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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394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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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56) 최대한 심플하게

DUMMY

“누구라고?”


나날이 떨어져가는 주가에 스트레스가 극심하던 일성 자동차 현기창 회장은 귀를 의심했다.


“실버만삭스측입니다.”

“실버만삭스? 그 실버만삭스?”

“맞습니다.”


왜?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현기창은 간신히 눌렀다.

물론 표정은 기대감을 전혀 감출 수 없었지만.


“저희 측에 투자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왜?”

“그건 회장님께서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시는 게...”


며칠 전 미국에 다녀왔다.

하지만 희망적인 이야기는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뿐.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말이 없었는데.’



###



“투자 제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비서실장은 자신의 라인을 통해 현기창 회장에게 접촉 시도를 했다.


“일성 측에서 생각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요구는 아니겠죠? 어찌됐든 수동 변속기를 장착하면 기본적인 찻값은 떨어질 거 아닙니까.”

“그렇다하더라도 이미 떨어진 주가 때문에 손실을 너무 많이 봤어요. 분명히 오너 일가이니 본인 지분이 많겠지만 주주들의 등살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할 겁니다. 실버만삭스의 이름 때문에라도 투자유치 소식 소문나는 그 순간 주가는 다시 급상승할거예요. 그 때문에라도 일단 제안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구요.”


맞는 말이다.

당장 회사가 무너질 판국에 어떤 제안이든 안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물론 일시적으로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고 무너질 정도로 일성이 구멍가게는 아니지만.


“그런데 투자는 어느 정도로 하시는데요?”

“장기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야 당연히...”

“당장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나중에 필요하면 꽤 강한 입김 정도는 불어넣을 수 있어야 되겠죠.”

“그러면 이제 내가 할 건 도로교통법 해결만 남은 셈이군요.”



###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드는 게 주된 일이다.

보통 사람들은 매일 헐뜯고 싸우는 것밖에 보지 못하겠지만.


“차에 탑승한 후가 아니라 탑승하기 전 음주여부를 판별해 도어락이 해제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각 야당의 대표들만 부른 자리.

난 일성 측으로부터 답변 받은 내용을 전달했다.


“그게 가능합니까? 옵션가격이 너무 비싸면 오히려 구매하려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라 필수옵션으로 넣을 겁니다. 가격 상승부분은 자동차량을 수동변속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낮아지는 것으로 어느 정도 상쇄가 될 겁니다.”

“음주운전을 그런 식으로 원천차단 하실 계획이면 굳이 도로교통법까지 손을 봐야 될까요? 과태료를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올려버리면 국민들은 또 쓸데없는데서 돈 뜯어간다고 아우성일 텐데요.”

“어기지 않으면 되는 일입니다.”


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너무 갑자기 과태료를 올려버리면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으니 시간들 들여 천천히...”

“그러면 그 사이에 경각심이 없어져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는요?”

“당장 사고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음주, 졸음운전, 단순 부주의, 신호위반으로 인해서 하루에 교통사고 얼마나 많은지 모르세요?”

“교통사고가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래요. 없죠. 하지만 그런 나라가 없다고 해서 사고 없는 나라를 만들면 안 되는 겁니까?”


아무리 방지해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건 그 확률과 수를 줄이려는 거다.


“검진해서 암이 조기에 발견됐어요. 치료확률이 높고 완치되면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살 수 있습니다. 그래도 대표님들은 몸에 칼 대느니 죽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아니...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그리고 지금 하시려는 것들 말인데... 경각심 높이려는 차원에서 그러는 건 알겠어요”

“맞아요. 경각심.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조심조심하면 내가 이런 일을 할 필요도 없겠죠. 어쩔 수 없다고 과적해서 싣게 되면 트럭도 버티지 못하고 배도 뒤집어집니다. 예전에 고등학생들 수학여행 가다가 배에 구멍 뚫려서 다 죽은 사건 아시죠? 그때도 허용하는 한계의 몇 배를 넘은 과적이 원인이었습니다. 법을 어기고 어기는 걸 돈 받고 묵과해주고. 이미 볼만큼 많이 보셨잖아요.”

“음...”

“내가 대통령인 이상 안전에 관련된 건 절대 양보 못합니다.”

“뭐 하나 양보하신 게 있기나 합니까?”

“양보할 만한 게 있었어야 하죠. 안전, 그리고 민생. 이거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그동안 정부에서, 그리고 지금 여기 야당 대표님들 한 거 뭐 있습니까? 표 얻으려고 선심성 공약이나 남발하고 그것도 당선되면 파기하고 포기하고 미루시잖아요.”


야당의 대표들과도 언젠가 한번 이렇게 격정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번 기회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해야 한다.

수틀리면 전쟁도 불사할 각오가 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그래도 일차, 이차, 이런 식으로 천천히 계도기간 비슷하게 적응을 할 시간을 줘야 되지 않을까요?”

“병 걸려 죽는 사람보다 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은 거 알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확률적으로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자 하는 일이예요. 지난번에 보셔서 아시겠지만 자동변속기 면허증 단속 때 과태료가 몇 백만 원씩 되니 사람들이 놀라서 다음날 바로 운전대 놓지 않았습니까. 그런 식의 강한 충격이 필요합니다.”


너무 이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고 적응할 수 있도록 여유도 줘야 한다.


“하시는 것마다 왜 항상 과격한지 모르겠군요.”


중진의 야당대표 늙은이.

보수의 대표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건 따로 있습니다. 아니, 우리 이문제 그동안 항상 문제 돼온 거 아실 텐데요. 더 이상 생각은 필요 없어요. 해보고 안 맞으면 고쳐나가면 됩니다.”

“그래서 소득과 재산 비례해서 과태료 적용하는 건 양보를 못 하시겠다?”


예를 들어 연봉이 일억이면 천만 원 정도는 때려 맞아야 화들짝 놀랄 것이다.

난 그 정도의 과태료 상향 안을 제시했다.


“그래요. 양보 못합니다. 국회에서 꼭 승인되도록 힘써주세요.”

“그래도 일단 생각을 좀...”


역시 노련한 정치인 노인네다.

하지만 난 저 노인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안다.

워낙 꼰대니까.


“법안 개정 때문에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실 텐데요.”

“크흠...”

“차안에서라도 잠 좀 주무시죠.”

“...?”

“국회의원 의전 축소건 중에서 아직도 지지부진한 것.”


기대감으로 가득 찬 저 눈빛.

누구보다 명예, 아니 정확히는 체면을 중시하는 국회의원들.

연봉을 반으로 깎는 건 사실 별 문제도 아닐 것이다.


“의전 차량을 준중형으로 바꾸라고 권유 드렸는데 많이 불편하셨을 겁니다. 좋은 일 하실 분들인데 일단 차는 그대로 유지하시죠.”


누구보다 대접받는 걸 좋아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노인네.

늘 으르렁 대다가 오랜만에 대우를 해주는 말을 하니 입에 금새 걸린다.


‘뭐 이 정도는 양보하는 것도 괜찮지.’


늘 뺏기만 하면 곤란하다.

별것 아닌 것 정도는 누리게 해주자.



###



과속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유럽 모 국가의 수준으로 과태료를 올려버렸다.


“아주 억 소리가 나오겠는데요.”


재산과 소득에 따라 누진해서 과태료를 때려버리면 소득 상위에 있던 사람들이 우습게 방치하던 과태료딱지를 더 이상 그냥 버릴 수는 없게 될 것이다.


“주차 관련 민원도 현저하게 줄어들 겁니다.”


법을 최대한 심플하게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내 집 주차장에 남의 차가 주차를 했다.

현재 사는 주인임이 확인되고 차량 소유주는 다른 사람임이 확인됨과 동시에 강제로 견인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견인을 하다가 차량에 손상이 가면 그건 전적으로 차주의 책임이 되는 걸로.


“앞으로 목청 큰놈이 배 째라고 하는 일은 많이 보기 힘들겠네요.”


비서실장은 좋은 구경거리 하나가 사라졌다는 듯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으려나.

하지만 선량한 보통의 사람들은 피해만 입는다.

잘못을 한 놈은 벌을 줘야 한다.


"오래 묵혀둔 숙제를 한 느낌입니다.“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번 일로 쓸데없는 다툼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공무원들만 죽어나겠는데요.”

“그만큼 보상을 해줘야겠죠.”


준비 중이지만 현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부서 공무원들에게는 특별 수당이 지급될 수 있도록 방안도 마련 중이다.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상식대로만 살아도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



“진짜 견인 신고합니다?”


백반만 사장은 가게 앞을 막아놓은 고급 외제차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빼달라고 요구를 한참이었다.


-아 진짜! 지금 빼러 가고 있다니까요! 사람이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해? 그 차 얼마짜린지 알아요? 견인하다가 기스라도 가면 아저씨가 물어줄 거야?


지난번의 그 사람이었다.

다시 한 번 가게 앞을 막아놓은 차를 보자마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정부에서 새롭게 내놓은 불법 주정차 관련 대응 안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금이 대체 언제냐고! 아저씨 지금 두 번째잖아! 내가 오늘만 지금 세 번째 전환데 계속 그 말밖에 안하잖아요!"

-내가 언제!


뻔뻔해도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나!

이미 신고는 된 상태였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조금 남아 있던 차였는데 전화 받는 태도를 보고는 그 마음이 싹 사라졌다.


“아! 나는 모르겠고. 조금 전에 신고했으니까 그전에 와서 빼가려면 빼가던지 알아서 하쇼!”


백반만 사장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후.


“아저씨! 내가 차 주인이라니까? 지금 빼서 타고 갈 거라고요!”


한창 장사에 바쁜 시간.

갑자기 가게 밖에서 생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안됩니다. 이미 가버리신 거면 어쩔 수 없는데, 이런 경우는 해당 안돼요.”


상황 돌아가는 게 궁금했던 백사장은 잠시 카운터가 한가한 틈을 타서 밖으로 나갔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남자가 서있는 차에 견인 고리를 걸고 있었다.


‘어이쿠. 정말 저래도 되나?’


지난번 일 때문에 궁금해서 차량 가격을 알아봤었다.

신차 출고 가격 이억에 가까운 차였다.

물론 이차는 번호판이 ‘허’ 로 시작하는 렌트카였지만.

어쨌든 수 억짜리 차에 스스럼없이 덜컹거리며 견인 고리를 채우는 걸 보는 백사장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게 얼마짜리 차인지 알아? 기스라도 나...”


기스 나면 책임질 거냐는 말을 하려는 찰나.


“손상부분에 대해서는 차량 주인분이 전액 부담을 하셔야 해요.”

“뭐야? 그런 게 어디 있어?”

“법이 바뀌는 바람에 이제 그렇게 떼를 쓰셔도 안돼요.”

“이런 씨...”

“그러게 왜 하지 말라는 데 자꾸 합니까? 남의 가게 앞에 장사도 못하게 이게 무슨 짓이예요?”

“내가 가만히 있나봐라. 구청이고 청와대고 민원 넣을 거야 두고 봐!”

“네네. 그렇게 해보세요.”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투로 말하는 견인차 기사.


‘와 진짜 견인이 되는구나.’


사유지라서 현행법상 견인이 불가하다고 경찰이 그랬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혹시 보복 뭐 그런 거 생각하시면. 과태료 열배로 붙어서 추가로 딱지 날아갈 겁니다. 행여나 꿈도 꾸지 마세요.”

“뭐 뭐라고?”

“지금 대통령님 정책이 그래요. 그래서 우리 같은 공무원도 죽을 맛이니까. 제발 사고 좀 치지 말고 착하게 좀 삽시다. 그냥 택시 타고 다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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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9) 검찰놀이 23.11.27 218 7 11쪽
59 (58)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 23.11.26 215 6 12쪽
58 (57) 나쁜 놈들의 공통점 23.11.26 220 7 13쪽
»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8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4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5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7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3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7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4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2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9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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