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400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8 16:30
조회
304
추천
7
글자
12쪽

(40) 시행착오

DUMMY

"참여하는 사업장중 동의하는 사업주들에 한해서 백만 원씩 식대 선 지급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사업장들 참여가 저조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적극적으로 안내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동네에 흔하게 있는 분식집이나 백반집 같은 작은 규모의 일반 식당은 물론이고 프랜차이즈 같은 큰 규모의 식당도 참여토록 해주세요."

"네."


간신히 끼니를 제공하는 수준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최소한 먹는 것 때문에 눈치 보거나 서러울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



"천분토론 진행자 아나운서 강직한입니다. 오늘의 토론 주제는요... 요즘 정말 많은 관심을 받는 분입니다. 최태웅 대통령께서 결식아동 복지, 정확하게는 미성년자는 어디서든 무료로 끼니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여러모로 말이 정말 많습니다. 지나친 포퓰리즘 성 정책 아니냐, 먼저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정부에 후 청구를 하는 방식인데 금액제한이 없습니다. 한두 푼이 아닐 텐데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거냐. 취지는 좋지만 너무 과하다. 하루에 한 끼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등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 토론의 특성상 미성년자도 다수 방청석에 초대를 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아주 다양한 연령과 지역,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방청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소속 국회의원 건강한 입니다.”


강직한 아나운서의 첫 번째 지명은 국회의원이었다.


“현직 국회의원 출연은 오랜만인 것 같은데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직업이나 성함을 굳이 밝히진 않으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일단 대통령의 이번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강직한 아나운서는 국회의원이라고 주눅 드는 일 없이 필요한 말만 하며 진행을 시작했다.


“더 말할 것도 없는 지나친 퍼주기 식 정책입니다.”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는 표정의 한마디.


"청와대 콜센터로 접수된 결식아동 무전취식 사건에서 시작된 정책인건 알고 계시겠죠?"

"그건 알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전원이 대상입니다. 보편적 복지라는 관점에서 괜찮은 정책인 것 같습니다만. 건강한 의원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강직한 아나운서의 말에 건강한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답변을 했다.


"모든 미성년자들이 굶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미성년자가 대상이라니요. 국고는 그렇게 탕진하라고 있는 게 아니예요.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합니다. 최태웅 대통령께서는 지금 진행 중인 일들 다시 생각해주시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 요청하는 바입니다."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한다. 음...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음은... 두 번 째 열의 왼쪽 두 번째 분께 발언 기회 드리겠습니다.”


강직한 아나운서의 지목을 받은 두 번째 방청객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교복을 입고 있군요. 학생이신가요?"

“네. 고등학교 일학년입니다.”


조금은 얼어있는 말투.


"고등학교 일학년. 정책의 당사자이신데 이번 최태웅 대통령의 정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것... 같습니다."

“뭐가 어떻게 좋은지 간단하게라도 생각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발언 기회를 얻은 고등학생은 미처 준비를 해오지 못한 듯 한참동안 생각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 제가 인터넷에서 봤는데요.“


확신은 없는 듯 계속해서 조심스러운 말투.


"계속 말씀하시죠."

"어딜 가든 눈치 안보고 먹어도 된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추진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격이랑 메뉴도 상관이 없는 게 맞는 거죠?"

"네."

“급식카드 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친구들 중에도 형편이 좋지 않아서 급식 카드 갖고 있는 애들이 있거든요. 근데 안 받는데도 많구요. 일단 그거 쓴다고 하면 표정들이 달라져서요. 그냥 보통 식당 같은 데보다는 편의점 같은데서 주로 쓴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리고 편의점도 사장님 있는데 말고 알바가 있는 시간이 눈치 안 봐도 돼서 편하구요.”



###



“김밥 두 줄 하구요, 라면 두 개, 라볶이 하나 주세요.”


김밥천당에 온 여자아이 둘과 남자 아이하나.


“진짜 이렇게 시켜도 되는 거야?”

“그러게. 이렇게 시켰다가 만약에 아니면? 니네 돈 있어?”


여자아이들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가게 안을 살피고 있었다.


“괜찮다니까. 내가 어제 우리엄마랑 밥 먹으러 갔는데, 거기도 나는 미성년자라 내가 먹은 건 계산 안 했다고.”

“진짜?”

“아까 조회시간에 담탱이도 그랬잖아. 우리보고 미성년자라 좋겠다고.”


남자 아이가 자기만 믿고 먹으라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곧이어 라면과 김밥, 라볶이가 나왔다.

막 조리되어 나온 따끈따끈한 음식 앞에서 아이들은 더 이상의 고민은 사치라는 생각을 한 듯 바로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네? 무료가 아니라구요?”


계산을 하기 위해 서있던 주인이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질문을 했다.


“아니 나라에서 미성년자들 무료라고 했는데...”


불과 조금전만해도 자신만만하게 주문을 하던 남자아이는 금새 당황한 얼굴로 바뀐 채였다.


“저 어제도 엄마랑 요 앞 식당에서 먹었다구요.”

“그건 나도 모르겠고.”

“아씨. 진짜 이상하네. 그... 청와대 콜센터 전화해보시면 안돼요?”


남자아이가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대뜸 물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두 여자아이도 맞다며 동조를 했다.


“청와대 콜센터? 그게 뭔데? 청와대에 왜 콜센터가 있는 건데?”


식당 주인은 역시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었고.


“저기. 저 광고 모르세요? 저기 대통령 나오고 있잖아요.”


마침 가게 안 tv에서는 최태웅 대통령이 청와대 콜센터를 홍보하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주인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한데. 근데 뭐야? 대통령이 니네 밥값 내주겠대?”

“그게 아니라요.”


계속해서 답답한 표정을 짓는 남자아이.


“안 되겠다 니네. 내가 얼마 전에도 저녁시간에 먹튀 하는 애들 때문에 조심하고 있는데. 대낮에도 이런 일이... 어이가 없네. 경찰 부를 테니까. 꼼짝 말고 있어라.”


경찰을 부른다는 식당 주인의 말에 세 아이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



“제일 중요한 것중 하나가 아이들이 주눅 들어 눈치 보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게 가장 어렵다.

어떻게 하면 익숙해지고 당연한 일상이 되도록 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다른 곳에서 먼저 문제점이 발견됐다.


“생각보다 현장에서 많이 헷갈려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이 헷갈려 하는 것 같다구요?”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음식점은 일괄적으로 문자를 발송한 후, 신청이 완료된 곳은 사업장마다 백만 원씩 선 지급까지 진행을 마친 상태였다.

최대한 빠른 진행을 위해서였다.

돈이라도 입금이 돼야 정말이구나 실감을 할 테니까.


“일단. 사업자 분류 면에서인데요.”

“설마 유령사업장도 있는 겁니까?”


페이퍼컴퍼니처럼 사업자 등록증만 있는 상태로 사실상 폐업을 했거나, 아니면 등록만 해놓고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곳도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런 곳은 지급을 했더라도 사실 여부 확인을 해서 환수를 하면 된다.


“그건 아니고요.”

“그럼요?”

“일단 노점상.”

“아... 오뎅, 떡볶이 파는 노점상 말씀하시는 거죠?”

“네. 모든 업체가 사업자 등록이 안 된 건 아닙니다. 지자체에서 운영에 개입해서 부스를 지원하는 등의 업체들은 실제로 진행이 빠릅니다만. 진짜 동네 한 귀퉁이에서 하는 노점 같은 경우에는 일일이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곳이 아직 서울에만 해도 꽤 있는 것 같구요.”

“음... 생각 못한 문제네요.”


이래서 탁상행정이 나오나보다.

내가 생각해도 파격적인 정책을 생각해내고 꽤 많은 지출을 감수하며 무리하다싶은 진행을 했지만 구멍이 발견됐다.


“그리고 일반식당에 한정한 것도 문젭니다.”

“그건 또 왜 문젭니까?”

“음식을 파는 곳은 일반 음식점. 그러니까 술도 파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끼리만 가는 일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보통은 어른들하고 같이 가죠. 저희가 사업자 현황을 파악해서 문자를 발송하고 식대 선 지급을 한곳도 그런 곳들입니다.”

“아... 이거 전혀 생각도 못했네요. 이거 그러면 실효성이 없는...”


이래서 탁상행정이 위험하다는 거다.

나도 아직 많이 배워야 되겠다.


“없지는 않구요. 부모가 아이들 데리고 가는 경우, 아이들 몫은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홍보도 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는 합니다.”

“애들이 자주 가는 곳은 어딥니까?”

“보통은 분식집, 편의점, 패스트푸드 뭐 그런 곳들인 거죠. 혹시나 하고 애들이 물어보면 사업주들이 해당 안 되는 곳이라고 대답을 하는 모양입니다.”

“음... 그런 사업장을 재선정해서 문자 발송을 새로 해야 되겠군요.”


마음 같아서는 편의점이나 분식집, 패스트푸드 이런 곳 말고 제대로 된 식사를 배부르게 할 수 있는 일반음식점에서 밥을 먹게 했으면 좋겠지만.


‘하긴. 그런 곳에서는 보통 어른들이 가는 곳이니 술도 함께 있을 것이고... 교육상 좋을 건 없겠군.’


생각을 마친 난 바로 비서실장에게 새로운 지시를 했다.


“기존 사업장에 발송한 것과 똑같이 해서 문자 발송하세요. 편의점, 분식집, 패스트푸드 뭐 이런 것 상관없이 모두 일괄적으로요. 그리고 혹시라도 청와대 콜센터에 그런 문의 들어오면 사업자 번호 확인되는 즉시 식대 선 지급 하시고, 애들이 밥값 문제 때문에 난처할 것 같은 상황 없도록 해야 됩니다. 그리고 노점은... 이것도 뺄 수는 없겠네요. 일단 지역 주민 센터에 협조공문 내려서 실태 파악을 먼저 지시해주시구요.”



###



열 명으로 치면, 압도적인 부자 한 명이 가진 돈이 서민이나 빈곤층 아홉이 가진 것보다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절대적인 빈곤층보다는 먹고 살만한 서민층이 많다.

그러다보니 보편적인 관점이 아니라 당장 자기 지갑 더 가벼워질까 걱정하는 층이 생겨났다.


-결식아동 걱정하는 건 좋아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애들 밥 굶게 하지 않겠다는 것도 다 좋은데요. 하루에 몇 끼를 먹든 얼마짜리를 먹든 그걸 정부에서 모두 지원해준다는 건 좀 너무 앞서나간 극단적인 정책 아닙니까? 그것도 단순히 저소득층 같은 선별적 지원이 아니라 미성년자면 누구나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다 주는 건 혈세 낭비 같다는 생각입니다.

-가출 청소년도 많은 거 아시잖아요. 가출 팸 같은 데 속해 있는 애들도 밥을 공짜로 먹을 수 있게 하자는 거 아니예요? 미성년자면 모두 공짜로 밥값을 정부에서 내 주겠다? 감옥도 안간 범죄자한테 밥을 공짜로 먹여주겠다는 거하고 뭐가 달라요? 최태웅 대통령 의욕적인건 잘 알지만 이번 정책은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다 좋아요. 취지는 좋다구요. 그런데 그 돈 어디서 나갑니까? 결국 세금에서 나가는 거 아닙니까? 또 뻑하면 올리는 월급쟁이들 지갑에서 나가는 거 아니냐구요. 그거 아니면 술, 담배, 그리고 나머지 생필품 같은 간접세에서 왕창 뜯어가겠죠. 제발 세금 걷을 때 부자한테서 좀 걷으세요. 이렇게 월급쟁이들한테서만 걷어 가면 이런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60) 음주운전 원아웃 23.11.28 221 6 12쪽
60 (59) 검찰놀이 23.11.27 218 7 11쪽
59 (58)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 23.11.26 215 6 12쪽
58 (57) 나쁜 놈들의 공통점 23.11.26 220 7 13쪽
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8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4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5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7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3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7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4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3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2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 (40) 시행착오 23.11.18 305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9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20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1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4 9 11쪽
32 (31) 도움이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23.11.14 376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