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일반소설

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5,689
추천수 :
105
글자수 :
253,130

작성
21.10.06 09:17
조회
84
추천
1
글자
12쪽

제 6 장 진주성

DUMMY

자리에 앉은 아리가 선혜를 잡아끌어 자리에 앉게 하고는 고기를 한 점 집어 들어 입에 넣고는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는 이렇게 된 이상 그 손 놓지 말고 둘이 합쳐. 삼촌다운 고백이야. 막말로 그 동안 마음 고생시켰으면 받아 줄때도 됐잖아. 삼촌만한 사람 조선바닥에 몇 없다고, 그치 선혜야?”


눈치만 보고 있던 선혜에게 고기를 돌돌 말아 입에 넣어주던 아리의 말에 입가에 옅은 미소가 배어나오던 담이었다.


“그라지, 그라지. 아리가 시방 바른말 해불고 말이여. 고기 좀 더 궈 줄라니까 쪼까 귀둘러 보랑께.”


움켜쥐고 있던 손을 놓고는 몸을 돌려 고기를 판에 올려놓던 담이었다.


식어버린 고기를 입에 우겨 넣던 아리, 이영민과 선혜가 조용히 시선을 마주치며 눈짓을 교환하고 있었다.


끄덕여진 머리였다.


딸이 승낙한 거고, 고맙다는 어머니의 긍정에 끄덕임이었다.


“시방 그라고 봉께···.”


고기를 굽던 담이가 하던 일을 멈추고는 몸을 돌렸다.


“이라면 족보가 요상하게 꼬여 분거 아녀?”


“복잡할 게 뭐있어. 여기 어머니가 장모님, 삼촌이 장인어른, 선혜는 내 마누라. 삼촌! 고기! 고기 탄다고.”


“듣고 봉께 간단해 불구먼.”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돌려 고기를 뒤집던 담이에 동작이 다시 멈췄고 몸을 돌렸다.


“그라면 무수도련님은 시방 워째되는겨?”


“뭐긴 뭐겠어. 사돈이지.”


말을 마친 아리가 순간 동작을 멈췄고, 머리를 들자 넷의 시선이 교차되며 갑자기 싸늘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제 6 장 진주성




부산에 도착해서 한양까지 20일 만에 돌파한 왜놈들이 부산에서 진주까지 오는데 12일이나 걸렸다.


중간 중간 조선의 관군과 합세한 의병에 거센 저항에 꽤나 애를 먹고 있던 상황이었다.


곤양에서의 활약에 상주판관으로 승진한 무수는 호남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자 진주로 향한다는 왜놈들의 소식에 길목을 지켜 미리 매복했고 놈들의 진격속도를 늦추며 치열한 전투를 벌여온 무수일행이었다.


삼백에 달하는 인원, 놈들과의 전투는 활에 의한 치고 빠지는 전투라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눈앞에 보이는 3만에 달하는 왜놈들이 끝이 보이지 않고 빼곡하게 산 하나를 전부 덮고 있었다.


진주성을 기준으로 동쪽에 자리 잡고 있던 왜놈들이 북쪽에 해자를 흙으로 덮고 있었고 그 앞을 조총부대가 철가면을 뒤집어 쓴 채 위협적인 모습으로 경계를 서고 있었다.


성 안에 본진병력이 약 3800명, 외각에 모인 인원이 관군과 의병 합쳐서 도합 3000명이다.


외곽에 있는 병력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맞상대 할 수 없는 열악한 병력에 성안 이었다.


결연한 의지가 깃든 성문은 그 누구도 열지 못하게 굳게 닫혀 있었다.


서쪽 절벽 끝에 자리 잡고 있던 무수였다.


한참을 놈들의 움직임을 살피던 무수가 몸을 돌려세웠고 주위를 살피자 대원들이 모여들었고 시선이 뭉쳐졌다.


“지치고 힘들다는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저 성, 저 안에 누군가에게는 가족이고, 동료고, 친구다. 더 넓게 본다면 우리 조선의 백성들이 왜놈들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아마도 피가 마르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좀 더 힘을 내야한다. 나를 믿고 동료를 믿어라. 한 시진 정도 후에 출발한다.”


말을 마친 무수가 마른세수를 하며 노함에게 몸을 돌려 나아갔다.


피곤한 거다.


벌써 닷새째다.


이동거리만 백리가 훌쩍 넘었고 전투만 십여 차례가 넘었다.


날선 긴장이 풀어진 지금 눈꺼풀이 천근만근인 상황이었다.


임시 막사로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기자, 힐끗 무수를 쳐다보던 노함이 탁자위에 수북한 쌓여져 있는 서류들과 씨름하며 펼쳐진 지형도에 뭔가를 연신 적어대고 있다가 무수가 자리에 앉자 입을 연 노함이었다.


“좀 쉬었으면 하는데.”


“저 보다 어르신이 붓을 놓으셔야 되겠습니다.”


“내가 손 놓으면 고스란히 자네가 해야 될 걸세.”


맞는 소리다.


시시각각 들어오는 정보 추려야 했고 내보내야 한다.


수많은 전장에서의 경험, 명석한 두뇌, 빠른 대처, 눈에 보이지 않은 가상의 밑그림을 그려야 했고, 모든 걸 꿰뚫어 봐야 했다.


직접 전투에 나가 있는 무수가 하기 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 노함이 적임자고 해야만 했다.


“하라면 해야죠.”


서류를 집어든 무수가 손을 거들고 있었다.


“놔두시게, 괜한 일 만들지 말고.”


노함에 말에 그렇지 않아도 놓을 참이었다.


집어든 서류에 글자가 흐릿해보였다.


본다고 한들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고스란히 서류를 탁자에 올려놓고는 의자에 몸을 기댄 무수였다.


눈을 감았다.


성에 들어갔어야 했다.


어머님이 끓여 주던 된장국이 생각났고, 조잘거리는 은아가 생각났다.


물론 성안에 은아는 없지만 말이다.


돌아가신 아버님도 생각났다.


무인의 길을 걷지 말라는 말씀, 왜 그러셨는지 이해가 갔다.


사람을 죽여야 된다는 거, 격한 피비린내, 거친 남자들의 찌든 땀 냄새, 죽어가는 동료들···.


머리가 천천히 떨궈지던 무수였다.



사사삭, 사사삭.


진주성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텅 빈 민가에 문짝을 뜯어내고 기둥을 뽑으며 무너져간 더미에서 쓸 만한 것들을 모조리 들고 가던 왜놈들이었다.


바지런을 떠는 군인들에 앞서서 서슬 퍼런 눈빛을 하며 경계를 보는 조총병들 앞으로 검은 무복의 무리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끼이익.


활을 재는 작은 속삼임.


피슝, 퍽.


선두의 화살이 놈의 울대에 정확히 꽂히며 뒤로 넘어가는 머리를 확인한 나머지 병사들이 일제히 활을 쏘기 시작했다.


피슈슈슛.


퍽, 퍽, 퍽, 퍽.


연달아 쓰러지는 섞은 통나무들이 바닥에 쓰러지기 무섭게 옆으로 빠르게 달려가다 자세를 잡은 또 다른 무리들이 활을 재기 시작했다.


비명소리에 달려드는 조총을 든 왜놈들에게 먹잇감을 찾아간 화살들이 놈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민가 쪽에서도 놈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춘호가 이끄는 궁사들이 시작을 알렸고, 무수가 이끄는 근접전에 능한 병사들이 민가 쪽이었다.


스컹, 스컹.


무수의 월도가 돌아가며 한 놈, 한 놈 제거해 나가자 옆에서 무식하게 생긴 도끼를 들고 놈들을 찍어내던 담이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급히 대항하는 왜놈들이 양손에서 춤을 추는 날카로운 도끼에 방어한번 못해보고 픽픽 넘어가고 있었다.


간혹 나타난 조총병들은 아리와 윤수증의 석궁에 바닥을 기어야만 했다.


타당탕.


기습적으로 요란하게 울리는 총소리, 기둥에 몸을 박았고, 등을 돌려 등패에 몸을 숨긴 무수였다.


등에서 울리는 둔탁한 기분 나쁜 충격이 몸에서 울리고 있었다.


피슝. 피슝.


춘호였다.


지근거리에서 엄호를 해주며 무수에게 향해있던 총구들을 정리하자 다시 튀어나오는 무수가 쏜살같이 몸을 날려 남은 놈들을 베어나가고 있었다.


이런 게 호흡이다.


말은 안한다.


그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뿐이고 집중을 하며 전장에 흐름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과 동료, 그리고 모든 것을 위해서 말이다.


신립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핑하고 눈시울이 붉어진 무수였다.


이런 걸 가르치려고 벌판을 내몰았고.


서걱, 서걱.


이런 걸 애송이가 배우라고 수많은 작전을 펼쳤으며,


서거덕, 서거덕.


이렇게 깨우치라고 아무 말 없이 가신 거다.


“으아아아악.”


왜놈의 목을 날렸고 괴성을 지르며 몸을 돌린 무수, 뒤이어 들리는 휘파람 소리에 대원들이 빠른 동작으로 뒤를 돌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뒤돌아 가던 무수가 대원들을 이탈했고 갑자기 민가로 들어갔다.


뒤이어 숲에서 내려온 춘호와 영수가 무수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나머지 대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약속된 행동이었다.


민가로 들어간 무수가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왜놈의 옷을 벗겨 주섬주섬 입어대자, 춘호와 박영영수도 빠르게 달려와 같은 행동을 하고는 조총을 집어 들었다.


놈들의 쓰고 있던 괴상한 투구를 머리에 얹으려 한 무수를 제지하던 춘호가 단도를 집어 들고는 자신의 머리위에 칼을 들이댔다.


“왜놈 말 못해도 상관없는데 이 상투는 위험해. 어쩔 수 없어.”


싹뚝.


흐트러진 머리카락, 던져진 상투머리였다.


손바닥에 침을 퉤 하고 뱉어 낸 춘호가 머리카락을 두상에 착 달라붙게 만들고는 손을 뻗어 무수의 상투를 잡아들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춘호였다.


“기왕 할 거면 빨리해, 놈들이 온다.”


내키지 않은 무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주보고 있던 박영수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의 변발머리를 툭 하고 건들고 있었다.


비겁한 새끼 자신은 안 잘라도 된다는 거다.


싹뚝.


베어져 나간 상투머리, 단도를 받아 들고는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본 무수였다.


백정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분간 두건을 쓰고 다녀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는 투구를 머리에 썼고 왜놈들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몰려오는 왜놈들을 확인한 박영수가 다급한 표정으로 손짓을 하며 조선병사들이 도망간 곳을 가리키자 춘호가 왜놈말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더니 쏜살같이 달려 나가던 왜놈들이었다.


진짜로 조선병사들이 뛰어 간곳을 가리키던 박영수, 춘호가 급하게 여러 방향으로 갈렸다는 말에 병력을 분산하며 나가던 왜놈들이었다.


황당하다는 듯 노려보며 이를 갈고 있는 무수의 모습을 힐긋 쳐다보던 박영수가 몸을 움찔거렸다.



진주성을 동쪽, 그리 많지 않은 인원으로 왜놈들이 첫 번째 공격을 시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어떤 형태로의 공격이 최선인가를 확인하는 막바지 작업인 듯 보였다.


왜놈 본진에 깊숙한 곳까지 수레를 밀며 들어간 무수, 엄청난 규모에 대군에 놀라고 있었다.


드넓던 북쪽 저수지가 반쯤은 잠겨 있었고, 숲에서 베어온 나무들과 대나무 그리고 민가를 이 잡듯 뒤져서 가져온 가재도구들을 한쪽에서 쌓아올려 놓고 있었다.


한 쪽에는 죽대(사다리)가 쌓여져있었다.


게다가 죽대를 서로 이어서 3층이 훌쩍 넘게 만들고 있던 수많은 병사들이었다.


또한 동쪽 한 쪽 편에 산 하나를 깎아 놓았나 싶을 정도로 넓고 높게 둔덕을 만들고 있는 모양새가 성벽 높이 정도의 둔덕에서의 공격을 예상케 했다.


이 많은 인원들이 쉴 틈 없이 일을 하는데 그 보다 더한 인원들이 뒤쪽, 옆쪽, 저 너머 산 뒤에도 수북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병력이었다.


성 안에 있는 병력이 3800명이다.


바위가 계란은 덮치고 있는 격이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진주성방향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성문은 토사를 가마니에 잔뜩 담아 그 어떤 충격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게 촘촘히 쌓아 올렸고, 수거된 가마솥을 여러 곳에 펼쳐 물과 기름을 끓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성벽위에는 화포가 준비되어 있고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은 화살과, 죽창과, 그리고 돌을 잔득 쌓아 놓고 있었다.


빗발치는 총탄 세례에 몸을 웅크려있던 김시민의 수신호가 떨어졌다.


거리를 재며 뒤쪽에 뭉쳐있던 궁사들이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 올린 화살들이 장관을 자아내며 정확하게 놈들이 뭉쳐있던 곳으로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피수수숫수숫숫수수.

퍼엉.


뒤이어 발사된 화포가 일제히 커다란 굉음을 내고 있었다.


큼지막한 방패로 도움을 받고 있던 조총병들에게 쏟아져 내린 화살이 내리꽂기 직전에 날아든 포탄에 방패들이 무력해졌고, 그 사이를 비집고 강렬한 기세로 뚫고 들어가는 화살이 놈들의 몸통 여기저기를 꿰뚫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공격, 후퇴하는 놈들의 병력이 거의 없다시피 초토화 되어있었다.


김시민의 끈질긴 인내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꽁무니를 빼는 놈들을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던 김시민이 한숨 돌리고 있었다.


놈들의 추가병력이 뒷짐만 지고 있던 상황, 그렇다면 간을 보러온 놈이라고 판단이 섰다.


움츠려 있었고 어느 정도 놈들이 총탄을 소비하기를 기다리다 단 한 번에 기선을 제압해야만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공지입니다. 21.10.20 72 0 -
공지 참고하고 읽어 주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21.09.18 140 0 -
48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7) 21.10.20 77 3 10쪽
47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6) 21.10.19 48 1 11쪽
46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5) 21.10.18 48 1 12쪽
45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4) 21.10.16 58 1 12쪽
44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3) 21.10.15 57 1 12쪽
43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2) 21.10.14 54 1 12쪽
42 제 8 장 남겨진 은장도 21.10.13 64 1 13쪽
41 제 7 장 운명(6) 21.10.13 66 2 12쪽
40 제 7 장 운명(5) 21.10.12 60 2 12쪽
39 제 7 장 운명(4) 21.10.12 60 3 12쪽
38 제 7 장 운명(3) 21.10.11 68 2 12쪽
37 제 7 장 운명(2) +1 21.10.11 62 3 12쪽
36 제 7 장 운명 21.10.08 68 2 12쪽
35 제 6 장 진주성(5) 21.10.08 69 2 12쪽
34 제 6 장 진주성(4) 21.10.07 64 2 12쪽
33 제 6 장 진주성(3) 21.10.07 65 2 12쪽
32 제 6 장 진주성(2) 21.10.06 73 2 12쪽
» 제 6 장 진주성 21.10.06 85 1 12쪽
30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4) 21.10.05 91 3 12쪽
29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3) 21.10.05 77 2 12쪽
28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2) 21.10.04 84 2 12쪽
27 제 5 장 일어서는 조선 21.10.04 83 2 12쪽
26 제 4장 단기필마(5) 21.10.02 86 2 12쪽
25 제 4장 단기필마(4) 21.10.02 86 2 12쪽
24 제 4장 단기필마(3) 21.10.01 84 2 12쪽
23 제 4장 단기필마(2) 21.10.01 90 2 12쪽
22 제4장 단기필마 21.09.30 90 2 12쪽
21 제3장 귀신을 보는자(9) 21.09.30 89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