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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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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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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4 23:30
조회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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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DUMMY

전직 대통령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아침이 되면 난 당장 움직일 일정이 있지 않은 이상, 청와대 콜센터 서연희 팀장에게 전일까지 접수된 민원 보고를 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흠... 전세 관련 민원이 눈에 띄게 많네요?”


대통령이 되면 꼭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일중 하나.

물론 이것 외에도 접수된 내용은 많다.

어쩔 수 없이 우선순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기꾼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좋은 취지의 제도이다.

악용을 해서 문제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다.


“그중에는 갭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갭투기라는 것도 웃겨. 과한 빚을 조장하는 거나 다를 게 뭐가 있나. 안 그래요?”

“그렇죠.”

“차라리 집값 떨어져서 발생한 깡통전세는 이해를 하겠는데...”


어쨌든 언젠가는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요?”

“한쪽에 몰려 있어요.”

“한쪽?”


그러고 보니 광서구와 북천시 쪽으로 몰려 있기는 하다.


“진상 파악은 따로 지시를 하면 될 것이고... 확실히 우리나라는 민생관련해서는 부동산 문제가 많군요. 주택국장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을 좀 들어오시라고 해야 되겠는데요.”



###



“아줌마. 전세금을 못 준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 두 달 전부터 이사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현주는 새로 이사 갈 아파트에 들일 가구를 준비하러 발품을 팔고 다니던 중 생각지도 못한 전화를 받고 황당해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내가 날짜 맞춰서 주려고 했는데 세입자가 안 구해져서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세입자 안 구해지는 거랑 저랑은 상관없죠. 그걸 제가 왜 신경을 써야 되는데요?”

-무슨 소리야? 세입자가 들어와야 돈이 들어오고 그 돈으로 자기한테 돈을 주지.


황당한 소리다.

이 말대로라면 자신이 준 전세금은 어디다 썼다는 소리 아닌가.

현주는 황당한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다시 물었다.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제가 드린 전세금은 어디로 가고. 왜 세입자한테 받아서 줄 생각을 하시는 건데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하네 증말. 진짜 몰라서 물어 아가씨?

“진짜 모르겠어요. 제가 드린 전세금 아줌마 편한 대로 쓰라고 드린 돈은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야 그게? 아가씨가 전세 사는 기간 동안은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지.

“그건 그렇다 치자구요. 썼으면 도로 갖다놔야 되는 거 아니예요? 지금 이사가 코앞인데 그 돈을 못주면 어쩌라는 거냐구요!”


현주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살짝 질렀다.


-아니,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누가 안준대? 그리고 누가 갑자기 사정이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세입자가 이렇게 안 구해질 줄은 나도 정말 몰랐어!

“참나.”


현주는 집주인에게 어이없는 말을 들으며 얼마 전에 본 뉴스가 생각났다.

깡통이니, 전세 사기니 해서 전세금 관련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 것을.


“그래서 진짜 못 주신다구요?”

-그래요. 지금 주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줘. 세입자를 구해도 문제라니까. 지금 전세 시세가 자기 들어올 때하고 비교하면 반토막이라. 뉴스 봐서 사정 알지?


이사는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일부러 여유 있게 준비한다고 두 달 전에 집주인에게 통보를 했는데 이런 날벼락이라니.



###



“안됩니다. 국민들이 혼란에 빠질 겁니다.”


전세제도를 없애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 물었더니 바로 예상했던 답변이 날아온다.


“왜 항상 갈아엎으려고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부동산은 아직도 한국에서 가장 확실한 자산증식 수단인거 모르십니까? 전세 제도는 그 첫 번째 단계입니다.”


아주 열변을 토한다.

얼굴까지 벌개져 가면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그런 건 어떻게 해결하실 건데요?”

“아니, 그걸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가관이다.

장관이라는 작자가 이런 말이나 하다니.


“이사 가야 되는데 전세금 못 받아서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는 뉴스 안보셨어요?”

“그러니까 잘 알아보고 계약을 해야죠. 그건 계약자 당사자들 간의 문제입니다.”

“작정하고 사기 치는 걸 무슨 수로 압니까?”

“그러니까 잘 알아보...”


와... 이렇게 말이 안 통할 수가 있나.

그것보다 대통령이 지시를 하는데 이렇게 대놓고 안 된다, 못한다는 말만 하다니.


“이러니까 제가 기존의 내각을 무시하고 대통령직속 기구를 만든 겁니다.”

“아니, 왜 불똥이 또 그쪽으로 튀시는 건데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정도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로 보고 정부가 나서서 도움을 줘야한다.

그런데 이런 일에 대해서 앞장서서 나서야 할 사람이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


“후... 안되겠네요. 한 기관의 수장이라는 분이 이따위 생각이시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간다.

어쩔 수 없다.

다른 것보다 부동산 관련해서 문제가 많이 생겨왔고, 그래서 이 사람과 많이 부딪혀왔는데 앞으로는 더할 것 같다.

계산이 안 나오면 정리하는 게 맞는 말이다.


“이시간부로 당신을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해임합니다.”


어이없어하는 저 인간의 얼굴을 뒤로하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



“해임은 좀 갑작스럽지 않겠습니까?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예상했던 비서실장의 걱정.


“알고 있습니다. 요즘 갑작스럽지 않은 게 없네요.”


욕을 한바가지 먹은 장관은 정말 사직서를 제출했다.

난 바로 결제를 끝내버렸고.


“장관 한명 잘리는 건 보다는 당장 길거리 나앉게 생긴 사람들 구제하는 게 시급해요.”


전세금이라는 건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다.

내 집을 마련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평생 모은 전재산일수도 있다.

계약한번 잘못해서 평생 모은 재산이 날아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하늘이 무너져 내린 기분일 것이다.


“한, 두 명이 아닌데 어떻게 다 구제를 하시려고 그럽니까?”

“최대한 도와줘야죠. 국가라는 게 그러라고 있는 거 아닙니까. 최소한의 안전망은 확보를 해줘야죠.”


그런데 나도 막막하다.

한두 명이 아니다 보니 이걸 어떻게 해결을 해주지 싶다.


“집이라도 구해주시게요?”

“음...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또 돈이 문제다.

물론 눈앞에 든든한 뒷주머니가 있지만.

내 눈을 피하는 건 기분 탓인가.


“저도 최대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음...”

“무턱대고 실장님 지갑에 있는 돈부터 빼 쓰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시라구요.”


항상 마음은 가지고 있다.

비서실장은 분명히 내 뒤에서 든든히 지켜주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국가의 재정에서 해결을 하는 게 맞긴 하다.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긴장 안했습니다.”

“움찔하시는 것 같은데요.”

“전혀요.”

“오. 그럼 이번에도 도와주시는 겁니까? 아니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그 피해자들 다 도와주실 수는 있어요?”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뭘요?”

“돈으로 많은걸 해결할 수 있다는 말요.”

“지금 자랑하시는 거 맞네요. 그럼 이번에도 미안한 같은 건 가지지 않고...”

“틀린 말입니다.”


응? 틀린 말이라고?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틀린 말이라구요?”

“거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죠. 돈만 있으면.”


아... 말 장난질이었군.

그래. 사실은 저게 맞는 것 같다.


“... 맞군요. 재수는 없지만. 어쨌든...”


편하게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문득 예전에 본 보고서 하나가 생각이 났다.


“아, 그거요!”

“얼마가 필요하실까요.”

“아뇨. 실장님 지갑 말구요. 우리 정부에서 매입한 민간주택 중에서 임대가 안 나가는 거 꽤 있다고 들었는데요.”

“네. 위치나 면적, 시설, 가격 등 여러 가지 문제에서 수요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공실로 있는 게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그거 좀 알아보시죠. 현재 피해자들하고 얼마나 연결을 해줄 수 있는지.”

“알겠습니다.”

“일단 콜센터에 접수되는 민원인들한테 안내되게끔 공지 내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주택국에도 지시 내릴까요?”

“아뇨. 주택국 국장님은 제가 만나보고 자세하게 상의 좀 하겠습니다. 그리고 암행경찰국 컨택해서 사기치고 도망간 사람들 전부 추적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미국 국방 장관과 일정 있는데...”

“그건 좀 미룹시다. 그것보다 다른 게 더 급합니다.”

“지금 벌써 두 번이나 미루셨습니다.”


그렇게나 됐나?

이거 좀 미안한데.


“그럼 비는 시간이 있을까요?”

“식사 시간은 어떠신가요?”


취임하고 건설사 대표들, 그리고 종사자들과의 조찬을 제외하고는 만찬을 가진 적은 없다.


“음... 고작 한명하고의 식사시간을 따로 낼 수는 없고...”

“그럼 두 명으로 묶어서 갈까요? 일본대사도 면담 요청하는데요.”

“그거 좋네요. 그런데 조금 있다가 주택국 한채만 국장님 만나야 하니, 그 후로 미룹시다.”



###



정치인들은 왜 정치인이 되려고 할까.

한채만 국장의 보고를 듣고 있으니 국회의원이나 장차관들도 일선 공무원 경험이 우선적으로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세를 완전히 없애려면 안정이 될 때까지 정부에서 월세 지원을 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 주택을 대폭 확대해서 수요자들 발길을 그쪽으로 돌리거나요. 이중 실질적으로는 월세 지원보다는 남아도는 집들 사들여서 공공화 하는 게 더 나을 거라 보여집니다.”


나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다.

이민 정책과 더불어 임기 내 가장 우선적 해결과제로 정할만큼.


“지금 기존에 매입해놨던 미분양 공공주택을 피해자와 연결 시도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쉽지가 않네요.”


물건 상태보고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애초에 공실인 이유가 있는 집들인지라 선뜻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건 접근성인데 멀다보니 그런 거죠.”


주택국장의 말도 맞지만 디테일한 이유는 더 많았다.


“온 식구가 들어가서 살기에는 너무 좁다거나 집이 오래되거나 기반 시설이 낡았거나... 뭐 문제가 한두 가지 아니예요.”


실제로 보고 받은 입주가 힘든 이유들이었다.


“피해금액을 정부에서 보상을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아요. 아무래도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단순히 일개 사기꾼이 벌인 일이라 보기에는 커도 너무 큽니다.”


전세사기를 기업형으로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전국 여기저기서, 각 지역마다 한두 채 수준이 아니라 몇 백, 몇 천 명의 계약자가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


“국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피해금액을 전액 보상해주는 건 제가 생각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수 같은데요.”


전세 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은 월세가 아까운 사람들이다.

엄청난 재력가이지만 재산세 부과를 피하려고 일부러 전세를 들어가는 사람들은 논외로 해야 하고.

어쨌든 전세 자체가 일단은 내 집 마련의 전단계라는 인식이 아직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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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8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4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5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7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3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7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4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3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2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9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20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1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4 9 11쪽
32 (31) 도움이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23.11.14 376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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