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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375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9 16:30
조회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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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43) 꼭 필요한 것

DUMMY

‘정말 이상한 대통령이야.’


지지율을 얻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현직 관료들이나 다른 국회의원들과 매번 이렇게 싸움만 하는 대통령은 정말 처음 봤다.


“아셨죠? 봐서 아시겠지만 전 항상 반대하는 정책만 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지... 좀 여쭤 봐도 될까요?”


김희수 여성 가족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몰라서 물으시는 건 아니죠?”

“... 솔직한 말씀이 듣고 싶습니다. 무소속으로 대통령이 되셔서 지지기반이라고는 조금도 없으신 걸로 아는데... 적을 너무 많이 만드시면 좋지 않습니다.”

“그 말씀은 장관님도 제 적이란 말씀인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말을 아껴야 하는 걸까.

어차피 김희수 장관 역시 현 정권이나 야권에도 자기 세력이 없었다.

지금 관료들 중에서는 대통령만큼이나 외로운 처지였다.


“일단 물어보신 것에 대한 답변부터 드리죠.”



###



지금 있는 장관 중에 그나마 괜찮은 사람이다.


“아무도 안하지 않습니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겁니다.”


솔직한 답을 원해서 솔직하게 말했다.

뭐 그러지 않더라도 내 스타일상 이렇게밖에는 말을 못했겠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생필품 위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그전에 일단 열악한 주거환경이 우선이예요. 그래서 주택국에 미성년 미혼모의 현 거주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서 생활하기에 괜찮은 공공주택을 주선하도록 조치를 해뒀습니다.”

“...”

“엄마가 오롯이 아이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전혀 되지 못할 거예요. 물론 아이를 혼자 낳은 건 아니지만 굳이 책임을 따지면 엄마보다는 아빠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 것 같은데 보통 아빠는 나 몰라라 하죠. 분명히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현실이 그렇죠.”

“최소한 어린이집에 등원할 수 있을 만큼 클 때까지는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합니다. 한 살짜리 두 살짜리가 남의 손에 크는 건 제 생각에는 터무니없는 짓이예요. 아이의 정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또 여러 뉴스를 봐서 아시겠지만 잠재적인 위험요소도 있지 않습니까.”

“맞벌이를 해야 하니까요. 현실이 그렇... 아 죄송합니다.”

“장관님이 죄송할 건 없습니다. 질책이 아니라 의논을 하려고 오시라고 한 거예요.”


현직 장관 중에 안 된다, 못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계속 봤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괜찮은 사람이것 같다.


“앞으로 정책 개선을 할 겁니다. 육아휴직을 눈치안보고 쓸 수 있게 해주는 회사는 인센티브를 주든가, 재원이 허락하는 한 외벌이속에서 아이 키우는 게 가능하도록 세금이나 생활비 보조, 주거 환경 지원 같은 것도 계속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인가요? 아니면 지원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 장기적으로 갚아나가게끔 할 생각이신지.”

“오해를 하고 계시네요. 빌려주거나 투자를 하는 게 아니예요. 아,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하면 이해가 되긴 하네요.”

“...”

“아, 그리고 가족부에서 좀 고민을 해주셔야 될게 있는데요.”

“말씀하십시오.”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개방을 할 생각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선진국 같은 방식을 택하지는 않을 거구요. 물론 자격은 좀 따지긴 할 텐데, 받아들이기로 한 귀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재정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아.”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이다.

나야 예전부터 생각해뒀던 거라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 직속기구의 직원들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뉴욕이나 런던처럼 피부색 구분 없이 섞여 사는 세상이 와야 돼요. 우리나라 지금 초고령화 접어든 거 아실 테고, 인구를 늘리려면 출산 장려보다는 당장은 그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아직 우리는 생소하니 그런 상황이 정말 왔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 같고 대비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연구를 좀 하고 대책도 좀 미리 세워놔 주세요.”



###



대통령이 된 후 첫 경험을 하는 중이었다.


“와... 대단하네요.”

“그렇죠?”

“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니까 저렇게 유모차 끌고 시위를 나오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네요.”


미혼모에 관련한 정책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내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놓고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하네.”


기존 보육시설 점검차원에서 방문 중이었다.

잘 운영이 되고 있는 양호한 시설은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였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들하고는 싸워도 전혀 겁날게 없었는데. 시위라는 게 말로만 듣다가 직접 목격하니 좀 무섭네요.”


이해는 하지만 좀 안타깝다.

내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이어도 저렇게 자기 욕심만 차리는 모습을 보일까.


-미혼모 위주의 정책 절대 반대!

-미성년자 미혼모를 양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대통령은 각성하라!

-무분별한 섹스를 조장하는 대한민국은 바뀌어야 한다!


피켓의 문구들이 참 한심한 수준이다.


“그런데 웃기네요. 그렇게 반대하는 일만해도 저렇게 극렬한 반대는 없었는데 왜 저렇게까지.”

“미혼모도 달갑지 않게 보는 게 대한민국 사회입니다. 아빠가 없는 아이라고 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 싶은 눈으로 쳐다봐요. 그런데 아직 교복입고 다닐 나이의 아이들이 임신을 한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있는 겁니다.”

“공자와 맹자가 정말 여럿 망쳐놨어요.”


조선시대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 빼고는 정말 한 게 없는 나라다.

어쩌면 아직도 이렇게 뚜렷하게 유교스러운 정신이 사람들 인식에 뿌리깊이 박혀 있을까.


“물론 저렇지 않은 사람도 많기는 하겠지만. 일단은... 정말 보기 싫기는 하네요.”

“사전에 신고 된 시위라...”


당장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

나 자신이 역대 급으로 엉뚱한 대통령인데 저런 투정 정도는 너그럽게 봐줘야지.



###



청와대 영빈관.

중요한 손님이 왔다.


“‘차일드 앤 맘’ 의 대표 촬스 정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최태웅입니다.”


미혼모 관련 정책은 명분이 적당하므로 해외에서 활동을 하는 이름 있는 단체를 등에 업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게 비서실장의 말이었다.


“전부터 꼭 뵙고 싶었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다구요?”

“우리 비서실장님이 능력이 좋으시네요.”


촬스 정은 모르겠지만 단체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비서실장이었다.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요?”

“저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것과 비슷한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 그 말씀은...”

“최소한 아이가 갓난 상태에서 일어서서 걸어 다니고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때까지는 양육과 관련한 백퍼센트 지원이 원칙입니다.”

“좋네요.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 도 지원중인 나라가 있나요?”

“아닙니다. 한국이 처음입니다. 저도 다른 일을 하다가 이런 단체가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됐거든요. 대표 명함을 박은지가 얼마 안 됩니다.”

“어쨌든 기대가 많이 됩니다.”


이로써 미혼모 지원에 대한 반발은 쏙 들어갈 것이다.

정부 지원이 아니라 해외 유수 단체의 지원으로 바뀐 셈이니까.



###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할 때까지는 무상으로 그 후부터는 십오만 원 정도로 진행하는 게 좋겠습니다.”

“십오만 원요?”

“네, 그 정도는 해야 그래도 스스로 벌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쓸데없이 빚지는 마음이 안 생길 겁니다. 당연한 복진데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되죠.”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입주한 곳으로 생필품 지원은 완료가 됐나요?”

“네. 말 그대로 음식이건, 음식이외의 용품이건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들로 가득채운 상자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배송할 예정입니다. 물론 애기 육아에 관련된 용품도 당연히 포함해서요.”

“주거는 국가에서 그 외 해외 생필품은 해외단체에서... 이거 보기 좋네요.”


꼭 필요한 것만 해결해준다.

오롯이 아이를 키우는 데만 신경을 쏟을 수 있도록.

미안함이 들 시간은 없을 것이다.

아이는 계속 울고 아이 챙기느라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갈 테니까.


“그런데 음... 뭔가 빼먹은 게 있는 것도 같은데요.”

“비상금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금이 들어있는 카드도 별도로 배송할 예정입니다. 일괄적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혹시 모를 필요한 것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



미성년자가 임신을 하는 것, 그리고 그녀들이 방치된 것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것에 대한 비난은 생각보다 거셌다.

가정도 학교도 모두 그녀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었다.


“임신... 이라고?”

“네...”

“와... 너 지금 몇 살이지?”

“... 열여덟이요.”

“배가 그러고 보니... 몇 개월인데?”

“다음 달이 출산 예정이예요.”

“어쩐지... 그랬구나. 난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온 줄로만 알았네.”


작은 수제버거 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얼마 전 채용한 알바가 임신했다며 출산 휴가를 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조금 뚱뚱하기는 했는데 외모가 채용에 결격 사유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할 테니 채용을 꼭 해달라고 간곡히 애원하는 통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늦가을이었지. 헐렁한 코트를 입고 있었어. 늘 헐렁한 셔츠나 라운드티를 티도 입고 있었구나.’


김씨는 처음 면접 볼 때가 생각났다.

그때만 해도 상상도 못했었는데.


“출산 휴가 안주면 불법인거 알고 계시죠?”

“이거 참...”


김씨는 정말 난감했다.

회사가 아니라 개인 사업장이다.

출산 휴가 따위의 복지 같은 건 당연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였다.


‘그래. 알바한테 잘해줘 봐야 아무 소용없어. 결국 다 똑같잖아.’


임신은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맞아본 경험이 여러 번인 김씨는 다시는 미성년자는 고용하지 말아야 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됐다.



###



“아이 아버지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어린 나이에 서로의 몸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도 주체할 수 없는 욕구로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임신.

벼랑 끝에 내몰린 미혼모에 대한 안전장치를 국가가 해주는 것과는 별도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사실상 없다고 봐야죠. 사랑해서 연애를 하다가 아이가 생기거나 결혼을 한 후에도 계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이 되면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아이를 낳는 게 축복이 아니라 부담이 돼가는 사회.

키우기가 힘드니까 부담이 돼가는 거다.


“다른 관점에서도 접근을 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정 안되면 퍼줘야 되는 게 맞다.

어떻게든 지켜는 줘야 하니까.

아이를 낳기 싫어해서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젊은 사람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그 나라는 결국 끝장이니까.

당장 돈이 없다고 예산 편성을 안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퍼주되 국가에도 이익이 되는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이제 우리나라도 슬슬 모병제를 부분적으로라도 도입을 하는 게 어떨까요? 때가 된 것 같은데요.”

“모병제요?”

“네. 아시다시피 지금 군 복무기간은 짧고 가용할 수 있는 이십대 남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계획이 있으신 겁니까?”

“계획이야 늘 있었죠. 미군 수준의 복지를 제시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군대를 가고 싶어 할 겁니다. 막말로 정 할 거 없으면 군대라도 가자 이렇게 될 수도 있겠죠.”


물론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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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8)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 23.11.26 213 6 12쪽
58 (57) 나쁜 놈들의 공통점 23.11.26 220 7 13쪽
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7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3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4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6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4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2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6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2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3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1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0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8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5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5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3 9 11쪽
32 (31) 도움이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23.11.14 37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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