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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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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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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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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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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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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6 장 진주성(3)

DUMMY

쉭, 스컹.


귀와 어깨사이, 울대, 그리고 심장을 감싸고 있던 갈비뼈, 마지막으로 목덜미에 깊숙하게 칼을 집어넣고는 기어이 목뼈를 분리시킨 무수였다.


순식간에 쓰러진 왜놈들, 막사 안으로 몸을 날렸다.


반항하는 여인의 뺨을 몇 대 때리고는 강제로 옷을 벗겨 놓은 신조가 음흉한 눈빛으로 여인의 나체를 감상하고 있던 찰라 들려오는 굉음에 주춤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주체할 수 없는 욕정에 누워있는 여인의 하얀 다리를 잡아끌었다.


놀란 눈은 커져있었고, 입을 틀어막고 있던 여인이었다.


“흐흐, 그렇지 입을 막아야 하지.”


얍삽한 눈빛, 흘러내리는 침, 손등으로 침을 닦으려 팔을 든 신조가 뭔가 걸리는 느낌에 머리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스컹.


뒤에 서있던 무수, 여인과 눈이 마주쳤고 조용히 하라는 손동작과 함께 단도를 목에 가져다 대고는 놈의 머리채를 잡아 있는 힘껏 목에 단도를 우겨넣었다.


끔찍한 광경, 그나마 피분수를 뿜지 않게 쑤셔만 놓은 단도였다.


여인을 최대한 배려한 무수였다.


“움직일 수 있겠나?”


조선의 말이었다.


대답대신 머리를 끄덕인 여인, 춘호가 여인을 일으키며 옷을 입혀주고 있었다.


쿠구구쿵!


연달아 터지는 폭탄소리. 하늘로 올라간 폭탄들이 주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고 굉음에 땅에 진동이 계속해서 울려대고 있던 상황, 놈들이 우왕좌왕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기회다.


작전에 성공했다.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춘호의 의해 부축을 받으며 몇 걸음 걷던 여인에 몸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등을 내보인 무수였다.


“꽉 잡아.”


여인을 들춰 업은 무수였다.


“일단 불난 산으로 간다. 춘호 너가 앞장을 서서 있는 힘껏 달려. 알았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퇴로를 확보하라는 거야. 저기 있는 활 집어 들어! 얼른!”


말씨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말없이 활을 집어든 춘호가 무수와 시선이 마주했고, 이내 몸을 돌렸다.



“됐다! 됐다고!”


심대승이 수하들에게 전장을 가리키며 흥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마어마하네요.”


“내가 그랬지? 저분이 뭐가 일을 벌려도 벌일 사람이라고?”


“아까는 무모하다고 그러지···.”


탁!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치던 심대승이었다.


“내가 언제 인마~!”


“아까 그러셨잖아요.”


“이게, 확~!”


한 대 더 때릴 움직임을 보이자 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을 치던 수하였다.


일 낼 줄 알았다.


무모해 보였지만 해낼 줄 알았다.


뭔가 도와주고 싶어서 수하들을 산등선에 불을 지르게 했고, 혹시 몰라 대기 하고 있던 심대승이었다.


폭탄이 터진 상황, 남은 건 죽자고 달려서 도망을 칠거다.


어딜까? 터진 폭탄들이 위치한 최대한 가까운 이곳이었다.


혼자 오냐고? 아닐 거다.


꼬랑지를 달고 올게 분명했다.


점에 난 털을 만지작거리던 심대승이 한참을 고민 하다가 수하들에게 외쳐댔다.


“수하들에게 알려라! 내려간다. 적들과 대치 할 수 있는 최대한 내려간다.”


명령을 내린 심대승이 몸을 돌려 무기를 집어 들고 있었다.


“전...전쟁하시려고요?”


뒤통수를 맞은 수하가 말을 꺼냈다.


“이 새끼가~!”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은 산이다.


마치 불구덩이에 몸을 던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무모하게 불길 속으로 뛰어든 무수와 춘호였다.


앞선 춘호가 요리조리 불길을 피해 길을 헤쳐 나가면 그 뒤를 무수가 절반쯤 줄여진 속도로 뒤쫓아 가고 있었다.


연신 쏘아대는 화살, 꽉 다물고 있는 입술, 춘호에 눈빛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여인을 놓으란 소리다.


그러고 싶었다.


개미떼처럼 달려드는 왜놈들이 쏘아대는 총탄에 벌써 몇 군데가 스쳐지나갔고 이제는 피하는데 한계가 온 듯 했다.


나무를 등졌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춘호가 막아내기에도 벅찬 인원수, 숨을 크게 내쉰 무수였다.


“꽉 잡아. 간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무수, 머리를 떨구던 춘호가 다시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 쾌쾌한 냄새, 거칠어진 호흡이었다.


좁아지고 있던 왜놈과의 거리.


쏟아지는 총탄세례에 얼마 못간 무수가 춘호와 또 다시 한 나무에 등지고 있었다.


탕, 탕, 탕, 탕.


빗발치는 총탄에 나무 파편이 튀면서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다.


여인을 내려놓은 무수가 춘호와 여인을 중간에 두고 춘호에 활을 잡았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며 호흡을 고르던 무수가 입을 열었다.


“셋 다 살지는 못해도 둘은 살 수 있다. 계집을 부탁한다. 춘호야.”


작정한 모양이었다.


시선을 한참동안 마주친 춘호와 무수.


총탄세례가 멈춰졌다.


왜놈들의 발자국이 지근거리였다.


숨소리가 들리던 찰나다.


“네가 죽으라면 시늉까지는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춘호가 무수가 잡고 있던 활을 뿌리치고 입을 열었고 계집의 머리를 누르던 무수였다.


와라락!


백병전이다.


왜놈들이 양쪽을 한꺼번에 덮쳐왔다.


왼쪽은 춘호가 놈의 눈깔에 화살을 박았고, 오른쪽은 목덜미에 단도를 집어넣고는 왜도를 집어든 무수였다.


스거덕!


찔러 들어온 왜도가 춘호의 옆구리를 베자 무수가 왜놈의 머리채를 잡아 목을 그었고, 춘호의 화살은 무수의 등 쪽에서 달려오는 놈의 울대에 정확하게 꽃아 놓았다.


나무하나 중간에 놓고 밑에서는 수십의 왜놈들이 달려들었고 가운데 계집을 앉혀 놓고는 양옆에서 방어하는 꼴이었다.


활시위를 당길 시간조차 없었다.


어느 틈엔가 왜도를 집어든 춘호가 달려든 놈들의 팔과 다리를 잘라내고 있었고, 옆구리에선 흥건한 핏방울이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무수의 왜도를 피한 놈이 죽어가면서도 계집에 목에 칼을 깊게 박아 놓고 비열한 웃음을 지어내고 있었다.


무수가 놈의 팔을 잘라내고는 대가리를 반을 갈라냈다.


아니 부숴버렸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오히려 잘됐다.


고통 없이 한방에 갔으니 말이다.


자세를 낮춰 계집의 차마 감지 못한 두 눈을 지그시 감겨준 무수였다.


탕, 탕, 탕, 탕.


다시 들려오는 총소리에 나무 뒤로 몸을 숨기며 춘호를 감싸고 있던 무수가 입을 열었다.


“지옥에서도 같이 있자.”


붉어진 두 눈, 젖어들고 있었다.


춘호가 무수의 양손을 잡았다.


“은아는?”


“새끼.”


어깨를 들썩거리며 피식거린 두 사람이었다.


총소리가 잦아들었다.


백병전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을 각오한 두 사람, 어쩌면 살아서 내쉬는 마지막 숨 인양 크게 호흡을 하고 있었다.


으스락, 부스락.


바로 옆이다.


눈에 들어온 왜놈이 칼을 앞세워 몸을 던지고 있었다.


몸이 반응을 보이던 순간.


피슝~! 피슝~!


놈들이 피를 토하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연달아 날아 들어온 화살에 달려들던 왜놈들이 속절없이 떨어져 나갔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쪽이다. 여기~!”


“엄호해라~! 다시 발사~!”


심대승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시선을 마주한 무수와 춘호가 동시에 바닥에 누워있는 계집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아쉬웠고, 미안했다.


조금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서 맴돌 뿐이었다.


무수와 춘호가 계집을 안아들었다.


터벅, 터벅.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이 무수의 다리에 끈적거림을 주고 있었고, 총과 활, 비명소리가 계속되고 있었다.


“정기룡이라 하오.”


“심대승입니다. 적진에 뛰어들었단 소식에 혹시나 하고 수하들과 대기 하고 있었습니다.”


“고맙소. 진심으로 고맙소. 그리고 부탁합니다.”


“고맙다는 말씀은 제가 오히려 해야 합니다. 여봐라~!”


바닥에 계집을 조심스레 내려놓은 무수, 눈치가 있던 심대승이 수하들을 불렀다.


“어린아이입니다. 한을 품지 않게 좋은 곳에 묻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수가 말을 잊지 못하자, 심대승이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무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하가 몇 입니까?”


“지금 여기 있는 인원만 100명 정도고 저쪽에 100명 정도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초면에 무리한 부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잠시 수하들을 맡았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의병입니다. 장군님 같은 지휘관이면 저희가 더 영광입니다. 수하들을 부르겠습니다.”


“지금 전투를 벌이는 수하들을 뒤로 물러 주시고 나머지도 불러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심대승이 북받치는 기쁨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수하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의병이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번 기회에 뛰어난 지휘관의 명령을 받아 움직인다면 수하들의 사기뿐만 아니라 실력도 엄청나게 늘어갈 것을 생각한 심대승이었다.


상의를 벋었고, 부우욱 찢어 춘호의 허리를 묶어 지혈을 시켜주고는 남은 천 조각으로 머리에 두건처럼 감싸 묶던 무수였다.


“그냥은 못가. 영수도 그렇고, 저 계집도 그렇고.”


의지가 담긴 한마디였다.


말이 없던 춘호가 그저 활만 매만지고 있었다.


처음 경험해본 죽음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훑고 지나간 인생의 희로애락이 머릿속에서 강렬한 잔상을 남기고 있었다.


잠시 동안 춘호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무수가 춘호를 안았다.


등을 도닥였고, 머리를 가슴 쪽으로 당겼다.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온 춘호였다.


힘들었을 거고, 무서웠을 거다.


흐느끼는 어깨에 힘을 주고 있던 무수였다.


수하들이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심대승이 눈치를 보다 헛기침을 하자, 무수가 입을 열었다.


“당한 만큼 돌려 줘야겠지?”


쏙 들어간 움푹 패인 두 눈, 잠시 동안 많은 일들을 경험한 것 같은 깊어진 춘호의 눈이었다.


눈물을 훔치고는 활시위를 튕겨 본 춘호였다.


무수의 반쯤 돌려진 몸에 엉덩이를 툭 하던 치던 춘호였다.


된 거다.


정리가 어느 정도 된 거였다.


무수가 한 발자국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잠시 동안, 아니! 지금 이 순간 여기 있는 병사들을 지휘할 정기룡이다.”


“네!”


심대승이 가장먼저 우렁차게 대답을 하자 병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우선! 저 밑에서 밀고 올라오는 왜놈들을 칠 것이다. 내키지 않은 대원들은 몸을 돌려라~! 어떤 처벌도 없다. 불이익도 없을 것이다.”


심대승이 눈이 커졌고, 병사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자신이 없는데! 내 동료가 위급한 상황에서 활시위 하나 못 당기고, 칼 하나 제대로 못 휘두르고,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며 주저한다면!”


잠시 주위를 훑어보던 무수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신 있습니다!”


심대승이었다.


고함을 질렀고, 팔을 번쩍 위로 올렸다.


잠자코 있던 병사들이 열외 하나 없이 무기를 들며 고함을 쳐대고 있었다.


“믿는다. 나는 여러분을 믿을 것이고! 여러분은 나를 믿어야 하고! 동료를 믿어야 한다.”


“와! 와!”


사기가 올랐다.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에 밑에서 기어 올라오던 왜놈들이 잠시 주춤 거리기 시작했다.


“접근전이 필요한 20~30명, 나머지는 활이다.”


제법 강단 있는 병사들이 앞으로 나왔고 심대승이 인원수를 추리고 있었다.


“2인1조다. 앞선 병사들 엄호가 주되 임무다. 적과의 거리는 50보 내외, 접근전을 하는 병사의 등 뒤로 20~30보를 유지해야 한다.”


“단, 연사금지다. 한발에 무조건 하나씩이다. 시간이 걸려도 좋다. 무조건 한발에 한 놈이다. 명심해라. 그리고 나머지 궁사들도 마찬가지다. 여기 춘호에 명령에 따라서 자시방향부터 해시방향으로 나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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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6 장 진주성(4) 21.10.07 6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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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4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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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4장 단기필마 21.09.30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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