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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393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25 11:30
조회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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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55) 예외는 없습니다

DUMMY

단호한 내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진다.

내가 지금 이 사람들에게 한 말은 선전포고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물론 저는 모두 죽자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잘 아시잖아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최소한 내가 시행한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받은 사람의 만족도는 높다.

이 사람들도 그건 알 것이다.


“제가 여러분께 대안을 하나 제시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만족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대안이라는 말에 다시 한 번 웅성이기 시작한다.


“제가 이번에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차량 급발진 사고에 대한 제조사들에 대한 제제구요. 두 번째는 급발진을 제외하고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차량관련 자잘한 사건들, 예를 들면 가벼운 도로교통법 미준수로 인한 사람들 간의 다툼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함이 두 번째입니다. 그래서.”


물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다.

그게 접촉이건 추돌이건 음주운전이건.

정말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적극적인 협조를 할 것이다.


“모든 불편을 해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소한 생계에 직결된 직업 운전자들에 대해서는 살길은 마련해 드릴 생각입니다. 택시건, 강남에서 발렛 주차를 하는 사람이건, 택배기사, 대형 화물차 기사 분들은 오년이내 음주나 사고 이력이 있더라도 운전 제한을 해제하겠습니다.”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그 한마디를 시작으로 이제야 살았구나 싶은 사람들의 안도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 말에 다시 약간의 긴장이 감돌고.


“어쩔 수 없는 가벼운 접촉사고까지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조건이라는 말에 엄청나게 강한 제한이 붙을 줄 알았나보다.

다시 들리는 긴장이 풀리는 소리들.

난 시위자들을 보며 말을 계속했다.


“앞으로 절대 두 번 다시는 음주 운전.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건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시는 겁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 걸까.


‘얼핏 별것 아니라 생각하겠지.’


당장 밥줄이 끊기냐 마느냐 하는 판국이니 당연히 그런 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각서를 쓰고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 중 다시 한 번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그간 운전으로 벌어들인 돈은 모조리 몰수하겠습니다. 그리고 최소 무기징역 최대 사형까지 당할 수 있도록 법적인 조치 취하겠습니다.”


갑자기 싸늘해진 건 기분 탓일까.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기분이 드는 건 갑자기 희망이 깃들었던 눈길에 살기가 돌기 때문이겠지.


“씨발! 지금 장난 합니까! 고작 운전대 잡게 해줘놓고 약속 어기면 재산 몰수에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이라구요?”

“너무 하네 진짜. 생업 접어놓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한테 너무 말을 막 하시는 것 아닙니까?”

“내가 더러워서 다른 직업 알아보던가 해야지! 사람 목숨이 장난이야? 무기징역 사형이 장난이냐구요!”


내가 생각해도 지나친 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단순한 문제다.


“여러분 지금 굶어죽게 생기셨다면서요? 운전이 주업이라 다른 건 생각도 안 해봤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지금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거잖아요.”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

대체 어쩌라는 건지.


“이렇게 격분하시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요?”


왜 저러는지는 안다.

하지만 결코 이해를 해줄 수는 없다.


“그래도 이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건 일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을 하라고 제한을 풀어주잖아 이 양반들아.

한숨이 나온다.


“질문이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성이 남아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보다.


“말씀하십시오.”

“저...”

“편하게 말하세요. 지금 쌍욕도 얻어먹은 마당에 무슨 말을 하든 대수겠습니까. 그냥 욕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음주운전을 해서 걸리면요.”

“네.”

“조금이라도 마시고 운전하다가 걸리면 그렇게 하시겠다는 건지, 아니면 그로 인해 인명피해가 생기면 그렇게 하시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 맥주 한잔 마시고 운전하는 것도 사형을 때려버리면 너무 과하지 않냐 이 말씀인 거죠? 사람이 죽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을 때만 적용이 되는 거냐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걸린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기준을 적용할거냐?”

“맞습니다.”


조금의 기대가 섞인 표정.


‘맨날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술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지 말라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그래도 내가 인간적이고 약자의 편에 서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다시 뭔가를 기대하기 시작한다.


“예외는 없습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무조건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욕설과 한숨이 들린다.


“여러분 제가 너무 과한 요구를 하는겁니까?”

“네! 아예 술 안 마시는 사람들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술을 어떻게 평생을 안 마시고 살 수 있습니까!”

“술을 평생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끝나고 들어가서 한잔 하시면 되잖아요. 술 마시고 운전만 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그래도 장거리 운행하다 보면 몸도 피곤하고, 술 한잔 들어가지 않으면 잠도 안 올 때가...”

“운행을 하다가 술 한 잔 하고 잠을 잔다구요? 제가 지금 뭘 잘못 들은 겁니까?”

“장례식 갔다가 술 한 잔 하고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갑자기 업무상 운전을 피치 못하게 할 수도...”

“하지 마세요. 본인 이기심으로 남의귀한 자식 죽이면 어쩔 겁니까?”

“저는 음주운전은 아니고 전날 좀 과음을 했더니 그걸 잡던데요.”

“아침에 운전을 해야 하는데 술이 안 깰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지는 마세요. 술이 완전히 깰 때까지 일을 쉬시던가요.”


온갖 핑계를 다 댄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지 말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정말 또 그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러는 거다.


“조금은 괜찮겠지. 그러다가 한잔이 두 잔이 되고 음주운전이 습관이 되는 겁니다. 안 걸렸으니 괜찮겠지. 사람 치어도 안 걸리면 괜찮은 겁니까?”


정적이 흐른다.


“제가 제일 우선시하는 건 여러분의 안전과 민생입니다. 민생보다는 굳이 따지자면 안전이겠죠. 살아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본인들의 이기심만 앞세워서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거예요 지금.”



###



-최태웅 대통령이 생계형 운전자들에 대한 타협안을 제시했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택시나 대리운전, 발렛, 택배, 대형 화물차등 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오년이내 사고와 음주운전으로 인한 운전 제한을 해제하기로 입장을 내놨는데요. 하지만 그래도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강한 반발의 움직임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말을 들어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생계형 운전자와 한바탕 한 후 약속한 그대로 운전제한 해제 안을 내놨다.


“그래도 무기징역이나 사형은 너무한거 아닌가? 어감이 너무 살벌한데?”

“안하면 되는 거잖아 음주운전.”

“그래도 사람일 모르는 건데.”

“이 미친 새끼! 사람도 아니네. 너 저번에 사고내서 피해자 사망한 사건 벌써 잊었어?”

“앞으로 안 그런다고.”

“그러니까 술 처마시고 운전하지 말라고.”

“내말은... 그래도 혹시 사람일이 또 모르는 거니까...”


정말 웃기게도 꽤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그런 식이었다.

사람일 혹시 모르는 거니까.


“한잔만 해. 그래도 여기까지 내가 너 얼굴 보러 왔는데.”

“절대 안 돼.”

“따악, 한잔만 하라니까? 맥주 한잔은 괜찮아.”

“맥주 한잔도 안 된다잖아. 그리고 나 지금 수술하고 퇴원한지 얼마 안돼서 조심해야 돼.”

“알콜로 소독하면 되겠네.”

“미친 새끼네 이거 진짜.”

“너 씨발... 내가 너 때문에 지금 몇 시간을 달려서 왔는데 이러기야?”

“몇 시간을 달려? 너 버스 타고 온 거 아냐?”

“버스는 무슨 나이가 몇 갠데. 내차 끌고 왔지.”

“와 이 또라이... 너 지금 오년 내 단속이력 때문에 핸들 잡으면 안 되잖아.”

“무슨 상관이야, 안 걸리면 장땡이지.”

“무서운 놈이네 이거. 안되겠다, 나 그냥 일어날 테니까 알아서가라. 음주운전을 하건 대리를 부르건.”


막역한 친구사이에 다툼도 잦아졌다.

이런 류의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의지는 확고했다.



###



“일이 옆으로 새는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이것도 어차피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어요. 우리나라는 술과 관련된 문화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면이 있습니다.”


차량 결함과 주행, 주차와 관련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조치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술 마시고 사람을 찔렀다고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해줄 정도로 이상하게 술에는 관대한 문화는 문제가 있다.


“주세를 올릴 수도 없고...”


주세를 왕창 올려서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게 할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건 또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다.

자영업자들의 매출에 엄청난 타격이 생길 것이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고 있으면 차에 시동이 안 걸리게 하는 기술이 있으면 참 좋겠네요.”


비록 차가 날아다니는 날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민간이 우주개발에 참여하고 가깝게는 자율주행차도 나오는 마당에 그런 기술이 아직 없다니.


“안 만드는 거죠.”


비서실장의 한마디.


“네?”

“제조사들이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도 나오는 마당에 그런 기술이 과연 불가능하겠습니까. 무인 폭격기도 나오는 판국에요?”

“가능하다구요?”

“저도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불가능한 기술은 아닐 겁니다.”


대박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최소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자는 없을 것 아닌가.

차량 결함문제와는 좀 다른 문제긴 하지만.


“개발 지시할까요?”

“네? 지시... 라니요?”

“자동차 쪽에도 돈이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국내는 아니고 해외 브랜드 쪽으로요. 투자를 명목으로 기술 개발 지시를 할 수는 있습니다. 아, 물론 투자유치를 명목으로 국내브랜드에도 그런 요구를 할 수는 있겠네요. 기술개발이 되는 즉시 모든 자동차에 옵션으로 탑재가 가능 하도록이요.”


순간 내가 할 말이 없어진다.


“물론 이건 한국 정부하고 연관시켜서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얼른 지시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하는 김에 일성 쪽에는 페달쪽 블랙박스 설치도 요구를 할까요?”

“... 그동안 뭐하셨습니까?”

“음... 그럼 그것도 얘기하는 걸로 하고... 하지만 당장 자동변속기 차량을 수동으로 바꾸는 데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당장 자동변속기를 떼고 수동을 장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굴러다니는 자동 변속기 차량을 모두 폐차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요.”

“할 수 있는 거부터 우선 합시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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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7 7 12쪽
»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4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5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7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3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7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4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2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9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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