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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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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86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8 08:30
조회
318
추천
9
글자
13쪽

(39) 눈먼 돈 찾아오기

DUMMY

순간 길게 정적이 흘렀다.


‘권위에 도전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


너무 세게 나가니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

사실 대통령이라고 해도 국회의원이 누리는 온갖 특권을 마음대로 주고 뺏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지금 내가 한말에 대한 실행의지가 이만큼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어허...”

“쯧쯧쯧...”

“크흠...”


한마디를 더했다.


“연봉도 반으로 깎으시죠. 아니다. 그냥 최저시급으로 하고 나머지는 성과를 판단해서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요? 어차피 의원 여러분 지금 하는 일도 거의 없으시잖아요?"

"지금 바쁜 사람 불러놓고 장난치시는 겁니까?"

"장난은요. 국민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제안을 하는 겁니다. 끼니 제대로 못 챙기는 아이들을 위해서 국회의원 전원이 특권 포기하고 연봉까지 반납해가며 민생을 챙긴다. 이 정도만 해도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걸요?"


사실이 그렇지 않나.

맨날 반대를 위한 정치.


"민생은 그렇게 챙기는 게 아니예요! 나랏일이 애들 장난인줄 아십니까?"

"그러면 어떻게 챙기는 겁니까?"


어디 한번 말들 해봐라 들어나 보자라는 자세로 난 그들을 쳐다봤다.


"일단 현장에 나가서 백성들 의견에 귀도 기울여보고..."


순간 귀를 의심했다.


'백성? 미친 거야?'


다행히 어이없는 말을 하는 바보는 한 명뿐... 인 것 같았으나.


"강의원님. 말씀을 조심하셔야 되겠어요. 백성이라니요. 21세기에 무슨 그런 망언을 하십니까. 평민이라고 하셨어야지요."


이쯤 되니 여기 앉아있는 국회의원들의 의식 수준을 알 것 같다.

어이가 없어서 바로 쏴붙였다.


"강의원님이나 지금 송의원님이나... 휴... 할 말이 없네요. 제 얼굴이 다 화끈거립니다. 국회의원이면 뭐가 다른 사람입니까? 꼭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 발언이네요."

"그래도 일반 국민들과 똑같을 수는 없지요."

"허... 뭐가 그렇게 다릅니까? 다음 선거 때 떨어지셔도 그런 말이 쉽게 나올까요?"

"말씀을 가려서 하시는 게... 아무리 대통령이시지만 우리는 국회의원들입니다. 조선시대로 따지면 조정 대신 같은 사람들이예요."

"말씀 잘 하셨네. 의원들이 대신이면 난 뭐 임금입니까. 말 그대로 하면 그렇겠네요.“


여기저기서 불쾌함을 드러내는 헛기침 소리가 들린다.

쐐기를 박듯 한마디 했다.


"맞잖아요 임금."

"..."

"그러니까 제발 닥치세요."



###



대통령 집무실 밖.


"저러셔도 정말 괜찮은 걸까요? 그래도 상대가 국회 절대 다수인 야당 의원들인데요."


강제규 의전비서관은 대통령 집무실 밖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불안해? 아직도 대통령님 스타일에 적응이 안 되는 거야?"

"안타깝게도 그렇네요. 휴... 전 아무래도 큰일을 할 사람은 못 되나 봐요. 이렇게 담이 작아서야..."

"알아서 잘 하실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

"비서실장님은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 하신 건데요. 저러다가 국회동의 못 얻어서 법안 통과 못되면 진짜 어쩌시려고 저러시는 건지."

"그러면 국회의원들을 싹 갈아치우면 되겠지?"

"안될걸요. 대통령님 편이 아무도 없잖아요."

"편은 만들면 되고."

"정말 참 쉽게 말씀하신다. 그나저나 예산 마련은 어떻게 마련하시려나요."

"깜짝 놀랄 거다 아마."

"네? 설마 멱살이라도 잡으시려는 건..."

"필요하다면?"

"..."

"아마 쓸데없이 나가는 돈 전부 긁어 모으실 거 같아. 때만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나가던 돈들이 타겟이 될 거다."



###



본격적인 예산 회의.

대화가 아니라 거의 싸움이었지만 의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거 뭡니까? 충남도지사실에 보디프렌즈요? 이게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그 안마기 브랜드... 를 말하는 건 아니겠죠?"


시군청은 물론이고 구청이나 도지사실까지 회계 내용을 모조리 뜯어봤다.


"야근이 연일 이어지고 그러다보니 집에 갈 시간에 안마 한번 시원하게 받고 업무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럴 정도로 일이 많은지는 몰랐네요. 제가 취임하고 나서 충남도에 뭘 많이 시킨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저희 충남도가 원래 일이 좀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충남도에 근무하는 다를 공무원들도 일인 일 보디프렌즈인겁니까?"

"그건..."

"아니란 말씀이네요? 그럼 지사님 혼자 이런 고가의 안마기를 그것도 개인 집무실에 전용으로 갖다 놨다 그 말씀인 거네요?"

"..."

"그것도 특권입니다. 이거 한 대당 비싸면 수백만 원 쯤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돌려쓰도록 하겠습니다."

"돌려쓰긴 뭘 돌려씁니까."


다음은 경남에 위치한 삼천시청이었다.


"이건 또 뭡니까? 학교 개축비용이요? 그것도 삼백억?"

"워낙에 노후된 건물이라..."

"무너질 정도입니까?"

"... 네?"

"비가 새고 바람이 들어오는 수준인가요? 최소한 벽에 금이라도 가서 개축을 한다는 거겠죠?"

"..."

"응? 그런데 여기 사립이네요? 이 학교 꽤 오래전부터 인조잔디 축구장에 기숙사에 실내 체육관까지. 시청과 도,교육청까지 나서서 지원을 그냥 아예 밀어줬네요."

"..."

"이미 벌어진 건 할 수 없고... 개축은 보자... 아, 다행히 일 년 후 공사 착공 예정이군요."

"그렇습니다."


삼천시장의 힘 빠진 목소리.

아이들을 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건 어른이라면 당연히 부리고 싶은 욕심이다.


"급한 건 아니니까 공사 좀 미루시죠. 삼백 억이면 밥이 몇 끼입니까."

"미루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만..."

"문제가 뭐 있습니까?"

"이미 업체들에 공사비는 지불한 상황이다 보니..."

"일 년 후에 들어가는 공사의 대금을 벌써 줬다구요? 한두 푼도 아니고 삼백 억을요?"

"설계도 해야 되고 자재 값 자꾸 오르는데 미리 확보에 필요한 예산과..."

"휴... 하나만 물어볼께요. 밥을 굶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허물어지지도 않은 집 새로 지으시렵니까?"

"..."

"당장 돈 다시 받아오세요."


다음은 강원도.


"이건 뭡니까 또? 국방부 접대비?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네요?"

"..."

"접대면... 혹시 이상한 걸 접대하지는 않겠죠?"


어이없는 내용이 있지는 않기를 바라며 난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필승... 단란주점이네요?"


도청직원이 군부대 장성하게 단란주점에서 접대를 했다고?


"어디 변명 한번 들어볼까요?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면 관련자들 옷 벗을 각오하셔야 될 겁니다."


싸늘한 정적이 흐른다.

모가지가 여럿 날아가려나 보다.


"저기... 그건 하필이면 회의가 늦게 끝나서 근방에 식사할 때가 마땅치 않았구요. 그리고 그날도 훈련 끝나고 바로 오신 거라 도청 직원으로서 너무 죄송하다보니 술이라도 한잔 사드려야 될 것 같은 마음에."

"그래서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셨다? 단란주점에서?"

"저희 도청 직원의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고 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생각에서 그만..."

"이 회의를 국민이 다보는 앞에서 생방으로 진행을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성매매는 했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반주에 식사가 천만 원이 넘는데 그게 빠졌다구요?"

"성매매가 아니라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요새 매출도 많이 떨어진 것 같고 해서...“


묻지도 않은 죄가 술술 나오는군.


"어쨌든 어차피 예산은 책정돼있고. 한마디로 눈먼 돈이라 아는 가게에 퍼줬다는 거네요?"

"그 그게 아니라 대통령님...“


강원도지사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한다.


"음...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읍시다."

"..."

"식사하실 때요."

"네."

"다 벗고 있었습니까. 팬티는 입고 있었나요?"

"다 벗... 아니 그게 아니라...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벗..."


말을 하던 강원도지사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 자리에 누가 있었습니까?"

"그 그게..."

"혼자 다 책임지실 거라면 말씀 안하셔도 되구요."

"아닙니다. 저와 1* 사단장과 휘하에 있는 영관 급등 총 여섯 명이 있었습니다."


저런.

한마디에 바로 실토를 하다니.

그래봐야 책임을 나눠서 진다뿐이지 본인이 빠져 나갈 건덕지는 조금도 없어 보이는데.


"본의 아니게 범죄자 색출 현장이 돼버렸군요. 그럼 다음은..."



###



긴 회의가 일단 끝났다.

하지만 내일도 이어질 예정이다.


"임금 체불요?"

"네. 서울에 살고는 있지만 아버지는 조선소 현장 근로자인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업체가 결국 도산하여 돈을 못 받고 원청을 상대로 시위를 뿐이다가 오히려 경찰에 불법시위와 기타 다른 몇 가지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입니다."


무상 끼니 프로젝트 진행 중 애조 청와대로 민원을 접수한 또래 아이들의 사정이 뒤늦게 확인이 됐다.


"아이들 엄마는요?"

"집 나간지가 꽤 됐다고 하네요. 아이들 아빠가 원래 대기업 다니는 잘 나가는 회사원이었대요. 근데 정리해고 당했구요. 친구 따라 조선소 취업을 했던 건데..."

"아이고..."


무상끼니 건과는 별개로 이 아이들에게 보호자를 찾아줘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치소에 있는 아이아빠는 무슨 혐의로 잡혀 있는 건데요?"

"폭행과 특수 폭해, 그리고 산업스파이 혐의와 불법시위. 뭐 그 정도네요."

"많이 꼬였네요. 저 예전에 그런 노동자들 변호 몇 번 해봤는데 이번에도 사정이 겉에서 본거하고 많이 다르죠?"

"사업주가 일단 악덕 고용주였답니다. 툭하면 임금 체불은 일쑤였고, 그냥 체불도 아니고 툭하면 철야작업을 시키면서도 그 많은 월급을 떼먹은 적도 많다고 하네요."

"나쁜 놈이네."

"그리고 시워하다가 잡혀간 건 전 정권 때 일이었습니다. 전 정권 행안부 장관이 직접 경찰 두입 지시까지 내린 걸로 확인이 됐구요."


전 행안부 장관에 악덕 사업주에 무능한 경찰에. 많기도 하다.


"아이 아빠는 어느 구치소에 있답니까? 아니 그리고 전 정권때 벌어진 일인데 아직 구치소요?"

"김안 구치소입니다. 다행히 인권변호사가 변호를 만아서 항소를 하고 있어서 아직 구치소에 있는 상태인니다."

"다행이네요. 그나마 다행이예요. 아까 의원들 상대하느라 진이 빠졌는데 조금 힘이 생기는 기분입니다."

"진이 빠지셨어요? 아주 신나서 호통까지 치시는 것 같던데요."

"그건 그거고요. 원래 나쁜 놈들 상대하면 기가 빨리는 법이니까요."

"그렇긴 하죠."

"일단 그분 도와주고 있다는 변호사 좀 만나봅시다. 그리고 부도내고 나서 돈 떼먹고 잠적한 조선소 하청업체 사장 빨리 찾아보세요."



###



김안 구치소 접견실.


"변호사님 ."

"아이고 그새 얼굴이 반쪽이 되셨네요. 고생이 많으시죠?"

"아닙니다. 저보다는 변호사님이 고생이 많으시죠. 아무것도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는데 이렇게 변호를 해주시는데요. 더군다나 이길 확률도 없는 싸움에요."


권기훈은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집에 혼자 있을 아이들 걱정에 살이 빠져 반쪽이 된 얼굴은 어둡기까지 했다.


"그런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지..."


인권변호사.

타이틀은 폼나지만 그뿐인걸 너무 잘 안다.

그런데 늘 의욕만 왕성하고 기운 없던 얼굴에서 오늘은 생기가 느껴졌다.


"하하하! 그런가요? 좋은 일... 있죠. 앞으로는 계속 생길거구요."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어? 저만 좋은 게 아니예요. 권기훈씨 이제 힘내셔도 되겠습니다."

"..."

"엄청난 분이 도와주기로 하셨거든요."

"아..."


죽으란 법은 없는 건가.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는 생각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아이들 얼굴이었다.

끼익.

접견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애들 많이 보고 싶으셨죠?"


변호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아빠!"


밤마다 계속 생각나는 막내딸이었다.


"아빠..."


아직 열 살도 안 된 큰아들의 조금 주눅 든 얼굴이 뒤에 보였다.


"아... 너희가 여기에 어떻게..."


권기훈은 아들과 딸을 힘껏 안았다.


'어떻게 갑자기 이런 일이...'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정신을 차리려던 권기훈은 이어서 등장한 사람을 보고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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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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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 음주운전 원아웃 23.11.28 221 6 12쪽
60 (59) 검찰놀이 23.11.27 218 7 11쪽
59 (58)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 23.11.26 213 6 12쪽
58 (57) 나쁜 놈들의 공통점 23.11.26 220 7 13쪽
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7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3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5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6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3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6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3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1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9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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