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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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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79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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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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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34) 안전장치

DUMMY

단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모인자리다.

놀고 있는 아파트 좀 싸게 내놓으라고 모인 자리에서 이런 대화까지 해야 되나?


“제가 평생을 봐왔습니다. 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구요.”


본인이 평사원 출신이라면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

절대로지지 않겠다는 오기가 자꾸만 생긴다.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구요.”

“하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탐욕은 본능이예요. 모두가 죽어도 나 혼자 살수 있다면 그걸 택할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요.”

“정말 너무들 하시네.”

“지금 전세사기요? 그거 얼마나 갈 거 같습니까? 금새 잊혀질 거예요. 결국은 제풀에 못 이겨 쓰러지고 떨어져나갈 겁니다.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막지 못했어요. 할 수 있는 건 적선수준이 될 겁니다.”


너무나 확신에 찬 대답.

이 역시 내가 넘어야 할 산이다.


“아니요. 내가 바꿀 겁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들, 재벌들 모조리 망하더라도 바꿔놓을 거예요.”



###



건설사 회장단을 만난 그날 밤.

난 주택국장 한채만과 비서실장을 불러 긴급회의를 해야 했다.


“대출 규제요?”

“전세제도는 아예 폐지를 하는 쪽으로. 그리고 집을 한 채라도 가진 사람이 한 채를 더 사기 위해 대출하는 건 아예 못하도록 막아야 되겠어요.”


건설 회사를 압박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어차피 안 팔릴 거 싸게 내놓으라는 게 그리 억울할 일인가.


“이미 전세 대출을 이용 중인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은행에서 상환 통보를 하도록 해야 되겠죠.”

“몇 억씩 되는 그 큰 금액을요? 대부분이 대출일 텐데. 한가구당 전부 빚이 몇 억씩은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겠죠. 그래서 전세 대출 이용자들은 자가로 전환 유도를 하거나 월세로 돌리도록 설득을 잘 해야 되겠죠.”

“아... 지금 전세 사기 피해자들 구제하는 것도 문젠데... 이거 일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닐까요?”


몇 십 년간 유지해왔던 제도를 없애는,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생각이 맞기는 하다.


‘그런데 방법이 없어, 방법이...’


일성건설 한평생 사장의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고, 그걸 타개할 극적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기에 점점 더 머리가 복잡해진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가만히 지켜보던 비서실장의 말.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세요?”

“우리 건설 회사들 중동진출 기억나세요?”


갑자기...? 라고 생각했는데 기가 막힌 생각이 번뜩 지나쳐갔다.


“비서실장님 혹시...?”

“아마 생각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주택 사업의 입찰을 해외건설업체에도 허용하라는 거죠? 지금 그 말인 거죠?”

“맞습니다.”


나와 비서실장의 말에 주택국장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 건설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참여업체가 많아지면 출혈 경쟁을 할 수도 있겠죠.”


과연 바람직한 방향일까.

해외 건설 수주는 우리나라의 건설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업종이나 당연한 일이다.

비슷한 기술력이면 조금 더 아낄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아시겠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은 거품과 비리가 너무 많습니다. 이걸 깰 수 있는 방법은 아예 국내건설업체를 배제시키는 것밖에 없구요. 내친김에 해외 유명 건축가를 섭외해서 닭장 같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의 외형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몇 시간 후.

동이 터오는 게 보이는 시간.


“외국 건설사에도 입찰을 허용하게 되면 국내증시가 아마 출렁일 겁니다. 외국계 은행의 투자까지 업고 들어오면 아마 국내업체들의 도산 위기설까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비서실장과 난 잠도 자지 못한 채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 그러면?”

“맞습니다. 둘 중 하나일겁니다. 국내 건설사들이 가진 언론사를 이용해 여론몰이를 하든, 상황파악을 하고 재빠르게 꼬리를 내리건.”

“국회의 압박도 들어오겠군요.”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예산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까?”


사람 사는데 가장 중요한건 돈이다.

가정이건 기업이건 국가건, 재정만 넉넉하다면 사실 다툴 필요가 뭐가 있겠나.

물론 더 많이 가지려고 싸우는 건 또 별개의 문제지만.


“너무 적극적인 개입이라... 다수 국민을 위한 일이긴 하지만, 못 마땅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당연히 있겠죠. 그러니까 계속 토론하고 설득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지율 걱정 되지 않으십니까?”

“아, 난 또.”


이 사람은 내가 대통령을 평생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지지율 떨어져서 물러나도 상관이 없어요. 제가 꿈꾸는 나라가 당장 내일 된다면요, 내일 아침이라도 바로 사임 발표를 할 겁니다.”



###



강남의 한 요정.


“대통령이 정말 미친 게 아닌가 싶어요. 정말 왜 그런답니까?”

“떨이로 팔라니요. 아파트 하나 짓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들어가는지 알면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단합을 해야 합니다. 뭔 일만 있으면 재벌 잡기에 혈안이 돼서 난리니 이거 원...”


대통령과 만남을 가진 건설사 회장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안 그래도 팔리지 않아서 정부에서 공공임대로 사들여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생각과는 완전히 반대로 나온 탓이었다.


“이래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 된다니까요. 사람 하나 잘 못 뽑아놔서 이게 무슨 난리입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합니다. 정말 안 팔리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안 팔리면 다들 무슨 수라도 있으신 겁니까?”

“수는 무슨 수요? 항상 여론몰이해서 싸게 주는 척 팔아 제끼거나 그것도 안 되면 늘 정부에서 사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일언반구도 없이 갑자기 이래버리면 다 죽으란 소리지요.”

“그런데 대통령은 진심인 것 같아서 말이죠. 결국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거라는 걸 알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돌고 도는 대화였다.

누구하나 대책을 내놓는 이가 없었다.

담합과 버티기.

그간 늘 해왔던 방식이 그랬으니까.


“이건 그냥 소문인데요...”


이 자리에 모인 사람 중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

일성건설 한평생 사장이었다.


“소문요? 뭐 들은 게 있습니까?”


모두 한평생 사장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공공 임대주택의 입찰에 해외 건설사도 참여토록 한다고 하네요.”


한평생 사장의 신중한 한마디.

일성그룹의 정보력은 국내 최고였다.


“모그룹에서 나온 정보입니까?”

“네. 일단은요.”


스스로 그냥 소문일 뿐이라고 했지만 심각한 표정에 다른 사람들도 입을 닫았다.


“미국의 투자사도 움직인다는 정보입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코딱지 만한 한국에 해외 건설사가 뭐 먹을 게 있다고 입찰에 참여하냐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그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요.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한마디씩 하는 회장들.

그들을 보고 한평생 사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자신감입니까? 정말 다들 믿는 뒷배라도 있으신 건가요?”

“뒷배는 무슨. 해외건설사에 입찰을 허용하면 국내 건설사들 다 죽으라는 소리요. 전국 노가다 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구요? 현실성 없는 소립니다.”


일리가 없지 않았다.

수십만 명이 굷어 죽는다는 소리가 나오면 민심이 들썩일 테니까.


“전세사기 피해자들 때문에 우리한테 그런 소리 한 양반이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게 뻔히 보이는 일에 그런 짓을 할까요?”


그 말에 또 옳다며 맞장구치는 회장들.


“솔직히 우리나라 건설 판 비리 많은 거 인정하시지 않습니까. 허위 장부조작에, 현장 부실시공에. 겉만 번드르하게 지어놔도 입주하자마자 하자 발생하고 있구요. 짓는 도중에 벽면에 허물어 내려서 난리가 나지 않나.”


적나라한 지적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우리가 그간 묵인하고 지나갔던 건 매번 대선 때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뽑았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이번에 뽑힌 최태웅 대통령은 지나치게 급진적입니다. 진보진영에서 대통령이 나와도 이렇게 많은 출혈을 감수하면서 일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숨통은 트이게 했단 말입니다.”


다 맞는 말이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다른 대통령이 나왔다.

아픈 건 확실히 도려내고 고친다음 새살을 돋게 한다.

이게 대통령의 원칙중 하나임은 여기 모인 사람들도 너무 잘 알았다.

이번에 전세피해자들이 대거 양산되어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기 전까지만 해도 아직 자신들에게 해당이 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왔을 뿐.


“하긴 청와대 콜센터를 만들 때부터 알아봤죠.”

“학폭에도 대통령이 직접 개입을 했었죠. 그 즘 해서 태양건설 부사장 잡혀 들어가서 아주 풍비박산이 났구요.”

“아, 그런데 태양건설은 그때이후 어떻게 된 겁니까? 회장이 물러난 건 알고는 있는데요.”

“그게 참 이상합니다. 일단 회사는 잘 굴러가고 있어요. 그전 보다 더. 해외 자본이 들어온 거 같은데 정체를 알 수가 없어요.”


대화는 계속됐다.

하지만 대책은 여전히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도생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



청와대 춘추관.


“중요한 발표를 하고자 합니다. 아마 오늘 이 발표로 인해서 온 나라가 들썩거릴 거라 생각하는데요. 기자 분들도 한동안은 기사거리 많아서 좋아하실 것 같구요.”


잔뜩 기대하는 표정의 기자들을 보고 있으니 내가 요즘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건 맞는가보다.


“첩보에 의하면 이번에 상당수 피해자가 발생한 전세사기와 관련한 대책발표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맞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습니다.”

“전세피해자를 전원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들었는데요. 혹시 떼인 전세금을 국고로 보상해주겠다 그런 엄청난 말씀을 하실 생각이신건지요?”

“그건 아닙니다.”

“왜 그건 안 되는 거죠? 몇 억씩 하는 전세금을 떼이고 오갈 데 없는 국민들이 몇만명 단위라고 알고 있는데요.”

“떼인 돈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집산 사람들 대출 이자 오를 때마다 그것도 다 보상을 해줘야 합니까? 나라가 해드릴 건 투자 실패를 보상해드리는 게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겁니다.”

“개인의 욕심으로 인한 사고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이렇게 들리는데 맞습니까?”


비서실에서 미리 소스를 준 기자였다.


“맞습니다. 그리고 그건 제가 생각하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생각이기도 하구요. 우리나라 지금까지 위태위태하게 잘 커왔습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부의 축적에도 대내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공했구요. 하지만 이제 거품이 정말 빠질 시기가 됐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숨을 죽이고 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 건설사 회장님들을 만났습니다. 장기간 미분양인 상태로 방치된 아파트를 정부에게 팔라고 했습니다.”

“잠깐만요! 그건 그전 정부들에서도 늘 해왔던 방식 아닙니까?”

“반만 맞습니다. 팔라는 제안을 한건 맞지만 가격은 말 그대로 후려쳤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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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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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9) 검찰놀이 23.11.27 217 7 11쪽
59 (58)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 23.11.26 213 6 12쪽
58 (57) 나쁜 놈들의 공통점 23.11.26 220 7 13쪽
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7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3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4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6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2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6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2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3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1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8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3 9 11쪽
32 (31) 도움이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23.11.14 37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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