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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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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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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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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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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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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2)

DUMMY

한양 정릉동 임시어소(御所).


한양으로 환도를 한 선조, 하지만 그를 맞이한 건 불타버린 궁궐들이었다.


경복궁, 창경궁, 어디할거 없이 모조리 타버렸기에 정릉동으로 임시거처를 마련한 선조였다.


드넓은 전각에 좌우로 나열해 있던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고 선조를 바라보고 있던 도원수 김명원과 순찰사 권율에게 강한 어조로 다시금 질문을 하고 있었다.


“지금 무어라 했나!”


“진주성에 백성들을 뒤로 물리라 했습니다. 전하.”


“이여송이?”


“그렇습니다. 전하.”


도원수 김명원이 명나라 제독 이여송에게 받은 서한을 선조에게 건넨 직후였다.


서한을 읽어 내려가다 잠시 김명원과 짧은 대화를 했고, 나머지를 읽던 선조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말이 된다고 보나? 칼을 든 장수가 전투를 거부한다고? 협상?”


어처구니가 없다는 선조가 상기된 얼굴로 분노 섞인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십만에 달하는 왜놈들이 진주성을 공격한다고 선전포고를 한 상황일세. 허면, 병력을 집중해서 저놈들을 막아낼 방안을 모색함이 당연할걸세.”


“중과부적(衆寡不敵)입니다. 전하.”


“뭐라?”


권율의 말에 당황한 선조가 말을 잊지 못하고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삼천이 채 안 되는 병력을 가지고 삼만을 이겨낸 진주성이다.


10만이 몰려오고 있는데 명의 4만5000에 조선병력 3만정도면 해 볼만 하다.


그런데 순찰사 권율의 입에서 나온다는 소리가 중과부적이라고?


“순찰사 권율장군과 같은 생각입니다. 붙잡혀 있는 왕자 저하를 생각해서라도 차라리 진주성을 내주시고···.”


“멈추지 못할까!”


도원수 김명원에 말에 결국 폭발한 선조였다.


“한양도 버렸다. 백성들도 버렸다. 순수한 우리 군부의 힘이 아닌! 백성들과 명의 참전에 겨우 사태를 수습한 이 시점에서 감히 나한테 할 소린가!”


거친 선조의 음성과 들려진 팔에 손가락이 권율과 김명원을 향해있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선조의 용포에 아랫자락이 잔잔한 펄럭임을 주고 있었다.


“고정 하시옵소서 전하.”


선조의 흥분한 모습에 대신들이 한 목소리를 내자 흥분을 삭히며 대신들을 잠시 지켜보던 선조였다.


“경들의 생각도 저들과 똑같은가?”


대신들을 훑어보던 선조가 이내 자리에 풀썩 앉으며 머리를 떨구었다.


머리를 조아리며 침묵하고 있던 대신들, 갑론을박을 밥 먹듯이 하던 인간들이 입을 닫고 있다는 건 같은 생각이라는 거다.


파천을 논할 때만해도 경내가 터져 나갈 듯 갑론을박이 계속되었고 결국 파천을 주장한 영의정인 유성룡을 유배시키는 상황까지 벌인 대신들인데,


그런데,


왜놈들이 진주성을 공격한다는데 물러나자고? 명이 참전을 거부하니까 뒤로 빼자고?


붙잡혀 있는 두 왕자를 볼모로 왜놈들 말을 들어주라고? 반론 하나 없이 이구동성으로?


기가 막혔다.


곶감 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다는 호랑이 꼬임에 넘어간 여인이 결국 잡아먹히고 자식들까지 위험에 처한다는 이야기가 문뜩 떠올랐다.


한번이 두 번 되고 세 번 된다.


볼모로 잡힌 두 왕자를 앞세워 조건을 계속해서 내세울게 분명했다.


이래선 안 된다.


한번은 버렸지 두 번은 버릴 수 없다.


크게 심호흡을 하던 선조가 머리를 들었고 대신들을 훑었다.


“명을 내리겠다.”


몸을 일으키던 선조의 묵직한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고, 대신들이 몸을 낮춰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진주성은 지킨다. 명이 지원을 하든 말든 진주성은 지킨다. 또한.”


“파직된 유성룡 대감은 복직시킨다.”


“전하, 명을 거두어···.”


“마지막으로!”


대신들의 말을 거침없이 끊은 선조.


“지금부터 내 명에 불복한다거나 토를 다는 자는 내 친히 이 검으로 목을 벨 것이다.”


쿠우웅~!


대전바닥에 떨어진 휘황찬란한 보석이 박힌 검이 묵직한 소리를 내자 대신들의 시선이 검에 쏠리고 있었다.



* * *



스커엉!


무수의 월도가 잔상을 남기며 살아있는 마지막 놈의 목을 반쯤 분리시켰다.


후후.


꼬박 하루다.


어제 이맘때부터 시작된 기습에 다시금 해가 머리위에서 강렬한 열기를 내리 쬐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산속이라 그늘 덕을 보고는 있지만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와 뜨거워진 몸에서 내뱉는 거친 숨소리에 차디찬 물 한 모금이 간절한 상황에서 마른 침을 삼키던 무수가 나무를 등지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심대승에 의하면 상관인 홍의장군 곽재우가 진주성에 갔다가 몸을 돌렸다고 했다.


10만에 달하는 왜놈들이 진주성을 기준으로 5리 정도를 두텁게 둘러싸고 있어서 접근조차 할 수 없고 지원조차 불가하다는 소식이었다.


몇일 전, 진주성을 다녀온 무수였다.


그때 가족들이라도 일단 피신시켰어야 했는데 그것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차라리 상주로 모셔왔어야 했다.


왜놈들이 상주성으로 병력이 모인다는 소리만 없었어도 진주성에 머물렀을 거고 어머니를 설득해서 데리고 올수 있었을 텐데 아쉬울 뿐이었다.


자꾸만 아른거리는 어머님과 형수, 그리고 미선이···.


늘어지는 한숨에 어깨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주위를 살폈고, 놈들의 기척이 더 이상 없자 팔을 들어 수신호를 보냈다.


손가락 한 개. 그리고 다섯 개를 펼쳤다.


대원들이 모여들었고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였다.


피슝! 피슝!

퍼버벅~! 으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었다.


“피해~! 몸을 숨겨~!”


나무 뒤에 몸을 웅크리며 고함을 질러댔다.


대원 둘이 가슴팍을 움켜쥐며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화살의 궤적을 쫒았다.


이때 다시 날아든 화살의 무리들.


피슝~! 피슝~!


“어디~! 어디~!”


몸을 한껏 웅크리며 고함을 질러대는 무수의 시선이 이영길에게 멈춰졌고, 가리킨 손의 방향에서 번쩍임과 미세한 숲의 흔들림이었다.


“궁수~! 묘시방향~! 엄호!”


슈수수숫~!


춘호의 활이 먼저 향했고, 무수가 몸을 던졌다.


무성한 숲에 전속력으로의 질주다.


좀 전에 전투에서 반쯤 잘려진 월도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며 앞세워 달려 나가는데 오히려 몸놀림이 더 가벼워진 듯 거침없었다.


기다려라 고마운 새끼들아.


샤사삭~! 샤사삭~!


복잡한 머릿속을 가볍게 해주고 잡념을 없애준 대가로 한마디는 해주마.


부우웅~! 털썩~!


고맙다고 말이다.


“그나저나, 후~, 후~, 시방 말이어라.”


거친 호흡을 내쉬며 뒤따라오던 담이가 입을 열었다.


“쪼매 이상해 분거 아니어라? 한꺼번에 덤벼도 될법한데 요상하게 찔끔씩 덤벼 불고 그라네요.”


“지금까지 조총 한방 쏘지 않았고요.”


담이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리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리고 놈들 손속이 제법인 게 지금껏 상대해온 놈들하고는···.”


피슝~!


날아든 화살에 급히 몸을 숙이며 말을 잇지 못하던 손세용이 바닥에 한 바퀴 굴러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전투병이 아닌 훈련된 무사집단일 겁니다. 토끼몰이 식으로 우릴 압박하는 형태죠. 한마디로 저들이 만든 틀에 우리가 들어와 있는 겁니다.”


재주라면 재주고 실력이라면 실력이다.


이렇게 전속력으로 달리는 와중에 흐트러짐 없이 차분하게 말을 전단하는 이영길을 보면 말이다.


쥐새끼들이 눈에 들어왔다.


차자작. 착.

삐이이익~!


달리는 속도를 급히 줄여 나무 뒤에 몸을 숨겼고, 팔을 들어 신호를 보내던 무수가 입으로 새소리를 전하자 춘호를 필두로 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투두둑~!

퍼어억~! 으악~!


쏟아지는 화살에 놈들이 몸을 웅크리며 몇이 죽어나가자 쏜살같이 튀어나가던 무수였다.


“간다.”


버릇된 행동이고 말이다.


몇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나지막한 목소리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원들이 완벽한 합을 이루고 있지만 시냇물이 졸졸 소리를 내듯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말이었다.


시선이 마주친 왜놈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무수의 몸통으로 왜도를 길게 뻗어내자 몸을 띄어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놈의 목덜미를 무릎으로 찍어내자 뼈가 으스러지며 바닥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


낮아진 자세의 무수, 이때다 싶었던 왜놈들이 무수의 머리로 왜도를 내리치고 있었다.


채재쟁~!


벌을 서듯 양손을 하늘로 올려 만세를 부르던 왜놈들, 무수의 월도와 부딪힌 두 개의 왜도가 힘에 밀린 것이다.


서걱, 서걱.


다음은 뻔한 거다. 두 손이 올려져있는데 말이다.


다시 몸을 날린 무수였다.


바로 옆에서 표창을 날리려는 놈의 가슴팍에 두발이 들어갔고 충격으로 나무에 부딪히며 부러진 가지가 몸에서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훗. 훗.


억울하다는 눈빛이었다.


낳아준 부모님이 생각날 거고, 두고 온 처자식이 떠오를 거다.


몸을 뚫고 나온 가지를 양손으로 잡고 있던 놈이 머리를 떨구고 있었다.


무수 옆을 빠르게 지나가던 대원들이었다.


독특한 자세와 간결한 동작으로 놈들을 베어나가는 이영길, 그 옆은 항상 따르는 대원들이 서넛이다.


오랜 기간 같이 생활을 한 동료들과 친구들, 한 두번 싸워본 실력이 아니기에 거침없이 치고 나가고 있었다.


담이는 편곤은 이제는 지겨운 모양이었다.


양손에 도끼하나씩 들고 무식하게 찍어내는데 그 옆에 아리가 들고 있는 검이 젓가락처럼 보일정도로 작아보였다.


아슬아슬하게 도끼의 사정거리를 교묘하게 피해가며 이리저리 날렵한 동작으로 담이와 합격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완벽해 보였다.


손세용은 어딘지 허전해 보였다.


큰 키에서 나오는 날렵하고 화려한 칼질이 어딘가 옆에서 합을 이루던 오랜 친구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윤주승의 빈자리에 대한 잔상이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다시 뛰어나가던 무수였다.


놈들의 작전에 휘말린 거라고? 놈들의 토끼몰이에 한 복판이라고? 이영길대장이야 진작부터 알아챘을 게 분명했고 나머지는?


지금처럼 전투 중만 아니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 한마디쯤, 아니 백 마디쯤은 해줬을 거다.


성장한 거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한자리 할 거고, 애꿎은 대원들 사지로 몰아세우지 않을게 분명했다.


글로 배운 게 아닌 몸소 체험한 전장에서의 경험이 감이고, 흐름이며, 호흡이라는 걸 안거다.


그럼 이제 말을 해줘야 한다고?


놈들의 병법, 작전에 대한 해결 방법을 말이다.


후. 후.


그건 너희들이 알고 있잖아.


지금 너희들이 하고 있는 이 전투가 말해주고 있잖아.


토끼몰이는 모는 놈들이 살아 있어야 토끼들을 한곳에 몰아두고 나중에 몽둥이로 때려잡지.


지금 너희들이 하고 있는 모습은 몰이꾼들을 전부 죽이고 있잖아.


몰이꾼이 없으면 뭐다?


이런 걸 대답해주냐고?


모르긴 몰라도 저기서 열심히 뛰어오고 있는 춘호 옆에 있는 영수는 모른다에 내 손모가지 한 개쯤은 걸 수 있을 거다.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숨어있는 놈을 마지막으로 또 한 번의 전투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근처에 냇가에 몸을 맡길 수 있었고, 혹시 모를 기습에 궁사들이 날선 눈빛으로 주위를 지켜주고 있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했고 쉴 수 있을 때 쉬어야한다.


간단한 요기를 교대로 마쳤고 2각의 여유를 두고 잠도 청했다.


수색을 마친 대원이 돌아왔고 저녁노을이 꼭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깊은 잠에서 깨어난 무수였다.


무수의 기척에 대원들이 반응을 보이며 누구 할 것 없이 장비를 챙기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냇가에서 세수를 하고 목을 축인 직후였다.


대원들이 무수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략의 위치는 파악이 된 상황이다. 둘도 나눈다. 이영길 대장이 북쪽, 나는 서쪽이다.”


무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변으로 대열을 갖추며 모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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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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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4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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