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401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26 11:30
조회
220
추천
7
글자
13쪽

(57) 나쁜 놈들의 공통점

DUMMY

동서고금을 막론한 나쁜 놈들의 공통점.

그건 바로 하지 말라는 건 기를 쓰고 더 하려고 한다는 거다.

그게 죽으로 가는 길인걸 알면서도 죽자고 간다.


바아아아~!


멕라렌 한 대가 굉음을 울리며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우하하! 와하하하!”


광인의 미소와 다를 바 없는 그것을 얼굴에 띄고 있는 운전자는 이미 알피엠이 가파르게 솟구치고 있음에도 미친 듯이 엑셀을 밟아댔다.


“오빠, 차 터져! 좀 살살 밟아!”

“괜찮아 바보야! 이런 차는 이렇게 밟아줘야 제 맛이라고!”

“차차! 앞에 차 막혀 있잖아!”

“괜찮아! 오빠가 오늘 홍해가 갈라지듯 차들 갈라지는 거 보여준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클락션을 계속 눌러댔다.

그러면서도 속도는 전혀 줄이지 않고 오히려 높여가고 있었다.

뻥 뚫려 있던 도로였지만 어느새 그런 한산함은 끝났고, 불과 백 미터 전방에 차들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멈춰서 있었다.


“비켜! 비키라고 이것들아!”


반복되는 멕라렌의 경적소리와 멕라렌의 배기음에도 멈춰서 있는 차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직 신호가 바뀌지 않아서였다.

멈추지 않는 건 단 하나. 양아치가 몰고 있는 멕라렌 한 대뿐이었다.


쿠콰쾅!


결국 멕라렌은 앞선 차를 들이받아 버렸다.

죽기는 싫었는지 냅다 들이 받은 건 아니었고 앞차를 피하듯이 대각으로 치고 지나간 상태.

하지만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차는 멕라렌에 받힌 후 저만치 날아갔다.


“오, 오빠!”


멕라렌은 비싼 몸값을 자랑하듯 운전자의 안전을 완벽하게 지켜줬다.

여자는 놀라서 남자를 만류했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닌 남자는 거기서 끝낼 표정이 아니었다.


“오빠 안 돼!”


필사적으로 말리는 여자.

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그런 반응이 오히려 더 하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저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호오! 짭새. 이렇게 빨리 왔다고?”


갑자기 나타난 순찰차, 그리고 조금 전 벌어진 사고현장을 무시하고 남자는 핸들을 잽싸게 돌리며 엑셀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었다.



###



“과속과 음주운전 단속건수가 늘었네요?”


차량결함은 제조사와 대책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했고, 도로교통법이나 주정차 관련 법안도 급하게나마 일부 통과시켰다.

통과시킨 법안 중에는 당연히 음주와 과속에 대한 기존보다 몇 배는 엄중한 처벌도 포함돼 있었다.


“정말 한번 말 안 듣는 자식은 끝까지 속을 썩인다더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입니다. 개과천선은 정말 이제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죠.”


어젯밤 국내 재계 50위권의 재벌 3세가 서울 광남 한복판에서 고급 스포츠카를 끌고 광란의 질주를 하다가 엄청난 피해를 냈다.


“피해자들은요?”

“사고 자체가 엄청난 건 아니어서 일차 추돌 때 피해자는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습니다. 그리 심한 부상은 아니구요.”

“경찰관이 엄청 다쳤다면서요?”


졸지에 눈앞에서 남의 차를 받아놓고 도망치려던 범죄자를 마주한 경찰.

어딜 가나 신입은 의욕에 넘치나보다.

아직 시보인 순경 한명이 그놈을 잡겠다며 달려들었다가 중상을 입었다.


“휴... 재산과 소득에 따라 누진제를 적용하는 게 아니라 그런 놈들은 사형을 때렸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살려고 발악을 하겠죠. 이미 현행범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와서 데려 갔답니다.”


변호사법에 나오는 기본 의무중 하나가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는 거라고 하는데...

그런 개망니의 인권도 보호를 해줘야 하나 싶다.


“곧 명절 앞두고 있어서 고향에 벌초 다녀오다가 음주 단속당한 사람도 많아요.”

“아... 그 사람들.”


딱 떠오르는 그림 하나.

몇 시간에 걸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조부모나 부모의 묘를 깨끗하게 벌초한 후 그 앞에 돗자리나 신문지를 깔고 앉아서 생김치에 마시는 막걸리.


“생각만 해도 꿀맛이네요.”


벌초를 해본적은 없지만 상상이 되는 건 왜일까.

땀 흘리고 먹는 생김치에 막걸리가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에 소주와 비교가 될까.

어쨌든 벌초 후 가볍게 한잔 정도는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그러고 나서 운전대를 잡는다는 거지.’


묘가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는 시골 사람들이야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도시에서 단지 벌초 때문에 내려온 경우다.

불시 음주 단속에 걸리면 벌초 끝내고 막걸리 딱 한잔 마셨다고 핑계 대는 사람들이다.


‘그럴 거면 길게 잡고 하루 자고 가면 될 것을. 그것도 아니면 몇 시간이라도 자고 가면 될 것을.’


내 표정을 읽은 비서실장이 예상했던 것과 똑같은 답변을 내놓는다.


“조상님 묘 벌초 끝내고 막걸리 따악 한잔 마셨는데 이렇게 잡아버리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네요.”

“조상님 묘 벌초까지 끝내고 명절 준비하는 사람들이 되려 조상님 욕 먹일 짓을 하고 앉았네요.”


대낮부터 음주단속을 하는 것보다는 야간에 하는 단속이 많다.

최근 자동변속기 면허 소지자 단속 때문에 검문이 엄청나게 강화됐지만 경찰들은 시킨 것만 하니까.

면허증 조회와 그에 맞는 매뉴얼을 지시하면 그것만 한다.

음주단속까지는 잘 하지 않는다.

대놓고 병나발을 불고 있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그리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손을 보셔야 할 곳이 있습니다.”

“음주운전 관련으로요? 뭔데요? 어디를요?”

“광남구 일대입니다. 담청동, 형농동, 산사동쪽까지요. 이중에서는 담청동쪽이 비중이 많이 높다고 봐야 되겠네요.”

“광남구?”

“네. 물론 음주운전이 동네를 가리지는 않죠. 하지만 이곳은 좀 특이한 경우입니다.



###



담청동.


“아이고 삭신이야.”


담청동에 소재한 한 빌딩에서 주차 관리를 하고 있는 종훈은 오랜만에 뛰어 다닌 바람에 땀을 한바가지 흘린 상태였다.

매일 걷기만 하다 뛰었더니 다리는 물론이고 온몸이 긴장을 했던 탓에 온몸 근육이 말썽을 일으켰다.


“민욱아. 너 이따가 저 자식들 나갈 때 진짜 조심해야 된다.”


데리고 있는 직원인 민욱에게 종훈은 아주 신신당부를 하듯 말했다.


“왜요?”

“저번이랑 같은 회사야.”

“같은 회사요?”


종훈이 주차관리를 하고 있는 이 빌딩에는 일층에 유명한 이자카야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솜씨 좋다고 소문나서 연예인등 셀럽은 물론이고 재벌이나 정치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었다.


“응. 저번에 초저녁부터 제약회사 영업사원들 회식 했다가 아작 났잖아. 기억 안나?”

“글쎄요...”

“들어올 때는 차를 전부다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한 대씩, 두 대씩 들어와서 별 문제 없었지만 들어올 때는 서른 몇 대가 한 번에 다 나갔지 않냐.”

“아! 그때! 그 회사라구요?”


민욱은 드디어 기억난 듯 소리쳤다.

주차가 주 업무인 이들에게 한 번의 동시에 여러 대가 출차 하는 건 가장 싫어하는 상황.

그것도 서른 몇 대 동시 출차는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때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때 나 벌금 맞았다. 어떤 차주한테는 보상도 나갔어. 니미 한 대에 삼천 원 버는 데 무슨 보상금으로 몇 백이냐. 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오늘은 무조건 차량 보관증 확인하고 절대 대리 안 오면 키 주지 말자고.”


종훈은 민욱에게 다시 한 번 신신당부를 했다.

그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알겠습니다. 조심할께요.”


광남구 일대는 어딜 가든 ‘발렛’, 으로 불리는 대리주차 시스템이 잘 돼있다.

그래서 술을 마시러 오면서도 죄다 차를 운전해서 온다.

당연히 나갈 때는 대리 운전자가 있어야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그런데 설마 오늘도 그날처럼 그렇지는 않겠죠?”


저번에 그날따라 유독 대리기사 잡기가 힘들었다.

호출하면 길어야 십분 정도면 오던 대리기사가 그날따라 삼십분이 넘도록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사람은 차를 놔두고 가고 어떤 사람은 본인이 운전을 해서 가버렸다.


“그날처럼 대리 안 잡히더라도 절대 내가 말한 조건 안 채워지면 키 주면 안 돼. 차안에서 잠깐 기다리건 잠을 자건 절대 안 된다? 알았지?”


본인은 잠시 차에 들어가서 대리를 기다리겠다고는 해도 그러다가 술이 좀 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나, 대리 기사가 너무 안 오면 어느새 운전대를 잡는다. 기다리기 귀찮다는 이유로.



몇 시간 후.


“대리 왔어요?”

“지금 오고 있대요.”

“기사 오면 키 드릴께요.”

“술이 너무 많이 취해서 그러는데 차에 좀 앉아 있을게요. 키만 좀 주세요.”

“안됩니다.”


종훈은 이제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고 있었다.

민욱과 약속한대로 누구에게도 키를 아직 내주니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취객과 실랑이를 해야 했다.


“발렛 티켓은 확인하셨잖아요. 내가 차 주인 맞다니까요?”

“알겠는데 대리 안 오면 못 드려요.”

“대리 불렀다니까요,”

“그러니까 오면 드린다니까.”

“씨발! 뭐 이런게 다 있어!”


그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약속이라도 했는지 입장 한시간만에 만취가 돼 나와선 차키 달라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이어서 그렇다는 걸 종훈은 이 사람들을 보며 처음 알게 됐다.


“야 씨발! 민욱아 그냥 줘버리자! 도저히 못 보고 있겠다.”


사람상대 중에 가장 피곤하고 힘든 상대가 취객 상대다.

종훈은 다짐 또 다짐을 했지만 끝내 한시간만에 두 손 들어버렸다.


“괜찮을까요?”

“몰라 나도! 혹시 무슨 일 생겨서 클레임 걸리면 나도 이 짓 접든가 해야 되겠다. 이놈들만 보면 이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니까.”


어느새 불출된 차키들.

약속이나 한 듯이 차에 오른다.

물론 그 와중에는 얌전히 보조석에 앉아 대리운전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몇뿐이었고 대부분은 비틀거리며 차를 몰고 사라졌다.

말 그대로 갈지자로 운전을 해가면서.



###



국립 경찰 병원.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추돌사고 가해자를 쫓다가 크게 다친 순경 시보를 격려하러 온 참이었다.


“아이고! 제발 좀 누워 있어요! 이러면 내가 괜히 온 거 같잖아.”

“괘 괜찮... 윽!”


다행히 사경을 해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리와 양쪽다리와 한쪽 팔에 한 깁스는 누가 봐도 중상이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왔다고 누워있을 수는 없다고 무리를 한다.


“거봐! 그냥 누워 있으라고! 이건 명령입니다.”


살면서 대통령을 실제로 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통령은커녕 자신이 사는 곳의 시장이나 군수도 그렇지 않나.

그래서 대통령씩이나 되는 내가 한 번씩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러 찾아가주면 그렇게들 좋아하고 힘을 얻는다.


“안정만 취하세요. 일단은 회복이 우선입니다. 가해자는 지금 잡아넣으라고 지시를 단단히 해뒀으니까 걱정 말구요.”

“일차 피해자는... 그 사람들은 괜찮습니까?”

“다치기는 본인이 더 많이 다쳤어요. 그러게 그렇게 위험하게 달리는 차에 거기가 감히 어디라고 매달려서 쫓아갈 생각을 합니까?”

“저는 그냥 배운대로...”

“경찰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쳤다구요? 어허... 이거 청장님을 한번 뵈어야...”

“아닙니다! 그렇게 가르쳤다는게 아니...”

“무슨 말인지 다 압니다. 하지만 다음부터 그렇게 위험한 상황일 때는 무조건 지원 요청해서 함께 대응하세요.”


물론 모든 현장 사고 상황이 지원이 올 때까지 기다릴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다는 걸 잘 안다.

말 그대로 ‘사건’ 인만큼 대부분은 다급한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경찰의 안전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안 생기도록 하려면... 일단은 인력을 보충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경찰 인력 증원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순경 시보가 입원해 있는 병실을 빠져나왔다.

이정도면 된다.

대통령씩이나 돼서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그것도 실례다.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광남 경찰서에도 한번 들러야 될 것 같습니다.”

“예정에 없던 거 아닙니까?”

“예정에 없이... 대형 사고가 나서 지금 광남 경찰서 아수라장이라고 하네요.”

“대형사고요?”

“네. 회식을 마치고 나오던 음주 운전자 이십 여명과 근처에서 폭주를 뛰던 수퍼카 동호회가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60) 음주운전 원아웃 23.11.28 221 6 12쪽
60 (59) 검찰놀이 23.11.27 218 7 11쪽
59 (58)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 23.11.26 215 6 12쪽
» (57) 나쁜 놈들의 공통점 23.11.26 221 7 13쪽
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8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4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5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7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3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7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4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3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2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5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9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20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1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4 9 11쪽
32 (31) 도움이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23.11.14 376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