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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380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21 23:30
조회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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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48) 명백한 노동착취

DUMMY

“황당하네요. 해외까지 가족 여행을 가 있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들어오라고 한 이유가 고작 근무 인원이 모자라서 였다니.”


조리실장님에게 듣게 된 휴가도중 복귀이유였다.


“콜센터라는 곳이 좀... 제가 저번에 쓰리디 업종 실태 견학차원에서 두나 카드 갔다 왔는데 거긴 분위기가...”


물론 그때도 어이없는 진상에 황당하기는 했다.

면전이 아니라는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런 폭언을 쉽게 쏟아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


“조리실장님 아들 부부가 다니는 SG카드가 좀 악명이 높다고는 하네요. 카드사 콜센터 업계에서도.”

“그래요?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혹시 여론조사라도 하신 건 아니죠? 팀하이드에게 시켰다거나.”

“그건 아니구요. 서연희 센터장에게 물어봤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무슨 문제라도...”

“그건 아니구요. 우리 콜센터도... 제가 처음부터 지나친 감정노동을 할 필요는 없게끔 매뉴얼화하라고 부탁도 드렸던 것 같은데.”

“저희는 서연희 센터장이 잘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행이다.

콜센터가 지옥알바라는 말을 예전에 어느 예능에서 봤었다.

감정노동의 최전선이자 대표업종이라고 하는 것도 잘 알아서 그런 당부를 했었다. 하지만...


“두나 카드도 가봤는데 정작 우리 콜센터는 코앞이어서 그런지 바쁘다는 핑계여서인지 가보지를 못했네요. 집안 살림 좀 챙겨볼까요?”



###



“안녕하세요. 영원히 지켜드리겠습니다. 012 청와대 콜센터입니다.”

-여기 부산 사상구 불타는 짜장인데요. 중학생 두 명 식대 청구하겠습니다.

“사업자 번호 어떻게 되시나요?”

-XXX-XX-XXXXXX

“이용자 주민등록번호하고 매출 전표는 보내셨죠?”

-네.


미성년자 식대 청구는 여전히 대통령실로 바로 들어온다.


“012 청와대 콜센터입니다.”

-으아아! 으악!

“선생님?”


난데없이 들리는 비명소리에 얼굴이 굳어지는 상담원.

곧바로 손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별도의 동의를 얻지 않고 휴대폰 위치추적을 해서 해당 지역으로 암행경찰을 파견하기 위한 조치이다.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센터장님.”


서연희 센터장이 나를 맞이한다.

그런데 지금 시간이...


“퇴근 안하세요?”

“퇴근요? 그게 뭐죠?”

“아하하. 이거 저를 악덕 고용주로 만들 생각입니까.”

“아뇨. 연장수당 청구 다 할 건데요?”


내 농담에 서연희 센터장이 말을 똑같은 농담투로 받아친다.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얼마나 바쁜지 한번 보고 싶어서요. 제가 핑계지만 여기 와볼 생각을 안했네요. 센터장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 덕분입니다. 다들 많이 바쁘네요.”

“네. 아무래도 벌여놓은 일이 많으셔서. 인원 충원을 아무래도 더 해야 할까 봐요,”

“인원이 부족하면 당연히 더 충원하셔야죠. 지금까지처럼 먼저 결제 받을 필요 없이 선 조치 후보고 형태로 진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요. 콜센터라는 곳에 대해서 좀 물어보고 싶은데요. 저도 한번 체험 차 다녀온 곳이 있기는 한데 좀 적나라한 내부사정을 들어보고 싶어서요.”

“적나라한... 이요?”



###



“조리실장님 아드님 내외가 거기 다니는 줄은 몰랐네요.”

“저도 몰랐습니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실장님이 얘기를 할 일도 없었죠.”


조리실장님의 아들 내외가 다닌다는 sg카드에 대한 얘기를 막 꺼낸 참이었다.


“거기 정말 악명이 높아요.”

“악명이면 근로자의 처우에 대해서일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요?”

“일단 카드사마다 다르기는 한데 그 카드사의 고객들이 소위 진상이 많아요. 폭언과 욕설은 기본이고요. 그래서 상담직원들의 근속이 다른 몇 개 카드사에 비해 상당히 짧은 편이죠, 물론 그렇다고 그보다 더한 카드사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요.”

“사대보험이나 퇴직금 연차 같은 건 당연히 보장이 되겠죠?”

“법으로 정해진 거니까 돈을 안주거나 하지는 않는데 편법을 좀 쓰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일은 너무 많은데 상담직원 이탈이 잦으니까 연차는 잘 쓸 수도 없고 쓰려고 하더라도 엄청나게 눈치를 봐야 하구요.”

“편법요?”


구멍가게도 아닌데 과연 어떤 편법이 있을지 궁금했다.


“상담 완료가 안 된 고객들한테는 업무시간 종료 후에도 퇴근을 하지 못하고 마무리 통화를 하는데 그게 심하면 두 시간을 넘길 정도로 길어질 때가 있어요.”

“아. 심하네. 물론 연장수당은 잘 챙겨주겠죠?”

“아뇨.”


서연희 센터장이 단호하게 부정했다.


“일을 시켜놓고 돈을 안 준다구요?”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

구멍가게도 아니고 수천 명이 근무하는 콜센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센터별로 한 달 운영비라는 게 있거든요. 그걸 관리하는 건 매니저구요.”

“그런데요?”

“돈 관리하는 것도 능력으로 보고, 인건비가 너무 과하게 나가면 매니저의 업무평가에 반영이 되는 구조예요.”

“그래도 일을 시켰으면 돈을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휴... 그러게요. 금방 이탈하는 상담원을 빼고 비교적 그 안에서 몇 년씩 오래 버티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인정으로 그냥그냥 도와주는 식으로 하는 거 같아요. 너무 혹사 시켰다 싶으면 매니저가 그 사람들 불러다 밥을 사든 술을 한번 사든 그걸로 퉁치곤 했죠. 저도 겪어봤구요.”


명백한 노동착취다.

수천 명이 일하는 카드사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거지?


‘아무리 좋은 법이 있어도 소용이 없겠군.’


근로기준법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과 동시에 대대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



법으로 아무리 정해놓아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근로기준법이라는 것도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모든 사업장에 동일한 잣대로 적용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불만은 곳곳에서 생긴다.

각자가 자기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이거 참 애매하네요.”


여전히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곳이 존재하고 사대보험은 고사하고 고용보험도 가입을 안 해주는 사업체가 많다.

퇴직금은 딴 세상 얘기, 연차는 또 뭐냐고 묻는 사람도 어딘가는 있을 것이다.


“이번기회에 확대를 해야 되겠어요.”

“뭘 말씀이십니까?”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의 범위를 기존의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를 하는 겁니다. 4대 보험 가입은 무조건, 당연히 일 년 이상 근무자에게 퇴직금을 주고, 일 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연차 열다섯 개. 그걸 전 사업장으로 확대를 하는 거죠. 그리고 휴가는 근로자가 희망하는 날짜에 사용하지 못하면 해당 사업장에 패널티를 주는 방안도 강구를 해봐야 될 거 같아요. 물론 사업주와 근로자의 협의에 따라야 하겠지만요.”


단 일인 사업장은 예외로 한다.

한명이라도 직원을 고용하는 사업장에 한해 적용을 하되, 직원이 남이건 가족이건 친척이건 그런 경우는 예외 없이 적용, 그게 핵심이다.


“영세업체들 반발이 심할 겁니다. 근로기준법 자체를 손을 보더라도 법을 지키지 않거나 그게 뭔지 모르는 사업체도 여전히 있을 거구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자영업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

자의에 의하건 유혹에 넘어가건, 무일푼으로 시작을 하건, 수십 년 일한 댓가인 퇴직금을 모조리 투자하건. 치킨과 피자, 고기와 중국음식을 하는 곳은 하루에도 여러 곳에 문을 열고 또 닫는다.


“압니다. 완전히 뿌리를 뽑기는 힘들다는 거.”


하지만 이것도 손을 봐야 하는 것 중 하나다.


‘프랑스 사람이 그랬다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기업으로 취업이민을 간 한국인이 너무 많은 일을 하자, 피와 땀을 흘려서 쟁취한 근로자의 권리를 왜 없애려고 하느냐고.


“처음이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근로법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관대한 면이 너무 많아요.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처우가 비약적으로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사업주에게 관대한 면이 많다.

이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지 모른다.


“일단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모든 사업자에게 앞으로는 한명이라도 직원을 고용한 사업장은 사대보험 가입을 필수로 한다는 일괄적인 공문을 보내세요. 물론, 아까 말했듯이 일인 사업장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넣어주시구요.”

“국세청과 세무서에 협조 공문도 바로 보낼까요?”

“네. 그리고 연차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연장 근무를 시키고도 법에 명시된 추가 수당을 주지 않는 사업장은 과태료를 현행의 네 배로 부과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배요?”


그 말에는 비서실장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눈치였다.


“두 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규모가 커서 매출이 엄청나게 나오는 사업장의 경우는 그냥 과태료를 물고 말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아, 덕분에 하나 더 생각이 났네요. 과태료를 네 배로 더 올리되, 매출 규모에 비해 더 늘어날 수도 있도록.”

“매출 규모애 비례해서... 그건 상당히 좋은 생각 같습니다.”


매출 규모에 비례해서 소득에 재산에 비례해서 내야한다.


“반발이 엄청나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차피 그렇게 번 돈들이 다 재투자 혹은 본인들 주머니로 들어갈 텐데. 그리고 번 돈들이 죄다 깨끗하게 번 돈들은 아닐 것 아닙니까.”


청렴결백해서는 절대 큰 돈을 벌수가 없다.

오래된 진리다.

돈이 있는 곳엔 늘 파리가 꼬인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다른 벌금들도 손을 댈게 많지만 급한 건 아니니 일단 뒤로 하고...


“그리고 지금 주된 타겟이 보통은 식당같은 거 하는 자영업자들일 텐데. 미성년자 식대 문제로 이미 돈 많이 벌게 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 군소리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덜대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건 정말 염치가 없는 사람이다.



###



처음이 무섭다.

아무리 어렵고 불편해도 익숙해지면 심지어 만만해 보인다.


-이게 뭔 소리예요? 일인 사업장 제외하고는 채용하는 모든 직원들을 사대보험에 가입을 의무적으로 해줘야 된다구요?

“네, 맞습니다. 이번에 대통령께서 근로자들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슨 개소리야? 근로자들만 권익이 있고 사업자들은 권익이 없어? 정직원도 아니고 파트타임 알바들까지 어떻게 사대보험을 죄다 가입을 해주냐고!


사업주들에게 일괄적으로 발송되는 바뀐 근로기준법에 대한 안내문.

지시는 대통령실이 했지만 주체는 국세청과 세무서다.

그런데 죄다 청와대 콜센터로 몰리는 형국이었다.


-바뀐 근로기준법을 성실히 적용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프랜차이즈나 동네의 작은 식당을 포함한 요식업의 경우에는 미성년자들의 식대 청구에 제한을 둔다. 이것도 맞는 말이예요?

“네 그렇습니다.”

-이거 뭐 줬다 뺏는 거야 뭐야? 기분 갑자기 더러워지네.


실제로 수십 명 이상 직원을 거느리는 경우 개인사업장의 규모를 넘어서기 때문에 이미 사대보험은 다 가입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사대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문의는 이미 미성년자 식대지원을 정부에서 직접하는 고만고만한 요식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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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7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3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4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6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2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6 7 12쪽
»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3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1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8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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