을 붙였고 숲으로 들어간 백성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기를 반복하자 괜한 짓 한다는 주위의 의심어린 눈초리가 팽배했다.


하지만 그런 의심어린 눈초리는 얼마 안가서 수그러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백성들이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관아로 모여들고 있었고, 뭐든 하려는 의지가 눈빛에 서려있었다.


그 흔한 녹봉도 손에 쥐어 주지 않는다.


그저 배 굶지 않음에 만족했고 한 이불 덮으며 찬이슬 맞지 않은 공간에 만족하고 있었다.


각 도처에 남은 왜놈들의 습격에 적극적으로 자원을 했고 승리의 기쁨과 좌절도 함께 맞보며 간혹 죽어간 동료들에게 눈물도 흘려주며 서로 믿고 의지 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조선을 구해야 한다는 깊고 진실 된 확고한 신념이 그들 사이에서 무르익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힘찬 말발굽소리가 거친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한 통의 서신에 가슴을 쓸어내린 무수였다.


진주성에서 날아온 한통의 서신, 어머님과 식구들이 진주성에서 몸을 의지하고 있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누군가가 무수를 찾는 다는 것이었고, 급하다는 서신에 한달음에 달려가고 있던 무수와 담이었다.


평소 이끌던 수하들은 노함과 함께 곤양에서 혹시 모를 적에 대비해야 했고 훈련도 해야 했기에 둘만 빠져나온 것이었다.


천험의 요새인 진주성.


서쪽은 절벽, 북쪽은 해자, 남쪽은 남강이다.


동쪽만 제대로 방어만 한다면 대군이 어찌할 수 없는 믿음직한 성이었다.


진주성에 들어가자마자 이광악을 찾은 무수, 곤양의 원래 수령이자 직속상관으로써의 예를 표해야 했다.


누군가와 병영 훈련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던 이광악이 무수를 발견하고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피곤할 텐데 물 한잔 대접 못하고 여기서 인사를 나눠야 함에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네.”


맞잡은 손이 진심이라고 말하는 것 같이 힘차고 경쾌한 흔들림이었다.


쾌활한 성격, 걸쭉한 음성, 두꺼운 팔뚝과 목, 천생 장수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뵙는 거로 충분합니다. 장군님, 헌데 어떤 연유로 급히 보자 했는지.”


“아하 그건···, 일단 장군님께 인사부터 나누시게,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님이시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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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6 장 진주성(4) 21.10.07 64 2 12쪽
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6 2 12쪽
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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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8 2 12쪽
»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5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4 2 12쪽
26 제 4장 단기필마(5) 21.10.02 87 2 12쪽
25 제 4장 단기필마(4) 21.10.02 8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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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4장 단기필마(2) 21.10.01 91 2 12쪽
22 제4장 단기필마 21.09.30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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