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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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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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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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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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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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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4장 단기필마

DUMMY

윤업이 세용의 팔목을 잡아 이끌자 윤주승과 최윤이 옆에서 키득거렸다.


“네 놈이 우둔치를 상대했던 놈이냐?”


“상대하긴 했지, 그런데 녀석의 대가리를 분리시켜 놓은 건 내가 아니라 이 놈인데.”


무수의 엄지손가락이 담이를 가리켰다.


칭찬인줄 아는 모양이다.


우쭐되며 히쭉된다.


놈의 시선이 담이에게 돌아간 상황.


퍼어억!


싸움에 순서가 어디 있나, 빈틈을 보이고 있는데 말이다.


무수가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놈의 코와 입술사이에 무수의 이마가 들어갔다.


선제공격이었다.


강한 둔탁한 타격감, 뭔가 으스러지는 느낌과 동시에 통증이 확 밀려왔다.


푹! 푹!


젖혀진 놈의 머리, 무방비 상태다.


옆구리에 뾰족한 주먹이 들어갔고 이어서 울대, 명치, 그리고 반대쪽 옆구리에 정확하게 꽂았다.


눈이 돌아갔다.


아마도 당분간 일어나가 힘들 거고, 옆구리는 최소 한 달은 기침하기 힘들 거다.


무수의 선방이 들어가자 놈들과 대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며 뒤엉키기 시작했다.


대가리 수만 믿고 달려드는 놈들한테는 다른 거 필요 없다.


일단 세 보이는 몇 놈만 아작내면 된다.


부우웅! 짤그락!


운동신경이 좋아 보이던 놈이 동료가 쓰러지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묵직한 주먹이 무수의 뺨을 타고 비켜나가자 팔을 안으로 집어넣은 힘을 실린 팔꿈치가 놈의 팔 중간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들어가자 기형적으로 꺾였고, 비명을 질러대며 주저앉았다.


전투력을 상실한 놈 그냥 두고 지나치고 싶었지만 발이 머리보다 반응이 빨랐다.


터어엉! 커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비명이 장단을 맞춘다.


투둑! 타아악!


몸이 반쯤 돌아간 김에 한 바퀴 더 돌아 옆에서 달려오는 놈의 관자놀이를 가격했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옆으로 튕겨져 나가며 옆에서 달려드는 자신의 동료의 미간을 들이 박았다.


얼굴을 감싸 쥐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쓰러지는 동료에게 원망의 시선을 주고 있었다.


주춤되는 상황,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옆구리에 주먹이 한방씩 들어갔고 어제 먹은걸 확인하며 앞으로 꼬꾸라지고 있었다.


부우웅! 퍼어엉!

풍! 풍!


뭔 소리인가 싶었다.


무수 옆에서 담이가 내지르는 소리였다.


어떻게 하면 저런 소리가 날까 싶었다.


담이 녀석 편곤 돌릴 때보다 지금의 저 표정이 더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가볍게 한 대 맞고 시작한다.


누가 보면 맷집이 누가 좋나 시합하는 줄 알거다.


한 대 맞았고 한 대 때리면 속절없이 나가떨어지는데 시합할게 뭐있나 싶었다.


한 대 한 대가 몸 어딘가 움푹 파이며 피를 뿜어내고 부서지는데 그 장면을 보는 이에게는 더 이상의 접근을 꺼리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한 방이었다.


퍽! 퍽!


한 놈이 더 바닥에 흙과 뒤엉킨 피 냄새를 맡았고 빠르게 주위에 달려드는 놈들의 눈과 귀 사이, 가슴, 옆구리에 정확하게 한방에 한 놈씩 쓰러지고 있었다.


주먹과 주먹이 오가는 남자 대 남자의 싸움이다.


손만 뻗으면 예리한 무기들이 지천인데 명분인지 자존심 때문인지 들지 않는다.


물론 숫자가 많으니 지켜보는 자들의 체면 때문이라도, 아니면 이렇게라도 해서 억울하고 분했을 법 한 상황을 풀어 주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퍼더덕!


다수와의 근접 격투에 익숙지 않은 춘호가 뒤로 밀리자, 키가 큰 손세용이 거들며 합격을 이루고 있었다.


아리와 칠수가 그 옆에서 제법 날렵한 몸놀림으로 한 놈씩 바닥에 눕히고 있었다.


그 옆에서 마지막에 합류한 이영길 대장이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대륙의 요상한 절에서 무술을 가리키고 있다던데 꼭 그런 모습이 예상되는 화려한 몸놀림이었고, 놈들의 몸을 파고들면 여지없이 픽픽 쓰러지는데 기가 찰 노릇이었다.


탁! 쉬이익! 팍! 팍!


이런 형태에 싸움, 일명 패싸움에는 꼭 비겁 한 새끼들이 있다.


상대방에서 그런다면 밟아 주면 그 뿐이다.


그런데 우리 진영 쪽에서 들리는 주먹이 울려대는 소리가 아닌 둔탁한 소리에 시선을 살짝 돌렸던 무수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싸움에 집중했다.


박영수다.


어디서 구했는지 적당한 크기의 몽둥이를 휘두르며 싸우고 있었다.


싸움은 어느 정도 타고 나야 한다.


그런데 비겁한 것도 타고 나야 한다는 거다.


박영수를 보면 말이다.


파아아악! 철푸덕!


후! 후!


무수와 담이가 동시에 한 놈씩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눕히자 더 이상 달려드는 놈들이 없이 빙 둘러서 대치만 하고 있었다.


거친 호흡을 내쉬던 대원들이었다.


무수가 뒤를 돌아 대원들을 확인했고, 주위를 살폈다.


한 오십 정도가 순식간에 널브러져 있는 상황, 어딘가 부러져 괴상한 형태로 꺾인 팔과 다리를 부여잡는 놈들, 쪼그려 주저앉은 놈들, 바닥에 눈이 뒤집혀 흰자가 뾰족한 달을 보고 있는 놈들, 있는 힘을 다해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놈들, 표정과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끝난 거다.


이런 싸움의 특징은 앞선 놈들의 기선제압에 승패가 난다.


쪽수에 상관없이 말이다.


후! 후우우!


호흡이 돌아왔다.


주먹을 돌려고, 어깨를 풀었다.


반쯤 죽이려고 달려들었다는 건 결국 본인도 반쯤 죽어도 된다는 각오가 있어야 된다.


힐끔 뒤를 쳐다 본 무수가 피식 웃자 덩달아 대원들에 어깨가 들썩 거렸다.


와라락!


남은 오십 정도의 놈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우둔치로 인한 북방에 움직임이 심상치 않던 조짐을 포착한 신립은 한양으로 돌아가기 전에 불안정한 북방에 안정을 꾀하려 일을 벌였다.


한 부족의 수장이자 영향력이 상당했던 우둔치의 죽음에 의해 집결된 여러 부족장들에게 신립이 직접 나서며 조선 군부의 무서움을 각인시키자 자신들의 안방까지 내줄 위기에 부랴부랴 화친을 요구 했던 놈들이었다.


무엇보다 신립자신이 이용했던 우둔치를 역이용해서 전쟁을 통해 무수에게 병법이나 기술들을 마음껏 보여주며 습득할 수 있게 만든 신립의 귀신같은 치밀함이었다.


놈들의 방식을 따랐고 혹시나 모를 상황에 적당한 재물을 쥐어주며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했다.


무모함과 대범함을 보여줬던 신립의 집게손가락이 다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박자를 맞추듯이 탁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죽임으로서 연을 맺었던 무수다.


능구렁이 새끼인줄 알고 모가지 싹둑 잘라내려 했다가 살려줬더니 이무기였던 거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놈이다.


시간이 아쉬울 뿐이었다.


시간만 더 있다면 아니 차후에 다시 만난 다면 혼신의 힘을 다해 키워보고 싶다는 다짐을 하던 신립에 눈에 펄펄 끓고 있는 가마솥에 들어가기 일보 직전의 돼지 머리 다섯이 연신 땀을 흘리고 있는 게 비춰졌다.




제 4장 단기필마



북방은 안정을 꾀하고 있었다.


처절한 패배를 맛본 그들이었다.


신립의 보검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부족의 수장들은 신립이 살아 있는 한 조선을 더 이상 넘보지 않겠다는 맹약과 함께 처절한 패배감과 복수라는 실낱같은 끈을 품에 안고 몸을 돌렸다.


당분간 혹은 수십 년이 될 수도 있지만 무너진 여진의 부족장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기에는 다소 긴 시간이 요구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의도치 않았던 사건에서부터 시작된 일이 이 보다 잘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잘 풀렸고 조선 초기 4군 6진의 김종서 장군이 이룬 업적에 마침표를 찍어 버린 듯 북방에 평화를 가져 왔다.


이듬해에 신립은 한양으로 돌아갔다.


몰아치는 검은 폭풍의 진원지로 발을 내딛었고 힘겨운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내분에 휩싸인 조정의 대신들과 전운이 감돌고 있는 조선의 중심부에 차, 포를 뒤로 한 채 홀로 고군분투를 시작한 것이다.


무수에게도 희소식이 전해졌다.


신립이 한양으로 들어간 뒤 수개월이 지난 후 전출 명령이 떨어졌고 이듬해에 진주로 근무지를 옮겼다.


처음부터 갔어야 할 곳을 힘겹게 몇 해가 흘러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까르르, 까르르.


한쪽 마당에선 아이들이 포근한 날씨와 더불어 뛰어 놀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한바탕 술판이 벌어져 쉴 새 없이 술잔이 오가고 있었다.


대규모 환영잔치에 마을 아낙네들이 모두 동원된 듯 북적이고 있었다.


금의환향.


한동안 과거급제와 거리가 멀었던 마을에서 과거에 일등으로 당당히 이름에 올렸다가 그 험한 북방에서 힘겹게 나라를 위해 일하고 돌아온 인물이 나오자 마을 사또가 자진해서 잔치를 벌여주며 성대한 잔치를 열어 주었다.


주변에 있는 좀 있다는 가문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져 붉어진 얼굴들에 잡담들이 시끄럽게 오가고 있었다.


푸짐하게 차려진 상들에 흥이 겨워진 대원들도 뻣뻣한 몸으로 분위기에 맞추어 어깨춤을 추고 있었고, 발정 난 남정네들은 기생 뺨치는 여인네들의 춤사위와 펄럭이다 비춰지는 하얀 피부에 침을 질질 흘려대며 손이라도 잡아 볼까하는 요량으로 여인네 주위를 맴돌며 그야말로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마당과는 대조적인 사랑채 안 이었다.


“어머니~!”


황당하다는 표정의 무수가 어머니에게 화를 내며 붉게 손도장이 찍힌 헝겊을 우악스럽게 찢어 버리고는 바닥에 뿌려댔다.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하고 있던 어머니와 그 옆에 팔짱을 끼고 찢어진 눈을 하며 맞은편을 째려보며 한기를 잔뜩 품고 앉아 있는 권은아,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있는 묘령의 아가씨가 흐느끼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어이가 없고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다.


강씨 집안에 여식이 집에 들어 온지 벌써 삼년이고 결혼식도 끝낸 상황이라 돌이킬 수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제가 결혼을 했고 내 앞에 있는 저 계집이 내 부인이란 말씀이신 거죠? 이따위 헝겊 쪼가리가 뭐라고!”


“···”


큰 숨을 들이쉰 무수가 잠시 진정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 강씨 아저씨가 아버님의 죽마고우였던 건 압니다. 그런데 어머님···, 잊으셨어요? 아버님 돌아가시고 세간살이 전부 팔아먹을 때 강씨 아저씨 도움 받으러 어머님이 가셨다가 봉변당하고 오신 거 기억나시죠? 제가 따지러 갔다가 문전 박대 당했고 하도 억울해서 몇 놈 두들겨 패고 왔다가 어떤 일 있었는지 아시잖아요! 어머님이 무릎까지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왔던 거 기억 안 나시냔 말입니다. 어머니!”


답답한지 가슴을 연신 두들긴 무수였다.


“막내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연 어머니였다.


“그 일을 어찌 잊고 살겠어, 어찌···.”


지난 일을 회상하는지 잠시 천장을 보다 눈물을 훔치던 어머님이 말을 이었다.


“너 과거시험 합격하고 얼마 되지 않아 며느리···, 아니 미선이를 데리고 오더니 죽은 네 아버지와 약조 한 게 있다고 저 헝겊을 들이 밀더구나.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보리 천섬이 넘게 물어 줘야 한다며 협박을 하면서 말이지···.”


“그렇다고 어머니!”


“한마디 더 하더구나···, 알아서 하라고. 버리든 노비로 팔아먹든 알아서 하라고···, 내보내려 했다. 집에 돌려 보내려 했는데, 저 아이를 대문 밖으로 끌어내려다 벗겨진 상의사이로 보이는 시커먼 멍 자국과 흉터들이 눈에 선하더구나. 무수야.”


“···”


무수와 은아가 동시에 눈이 커졌다.


옆에서 흐느끼던 강미선도 입을 막았는데도 신음소리가 베어 나왔다.


“강씨 그 인간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지 잘 안다. 하물며 지 핏덩어리를 헌신짝 버리듯이 하는 저런 개만도 못한 인간한테 돌려보내느니 차라리 내가 거두는 게 낳겠다 싶었다. 아니 차라리 내가 곁에서 지켜주고 싶었다. 그리고···.”


“은아야.”


옆에 있던 은아의 손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얹은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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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6 장 진주성(4) 21.10.07 64 2 12쪽
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6 2 12쪽
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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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7 2 12쪽
28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4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4 2 12쪽
26 제 4장 단기필마(5) 21.10.02 87 2 12쪽
25 제 4장 단기필마(4) 21.10.02 8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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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4장 단기필마(2) 21.10.01 90 2 12쪽
» 제4장 단기필마 21.09.30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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