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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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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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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6
추천수 :
105
글자수 :
253,130

작성
21.10.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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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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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4장 단기필마(2)

DUMMY

“너는 이해할거라 믿는다. 너희 둘의 관계, 감정,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


“무엇보다 지아비처럼 모시는 너의 행동,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겠니. 사정이 사정인 만큼 너희 부모님 잘 설득해서 해결방안을 한번 모색해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니? 조금만 기다려주겠니? 너와 막내와의 혼사를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집안에 들인 어머니.


이때다 싶었던 강씨는 갑자기 들이닥쳐 막무가내로 식도 치렀다.


집안에 남자가 없다보니 막을 방법이 없었고, 단순하게 딸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했다가 일이 커져버렸고 돌이킬 수가 없었다.


마을에 소문은 났기에 무를 수도 쉽지 않은 상황,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어머니는 이렇게 된 거 표면상 강씨를 며느리로 앉히고 다시 며느리를 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도 넘게 혼례를 치르는 세상인데 뭐가 문제인가.


당사자인 은아만 좋다면 됐다.


그동안 속에 묻혀 두었던 말을 꺼낸 무수의 어머니였다.


“어머님, 흑흑흑.”


커다란 눈에 눈물을 보이던 은아의 울음보가 터졌다.


억울하고 분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누군가 들어왔지만 그래도 며느리로 인정한 거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이집에 안방마님으로 인정한 거다.


그 동안 말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한이 풀리자 수많은 감정들이 북받쳐 올라오고 있었다.


무수어머니와 은아가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옆에서 강미선도 얼굴을 가린 체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세 명의 여인들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 자리, 차마 더는 있을 수 없었던 무수가 자리를 피했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있던 무수.


눈앞에선 흥겨운 풍악소리에 맞춰 춤사위가 이루어졌고 남정네들의 술잔들이 오가고 있었다.


됐다.


무거웠던 짐이 던 순간이었다.


마지못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어머니의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러나 은아가 내심 걸려있던 상황이었는데 이미 이 상황을 예견한 어머님이 미리 언질을 주었고 자리를 마련해서 해결해 주신 거였다.


해결은 됐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니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야 하나 싶었다. 미선인 모르겠고 은아 때문에 말이다.


가끔씩 보고 싶었던 건 맞다.


아니 생각 낫다는 게 맞는 표현일 거다.


힘들 때 한 번씩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힘이 났다.


그런데 이게 사랑일까? 누굴 좋아한다거나 고백 같은 거 해본 적 없지만 한다면 은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봤다.


머리를 흔들었다.


담이가 입이 터져나가도록 뭔가를 쑤셔 넣더니 자리에 일어나 걸어오고 있었다.


“시바앙, 도련님 한 잔 하시지라.”


먹을 수 있을 때 맘껏 먹으라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아닌가 싶어서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가 춘호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앉았고, 담이가 따라준 술 한 잔 들이키자 속이 시원해졌다.


고민할게 뭐있나 싶었다.


눈앞에 든든한 동료 있고, 부모님 살아계시고 추후에 부인이 한명 더 생길 수 있다는데 말이다.


명목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한잔 더 받았다.


거나하게 취한 대원들이 흥에 겨워하는 표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미치도록 그리웠던 고향 땅 밟았고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형 옆으로 돌아왔다.


어긋난 운명처럼 느껴졌던 힘겨운 타향살이 몇 년이 고향에 내려 온지 몇 일만에 깡그리 잊어버릴 정도로 행복했다.



* * *



결국 터질게 터졌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1592년 임진년 4월 14일 대규모 부대를 이끌고 부산에 상륙한 왜놈들.


부산을 점령하는데 단 하루였다.


부산에 정발 장군이 결사항전을 펼치며 저항을 했지만 물밀 듯 밀려오는 대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압도적인 인원수, 신식무기인 조총, 벼락같은 소리에 놀라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하지 못하던 조선의 병사들과 백성들, 왜놈들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세 갈래로 나뉘어 전라도를 제외한 경상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서히 한양으로 올라오며 첫 번째 대규모 전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중간 중간 소규모 전투가 일어나긴 했지만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고 전쟁 중에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예견된 일들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왜놈들이 조선의 뛰어난 장수를 파악하고 그것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준비했고, 그게 신립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충분한 정보력을 갖춘 왜놈들은 신립과의 일전에 충분한 대비했고 1군이 선봉에 서서 일전을 치르다 여차하면 2군과 3군이 지원하는 전략을 이미 세운 왜놈들이었다.


그리고 치열한 전투가 된다하여 장기전으로 간다 하더라도 준비하고 있던 후속부대가 해상으로 전라도를 지나 서해로 들어가 한양에 입성하여 양동작전을 세운다는 전략과 혹은 파죽지세로 입성한다고 하면 해상으로의 보급부대와 합세하여 힘이 배가 되는 완벽한 전략을 세운 왜놈들이었다.


무섭도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던 왜놈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신립을 앞세운 조선의 수장들,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이 있을까 싶었다.


놈들이 계획한대로 신립은 충주로 향했고, 이에 신립임을 확인한 왜놈들이 의기양양한 기세로 진격을 하고 있었다.


다그닥, 히이힝~!

저벅저벅, 후다다닥.


분주한 움직임에 보초를 서는 경계병들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게 번득이고 있었다.


전시상황이다.


언제 어디서든 적이 나타나 죽임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초 긴장상태의 병사들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고, 임시로 설치된 막사에 겹겹이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들 사이로 성급히 뛰어 들어가는 두 명의 병사가 있었다.


“우방어사 조경장군님 뵙겠습니다.”


잘 차려입고 있는 갑옷에 찌들어 있는 땀과 먼지에 푸석해진 얼굴을 한 병사가 예를 갖추고 있었다.


“고생했다. 편하게 안거라.”


썩은 통나무를 통째로 잘라다가 만든 간의 의자를 가지런히 놓고는 서둘러 앉았다.


“아무래도 철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벌집대형을 이룬 왜놈들의 규모와 벼락같은 조총소리에 놀라 다들 제대로 된 공격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세를 모아 공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격 급한 병사가 자리에 앉자마자 급하게 보고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한 병사는 조경이 따라준 물을 급하게 들이키며 빈 잔을 바닥에 놓고는 입을 열었다.


“한번 시작된 조총은 끊임없이 굉음을 내며 울려 퍼졌고 주변을 초토화 시키는 건 물론이거니와 커다란 나무들조차 견뎌 내지 못하고 픽픽 쓰러지는데 정말 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습니다.”


말이 끝나자 빈 잔을 들고는 입에 터는 시늉을 하자 옆에 병사가 자신에 물 잔을 내어주자 한 번에 들이킨 병사였다.


병사들을 뚫어지게 쳐다본 조경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전투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꽁무니를 뺐고, 수하들만 잃고 돌아온 장수들이 기껏 하는 말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러니 일단 뒤로 물러났다가 상황을 지켜보자는 거였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던 조경이 입을 열었다.


“진격속도를 늦추기에는 우리 쪽 전열을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건가?”


“어찌된 영문인지 놈들의 진격속도가 이미 늦춰지고 있습니다만, 일단 후퇴하며 작전을 구상하시는 편이 낳을 듯싶습니다. 장군님.”


“그건 아마도 하루 이틀 정도 일걸세.”


물러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진대 백발을 한 조경의 진한 검은색 눈썹이 미간으로 모이자 수심이 가득한 눈빛이 어딘지 측은하기 까지 했다.


“일단 하루정도는 시간은 벌은 듯 하고 그럼 장수들은 어디로 세를 모았으면 하는가?”


조경의 말에 선 듯 대답을 못하고 있는 찰라, 검은 장막을 들춰졌고 한 인영이 들어왔다.


“정기룡입니다.”


머리를 숙인 정기룡, 이를 빤히 처다 보고 있던 조경이었다.


소문은 빠른 법이다.


왜놈들에게 잡혀 있던 백성 기백을 구했고 왜놈들의 시체가 지천이었다는 소문이다.


사실 확인은 안됐지만 지금 앉아 있는 장수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다못해 입만 나불대는 놈은 아니라는 확신 말이다.


정기룡을 자리에 앉히고 상황을 설명했고 정기룡이 가져온 정보를 빠르게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김천으로 간다. 공격과 방어가 용의할뿐더러 여차하면 추풍령 쪽으로 유인할 수 있기에 놈들의 직격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관찰사 김수가 400정도의 병력으로 합류한다고 했으니 지금의 병력과 합한다면 보다 낳은 효율적인 전투가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출발준비 하도록, 질문 있나?”


“없습니다.”


어차피 상관의 명령이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토를 달 일이 없다.


자리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무수를 잡아 세운 조경은 나머지 둘을 밖으로 내보내고는 한참을 뜸을 들이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정녕 왜놈들과 전투를 벌인 게냐?”


“오랑캐와도 지겹게 전투를 했습니다. 왜놈 따위 겁낼게 없습니다. 장군님.”


차분하게 조경의 시선을 받으며 질문에 답을 했다. “수하들은? 부상자는?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게냐?”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신립이 생각났고 어딘가 풍기는 분위기가 비슷해 보였다.


“없습니다. 허나, 나라 전체가 풍전등화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벌겨 벗겨진 상태로 유린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백성들이 저희를 목 놓아 기다리고 있는데 제 안위를 걱정할 틈조차 없습니다. 장군님.”


“틀린 말은 아니네만, 시작된 전쟁 끝을 봐야 한다네. 허면 자네같이 젊고 유능한 인물들이 살아 있어야 끝을 볼 수 있기에 살아남아야 한다네. 아니 꼭 살아남아서 지금보다 더 낳은 나라, 튼튼한 나라, 강한 나라를 만들어 이끌어 가야한다네.”


“과찬···.”


“지금.”


무수의 말을 끊은 조경이었다.


“쉽게 끝이 날 전쟁이 아닐 거란 개인적인 판단이네. 조정에서 충주로 향하는 신립대장군에게 북방기병대를 내주지 않은 모양이네. 왜 그런 명령이 떨어진 건지, 왜 하필 충주여야만 하는 건지는 이해가 안가네만 이러한 일련의 모습을 보건데 장기적으로 보고 있지 않나 싶네. 따라서 자네 같은 인물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게 짐의 개인적인 생각이네.”


차포가 빠진 상태의 신립이라고? 정보에 의하면 적은 병력이라도 함께한다고 했다.


그런데 왜지?


더군다나 병력을 몰아세워 놈들을 밀어내 지지 선을 구축해야 되는 맞는데 이건 뭔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거다.


더군다나 장기전은 있을 수 없는 말이다.


놈들이 점령하고 있는 한 이 땅의 모든 것들이 그들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고 폐허가 될게 뻔한 상황이다.


힘없는 백성들은 지옥 보다 더한 불구덩이에서 몸부림이 쳐야했다.


무수의 일그러진 표정을 읽은 조경이 입을 다시 열었다.


“현철이가 그러더군. 아하, 왕실근위대 조현철 대장, 내 조카이기도 하지, 자네가 신립과 연이 있다고 하더군, 아마도 최측근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정확한 정보일걸세. 그리고 또 하나···.”


눈빛이 흔들렸다.


설마 하는 표정이었고, 사약을 입에 한가득 품은 표정을 지은 조경 이었다.


“파천이 논의 되고 있다는 소식이네.”


“그런 말도 안 되는···.”


차라리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었으면 먹었지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러면 안 될 말이다.


하늘같은 왕이 자기 집을 버린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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