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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373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5 11:30
조회
346
추천
7
글자
12쪽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DUMMY

“저도 금액을 세금으로 보상해주는 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서실장의 의견도 나와 같다.


“맞아요. 이걸 정부가 돈으로 줘버리면 나중에 집산다고 대출 받은 사람들 이자 때매 악소리 나올 때도 우는 소리 낼 겁니다.”


개인이 욕심 때문에 벌인 일에 대한 피해보상은 해줄 수가 없다.

정부가 해줄 건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일단 길바닥에 나앉는 상황은 막아야 하니까.


“정말 난감해요. 당장 온 식구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면서도 정작 일단 살 곳을 구해준다는데.”

“욕심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제안하신 집들이 재산 가치가 있다면 아무리 멀어도 일단 계약서 싸인은 하고 보겠죠.”


씁쓸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것이다.

욕심이 나면 며칠이라도 살아볼 텐데 그렇지 않으니 선뜻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 것이겠지.

인사가 만사라더니 역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휴... 그래도 장관하곤 다르게 말은 통하니 다행이야.’


둘만의 회의는 계속됐다.


“피해 지역이 더 넓어졌어요.”


바로 얼마 전에 또 보고를 받았다.

전세금이라는 게 아무래도 한두 푼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전 재산이나 다름이 없으니 다들 정신이 번쩍 드나보다.

청와대 콜센터로 민원이 빗발치고 있었다.

원래라면 사기죄니 경찰로 달려가야 되겠지만, 최근 있었던 일들 때문에 청와대 콜센터로 많이 몰려들고 있었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국장님은 전세 아니신가요?”

“저희는 자가입니다.”

“아 다행이네요.”

“음... 적어도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 맞는 사람보다는요?”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무섭게 오르거나 재산세나 종부세 시즌이면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심한다.

하지만 전세금을 떼일 줄은 또 몰랐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월세가 정답인건가 싶기도 하지만...


“단시간에 쓸 만한 물량 확보를 하려면 건설사한테 떨이로 사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첫 만남서부터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건설사 회장들.


“아마 협조 안 해줄 겁니다. 쉽게는요.”


건설사에서 일단 지어놓은 아파트가 너무 안 팔리면 각자 소유한 언론사로 여론몰이를 한다.

그래서 나라에서 반 억지로 물량을 확보하게 만든다.

당연히 무리하게 일 벌이다 손해 입는 건설사를 세금으로 소생시킨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비난을 최소화하려면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후려칠 수밖에 없다.


“일단 만나기는 해봐야 되겠어요. 당장 아파트를 엄청나게 가지고 있는 건 그들이니까요.”



###



“흠...”


어색한 자리다.


‘시간이 없어서 같이 만난 건데 미리 언질이라도 줄걸 그랬나?’


그랬다면 둘 중 하나는 또 미뤘을 거다.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닐 테니 굳이 또 시간 내서 약속을 잡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이들이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공교롭게도 같은 이유였다.


“아... 벌써요? 일본하고 미국이 같은 입장입니까?”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이민정책.

미국이나 일본쯤 되면 먹고 살만하고 자국에 대한 자부심도 나름 강하니 해당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철회 혹은 완화를 해달라는 요청을 백악관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미국방장관 훌라의 말.


“그걸 왜 미국에서 간섭을 합니까? 미국도 이민자의 나라이지 않습니까.”


미국은 가끔 잊고 사는 것 같다.

태생이 이민자 혹은 침략자이고 누구보다 다양한 민족으로 이뤄져있지 않은가.


‘하긴 내가 하려는 건 잘 키워놓은 선수 한명 돈으로 꼬셔셔 데리고 오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았다.

미국과 일본 둘 다 당장 죽자고 싸울 상황 아닌 이상 적으로 돌릴 이유가 없으니까.


“제가 꿈꾸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처럼 강한 나랍니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한 삼십 년 전부터 출산율이 너무 떨어져서 초고령 화 사회로 접어 들었죠. 앉아서 죽을 수는 없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공격적인 이민정책입니다. 아시다시피 국적 선택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좋은 나라가 될 거고, 저는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우리나라는 좀 늦었지만 젊은 피를 수혈하고.”

“하지만 도가 지나치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우리 일본 국민이 전부 한국으로 넘어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안 그러게 일본도 잘하면 되지 않습니까.”


생때를 쓰는 것도 아니고 진짜.


“그리고 이제 준비 중입니다. 어떤 경로로 알게 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유난들이신지 모르겠네요.”


아직 자국민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그리고 아직은 한국보다 잘살고 강한 나라들이다.

내 눈에는 단순한 엄살로 비칠 뿐.


“입장에 변화가 없으시면 미국비자에 발급에 자격을 까다롭게 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건 여기 계신 일본 대사께서도 비슷한 입장이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협박입니까? 아직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요?”

“일어나기 전에 방지하려는 겁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이렇게 나오신다...”


누가 뭐라 해도,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나온다 해도 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어디 한번 해보시지요. 이만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어서요.”

“지금 대통령님의 그 말은 미국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라 간주를 해도 되겠습니까?”

“우리 일본도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대통령님.”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거 건설업계 사람들 다 굶어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참내!”


팔리지 않는 아파트를 떨이로 넘기라는 말을 한 참이었다.


“가지고 있다가 똥 되는 것보다는 원가라도 건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제가 제시한 금액이 원가도 안 된다는 건 압니다만.”


난 믿는바가 있다.

이 사람들을 설득 못하면 그냥 지으면 된다.

어차피 아파트 짓는데 십 년씩 걸리는 것도 아니고.

다만 짓자니 시간이 걸리고, 이미 지어놓은 건 있으니 조금 덜 소모적인 방법으로 가려는 거였다.


“이번 기회에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만 손해를 보시면 나중에 정부에서 보답하겠습니다. 지금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어요.”


내 부탁을 정말 들어준다면 그렇게 해줄 의향이 없지는 않았다.

큰 기대는 없이 한 말이긴 했지만. 기업가, 특히 건설 쪽은 수십 년간 너무도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이런저런 부정으로 폭리를 취해왔다.

공정보다는 불공정이 상식보다는 몰상식을 택할 것이다.


“나라에서 해준 게 뭐가 있다고 환원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정치인들 늘 우리한테 뒷돈 받아가지 않습니까.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습니다.”


물론 안다.

지난 수십 년간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지금 대기업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신사옥 같은걸 만드는 것도 그런 연장선일 것이다.

장부조작해서 돈 빼돌리기 쉬운 게 건설현장만한 곳이 없으니까.


“기업들은 열심히 일만하세요. 앞으로 정치인들에게 뇌물 같은 거 드릴일 없을 겁니다. 그건 제가 뿌리 뽑을 거예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린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럴 것이다.

평생 비리에 묻혀서 살아온 만큼, 정치인들이 안 그런 척 하면서 뒷돈 바라고, 안주면 뒤통수 때리는 걸 봐온 것도 평생일 테니.

조금만 더 정성을 다해보자.


“하... 너무 다들 안 된다, 믿을 수 없다는 말만 하시네요. 제가 어떤 제안을 할 건지 궁금하지도 않으십니까?”

“대통령께서도 친기업적인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왜 친기업적인 사람이 아닙니까? 전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 겁니다.”

“그런 분이 지난번 태양건설을 그렇게 만드셨습니까?”

“그거야... 휴...”


대화가 생산성이 제로다.

결국은 그거다.

업계 재벌 소리 듣는 회사 하나 완전 분해해놓은 사람을 뭘 보고 믿으라는 거냐 이거다.


“왜 그렇게 없이 사는 사람들을 자꾸 직접 챙기시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재벌들은 알아서 잘하시잖아요. 알아서 잘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게 잘못된 겁니까?”

“우리 기업들이 잘 돌아가게 해주셔야 일자리도 자꾸 생기고 서로가 좋은 거죠. 없이 산다고 자꾸 챙기면 사람들 공짜만 밝혀서 버릇이 아주 드럽게 들어요.”


대화가 조금씩 삐그덕 댄다는 느낌을 받는 중이었다.


“차라리 똥이 되도록 놔두겠습니다.”


회장 한명의 속내를 결국 드러냈다.


“뭐라구요?”


결국...

예상한대로 싸우자고 나온다.

무슨 개소리를 하나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자식같이 지은 아파트들입니다. 그런 놈들을 헐값에 팔라니요? 자기 자식 못났다고 아무데나 시집 장가보내는 부모는 없습니다.”


이 사람들이 진짜...


‘으이그... 비교할 걸 비교해라 좀.’


미분양이 쌓이면 공적자금, 즉 세금으로 미분양을 사들인다.

늘 그랬다.

그걸 아니까 이런 투정을 대놓고 부리는 거다.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다고 별수 있겠냐며.


“한마디 확실하게 해두겠는데요.”


그러자 다시 발악들을 시작한다.

아직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일단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물 건너갔다.

분명이 이들이 거부했다.


“떨이는 절대 안 됩니다.”

“차라리 우리더러 죽으라 하십쇼.”

“목을 내놓을 지언정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배를 째라는 투로 나오는군.

그렇다면 째줘야지.


“미 분양된 아파트를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정부에서 사들이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똥이 되면 그냥 그렇게 두겠다구요? 그렇게 하세요. 그러면 난 그 똥을 치우고 새로 지을 겁니다. 잘됐네요. 안 그래도 근로 환경 무시한 작업 현장이라 한 동마다 똥방이 여러 개씩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한때 떠들썩했다.

몇 억씩 주고 들어간 내 아파트에 똥을 싸놓은 흔적이 발견되어 똥방이라 불렸었지.


“국민들은 어차피 똑같을 겁니다. 잠시 조용해지면 또 무리를 해서라도 빚을 내고 집을 사려고 하겠죠. 똥방이라는 소문이 나도 정확히 어떤 집이 그런지 모르니 내 집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할거라는 말입니다. 전세대출을 받으면서도 나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할 거고요.”


일성건설 사장 한평생이었다.

이름 그대로 한평생 일성그룹에 몸을 바친 사람.

평사원으로 시작해서 결국 사장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

경영능력 부족한 총수일가를 제치고 일성건설 회장 자리까지 앉을 거라고 예상되는 입지전적인 인물.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잘 나가는 회사의 대표가 하는 말이다 보니 주변사람들도 힘을 받는지 거보라는 표정을 대놓고 했다.


“대통령님 혈기 왕성해서 이렇게 일을 벌이는 건 잘 알겠습니다. 뭐라도 바꿔보고 싶으시겠지요. 이러다가 늘 죽어나가는 건 서민들일 테니까요.”

“그러면 안 됩니까? 왜 맨날 서민들만 죽어나가야 됩니까? 왜 중산층 이하 국민들만 힘들어야 되냐구요. 그 사람들은 걱정 없이 잘 살면 안 됩니까?”

“안 될 건 없죠.”

“그런 분이 하실 말씀...”

“하지만 안 될 겁니다. 절대로요.”

“왜죠?”

“욕심 때문이죠. 다른 사람은 못 살더라도, 죽어나가더라도 나만큼은, 내 자식만큼은, 내 가족만큼은 잘 살고 싶은 욕심 말입니다.”

“이제는 모두가 잘 살아야 될 때입니다.”


거듭되는 내말에도 한평생 사장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힘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힘을 가진 사람의 수는 적습니다. 하지만 그 적은 수의 사람이 힘없는 사람들보다 가진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없는 사람들 말려 죽이는 거 일도 아니죠.”

“지금 그 발언 사람이 할 말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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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7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3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4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6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4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2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6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2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8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3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8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1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0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8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5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5 8 12쪽
»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3 9 11쪽
32 (31) 도움이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23.11.14 37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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